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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이명옥 “국민화가를 통해 그 나라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여행”

  • 2019.09.16
  • 조회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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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연상되는 예술작품이 있다. 멕시코와 프리다 칼로의 강렬한 자화상,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려하고 몽환적인 작품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거대하고 황량한 공간 속 고독한 현대 미국인의 모습 같은 것들이 그렇다
또 그 나라에서 특별한 사랑을 받는 예술가도 있다. 전세계가 사랑하지만 특히 프랑스에서 더 사랑받는 화가 밀레,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증거이자 자랑인 렘브란트, 러시아 최고의 명성을 가진 국립미술학교의 이름으로 그를 기리는 일리야 레핀이 그렇다
그 나라를 대표하고 그 나라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미술가라면 '국민화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런 국민화가들의 작품 속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감성까지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의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은 '국민화가'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행을 즐기는, 예술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18개국 23명의 예술가들을 통해 예술과 역사, 그리고 여행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의 이명옥 관장과의 인터뷰.
 
 
예술과 여행은 원래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국민화가'라는 새로운 컨셉을 더하니까 완전히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가지게 되네요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일부러 해외 미술관을 찾아 가시기도 하고, 특별히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해외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한 번씩들 가시잖아요. 미술관에 가서 좋은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서, 그 나라의 국민화가를 통해서 그 나라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행도 하고, 그 나라의 문화도 이해하고, 미술도 감상하고,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컨셉이죠(웃음).
 
 
이전에 낸 책들도 단순히 그림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수학, 미술과 과학, 미술과 경제학처럼 새로운 프레임으로 미술을 볼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많았어요
 
저는 '지금까지 국내에 없던 책'을 목표로 하거든요(웃음). 제가 전시기획자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비나 미술관 슬로건도 "새롭게 하라, 놀라게 하라" 거든요. 새롭고 놀라운 것이 예술의 속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예술을 일반 독자나 관객이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각 나라의 국민화가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국민화가'라는 프리즘으로 보니까 전에는 안 보이던 면모, 새로운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똑같은 작품, 똑같은 화가도 여러 방식으로 볼 수 있어요.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은 원래 유명한 작품인데, 그 작품이 왜 네덜란드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그림이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의 역사를 알아야 해요. 국토도 작고 지형적으로도 불리한 네덜란드가 무역을 통해 세계를 장악하고 황금시대를 열어요.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봉건제와 절대왕정 시대였을 때 가장 먼저 도시화를 이루고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국가를 운영했고요. <야간 순찰>에 등장하는 장면은 시민들이 스스로 돈을 내서 조직한 시민군대가 치안을 유지하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그 사실 자체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자부심이 되는 일이거든요. 작품 속에 그 나라의 자긍심을 담은 작품이 그 나라의 국민 그림이고 그걸 그린 사람이 국민 화가인 것이죠
 
스페인의 국민화가로는 고야를 메인으로 하고 피카소를 두 번째로 소개한 것도 이유가 있어요. 스페인 출신 화가로는 피카소가 더 유명하지만, 피카소는 작품 활동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했고 스페인에서의 작품 활동은 많지 않거든요.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에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일어난 비극과  스페인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에 다뤘고요.
 
호안  미로나 살바도르 달리도 스페인의 거장이지만 스페인적인 요소가 가장 강한 것은 역시 프란시스 고야에요. 고야는 스페인의 종교재판, 민족성, 불행한 역사, 이런 것들을 다루는데그래서 고야의 작품을 보면 스페인의 역사가 떠오르고, 스페인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미술관에 가서 그냥 '고야 작품 좋구나' 하면서 보는 것과, 고야의 작품 안에서 스페인의 정체성을 생각하면서 보는 것은 많이 다를 거에요.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죠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하나씩 다 짚어주고 있는데요. 구어체로 써서 읽기에 쉽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것들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요
 
알브레히트 뒤러에 대해서 보통은 '자화상의 아버지'라고만 생각하는데, 독일 르네상스의 문을 연 선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탈리아는 이미 르네상스를 경험하면서 화가가 예술가의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비해 독일은 르네상스가 늦게 와서 그때까지 화가들을 장인, 기술자로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 시대에 뒤러는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서 화가가 고귀한 예술가로 보이도록 했고, 인문학과 자연 과학에 바탕을 둔 미술이론을 연구해서 혁신적인 미술 이론 책을 쓴 사람이죠. 그렇게 각각의 화가들마다 특징적인 포인트를 잡아봤어요
 
 
책 속에서 소개한 여러 화가들 중에서 두 명의 이름은 신선했어요. 아름다운 아르누보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알폰소 무하, 그리고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요. 호크니는 생존 화가로는 유일하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알폰소 무하는 순정만화 같은 그림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굉장한 애국자였고 체코에서는 국민화가로 대접받고 있는 화가에요. 슬라브인의 애국심과 민족성에 호소하는 20점의 연작인 <슬라브 서사시>는 체코인들이 국보처럼 아끼는 작품이죠.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는 지금도 계속해서 신화를 만들고 있는 미술가죠.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이고 국내 전시도 4개월 동안 30여 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고요. 이런 호크니가 왜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인지 설명하면서 또 국민화가는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검증된 작가만 국민 화가인 것은 아니죠. 진행형도 있고 미래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현대미술로 오면 도판 비용이 많이 들어서 출판사에서는 좀 곤란할 것 같아요(웃음). 
 
 
화가와 작품, 그리고 함께 가 볼만한 장소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책에서 소개한 곳 이외에 또 추천할 만한 장소가 있나요
 
작품이 태어난 배경을 직접 가보는 것도 좋아요.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언덕, 밀레의 <만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농촌의 들판 같은 곳에 가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보통 그런 장소들에 가보면 안내표시판이 다 있어요. 이곳은 어떤 작품의 배경이 된, 또는 영감을 준 장소다, 그런 식으로요. 그런 장소들에 갈 때마다 스토리와 작품들을 떠올리면 훨씬 더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 거에요.  
 
 
이번 책에서는 한 나라랑 1~2명의 국민화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분량이나 구성상 넣지 못한 화가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책에 넣지 못해 아쉬운 화가들은 많았죠. 책에서 다룰 화가를 선정할 때 저 나름대로는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고민했어요. 어느 한 국가만 너무 비대해져선 안되니까요. 네덜란드 편에서는 베르메르도 넣고 싶었는데 렘브란트와 고흐를 이미 넣었는데 3명을 넣을 수가 없어서 뺐어요. 프랑스도 너무 많죠. 들라크루아나 마네그 외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결국은 모네와 밀레를 넣은 것은, 가장 프랑스적인 풍경, 오직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들을 그렸으니까요. 로댕도 굉장히 프랑스적인 예술가지만 조각가까지 들어가면 '국민화가'라는 컨셉이 희석되니까 넣을 수가 없었죠
 
미국의 조지아 오키프도 넣고 싶었는데미국 화가가 너무 많기도 했고 도판료가 워낙 많이 나와서 말이죠(웃음). 조지아 오키프는 유명한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의 모델이었고 그와 사랑에 빠져서 정부가 되고 나중에는 결혼을 했죠. '스티글리츠의 여자'로 묻혀버릴 수도 있었는데,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계적인 화가가 된 인물이에요. 말년에는 뉴멕시코 산타페에서 작품활동을 했는데, 사후에 그곳에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이 만들어졌죠.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이었고 페미니즘적으로 이야기할 것도 많아서 꼭 넣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한국의 국민화가로 백남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화가 가운데 전세계 미술사와 연결고리를 가지는 화가, '국민화가'이되 글로벌과 로컬을 같이 아우를 수 있는 화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건 백남준 밖에 없거든요. 정말로 천재였고,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했지만 한국적인 정체성을 잃지 않았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아직 백남준에 대해서 저평가되어 있어요.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나 종로구 창신동의 '백남준 기념관'도 일반인들은 잘 모르거든요.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있고요.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는 10월에 대규모 회고전을 시작할 정도로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국민화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죠.
 
 
우리도 우리의 '국민화가'를 재조명하고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때로는 그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그 나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련한 아트 상품들을 구매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 관광상품으로 아주 좋죠. 작가가 고민하고 창작을 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걸 포착하고 상품화시키는 일을 해야 해요. 해외에서는 그런 활용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상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요
 
그런 작업을 위해서는 학술적인 기반이 있어야 해요. 작가군을 발굴하고 연구하고, 그들의 작품을 조망하는 세미나를 열고, 세계미술사에 편입시키는 작업도 해야하고요. 국가적으로도 예술가들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또 알리고 확산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한 권의 책이지만 연결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책이었어요
 
누군가 제가 책에서 소개한 장소들을 엮어서 여행코스로 만들어주면 좋겠어요(웃음). '국민화가' 후속작으로 '국민작가', '국민음악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들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그런 책들은 각 분야 전문가분들이 써주시면 좋겠네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작가들은 보통 그보다 훨씬 많은 참고문헌을 읽거든요. 저도 200권 정도는 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읽으면 200권의 책에 담긴 지식과 정보, 거기에 저자의 내공까지 임팩트하게 얻을 수 있어요. 2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무조건 득템하시는 겁니다(웃음).
독자분들이 책을 많이 읽어주시고, 또 이 책을 통해서 미술과 좀 더 가까워지면 좋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예술/대중문화]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이명옥 | 시공아트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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