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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재미있고 행복해지기 위해 보는 것”『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루리

  •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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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아니다.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책이다.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벌써 세 번째 그림책 서평집을 펴낸 이루리 작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나 읽는 것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은 서른 살 때 그림책에서 행복을 느끼셨다고요. 어떤 그림책이 작가님께 행복을 주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서른 살에 만난 그림책들은 행복을 주었다기보다는 충격 그 자체였어요. 저 역시 그림책을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할 때였으니까요. 첫 만남이 아주 강렬했지요. 바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었어요. 도와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을 쿨하게 거절하며 교실을 나가는 존을 보면서 어떻게 그림책이 이럴 수가 있지? 도대체 그림책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경악할 지경이었지요. 두 번째 작품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었어요. ‘예술과 예술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동과 감탄의 세례를 받는 기분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멋진 그림책 앞에서 소설은 이제 생각도 안 났어요. 그 다음부터는 그림책에 빠져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지요.
 
 
지금까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도 몇몇 있었지만 주로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책, 연령별 추천도서 같은 형식의 책이 많았어요. 그런데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들을 많이 소개해 주신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한 이유, 무엇인가요?
 
사람이면 어른이든 어린이든 누구나 음식을 먹어야 살아요. 영혼도 마찬가지지요. 사람이라면 어른이든 어린이든 영혼의 음식을 먹어야 살아요. 바로 예술이지요. 누구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듯이, 누구나 그림책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제가 여러분에게 나눠드리는 영혼의 밥이에요.
 
사실 그림책은 영화나 연극처럼 독립된 예술 장르예요. 따라서 그림책을 굳이 연령별로 나누자면 영화처럼 19세 이상 관람가 그림책, 15세 이상 그림책, 12세 이상 그림책, 연소자 관람가 그림책으로 나눌 수 있지요. 그런데 저는 사람을 어린이와 어른으로 나누지 않아요. 나이나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하니까요. 우리는 그냥 저마다 다른 영혼의 존재지요. 그리고 서로 다른 영혼의 만남과 사랑이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 서평을 꾸준히 써오셨고, 또 책도 계속해서 내고 계신데요. 그림책 서평이 필요한 이유라면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요.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름다운 것은 아직 숨겨져 있는 셈이지요. 작가가 아무리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고 감탄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안에 담긴 사랑과 행복이 세상에 전해지기는 어려울 거예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발견한 행복을 세상에 나누며 살아요. 저는 그림책으로 온 세상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에요. 겉으로는 그냥 재미있는 그림책을 소개하지만 속으로는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지요.
 
이 그림책 보세요! 이 그림책을 보면 힘이 날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 신날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 위로 받을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 사랑하게 될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 행복해질 거예요. 이 그림책을 보면 영혼이 배부를 거예요.’
 
 
어른들은 그림책에 관심이 생겨도 너무 오랫동안 그림책의 세계와 멀어져 있어서 어떤 책부터 먼저 봐야 할지, 또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할 수 있거든요. 그림책은 텍스트만 잔뜩 있는 책과는 다른 방법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부디 그냥 마음대로 보세요! 글을 먼저 봐도 되고 그림을 먼저 봐도 되고 같이 봐도 되고 거꾸로 봐도 돼요. 어떤 책이든 책은 보는 사람 마음대로 보는 거예요. 이것을 우리는 감상의 자유라고 하지요.
 
그런데 우리가 받은 교육은 우리한테서 그 감상의 자유를 빼앗았어요. 어떤 책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를 교육제도가 통제해 온 거지요. 정답이 있는 입시 교육, 독서 교육, 필독 도서 같은 것이 우리가 받은 노예교육의 이름들이에요.
 
우리는 밥을 먹을 때나 옷을 입을 때, 또는 쇼핑을 할 때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요. 마음대로 먹을 자유, 마음대로 입을 자유, 마음대로 쇼핑할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책에 관해서는 배우고 알아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서와 감상에 대한 자유를 잃었기 때문이에요.
 
그림책이든 이야기책이든, 책도 마음대로 보면 됩니다. 마음대로 보고, 마음대로 느끼고, 마음대로 생각하면 돼요. 독서와 감상의 자유를 되찾으면, 내 마음대로 고르고 내 마음대로 볼 수 있으면 책 읽기가 즐겁고 행복해져요. 그때 비로소 책으로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예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책들은, 전통의 추천도서, 연령별 필독서가 아니라 최근에 출간된 신간들이 많더라고요. 서평 대상이 되는 그림책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조금 엉뚱한 질문을 드릴 게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하시지요? 처음엔 알파고가 이겼어요. 그래서 알파고가 너무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다음엔 알파고가 졌어요. 그래서 알파고가 엉엉 울었다는 얘기를 들어 보셨나요?
 
왜 못 들어봤을까요? 왜냐하면, 알파고에게는 영혼이 없으니까요.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 영혼의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영혼의 존재인 인간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해요. 우리가 느끼고 표현하는 감정이 바로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는 증거이지요.
 
그래서 저는 웃기거나 찡한 그림책을 골라요. 예술 작품이 우리의 감정을 달래 줄 때, 예술은 비로소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노래를 들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지요. 전통적으로 드라마를 비극과 희극으로 나누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고요.
 
그림책 작가이자 편집자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데요. 요즘 어린이들이 책보다는 영상 매체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림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림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림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영상매체보다 더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더불어 그림책이 다시 영상물이나 공연으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거예요. 문제는 그림책이냐 영상물이냐가 아니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인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면 그 작품이 그림책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지요. 또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그림책의 앞날은 아주 밝다고 생각해요.
 
 
저는 모 윌렘스의 그림책을 좋아하거든요. 책에는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순수하게' 재미있는 그런 책들은 불만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재미만 추구하는 그림책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그럼요!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볼 이유가 없는데 무슨 의미를 발견할까요? 재미있는 작품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은유의 세계지요. 실제로 재미만 있고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작품이 오히려 독자를 스스로 성장하게 만들어요. 진짜 의미나 교훈은 작가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모 윌렘스의 작품은 진짜 멋진 예술 작품이랍니다.
 
저는 오히려 작가가 독자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작품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 도덕 교과서이거나 논설문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제 기준에서는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는 예술가가 아니라 선생님인 거지요.
 
 
그림책의 매력 중 하나라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그래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 어떤 점을 주목하면 좀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그냥 서로 친구가 되어 즐기면 좋겠어요. 보통은 부모님이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마도 그림책을 교육용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많은가 봐요. 하지만 그림책은 우리가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보는 거예요. 서로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예술 감상 활동이 바로 그림책 보기라는 점을 꼭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림책을 보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혹시 가족 가운데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그 사람에게 책을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책도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요. 책보다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해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은 언제든 자연스럽게 책과 만나게 될 거예요.
 
부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요리의 행복을 전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노래의 행복을 전하면 좋겠어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에게 그림책의 행복을 전해 드릴게요.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오직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세상은 좀 더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거예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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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gsil
  •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인터뷰글이 제맘이랑 너무 비슷하고 끌리네요. ㅋ 이책 꼭 구매해야겠어요. 기사문 출처 밝히고 블로그에 퍼갑니다 감사해요
  • 2019/07/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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