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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듣다보면 분명히 즐거움이 있습니다”『Jazz Life (재즈 라이프)』남무성

  • 2019.09.10
  • 조회 49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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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어떤 음악일까? 재즈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하고 듣기 좋은 음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또 난해하고 공부해야 들을 수 있는 까다로운 음악이기도 하다. 만화로 재즈 역사 100년을  담아낸 레전드 재즈 입문서 『재즈 잇 업!』의 저자인 남무성은 재즈가 달콤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재즈는 만만하지 않은 음악이고, 그렇지만 듣다보면 분명 즐거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재즈 잇 업!』 이후 정말 오랜만에 재즈에 관한 책 『Jazz Life(재즈 라이프)』를 펴낸 남무성 작가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재즈 음악을 찾아서 들어봤다. 마침 버스를 타고 오래 이동해야 했던 터라 한 시간 동안 오롯이 음악만 집중해서 들었다. 그랬더니 정말로즐거움이 있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틀어놓는 음원차트 실시간 TOP100 음악을 들을 때와는 달랐다. 내가 직접 찾아서, 앨범을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에 귀 기울여 들을 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음악 듣는 즐거움을 느꼈던 경험, 그 경험을 만들어준 책, Jazz Life (재즈 라이프)』 남무성 작가와의 인터뷰
 

 
Jazz Life (재즈 라이프)』는 『재즈 잇 업!(Jazz It Up!)』 이후 16년 만에 내놓은 재즈 만화 단행본입니다
 
『재즈 잇 업! 1권이 나왔던 게 2003년이니까 16년 만이네요. 3권 이후로는 12년 만이고요. 그 사이에는 『Paint It Rock』과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그리고  에세이를 냈어요. 그 동안 백수로 있지는 않았습니다(웃음). 
『재즈 잇 업!』이 워낙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고, 그 사이 재즈에 관한 책들이 수요에 비해서는 많이 나왔거든요. 좋은 번역서도 많이 나왔고요. 그래서 새로운 재즈 책을 쓰면 어떤 것을 써야할까 궁리를 해야했죠
 
 
재즈 책들이 주로 재즈의 역사나 명반, 뮤지션 소개가 중심인데, Jazz Life (재즈 라이프)』는 결이 다른 책이던데요. 재즈 만화 에세이라고 해야할까요.
 
이 책에 대해서 나름대로 색다른 시도라고 자평을 해요. 우선 에세이와 만화와 평론이 섞여 있어요. 평론이라고 해서 교과서적인 평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접근을 하고 있죠. 만화고 또 에세이지만 은근히 쉽게만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의외로 깊게 들어가기도 하거든요
 
또 대개의 재즈 책들도 그렇고 재즈를 듣는 사람들도 주로 스탠다드 아니면 소위 말하는 걸작, 마스터피스를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데요. 재즈의 입구에 있는 달콤한 스탠다드 곡들과 예술적으로 진지한 명곡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공간이 있는데 그걸 잘 몰라요. 사실 걸작이라고 하는 곡들은 일반인이 듣기에 소화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상에서 잘 안 듣게 되죠. 그래서 어느 정도 재즈를 듣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데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편하게, 이런 음악을 같이 들어보면 어떨까요, 하고 소개하고 싶었어요.
 
뻔하지 않은 음악들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특별한 것들만 골라낸 것은 아니에요. 좀 깊게 들은 마니아들이라면 들어본 곡일 수도 있고 또 개중에는 전혀 몰랐던 곡도 섞여 있겠죠. 하지만 여기 소개된 곡들은 대체로 들어보면, 좋아요. 들었을 때 딱 좋으면서 예술성도 있는 그런 곡들이죠. 대신에 재즈 완전 초보자들에게는 좀 불친절한 책일 수는 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음악들을 소개하는 것이, 마치 유튜브 자동재생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책의 부제도 '유튜브와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재즈가이드'던데 정말 책 읽다가 궁금해지면 유튜브 검색해서 음악 들으면서 읽으니까 좋더라고요
 
처음을 하모니카의 투츠 틸레망으로 시작해서  브라질 가수 엘리스 레지나, 그리고 밀튼 나시멘토까지 이어지고 중간에 팻 메스니나 그 밖에 다른 뮤지션들을 언급해요. 딱히 이 음악이 하드밥이다 보사노바다 그렇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색깔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곡을 찾아가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일부러 책 속에서 소개하는 음반들의 커버를 거의 다 그렸어요. 그 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죠. 책 읽다 음악이 궁금해서 유튜브로 검색을 했을 때 책에서 본 커버가 딱 나오면 어떤 기쁨이 있거든요.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발견했다는 기쁨도 있고요. 내가 검색해서 찾아냈다, 그런 느낌 때문에 그 음악을 더 관심있게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밥을 떠먹여주기보다는 밥 먹는 방법, 그러니까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유튜브로 검색을 했을 때 단점이, 너무 많은 영상이 뜨니까 그 중에서 어떤 영상이 내가 찾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는 건데요. 영상 썸네일로 책에서 본 커버 이미지가 딱 뜨면 바로 알아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재즈는 같은 곡이라도 여러 버전이 있어요. 그리고 평가는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버전 중에서도 제가 소개하고 싶은 버전이 있거든요. 그걸 그대로 전달하고 싶기 때문에 커버도 가급적 다 그려서 넣으려고 했어요
 
확실히 요즘은 유튜브로 음악을 감상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음질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찾아서 듣기는 편하죠. '유튜브와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재즈 가이드'라고 했지만 여기서 '유튜브'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 단어에요. 책에서 소개한 음악 중에는 유튜브에 없는 것도 있어요. 책을 쓸 때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그 사이에 사라진 영상들도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꼭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여러 음원 서비스를 이용해서 음악을 검색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어떤 분이 이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음원 서비스를 뒤져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니까 한 400곡 넘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검색해서 들어보고, 듣다가 좋아지면 직접 음반을 구매해서 곁에 두고 듣고 싶어지고, 그렇게 되면 좋죠(웃음).   
 
 
재즈는 일상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듣는 것 같아서 친숙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렵고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저는, 재즈는 만만하지 않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재즈 뮤지션들이나 음악을 소개하는 분들이 '재즈는 어렵지 않아요' '재즈는 일상에 있어요' 라는 멘트를 자주 하는데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까 한 번 들어보라는 말은 맞아요. 하지만 그건 재즈의 입구로 데려가는 것 뿐이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재즈라는 음악이 왜 가치가 있냐하면, 순수예술에 가깝거든요. 그러니까 음원으로 듣다가도 음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오디오까지 사게 되는 거죠(웃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라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음악이 아니에요.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 입장에서도, 재즈는 어려워요. 재즈는 공부를 좀 해야하는 음악이고, 그게 매력인 것이죠. 음악이 인스턴스화되고 퍼포먼스화되고 쉽게 잊혀지는 이런 세계에서, 재즈는 진지하게 감상하며 한동안 사색을 할 수 있는 음악이거든요
다만, 어떤 음악은 처음 들을 때는 쉽다가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운데, 재즈는 처음은 좀 어렵지만 인내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좀 더 음악이 잘 들리죠.  
 
생각해보니 요즘은 음악을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면서 BGM으로 그냥 틀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어제 인터뷰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음악만 집중해서 들어보았더니 그때 느껴지는 감정이 음악을 그냥 흘려 들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게 이 책 『Jazz Life (재즈 라이프)』의 활용법이에요. 저는 실제로 음악을 듣게 하는 책을 쓰고 싶었거든요. 종이책은 한계가 있어요. 책에서 음악이 바로 흘러나오는게 아니니까요. 책을 읽고 음악을 찾아서 듣는 수고는 따로 해야하죠. 하지만 그렇게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는 걸 느낀다면, 책을 산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할거에요
 
책에서 와인과 재즈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제가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다들 바쁘게 살고 복잡한 일들이 많으니까 시간을 내서 음악감상을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럴 때 와인 한 잔 정도 마시면서 릴렉스한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면 좋아요. 몸도 마음도 너무 긴장하고 '이제 음악을 들어야지!'하고 들으면 금방 지치니까요. 와인이 없으면 소주도 괜찮고요(웃음). 
 
재즈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좀 찾아듣다가도 50~60년대 재즈의 고전이나 명반들 이후로는 잘 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책에서는 80년대 이후의 재즈들을 많이 소개하셨는데 다른 책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던 음악들이라서 신선하더라고요
 
보통 50~60년대 모던 재즈를 많이 들으시죠.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이런 뮤지션의 음악은 고전이니까요. 어쩌면 좋은 것들은 그 시절에 이미 다 나왔을 수도 있어요. 모던 재즈 명반들만 들어도 충분히 재즈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80년대 이후의 컨템포러리 재즈는 너무 다양해졌어요. 재즈와 팝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퓨전이 되었고, 국가도 다양해져서 뮤지션들 국적도 다양해졌고요. 저는 전문적이고 직업적으로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인데도 사실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 음악들은 있어요. 그런 음악들과, 그 음악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음악들을 찾아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재즈 하면 존 콜트레인,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이름이 자동으로 나오는데, 책에서는 안 나오더라고요
 
『재즈 잇 업!』 시리즈에서 재즈의 역사를 담긴 했지만 80년대 언저리에서 끝나거든요. 독자들에게 그 이후의 요즘 재즈도 소개해달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80년대 이후의 음악을 많이 소개했어요. 마일스 데이비스나 존 콜트레인은 전작인 『재즈 잇 업!』과 겹치니까요. 맨날 똑같은 뮤지션 똑같은 음악만 소개하면 너무 재미없잖아요.  
 
20세기 클래식과 현대 재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대목도 재미있었어요. 
 
이 책에서 의외로 깊은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이에요. 재즈와 현악, 현대 빅밴드 재즈 등을 다룬 부분이요. 여기서 '현대적'이라고 하는 것은 '컨템퍼러리'의 의미가 아니라 '아방가르드'  의미에요. 전위적이라는 의미죠. 클래식에서도 현대 음악은 아방가르드에 가까운데 재즈도 그렇거든요. 그래도 제가 책에서 소개한 음악들은 전위적이지만 들으면 '좋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음악들이에요
 
현대 빅밴드 재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윙 시대의 댄서블한 빅밴드가 아니에요. 전위적인 연주를 하거든요. 서로 어긋나는 연주법, 충돌하는 사운드, 멜로디를 찾을 수 없고요. 이건 일종의 현대음악적인 재즈죠.  
애초에 전위재즈는 감상자보다는 뮤지션 자신을 위한 테라피였어요. 청자를 위한 음악이 아닌 것이죠. 그러다보니까 수준이 천차만별인 음악들이 막 섞여 있어서 평가하기가 어려워요. 미술에서 추상화 같은 거죠. 이 그림, 이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거죠
사실 이 분야는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도전하기는 어려운데, 그래서 가이드를 제시해드리고 싶었어요. 물론 초보자가 듣기에는 어려울 거에요. 하지만 한 번 들어보면, 들으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 음악이 왜 멋진지 알게 될거에요
 
관악 빅밴드, 현대재즈, 현악 빅밴드, 이런 쪽은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에요. 재즈와는 안 친하더라도 클래식을 오래 들으셨던 분들은 오히려 더 접근하기 쉬울 수 있고요. 또 모던재즈, 퓨전재즈까지 다 들었는데, 그 다음에 뭐 없어?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요.
재즈는 이렇게 계속해서 진보적으로 가고 있거든요. 어느 평론가가 한 말인데, 전위는 달려가는 뒤통수만 보여준다고요. 우리는 전위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이 돌아서서 얼굴을 보여주는 순간, 전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요. 그러니까 굳이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느낌으로 가는 거죠. 멜로디가 선명한 것은 아니지만 표현할 수 없는 벅참도 느껴지고 우연히 느껴지는 어떤 느낌도 있고요. 긴장감, 밀어붙이는 힘, 에너지, 변화무쌍한 편곡, 이런 매력이 현대재즈에는 있거든요. 그냥 이런 재즈도 있다는 걸, 그걸 약간 깊은 세계까지 안내하고 싶었어요
 
모던 재즈는 주로 연주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는데 현대 재즈로 오면서는 작곡가나 편곡자의 역할이 많이 부각되던데요
 
현대 재즈는 편곡이 굉장히 중요해요. 멜로디보다 어떤 사운드 연출이 중요하거든요. 현대 빅밴드 재즈 뮤지션 중에 여러 사람이 있지만 저는 특히 마리아 슈나이더를 좋아해요. 대부분의 전위음악이 난잡하게 나가다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괜히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위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마리아 슈나이더는 보여주거든요
 
 
재즈 보컬에 대해서도 여러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이 알려진 다이애나 크롤이나 마이클 부블레 같은 경우는 재즈가 맞다, 아니다 같은 논쟁들이 재즈 팬들 사이에서 있는데요.  
 
다이애나 크롤은 완벽한 재즈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요. 다이애나 크롤은 공연을 봐야해요. 공연에서 크롤이 보여주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 풍만한 스윙감, 이건 완벽한 재즈거든요. 다만 다이애나 크롤의 노래에 고전적인 블루스는 없죠. 스트레이트하게 부르거든요. 하지만 그건 표현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음악 전체를 본다면 재즈죠.
마이클 부블레는, 재즈냐 아니냐 경계가 좀 모호하긴 하죠(웃음). 어떤 음악은 완전히 팝이고 또 어떤 음악은 굉장히 고전적인 빅밴드 스윙인데…. 팝 재즈라고 하죠. 아니면 재지한 팝(웃음). 그런데 우리가 꼭 이 음악이 재즈냐 아니냐로 논쟁을 할 필요는 없어요. 재즈는 갇혀있는 장르가 아니니까요.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재즈와 관련된 영화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요
 
책에서 소개한 영화 중에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다 좋아해요. 사실 『성난 황소』는 재즈하고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지만,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책에 넣었어요(웃음). 그리고 억지로 이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 『택시 드라이버』 오프닝에는 재즈가 나온다고 썼죠(웃음). 
『라운드 미드나잇』은 영화적인 영화라서 추천해요. 색소폰 연주자 덱스터 고든이 주연을 맡았는데, 마지막 장면에 덱스터 고든이 읊조려요내 꿈은 찰리 파커 거리가 만들어지는 것, 루이 암스트롱 공원이 만들어지는 것, 이런 얘기를요. 평생을 재즈에 바친 거장들이지만 모두 초라하게 죽거나 사라져간 이들이거든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맺혔어요
『재즈 잇 업!』에서는 연도별도 재즈 장르를 소개했다면 『Jazz Life (재즈 라이프)』에서 소개하는 재즈 영화를 통해서도 재즈의 역사를 볼 수 있어요. 스윙 시대를 보려면 『캔사스 시티』나 『커튼 클럽』을 보고 모던 재즈는 『버드』를 통해서이런 식으로요
 
한국 1세대 재즈 뮤지션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연출하셨는데 그 이야기도 책에 담았습니다
 
스무살 때부터 재즈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재즈 뮤지션들과 친해졌고, 재즈 잡지 편집장도 오래 하면서 그분들과 인터뷰하고 교류하고 공연도 같이 하면서 인프라가 있어서 가능했죠
오랫동안 뵈온 선생님들이 한 두 분씩 돌아가시고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 선생님이 은퇴 하시고 지방으로 내려가신다고 하실 때, 몇몇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 잔 하면서 뭐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어요. 저는 오랫동안 옆에서 봐 왔으니까 선생님들의 연주를 알지만, 선생님들의 연주는 재즈 클럽에 오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거든요. TV에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재즈를 했지만 앨범 한 장 못 내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영화,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했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제가 추진력 하나는 있었거든요. 할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해보자 했던 거죠(웃음). 
사실 영화는 불면증 있을 때 보면 바로 잘 수 있는 영화인데(웃음),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로 인해 선생님들이 많이 이슈가 되면서 해외 공연도 가시고 전국 투어도 하시고 그렇게 새로운 전성기를 맞으신게 좋았죠
 
 
책의 뒷부분에서는 ECM 레이블과 ECM에서 나온 음반들에 대해서 꽤 많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ECM은 세련된 이미지와 섬세한 녹음으로 레이블 자체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사실 마냥 편한 음악만은 아니거든요
 
ECM은 레코딩 기술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 회사라 아주 맑고 자연스러운 리버브가 특징이에요. 굉장히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주죠. 클래시컬하면서 정적이에요
사실 ECM 자체가 재즈 레이블은 아니에요. 그냥 현대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ECM이라고 하면 ECM재즈라고 자연스럽게 연동해서 생각하기도 하는데 영화음악도 있고 아방가르드한 현대음악도 있고 월드뮤직도 있고 그야말로 다양한 컨템포러리 음악을 내는 곳이에요. 키스 자렛이나 팻 메쓰니, 찰리 헤이든의 많은 마스터피스가 나왔기 때문에 재즈 레이블이라는 인식이 있지만요
'ECM은 무조건 들어라' 주의는 아니지만 좋은 음악이 많아요. 재즈냐 아니냐를 떠나서 ECM  재즈 중에서 제가 꼭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을 담다보니 분량이 늘어났죠. 사실, 많이 좋아하거든요(웃음). 
 
ECM은 자켓 커버 디자인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데요
 
자켓 디자인이 굉장히 예술적이죠. 토탈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사운드, 비주얼, 느낌까지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앨범 자체에 대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요. 커버 이미지와 담고 있는 음악이 매칭이 잘 되고요
LP시대의 ECM은 이미지가 크니까 훨씬 예쁘고, 정말 커버 때문에 산다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CD 시대로 들어오면서 크기가 작아지니까 소장욕이 좀 덜해지긴 했지만 요즘 다시 LP가 복각되고 있어서, 저도 ECM 음반 중에서 LP로 소장하지 않은 것은 다시 사고 있어요
 
ECM 레이블의 음반들은 흥미롭긴 한데, 소개하고 있는 뮤지션 이름이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웃음). 
 
ECM은 유로피언 재즈이기 때문에 미국 뮤지션들도 있지만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뮤지션이 많아요. 영어식 발음이 아니다보니까 어릴 때는 저도 이름을 읽기가 좀 어려웠어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좀 차가운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메리칸 재즈의 핫하고 땀냄새 나는 느낌과 다르게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고 사색하게 하는 느낌이죠. 호불호가 있어요. 정통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윙도 없고 블루스도 없는데 어떻게 재즈냐, 즉흥연주 한다고 다 재즈면 사물놀이도 재즈지, 라고 하기도 하지만(웃음) 독창적이면서도 음악 본연의 아름다음을 놓치지 않는 점은 큰 미덕이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라면?
 
저는 『Jazz Life (재즈 라이프)』를, 음악을 듣게 하고 같이 느끼고 싶어서 썼어요. 그러니까 좀 수고스럽더라도, 페이지가 천천히 넘어가더라도,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몇 곡을 듣다보면 분명히 즐거움이 있을 거에요. 재즈를 알아가는 것이 참 좋구나 하는 느낌이요. 그게 바로 재즈에 한 발 더 깊게 들어가는 이 책의 활용법이죠
이 책을 잘 활용하신다면, 음악을 깊게 듣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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