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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는 학문”『강인욱의 고고학 여행』강인욱

  •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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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인디애나 존스의 흥미진진한 모험, 하인리히 슐리만이 발굴한 트로이 유적의 보물, 뙤약볕 아래 먼지를 뒤집어쓰고 삽질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에서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보여주는 고고학은 좀 다르다. 황금도 없고 거대 유적지도 없다. 대신 사람들이 있다. 무덤 속에서 발견된 수백 개의 바늘에서 문신을 새기고 침을 놓았던 사람들을, 패총의 조개껍데기들에서 젓갈을 즐겨먹었던 사람들을,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들 속에서 술과 춤과 음악을 즐겼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고고학, 유적과 유물을 통해서 말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고고학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과거와 접속하게 하는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쓴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와의 인터뷰.
 
 
고고학이라고 하면 보물찾기, 유적발굴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고고학은 다른 모습이네요 
고고학이라고 하면 많이들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는데요. 인디아나 존스처럼 했으면 저는 진작에 감옥에 갔을 거예요(웃음). 인디아나 존스는 다른 지역의 유물을 발굴해서 가져간 제국주의의 범죄자거든요.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스펙터클한 영화로 만들어서 왜곡시킨 것이죠
이 책에서는 작정하고 보물찾기, 황금, 모험,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고고학은 너무나 재미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책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고고학은 어떤 것이었나요?
 
책의 첫 시작은 무덤 이야기에요. 대중서임에도 불구하고 첫 시작부터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죽음과 무덤 이야기를 꺼낸 건 이유가 있어요. 무덤은 얼핏 보면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음침한 곳이지만 사실 무덤의 진정한 의미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위한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것이에요. 고고학자들이 보물이 있는 무덤만 발굴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무덤도 발굴하죠. 그 안에 보물은 없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우리가 무덤에 사람을 묻을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이 시체가 썩어서 문드러질거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 내세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무덤을 만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덤에 망자가 저승 갈 때 드시라고 음식도 넣고 평소 좋아하던 장신구나 마지막 선물을 같이 묻는 것이고요.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를, 죽은 자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한 것이 무덤이라고도 할 수 있죠
고고학의 목적은 보물찾기가 아니에요. 유물을 통해서 인간의 과거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죠. 그런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고고학의 본래 목적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고고학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양한 학문적 기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와 미술사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최근에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분석이 많아지면서 과학과 기술, 지질학과 생물학 같은 지식도 필요하겠던데요
 
한마디로, 알쓸신잡이죠.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잡학사전이요(웃음). 인간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서는 음악, 미술, 과학, 역사, 화학 등등 무엇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수학도 해야하고, 통계도 해야 하고요. 학생들이 아주 괴로워하죠(웃음). 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깊이 공부할 수는 없으니까, 이것을 분석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정도만 알면 되요. 자동차 운전을 할 줄 알면 되는 것이지 엔진의 가동원리까지 알 필요는 없는 것처럼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데, 과학이 발달할수록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더 알아낼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 고고학자들은 현장에 가면 먼저 삽질을 합니다, 삽질이 끝나면 흙에서 건져올린 유물을 물을 받아놓은 커다란 고무통에 넣어서 닦았는데, 그 과정에서 유물 안에 있던 성분들이 다 날아갔어요. 요즘에는 새로운 분석방법이 개발되면서 무조건 닦지 않고 표본을 채취하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발굴은 최소한으로 해야 해요. 100년 후에는 지금 내가 칫솔로 닦아버린 찌꺼기를 새롭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서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이 발견될 수도 있으니까요. 고고학은 파괴를 전제로 하는 학문이에요. 땅 속에 묻혀있던 과거를 꺼내기 위해서 파헤쳐야 하죠. 그 파괴를 통해서 과거가 부활하고요파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일부러 '보물찾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보물찾기가 아니어도 고고학은 충분히 흥미롭더라고요. 책에서는 작은 조각을 통해서 과거의 색, 소리, , 향기 같은 것들을 복원하는 과정도 담겨 있던데요. 고고학 연구를 통해서 이런 과거의 감각들을 복원해낸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고고학은 세월의 무게를 견딘 것만 연구 가능해요. 인간의 오감은 시간 속에서 망각돼죠. 고고학이 인간의 오감을 복원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복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원래 이 책의 제목은 '고고학자의 비밀노트'였어요. 지금껏 고고학자가 건드리지 못했던 금단의 영역을 에세이라는 핑계로 써본 것이죠. 제가 쓰면서 재미있었던 건 젓갈 이야기랑 귀파기 이야기인데요. 둘 다 제가 좋아하거든요(웃음).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삼형제를 눕히고 귀를 파주던 추억이 있는데, 발해성터에서 귀이개가 나온 거예요. 그 순간 모든 아련한 기억들이 연결되면서, 그래 우리도 귀를 파는데 과거 사람들도 귀를 안 팠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된 자료를 모아보니까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졌죠
 
토기 밑바닥의 찌꺼기를 분석해서 당시 마셨던 술을 유추해내고 8세기 일본 성의 화장실 터에서 발굴한 기생충 알을 통해서 당시 발해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즐겼다는 걸 밝혀내는 그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돼지를 부위별로 도축하고 남은, 판매하기 애매한 자투리 고기를 '뒷고기'라고 하는데요. '뒷고기'를 주문하면 한 접시에 여러 가지 부위들이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한 조각 한 조각 맛이 다 달라요. 제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도 그런 것 같아요. 논문으로 풀기는 애매한 특수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낸 거죠.
 
대학원 시절 두만강 유역 청동기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뼈로 만든 바늘귀 없는 바늘 수백 개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바늘이 어디에 쓰이던 것지 알게 된 건 20년 후였어요. 한의학사를 연구하는 교수님과 술을 마시다가, 뼈로 만든 바늘이 침술용 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 순간 기억 저편에서 흩어져있던 여러 가지들이 한 줄로 묶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전율이 가끔 있어요. 이 책은 평생 고고학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이 다양한 인간의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된 뒷고기 같은 이야기다, 라고 할 수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허황된 억측은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제가 학생들에게 항상 주문하는 것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라는 거에요. 상상력을 억제하라고요. 실제로 유물을 보면 없던 상상력도 막 떠오르는데, 고고학자가 한 번 상상력을 키우기 시작하면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쑥쑥 커지거든요. 그걸 처음부터 쳐내야 해요. 모든 추측도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고. 제가 책에서 쓴 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서 전개를 한 것이죠
 
 
거대한 것들, 값비싼 것들만 유적, 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과거를 만날 수 있다면 작은 것들도 모두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겠네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적지의 가치를 모르고 훼손하기도 하고, 유적지 위로 건물을 올리고 개발을 하면서 사라진 것들이 많거든요.  
 
땅을 파기 전에 이곳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를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가 않아요. 건설 공사를 하다가 땅 속의 유적이 불가피하게 파괴될 때 공사에 앞서 미리 유적을 발굴하는 것을 '구제발굴'이라고 해요. 아주 중요한 유적이라면 공사가 중단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발굴이 끝나면 그 위로 건물이 들어서고 유적의 자취는 사라지죠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요한 유적일 수도 있어요. 실수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실수, 중요한 유적인 걸 알면서도 파괴하는 것은 비판해야 합니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 부지는 이미 1980년 대에 엄청난 유적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서 잘 보존되고 있었어요. 천천히 조사하고 발굴해야 할 곳인 것이죠. 그런데 그곳을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개발 허가를 내줬어요. 수 십 년을 두고 조사해도 부족할 그 유적을 몇 년 사이에 급하게 발굴해서 지금은 다 사라졌지요. 후대의 고고학자들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하면 면목이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에요.
 
고고학 발굴이라고 하면 고대 문명 발상지나 유럽 지역을 먼저 떠올리는데, 책에서는 교수님의 주요 필드인 시베리아와 유라시아, 그리고 만주지역에서의 발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아니, 그런 지역에서 고고학적으로 발굴할 만한 것들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런 것들이 갑자기 짠, 튀어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외계인이 왔다갔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 돼요. 문명은 우월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열등한가요? 그렇지 않아요. 때로는 거대한 문명을 만들지 않은 것이 더 현명한 것일 때도 있어요. 만주에서 발달하던 홍산문화가 갑자기 쇠퇴한 후 이어진 샤오허옌문화는 규모가 작아서 얼핏 보면 홍산문화가 쇠퇴한 결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홍산문화가 작게 쪼개져 흩어지면서 그 문화와 전통이 더 멀리 확산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죠. 화려한 것만이 좋은 건 아니에요. 쇠퇴처럼 보이는 것이 새로운 탄생이 될 수 있고요.  
 
책의 앞부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고고학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뒷부분은 고고학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와 결합된 고고학의 위험성 같은 부분이요일본 제국주의가 고고학을 이용해 한국에 드리운 그림자도 크고, 우리가 제국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어렵고요
 
요즘 한일관계를 둘러싼 것들을 보면서, 아직 제국주의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걸 느껴요.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자'라고 목소리를 놓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에게 했던 일들을 조근조근 실례를 들어서 밝히고 일본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정확한 관점에서 보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미워하면서 따라한다고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은 언어나 문화가 일부 한국과 유사한 것이 보이기 때문에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성급한 판단은 사실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에서 시작된 생각이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한국과 아시아를 정복할 때 시베리아가 일본민족의 기원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죠. 그걸 우리가 똑같이 따라 하면 안 되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같은 것도, 원래 의도는 인류 전체를 위해 세계가 같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종의 공동 연대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마치 금메달 따기처럼 우리나라는 몇 개, 너희는 몇 개, 이런 식으로 자국 자랑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어요. 고고학이라는 것은 전리품을 위한 것도, 자부심을 위한 것도 아니에요. 유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해주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고학의 연구 방법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전에 제가 알던 지식이 지금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교수님, 호모사피엔스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는데요' 그런 얘기를 하면 제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 그래. 그 발견이 맞는지 확인하는 사이에 새로운 발견이 나올테니까 기다려' (웃음).  
 
고고학은 무엇이 진리인가를 밝혀내는 학문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들 속에서 우리의 지식을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것이에요. 그렇게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새로운 발견들은 수많은 가설 중 하나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요.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연구 결과와 뉴스들이 일관된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때는 어느 정도 그 가설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장에서 유물을 발굴하고 조사하는 것보다는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억울해 죽겠어요(웃음). 저에게 10시간이 있다면 그 중 8시간은 삽질하고 측량하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는데 써야 했거든요. 유적지 사진을 찍으려고 높은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낙마해서 다치는 사람도 있었고, 헬리콥터에서 사진을 찍거나 열기구를 띄우기도 했으니까요. 요즘은 드론 하나 띄우면 금방 되는데 말이죠. 낮에 삽질하고 밤에 연구하고 글 쓰는 게 쉽지 않았죠(웃음). 
 
하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진정으로 인간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유발 하라리나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둘 다 고고학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론들은 고고학에 근거하거든요. 이제 고고학자들도 땅 파는데서 자유로워지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고고학에서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고고학에 대해서 잘 모르세요. 저의 가장 큰 바람은, 편하게 읽으면서도 여운이 남았으면 하는 거에요. 저의 러시아 지도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20분 안에 네가 공부하고 있을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너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거라고요.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고 전달이 쉽게 되도록 고심도 해서 썼습니다. 20분만 읽어도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가 충분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강인욱의 <!HS>고고학<!HE> 여행 [역사/문화]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 흐름출판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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