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결코 작지 않은, 작은 것들의 역사『오브제 문화사』이지은

  • 2019.07.19
  • 조회 1124
  • 트위터 페이스북
화려하고 섬세한 앤티크 가구, 고풍스럽고 우아한 도자기와 그릇들, 눈호강 제대로 하게 하는 의상과 장신구들. 그림이나 조각 같은 예술작품 만큼이나 아름답지만 이런 오브제들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오브제를 실제로 사용했던 '사람'이 있었고, 역사는 결국 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한층 가깝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이자 장식미술 감정사인 이지은의 『오브제 문화사』는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과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두 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다. 20년 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크리스티 경매 학교와 감정사 양성 전문 학교인 IESA에서 수학하고 파리에서 박물관학과 미술사학 학위를 받은 저자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럽 장식미술사 연구자다
당대인의 삶 속에 녹아 든 구체적인 사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삶을 재현하고, 오늘날과 이어지는 인간 삶의 보편성에 공감하게 하는 『오브제 문화사』의 저자 이지은과의 인터뷰.  


이번에 『오브제 문화사』라는 시리즈로 엮여서 나온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이하 『귀족의 시대』)과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이하 『부르주아의 시대』)은 이전에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과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인데요.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된 후 중고책 시장에서 원래 정가의 5배가 더 비싸게 거래될 만큼 많은 분들이 재출간을 기다린 책이에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은 정말 나온 지가 오래된 책이에요. 제가 서른 살도 안 되었을 때 쓴 책이니까요. 그 사이 『사물들의 미술사』 시리즈를 시작해서 『액자』편을 썼는데, 그 책을 읽으신 분들 반응이, 좀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물들의 미술사』는 개별 오브제들에 대해서 하나하나를 깊이 들어가는 내용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책장을 넘기기가 쉬울 것 같더라고요. 『사물들의 미술사』는 1년에 한 권 씩, 앞으로 10년 동안 쭉 출간할 제 필생의 프로젝트거든요(웃음). 그렇다면 『사물들의 미술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기본이 되는 『귀족의 시대』과 『부르주아의 시대』를 한번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들을 읽으면 보다 세세한 오브제들의 이야기를 다룰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 훨씬 쉬워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개정판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개정판 작업만 1년이 걸렸네요
 
개정판이 이전 책하고 달라진 점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주제 같은 책의 큰 포인트는 바뀌지 않았어요. 대신에 새로운 이미지의 추가 같은 작은 포인트들은 많이 바뀌었죠. 2000년대 이후 새로 발견되고 공개된 이미지들이 굉장히 많아요. 『부르주아의 시대』에 들어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관련 사진들은 얼마 전 한 전시회에서 그 시대의 흑백사진을 컬러로 리터칭해 공개한 것인데, 그런 식으로 업데이트된 자료들이 새로 많이 추가되었어요. 한 권당 100개 정도는 추가되었을 거에요. 원래 책에서도 한 권당 삽입된 이미지가 400여 개 되었는데, 개정판에서는 거의 500개 정도의 이미지가 들어간 셈이죠
글은, 일단 많이 다듬고 전에 쓰면서 뭔가 희미하게 남겨둔 것들, 정확하게 짚어서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들을 많이 고쳤고요
 
책에 들어가는 도판과 이미지들에 신경을 많이 쓴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글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의자나 탁자에 대한 전통 문화가 없잖아요? 그래서 의자 각 부분을 지칭하는 용어가 없어요. 물론 목공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부르는 이름은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거든요.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큰 거죠. 그 간극을 가장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이미지에요. 의자의 다리가 어떻게 생기고 몸통이 어떻게 생기고를 아무리 글로 잘 써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못하거든요
 
그리고 어떤 오브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 때 바로 옆에 자연스럽게 관련 이미지가 따라나오면 독자들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잖아요? 책을 편집할 때는 그런 부분을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자동보도'가 등장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바로 옆에 '자동보도' 사진을 볼 수 있게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 것도 있어요. 적합한 비주얼을 찾고 그걸 또 글에 맞춰서 다듬고 레이아웃에 넣고 하는 데요
 
 
미술사나 예술사와는 좀 다른, 오브제로 보는 역사를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사전식의 설명을 싫어해요. 예를 들어서 19XX년에 무슨 일이 있었고, 19OO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다, 그런 연대기적 설명은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인 느낌을 전해주지 않거든요. 그런데 오브제는 그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한 것들이잖아요. 이 의자에 앉고 이 테이블에서 글을 쓰고, 이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먹었고요. 그만큼 사람들 가까이에 있었던 거죠. 사람들 가까이 있는 이런 물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연대기적 사실과 거의 유사한 이야기를 전해주더라도 감흥이 달라요
『부르주아의 시대』의 경우, 책에 담긴 역사적 사실들은 사실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이죠. 그렇지만 초점을 19세기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꼈을까에 두면 시선이 달라져요. 저에게는 그게 중요하거든요. 그 당시 사람들의 눈으로 그 당시를 바라보는 것이요. 그런 점에서 오브제로 쓴 역사는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죠
 
저도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게 되고요
사실 루이 14세나 마리 앙투아네트와 제가 연결고리가 있거나 공감할 거리가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들도 나와 똑같이 밥 먹고 옷 입고 잠자고 아프고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되니까, 같은 인간으로서 친밀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인간의 근본적인 정서나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인간이라는 종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300년 전의 사람도 지금 우리와 똑같은 감정체계와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었을 거에요. 다만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풍속이 지금과 다르고 그래서 삶의 형태와 외양이 지금과 달라 보일 뿐이죠. 하지만 그 겉모습 뒤 인간의 희노애락은 사실 시간을 넘어서 우리와 연결될 수 있고, 오브제는 그 시대와 지금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루이 14세가 참 안 됐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런 이해와 공감을 주는 책이기를 바랬어요. 사실 이 책은 연대기적인 역사서가 다루는 정치사, 경제사 같은 큰 이슈들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약점이죠. 하지만 연대기적 역사서는 이미 많이 나와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브제 같은 작은 것들의 역사가 모여서 연대기적인 역사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루이 14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당시의 전체적인 정치 상황까지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브제 문화사』가 뭔가 큰 지식으로 가기 위한 작은 지식의 모임, 디딤돌 같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브제들은 일상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보니 예술작품보다는 보존이나 관리가 더 어렵지 않았나요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귀족이나 왕가의 오브제들은, 사실 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과시를 위한 재산이었어요. 장식장 같은 것은 그 집안의 재산으로 대를 물려서 전해지는 것이었고요. 그런 오브제들은 굉장히 비싸서 경제적 가치가 크기도 했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잘 살고 힘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가치도 있었기 때문에 보존이 잘 될 수 있었죠. 유럽같은 경우, 특히 프랑스에서는 16, 17세기부터 왕실의 가구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었고, 왕실의 가구나 오브제는 왕실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또렷했어요. 특히 루이 14세는 왕실 재산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왕실 가구 재산 목록 같은 것이 생겨요. 왕실에 어떤 가구가 들어오게 되면 그게 조그만 테이블이라도 왕실의 재산으로 기록되고 관리되는 거죠. 그 테이블이 베르사유 궁전에서 퐁텐블로 성으로 이동하면, 그런 이동 기록들도 다 남고요. 그렇게 철저하게 기록되고 관리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양의 작품이 남아있을 수 있었던 거죠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왕이 쓰던 가구, 왕이 쓰던 그릇 같은 것들은 특별히 만들어서 관리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요. 분명히 왕의 가구를 구입하고 제작하고 관리하는 부서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쪽으로는 아직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오브제를 다루는 목조공예나 장식미술과 같은 곳에서 실기를 중심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에 이론적 기반이나 역사적 연구가 약해요. 그런 부분이 안타깝죠
 
아이러니하게도, 16, 17세기 자료보다 오히려 19세기 자료를 찾는게 더 어려웠다고요
19세기부터는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와 실절적인 환경에서 크게 다르지 않게 돼요. 요즘 사람들도 백화점 카탈로그 보고 버리쟎아요? 당시에도 그런 카탈로그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모으지 않고 버렸거든요. 또 재미있는게, 19세기 사람들은 16, 17세기 물건들은 굉장히 귀중한 것으로 생각해서 보존하고 관리하려고 했으면서 19세기의 물건들은 기계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천대하고 소홀히 관리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굉장히 아이러니한 게, 19세기, 20세기보다 오히려 17, 18세기를 연구하는 게 더 쉬워요. 특히 20세기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다 보니 기록이나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많아요. 190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출생한 예술가들은 출생신고서 찾기가 힘들 지경이죠.
 
 
 
『귀족의 시대』와 『부르주아의 시대』 두 권의 책 중에서 혹시 좀 더 애착이 가는 책이 있나요
보통 17, 18세기를 다루는 책들이 항상 더 인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왕조사에 대한 관심이 많고,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컨텐츠를 통해 친숙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부르주아의 시대』가 좀 더 흥미로워요. 제가 과거의 오브제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어쨌든 오늘날과 연결고리가 있을 때거든요. 백화점이라든가, 외식이라든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의 선물을 사는 풍속 같은 현대의 일상 많은 부분이 19세기에 태어나 지금까지 이어진 것들이거든요. 오늘날과 연결고리가 많다는 점에서 저는 19세기가 흥미로워요
 
유럽 귀족들과 왕족, 부르주아들이 아끼던 오브제들에서 은근히 동양의 영향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중국과 일본 문화는 꽤 오래 전에 유럽에 상륙했던데요. 17~18세기 가구에 중국 칠기와 자개가 등장하고, 중국 도자기는 오래 전부터 고이 모셔야 하는 귀중품이었고요
그 시대 유럽인들은 유럽을 벗어난 머나먼 곳으로 가서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었어요. 콜럼버스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죠. 그 당시 유럽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곳이 중국, 일본, 우리나라 같은 극동아시아여서 동아시아에 대한 환상이 굉장히 많았어요. 당시 동아시아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도자기 같은 것들요
 
처음에는 중국 문화에 대한 열광으로 시작했는데, 19세기 접어들면서 관심이 일본 문화로 옮겨가요. 일본이 개화를 하기 직전에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일본 문화가 유럽에 본격적으로 전해져요.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동경이 커지고 일본문화가 유럽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19세기 문학작품이나 그림들을 보면 일본풍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부채, 기모노 같은 생활소품으로 자기 집을 장식하는 게 유행이었고요
제가 프랑스에 처음 유학을 갔을 때,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프랑스 사람들은 일본 문화를 참 좋아한다는 얘기를 씁쓸하게 했어요. 그런데 저도, 그때 그런 얘기를 했던 사람들도 일본문화가 19세기에 이미 유럽 사람들의 감정이나 정서를 건드리는 문화였다는 것은 생각을 못했죠. 거의 300년에 이르는 홍보의 역사가 있었던 셈이었죠. 우리도 거의 3세기에 걸쳐 일본만큼 치밀하게 우리 문화를 홍보했다면 훨씬 나은 효과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유럽인들이 17, 18세기 중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것과 19세기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그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19세기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오브제들은 정말 먼 곳에서 온 데가 드물고 희귀한 오브제였어요. 한 두 점 정도 들어오면 그것들이 가구에 붙어서 왕족이나 귀족들의 집안을 장식하는 수준에서 사용되었죠.
그런데 19세기 일본 문화는 정말 전방위적으로 들어와요. 일반인들도 일본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기모노를 구경할 만큼 대중적으로 전파가 되었죠. 그랬기 때문에 21세기에 유럽에서 일본 만화 붐이 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만큼 일본문화가 대중문화에 정착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죠
 
『귀족의 시대』와 『부르주아의 시대』를 연달아 읽다보니까 재밌는게 발견되던데요. 1권에서 등장했던 오브제가 2권에서 '복고풍'의 유행으로 비슷하게 다시 등장하더라고요. 조금 변형되긴 했지만요. 역시, 유행은 돌고 보는 것이군요(웃음)
『귀족의 시대』를 읽고 『부르주아의 시대』를 읽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귀족의 시대』에 존재했던 많은 오브제들이 19세기에 다시 재조명되거든요. 19세기 부자들은 과거의 오브제를 흉내 내서 가구를 만들었고요
오늘날 우리도 18세기식 의자라든가 샹들리에, 대리석 벽난로 같은 걸 보면 자동적으로 그 공간이나 느낌을 '럭셔리하다'고 인식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인식도 19세기에 개발된 컨셉이거든요
 
『귀족의 시대』를 보면, 지금 우리가 '럭셔리'하다고 생각하는 왕족의 생활도 마냥 편하고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루이 14세의 하루 일과 중에서 자유 시간은 겨우 1~2시간이었고, 그 외에도 모든 사생활이 수십명의 사람들 앞에서 전시되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18세기 초반까지 개인적인 삶이라는 컨셉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개인이라든가 사생활이라는 개념도 없었고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은 오늘날의 삶과는 개념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그들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굉장히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시대의 눈으로 보면 그 시대의 삶이 특이하고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삶이 없는 것을 특별히 불행하다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18세기에 정교하고 예술적인 가구들을 만들었던 장인들의 공방들은 19세기에는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으로 바뀌는데요. 그런 산업화의 흐름 때문에 과거 장인들이 만들었던 앤티크 가구들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같고요
장인들이 만드는 물건들이 산업화되는 것보다, 과거의 기술이 사라지는 것에 더 문제에요. 같은 디자인의 의자를 손으로 만드는 것과 기계로 만드는 것의 차이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느냐거든요.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서 손으로 만드는 기술이 점점 잊혀지는 거죠.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로 그 물건을 똑같이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떤 기술과 도구를 사용해서 이 물건을 만들었는지를 알 수가 없게 된 거에요
어쩌면 그 오브제 자체를 보존하는 것보다 그 오브제를 만들었던 기술과 도구를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기술과 도구가 있으면 그 오브제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거니까요
 
제 학위논문 주제가 인간문화재에 관한 것이었어요. 전세계적으로 인간문화재 제도가 가장 잘 발달된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에요. 프랑스의 경우는 한국의 인간문화재 제도의 틀을 가져가서 제도를 만든 게 10, 15년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그렇게 사라지는 기술과 도구를 보존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인간문화재를 후원하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죠
 
 
18세기까지를 다룬 『귀족의 시대』, 19세기를 그린 『부르주아의 시대』에 이어서 20세기를 다루는 책을 써서 『오브제 문화사』를 3부작으로 완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사물들의 미술사』도 출간된 『액자』 외에 출간 예정인 『의자』 『조명』 『화장실』 같은 책들은 주제만 봐도 이미 흥미롭던데요
20세기는 산업혁명의 시대고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이 탄생하는 시대인데요. 20세기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는데, 『오브제 문화사』 2권을 쓸 때도 너무 힘들어서(웃음) 언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사물들의 미술사』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쓴다기보다 저도 공부하면서 쓰고 있어요. 액자나 의자, 화장실, 조명처럼 우리 주변에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좀 더 집중해서 조명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시리즈로 만들고 싶거든요. 『의자』는 가을이나 내년 초 쯤에 나올 것 같고요
 
『오브제 문화사』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한 권으로 완결되는 역사책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이 책으로 인해서 새로운 분야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되고 관련된 책, 관련된 주제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플랫폼 같은 책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역사/문화]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이지은 | 모요사
2019.06.10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 [역사/문화]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
이지은 | 모요사
2019.06.10
액자 [예술/대중문화]  액자
이지은 | 모요사
2018.05.25
이지은의 <!HS>오브제<!HE> 문화사 1 2권 세트 [역사/문화]  이지은의 오브제 문화사 1 2권 세트
이지은외 | 모요사외
2019.06.10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