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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평등하면 안되나요?『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배윤민정

  • 2019.08.06
  • 조회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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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이름 뒤에 ''자를 붙여서 불러보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이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
 
결혼을 하여 시가 식구들과 만나는 자리는 항상 뭔가 찜찜했다. '도련님'이니 '아가씨' 같은 시대착오적인 호칭은 암만해도 입에 붙지 않았다. 호칭이 어색하니 말을 걸거나 대화를 하기도 애매하고 함께 있는 자리가 불편했다. 가족 관계에서의 호칭들을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담긴 차별과 불평등이 도드라져 보였다친밀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호칭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다 같이 서로의 이름 뒤에 존중하고 높여주는 ''자를 붙여서 불러보면 어떨까
 
배우자의 부모님들은 의외로 선선히 "그래, 우리 함께 의논해서 풀어보자"고 하셨다.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져나왔다. 호칭 개선 제안에 침묵을 지키던 배우자의 형 부부가 배우자의 어머니에게어떻게 이런 얘기가 '아래에서 위로' 나올 수 있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부를 수 있는 가족 호칭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누군가에게는 '윗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모두가 배우자의 형 부부에게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기분 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배우자의 형에게 ''가 받은 모욕과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의 모욕감과 상처는 디폴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싸움을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 한 해 동안의 기록이 이 책,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다
 
뻔한 고부갈등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이것은 단순한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서열의식과 위계질서에 대한 강박의 문제라는 것이 드러난다. '가족 호칭'이라는, 언뜻 사소해 보이는 문제를 깊게, 끈질기게 파고들어 질문한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의 배윤민정 저자와 만남을 전한다
 
  
제목만 보고는 고부갈등에 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의 지점에서 문제가 터져나오던데요
 
저도 처음 호칭이 문제라고 생각했을 때 당연히 윗세대인 어른들이 거부반응을 가지실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시부모님은 의외로, '그래? 불편하면 바꾸던가'하고 넘어가셨어요. 그래서 같은 세대인 배우자의 형 부부와는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서 깜짝 놀랐죠.  
배우자 형 부부는 저희 부부와 나이 차가 거의 안 나거든요. 그리고 그분들이 특별히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인 분들도 아니에요. 저희 부부와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무난하게 지냈던 터라 뭔가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는 저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죠
 
가족 호칭의 문제는 저도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깊게 들어가면 골치 아프니까 그냥 덮어둔 문제거든요
 
시가 식구들의 모임에서 막내 며느리 같은 약자의 위치에 있으면 보통은 불편한 상황을 외면하죠.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말자, 마음 한 구석에 몰아넣고 덮어두자. 어차피 ''자 붙은 사람들하고는 도리만 하고 살면 된다, 그런 얘기를 저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인간관계가 과연 바람직한 인간관계인지 질문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왜 이런 불편함을 참는 것은 어느 한 쪽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인지도요
그걸 바꿔보자고 얘기를 꺼낸 거였는데, 이야기를 진행할 수록 한국사회의 뇌관을 밟아버린 것처럼, 뭔가 심층부의 근본을 건드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 갈등상황을 경험하고 풀어가면서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스스로 알아갔던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가족의 호칭을 어떻게 부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내에 서열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였던 것 같아요.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여야하는 가족 사이에, 왜 서열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요
 
제가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우리는 왜 가족이 되는 순간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정해져야 하는가, 그냥 평등한 관계가 되면 안되는가 라는 질문이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족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런 위계 질서가 없이는 사람들이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완전히 낯선 타인이 아닌 이상, 나와 관계를 맺는다면 무조건 위 아래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굉장히 낯설어 하고요
위 아래가 아니면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고 가족이 다 해체되고 나라가 다 해체될거라는 댓글들을 보면서, , 위와 아래라는 질서가 있어야 하는걸 이 정도로 강렬하게, 의심없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저도 새삼 확인하는 계기였어요(웃음). 
 
가족 내에서의 서열 관계에 왜 그렇게 목을 맬까, 윗사람이 되면 뭐가 좋은 걸까 물어보게 되는데요
 
저도 윗사람과 아랫사람 문제가 대두되니까 그럼 과연 윗사람은 누구고 아랫사람은 누구인가, 결정적으로 윗사람은 무엇을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해봤어요. 그건 대체로 발언권인 것 같아요. 불만이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변화에 대한 제안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윗사람에게만 있고, 아랫사람이 그런 걸 이야기하는 순간 그 사람은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런 사고가 가족 내의 소통을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정권이요. 어떤 중대사가 있을 때 가족이 같이 대화하고 논의해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정권을 가진 윗사람이 결정을 하면 다른 사람은 입 다물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거죠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의사결정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군대나 회사에서 그런 구조를 채택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가족이라는 집단이 효율과 이익창출을 위해서 만나는 집단은 아니잖아요. 정서적 교류와 사랑의 관계를 맺기 위해 만나는 건데 효율을 꼭 따져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효율적인 일처리가 중요하면 타인처럼 감정 섞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하면 될텐데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뭔가 정서적인 리액션을 해야 하고 말이죠
 
그런 것들이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짧은 인생에서 이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배우자의 가족들과는 드문 인연으로 만난 사이인데, 이 인연을 제대로 갖고 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밑바탕에는 서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저도 명절 같은 때에 노동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시가 식구들과 모임을 하고 오면 진이 빠지거든요. 평소 제 모습하고는 다른 '며느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저도 초반에 시가에 가서 일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도 묘하게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왜 그럴까 하나하나 생각을 해보니까, 대화 때 남자들끼리만 대화를 해요. 어머니께서 말을 하면 은근히 자꾸 말을 끊고요. 어머니마저도 대화에 끼지 못하는데 새로 만난 두 며느리는 그야말로 병풍처럼 앉아서 눈치만 보다 가는 거죠. 저는 이렇게 교류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른 관계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계속해서 볼 사람들이라면 좀 더 즐거운 관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불편한 지점에 대해서 대화하고 고쳐가고 싶었죠. 가족을 다 부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요(웃음). 
 
시작은 소박하게,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점점 걷잡을 수 없게 커져갔군요(웃음). 그런데 처음에 호칭에 대한 문제를 얘기했을 때, 배우자의 형 부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마치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요.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말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도 권력인데 말이죠
 
제가 불쾌감을 느낀 것은 그냥 넘어가면서 아버님이 불쾌감을 느낀 것은 이렇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생각했어요. 이건 가족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굉장히 많이 반복되는 일인 것 같아요. 권력이 없는 사람이 뭔가를 말하면 못 들은 척 무시하고, 계속 얘기하면 네가 너무 예민하다,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다, 이런 식의 가스라이팅이 시작되고, 그래도 계속 말하면 집단에서 축출되는 거죠. 이상한 사람이다, 폭력적인 사람이다, 이런 꼬리표가 붙어서요.  
어느 집단에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때도, 위계구조에서 힘이 있는 사람만 이야기 할 수 있고 힘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작가님과 형 부부 사이에서 배우자분이 마음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 바탕에는 '나는 이 정도까지 이해해주는 사람이다'하는 시혜적인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것 역시도 상대를 평등한 대상으로 본 건 아니었어요.
 
소위 '막장 시댁' 노릇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을 굉장히 품위있고 젠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평등한 관계, 동등한 상태를 원하는 거에요. 그런데도 동등한 상태가 여자에게는 일종의 우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시혜적인 태도를 느낄 때마다, ,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자꾸 제자리를 맴도니까 이 문제를 외부로 가지고 나갔는데요.   
 
배우자의 다른 가족들은 '다 끝난 일이니까 네가 훌훌 털어버려라'라고 하는데, 가정의 평화라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의 침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기만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계속 내부에서만 갈등이 생기니까 상처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았고요. 그래서 이걸 밖으로 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갈등이 고여서 상처로만 남는게 아니라 좀 더 유익한 경험으로 승화시키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가족 내부에서는 저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히 이런 불편함과 불쾌함을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약 가족 호칭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가족 호칭이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머그컵 100개에 배우자의 형이 저에게 했던 말들을 인쇄해서 들고 밖으로 나갔죠
 
독서모임에도 머그컵을 들고 나가서 얘기를 나누고, 세계 여성의날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도 했어요. 가족 호칭이라는 문제는 당시 관심이 집중되었던 미투 운동에 비해서는 작은 문제라고, 저 스스로도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그걸 말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거든요(웃음). 그래서 나갔던 건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그래서 이건 소수가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일,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일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 경험들을  연재했을 때, 댓글에 '그럴거면 이혼하라'는 댓글도 많았다고요
 
저도 차라리 결혼하지 말 걸, 이런 생각도 많이 했지만요(웃음), 호칭 그 사소한 것 가지고 따지려면 이혼하라는 말이 더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호칭이니까 그냥 호칭을 바꾸면 되는 거지, 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끊어내라고 하는 것이 더 오버 아닌가요
호칭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 무례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왜 누군가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나요. 즐겁고 행복한 가족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왜 위계질서가 잡혀야 하고 위계질서가 없으면 그 집단이 존속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한 번 질문해봤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지만, 나는 이렇게 싸울 자신이 없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이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모두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거예요. 고민하고 있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에너지가 드는 일이잖아요. 저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억압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연 내가 이 집단에서 얻은 권력으로 누군가를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편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 그건 자신을 '윗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점검하고 돌아봐야 하는 것이에요.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호칭이 차별이라는 것에 대한 동의가 안 된 것 같아요.그렇기 때문에 호칭이 왜 차별이 되고, 그 호칭이 보여주는 위계질서가 우리의 가족문화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주고 '아랫사람'으로 하대하는 행위 자체는 분명한 폭력이에요. 한국 사회의 가족 문화는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이 나오고 독자분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동안 불편했던 가족 호칭에 대해서 책이 나와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제 책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호칭에 대해서 왜 이렇게까지 말하기 힘든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여성들이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는 목소리를 사회가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고, 그래서 여성들은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면 공동체로부터 소외될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기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나는 <!HS>당신<!HE>들의 <!HS>아랫사람<!HE>이 아닙니다 [시/에세이]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배윤민정 | 푸른숲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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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78
  • 위 내용에 해결 방법~~ 외국나가서 살면 된다. 부모님도 이름 부르고 하면 된다. 이름도 배윤민정?? 배씨는 아버지성이고 윤씨는 외할아버지 성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윤씨는 엄마 성이라고 생각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전통적인 호칭 부르기 싫으면 대한민국을 떠나고 영어권에 살면 된다.
  • 2019/08/18 16:10
  • ba**eil
  • 지금의 전통적인 호칭이 얼마나 투쟁해야할 일인지.. 윗사람이(총수상)되면 위사람 됨의 의무가 생깁니다 이것은 윗사람 스스로 겸손과 사랑이 요구됩니다 아버지 대신에 아무게님 부르느게 좋아보입니까? 그렇게 불러야 귀하의 자존이 높아지나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가계도 질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 2019/08/16 18:02
  • co**ensus
  • 작가님의 인터뷰에 정말 공감합니다.
  • 2019/08/15 15:47
  • go**padoc
  • 배우자 형 부부라니...
  • 2019/08/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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