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이건, 사랑 이야기『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 2019.07.24
  • 조회 2664
  • 트위터 페이스북
『대도시의 사랑법』은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박상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30대 초반의 작가 ''이 등장하는 네 편의 단편이 각각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또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연작소설 형식이다.
이 연작소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사랑법』은 결국, 사랑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의 성정체성은 그들의 사랑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랑이 세상 모든 사랑과 완전히 다른,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도시, 여름, 연애. 그 시간을 통과할 때는 무덥고 습하고 짜증나는 날이 수두룩했지만 다시 돌아보면 여름밤을 수놓았던 불꽃놀이처럼 반짝이던 순간으로 기억되는 시간들의 이야기,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와의 만남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지난해 9월에 나왔는데, 두 번째 책이 생각보다 빨리 나온 편이네요. 수록된 연작소설들이 발표된 시기도 2018, 2019년으로 최근이고요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소설이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에요. 첫 소설집에 실린 단편 「부산국제영화제」에 주인공이 암 환자인 엄마를 간병하고 있다는 설정인데, 암 걸린 엄마 캐릭터 부분만 따로 떼어서 독립적인 소설로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책 나오자마자 어디 내겠다는 계획도 없이 쓰고 싶은 만큼 써서 완성했죠. 그런데 쓰다보니까 '재희'에 관한 부분을 넣으니까 너무 긴 거에요. 그렇다고 장편이라고 할 만큼 긴 것도 아니고 애매해서요. 그래서 「재희」 부분만 떼서 다시 한 편의 소설로 만든 거죠
 
그리고 『계간 문학동네』에서 '나의 이력서'라는 주제로 작품 청탁이 와서 작가인 화자가 등장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쓴 글이 「늦은 우기의 바캉스」였어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남은 잉여의 이야기를 또 한 편의 소설로 쓰면 좋겠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을 썼고요
 
두 번째 책이 빨리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라면, 운 좋게도 그 시기에 청탁이 계속 들어왔고, 또 아무래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아서겠죠(웃음). 저는 빨라야 가을에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출간이 6월로 잡혀서 미친 듯이 고쳤어요. 지면에 발표할 때는 단편의 완결성이 있어야 해서 일부러 뺐던 장면들이 많았는데,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면서 그렇게 빠졌던 장면들을 많이 추가했고 연결고리도 다시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 작업이 굉장히 고됐습니다(웃음).
 
한국 소설은 단편 연재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분량이 중요한데, 작가님은 글을 쓰실 때 일단 쓰고 싶은 만큼 쓰고 나중에 덜어내는 스타일인가 봐요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80, 100매 분량에 맞춰본 적이 없어요. 항상 그 분량보다 길게 쓰는 편이고 구상을 할 때도 일반적인 단편이나 장편 분량과는 좀 다르게 쓰거든요. 그래서 두 편의 단편이 서로 엮이는 이번 연작소설은 어떻게 보면 저에게 맞는 방식을 시도해본 거죠
 
 
지금 여기의 감수성
 
소설을 읽으면서는 웃었는데 다 읽어나니까 어쩐지 슬퍼지더라고요. 왜 슬픈 걸까 생각해보니까 등장인물들 모두가 이 순간이 영원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져서인 것 같아요
 
경험치가 부족할수록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런 기대들이 어그러지는 경험들이 점점 쌓이면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학습되죠.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너무 좋은 순간에도 슬픔이 자꾸 틈입해 들고요. 어느 순간 제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저는 30대 초반이니까 어쨌든 10여 년을 치열하게 연애했던 20대의 시간들을 지나온 셈인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좋아했구나, 그래서 그만큼 고통스러웠고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연애를 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죠. 그런 연애는 그때만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계속 학습하면서 무뎌지는 측면이 있으니까요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다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면 결국은 누구나 이런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나쳤기 때문일 거에요. 소재의 특별함을 배제하고 감정 자체가 많은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이 결코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도 인물들은 계속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그걸 읽는 저는 킥킥 웃음이 나오고요. "아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럼 우냐? 울면 뭐가 좋은데?"하고 받아치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심각하고 안 좋은 일들은 사실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그럴 때마다 마냥 슬퍼할 수는 없어요. 그럴 때 뭔가 자신을 버티게 하는 방어기제들이 필요하고, 살아갈수록 그걸 더 개발하게 되고요. 나를 지키게 하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웃음이었어요. 저는 원래 슬플수록 더 크게 웃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게 또 우리 시대의 감각인 것 같기도 해요. 웃프다라고 하잖아요. 웃긴데, 슬프다는 것.
 
제 바로 이전 세대만해도 '싸이월드 감성'이라는 것이 유행했잖아요. 자기 감정에 깊이 빠져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슬프다, 너무 좋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거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좋아하는 감정도 슬픈 감정도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주고 그걸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그렇거든요
그리고 슬플 때도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고 기쁠 때도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사실 더 본질에 가까운 감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표현 방식으로 농담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은 싸이월드 감성의 자기 연민에 젖은 사람이라면, 화자인 ''는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요즘 SNS 시대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네요이 작품은 엄마, , 나라는 각기 다른 연령대의 인물들이 가지는 '그 세대의 감수성'이 서로 부딪치는 것으로도 읽혀요
 
소설을 쓸 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세대간에 감정을 이루는 코어가 다른 것 같다고요. 부모님 세대는 종교나 이념 같은 것에 천착하고 때로는 맹목했다면, 그 다음 세대인 운동권 출신인 '' 세대에는 저항하는 정신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저항으로도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한 세대거든요. 그러니까 현실의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죠. 그런 인물들간의 가치관의 차이가 갈등을 빚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80년대 후반생이라서 80년생과 90년생의 감정 모두가 어색하지 않은 사람인데, 확실히 숫자로는 큰 차이가 없어도 중심 이념들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객관화 같은 것이 더 요구되는 세상이잖아요.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데다 어릴 때부터 SNS를 체화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너무 잘 알 수 밖에 없죠. 내 팔로워는 몇 명이다, 이렇게 숫자로 딱 나오는걸요. 이런 환경에 아주 어릴 때부터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이죠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90년대 중반생들은 또 저와도 핵심가치가 다를 거에요. 이미 많은 것들이 완성된 상황에서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소설 속 ''는 이력서를 수십 장씩 내고 탈락 통보 받는 것에 대해서 크게 상심하지도 않아요. 기성 세대는 '청년들이 안쓰럽다'는 시선으로 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랬는걸요. 이력서 50개 내도 다 떨어지고 하나만 겨우 붙는 게 당연했으니까요. 경쟁에서 오는 고통보다 이렇게 어렵게 회사에 들어가도 그 회사가 별로일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서 오는 절망감이 더 컸어요. 이 경쟁을 뚫고 힘들게 회사에 들어가도 운이 나빠서 나와 안 맞는 상사를 만나거나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금방 그만두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연애라는 가치관에서도 그렇고 직업 생활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그렇고 뭔가 하나를 끝까지 마음 속에 갖고 가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가 된 거죠. 그래서 더 기대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무기력하고 회의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시절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큰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인지, 순간순간의 기억들은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먼 곳을 바라볼 수 없으니까 오히려 현실의 사소한 반짝임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미래에 내가 승진을 해서 돈을 모으고 집을 사고 그런 꿈을 꾸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느니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지고 싶은 가방을 사고 가고 싶은 여행을 가는 거죠. 상사가 짜증나면 회사 그만 두고. 저도 6~7년 동안 직장은 4번이나 옮겼어요. 뭔가 대단히 특별한 것을 의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네 번의 이직 끝에 내린 결론은, 어디에 가든 월급 받는 것은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고, 그러니까 최대한 내가 덜 소모되고 덜 힘들어할 만한 일을 찾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퇴사를 하고 다소 이르지만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요. 이 일은 어쨌든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 일이니까요. 제 이름으로 보여주는 작업이고 그래서 뭔가 공허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벽돌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요.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일, 나의 돈, 나의 커리어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요. 솔직히 전업으로 작가를 하면서 스트레스 레벨은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높아졌어요. 일하는 시간도 훨씬 길어졌고요.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아직은 즐기고 있습니다(웃음). 
이런 감수성은 젊은 독자분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이심전심이 되니까,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아요
 
 
지금 여기의 인물들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에서 저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엄마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여성 작가들이 그리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자주 보던 애증의 관계를 엄마와 아들 사이에서 보니까 또 굉장히 신선하고요
 
이 소설집 전체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모성이라는 관념,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관념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고 싶었어요. 따뜻한 밥상으로 대변되는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생득적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었고요
얼마 전에 출산한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정말 애가 아프면 니가 대신 아프고 싶고 그러냐고.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아이가 아프면 내 몸이  힘들어지니까 신경질 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저희 엄마는, 니가 아프면 대신 아파 주고 싶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다, 그런 얘기를 맨날 했는데 그걸 그대로 믿지 않길 잘 했다, 역시 나의 인사이트는 틀리지 않았구나(웃음). 
 
엄마 역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노동이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세대는 무조건 모성을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자랐기 때문에 스스로 모성을 믿었던 거고요. 엄마는 그런 모순의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점점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그게 모순이었음을 깨달아가고, 아들도 부정하고 싶지만 역시 엄마로부터 애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다고 쌓인 감정들을 해소하지는 못하는 그런 마음들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놀랍게도 많은 딸인 독자분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재희', 다른 소설들에서 쉽게 보지 못한 여성 캐릭터에요
 
여성들에게는 계속 자기검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히 여성도 성적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잖아요. 저는 대단한 배신을 하는 게 아니라면 한 사람을 만나든 여러 사람을 만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과 연애를 하는 친구들이 대학 사회에서 소외되는 걸 종종 봤어요. 뒤에서 욕하고요. 그게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모두가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주인공 두 사람의 모습에서 저의 그런 생각과 저의 시절, 저를 둘러싼 대학가의 분위기 같은 걸 담아보고 싶었어요.
 
동시에, 제 이십 대 동안 주변에 엄청 좋은 여자인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진짜 누구보다 의리 있고요. 제가 대학가에서 10년 동안 자취를 하고 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이 다 옆집, 건넛집에 살다보니 거의 생활공동체처럼 되었어요. 두 번째 가족을 찾은 것처럼요. 반찬도 나눠먹고 서로네 집에 가서 놀다가 자고 가고 그런게 너무 당연했고요. 그런 친구들과 내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들 공유하면서 어릴 때 경험한 힘들고 결핍되고 망가졌던 부분들이 회복되는 것 같았죠.
「재희」를 쓰면서는 그때 그 마음들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그 애정들. 이제 몇몇은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면서 한 때는 하루라도 안 보면 어색했던 사이가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일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죠. 그게 당연해요. 그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죠. 그런 마음을 담아서 소설을 완성했어요. 주인공들의 성적 정체성 문제도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사실 모든 관계가 갖고 있는 공통의 감성인 것 같아요. 기혼과 미혼, 이성애와 동성애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니고요
 
어떤 글쓰기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힙니다. ''는 글쓰기를 통해서 '규호'와의 관계, 함께한 시간들을 온전히 보여주려고 애쓰지만 막상 글 속의 '규호'와 현실의 '규호' 사이의 간극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끼는데요.
이 한 권의 책이 결국은 소설쓰기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어요. 지나가버리거나 산화되는 감정들, 순간들을 담아놓는 작업이 글쓰기잖아요. 소설을 쓸 때는 고통스러우면서도 너무 즐겁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요. 연애와 좀 비슷하죠. 하지만 다 쓰고 나면 이건 지나간 어떤 것이 되어버려요. 내가 느꼈던 감정,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이 되어버리고요. 심지어 이렇게 쓴 소설을 돈을 주고 팔기까지 하잖아요(웃음). 독자들은 소설을 진짜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로 읽을 테니까요.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관계고 소중한 캐릭터지만 누군가에게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여서 비난할 수도 있죠. 그렇게 보면 소설을 쓰는 것은 허무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런 걸 이제 깨닫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로 만들어지는 과정이죠
 
다른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먼저 훑어봤는데, 주로 '퀴어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퀴어'보다 '연애'가 더 크게 다가오는 소설이었어요. 주인공의 정체성에 크게 마음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공감되는 것이 컸거든요.  
 
제 소설들은 줄거리가 확실하고 내러티브가 단단한 편이에요. 앞의 두 단편에서는 주인공들의 미션이 확실해요. 「재희」에서는 재희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가를 불러야 하고,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형에게 온 편지를 처리해야 하고요
그에 비해서 「대도시의 사랑법」은 내 옆에 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연애라고 부를 수 있는 그 감정을 그대로 담겠다는 생각으로 썼기 때문에 뚜렷한 내러티브 보다는 전체적으로 풀어진 형식으로 썼어요. 사실 규호와 ''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퍼센트로 따지면 전체의 몇% 안 될. 그렇지만 그들의 감정의 형태는 매우 평범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작품으로 쓰고 싶었어요. 책에 대한 독자 반응 중에 규호와 유사 연애를 한 것 같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는데, 그렇게 소설 속 인물이 내가 잘 아는 사람 같고, 내 이야기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소설들에 등장하는 ''는 소설을 쓰는 인물로, 작가님 본인과 조금씩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일부러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교란시키기 위한 설정 같던데요
 
, 일부러 헷갈리도록 썼어요. 독자로서, ', 이거 진짜 작가가 겪은 일인가?'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즐겁거든요. 그런 즐거움을 주고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진짜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 내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소재의 특성상 그런 현실적인 느낌을 더 강조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 모두 그런 욕망을 동시에 가지는 것 같아요. 실제 작가가 겪은 일인 것처럼 실감나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소설 속 이야기가 작가가 겪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요
 
매체에 에세이도  연재 중인데,  에세이는 소설과는 또 다를텐데요
 
다르죠. 에세이가 훨씬 쓰기 힘들어요. 에세이는 ''가 전면에 등장하잖아요. 내면도 나의 내면이고 겪었던 일도 내가 겪은 일이고 발화되는 말도 내가 하는 말이고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작가들끼리는 에세이를 쓸 때는 위험수당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농담으로 얘기하기도 해요. 까딱하면 언제든지 조리돌림 당할 수 있기 때문에(웃음). 소설은 픽션 뒤에 숨을 수 있지만 에세이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사실 오늘까지 에세이 연재 마감인데 아직 한 줄도 못 썼어요. 연재는 힘드네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내년 정도엔 에세이집도 내려고 해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첫 번째 책보다 뜨거운 건 확실한 것 같아요(웃음) 첫 번째 책이 나올 때는 정말 신인이었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때라 출간되고  기사도 거의 안 나오고 인터뷰도 안 잡혔거든요. 신인 작가다 보니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원래 제가 SNS를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는데 책을 내고 나서는 SNS도 자주  올리고 친구들에게도 올려달라고 부탁도 하고요. 원래 태생적인 관종은 아니었는데 애쓰는 관종이 되었어요(웃음). 
행사 섭외 오면 정말 전국 팔도를 다 다녔어요. 작년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던 때라서 사실 인간이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거든요. 반차 내고 광주 가고, 반차 내고 목포 가고, 집에 오면 3시간 자고 일어나서 글쓰고 출근하고,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그때에 비하면 이번 책은 첫 책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 저를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해서 상대적으로 책을 알리는 것이 더 수월했어요. 독자분들이 애정어린 피드백도 많이 주시고요. 이렇게 집중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제 팔자에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보겠어요(웃음). 
 
첫 책을 쓸 때는, 많고 많은 작가들 중에서 기억에 남아야 한다, 튀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좀 위악적인 부분도 있었고, 또 매 소설마다 마감하는데 급급해서 제대로 다루지 못해 아쉬움도 많았어요. 다행히 두 번째 책은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구상을 하고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다 그런 청사진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펴냈기 때문에 첫 책보다 안심되는 부분도 있고요. 지금은 첫 책을 냈을 때의 불안감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1년 정도 겪고 나니까, 독자 반응이나 판매 같은 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마음을 놓게 되었고요(웃음).  
 
2018년 연말에 교보문고 낭만서점에서 기획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서 작가님 책이 3위에 올라서 저도 그때 작가님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동료 소설가들이 인정해준 것이니 기분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저를 싫어하실 줄 알았거든요. 제가 너무 가볍게 쓰고 욕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요. 호감 가는 서사를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나도 보기 싫은 내 모습을 너무 많이 투영한 것 같아서 아쉬웠고요. 그런데 좋게 봐주셨다니 너무 감사드려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 어떤 시절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쓴 소설이에요. 책읽기, 소설읽기, 특히 한국소설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일단 한 번 읽으시면 어렵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노력해서 썼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건 그거죠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대도시의 <!HS>사랑법<!HE>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 창비
2019.06.28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 문학동네
2018.09.07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9) [소설]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9)
박상영 | 문학동네
2019.04.05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