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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를 능숙하게 이야기로 바꿔놓는 소설가 장강명의 신간 『산 자들』 인터뷰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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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쓰는 작가 장강명이 이번에 두 권의 책으로 찾아왔다. 한 권은 현실을 바탕으로 먹고사는 일에 대한 소설집이고 다른 한 권은 SF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이지만 결국엔 세상을 지배하는 시스템의 모순점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다.
특히 연작소설집 『산 자들』의 경우 21세기 난쏘공이라 불릴만큼 요즘 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꼬집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너나 나나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죽지 않으려고 서로 싸운다. 그 처절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짠한 마음이 들다가도 저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은데, 그런 안도하는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당신의 먹고 사는 일은 괜찮은가? 그래서 당신은 아직 살아 있는가? 그렇게 물어오는 소설집 『산 자들』. 사회 구조를 능숙하게 이야기로 바꿔놓는 소설가 장강명과의 인터뷰.
 


[리얼리티와 SF를 넘나드는 장강명]
이번에 무려 두 권의 소설을 동시에 발표하셨네요.
네 6월 말에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어요. 한 권은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산 자들』이고요. 다른 한 권은 SF로 풀어낸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입니다. 각각 다른 시점에 시작했던 소설들인데, 비슷한 날짜에 마무리가 되어서 두 책을 동시에 발표하게 됐어요. 요즘은 관련 인터뷰나 독자와의 만남을 각각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네요. (웃음)

두 책 모두 단편들이 묶인 소설집인데요. 장편 위주로 활동을 하시다가 단편으로 독자들을 만난 기분이 어떠신가요?
말씀하신 대로 이전까지 제가 낸 단편소설집은 『뤼미에르 피플』 한 권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두 권의 단편집을 발표한 게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합니다. 물론 출간 전에 부담도 컸는데요.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안도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번 인터뷰는 『산 자들』을 다룰 텐데요. 그에 앞서 현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쓸 때와 SF로 소설을 쓸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소설은 분명히 다른 성격을 띄고 있는데요. 그래서 저 역시 작업 방식이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작업해보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 기반이든 SF든, 제가 갖는 관심은 ‘사회 시스템(구조)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거든요. 이는 제 과거 작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는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리고 있죠. 반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세계를 SF로 풀어낸 작품이고요. 하지만 둘 모두 사회라는 시스템이 개인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작업 방식이 다르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현존하는 시스템이냐 혹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스템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작가님의 소설은 닮아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번 신간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수록된 작품 중에 절반 이상은 ‘특정한 기술’이 등장하는데요. 그 기술이 개인에게 혹은 사람 간의 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요. 물론 그 영향은 제 소설이 늘 그랬듯이 그다지 좋은 것들이 아니겠죠. (웃음)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미래의 기술 중에 우리 삶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터미네이터가 아닐 거라고요. 흔히들 살인 기계 같은 것이 미래의 위험요소라고 상상하는데요. 저는 그런 일은 안 일어날 것 같아요. 그건 누가 봐도 위험하다는 걸 알잖아요. 그런 기술은 개발 단계부터 경고와 경계가 일어날 거예요. 진짜 무서운 건, 위험한지 아닌지 헷갈리는 기술들이죠. 또는 등장할 당시에 그저 편해 보이는 기술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미 우리는 전구의 발명으로 밤하늘의 은하수를 지워버렸고요. 가깝게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의해 우리가 추구하던 가치를 훼손하기도 했어요. 기술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틀어놓은 거예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분명히 부정적인 면도 존재하는 거죠. 그게 가끔 인생의 의미를 변질시킬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발명될 기술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슬픔을 지워주는 약, 사랑의 감정을 지속시키는 약, 이런 것들이 등장했을 때 마냥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훼손될지 모를 인류의 고유한 가치를 그려보고 싶어요. 소설에서 제가 다뤄보고 싶은 건 이런 것들입니다.
 


[21세기 난쏘공 『산 자들』 : 장강명이 바라본 이 시대의 먹고 사는 일]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산 자들』 속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소설이 아닌 다큐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요. 과거 기자로 지낸 경력이 이번 작품을 쓰는 데 도움이 됐나요?
네 많이 도움 됐습니다. 하지만 기자님이 생각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지점일 것 같아요. 이번 소설집은 두 편의 단편에서 시작해 총 열 편으로 묶이는 책이잖아요. 처음 열 편을 결심하던 무렵에 제가 리스트를 하나 만들었거든요. 거기에는 취업준비생부터 자영업자, 공장 노동자 등 이 시대의 노동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으로 채워졌는데, 그 리스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 생활이 도움이 됐어요. 
보통 정해둔 아이템을 취재할 때 생각만큼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막연한 좌절감이 찾아오죠. 하지만 그런 건 사회부 기자 생활 때 무수하게 마주했던 일이거든요. 그럴 때면 넋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무작정 달려가고 또 부딪히면서 새로운 취재를 이어가곤 했어요. 그렇게 성공한 경험들이 쌓여 이번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이번 취재는 장편소설을 쓸 때보다 취재 대상이 훨씬 많았는데요. 그만큼 섭외가 배로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기자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게 과거의 경험 덕분이었어요. ‘쓸 수 있어’라는 자신감도 그런 경험들에서 왔던 것 같네요.

이번 책의 제목이 ‘산 자들’인데요.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인상이 상당히 다릅니다. ‘산 자들’이란 표현이 나오는 「공장 밖에서」를 읽고 나면 이 단어가 전혀 희망적이지 않거든요.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결코 희망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어쨌든 살아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살기 위해 아등바등 절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죠. 사실 2010년대 한국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아요. 두세 걸음 삐끗하면 벼랑이겠지,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잖아요. 가족 중 누군가가 크게 아프거나 또는 실직을 하게 되면 순식간에 극빈층이 돼버리니까 긴장을 놓을 수가 없죠. 한국에서 산다는 감각이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 감각 중에는 이런 것도 있겠죠. 뉴스나 신문을 통해 벼랑에서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슬프긴 한데, 그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 거고요. 그 안도감은 이내 부끄러움으로도 이어질 거예요.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다다르는데… 그런 감각들. 이 시대를 살면서 갖게 되는 필연적인 그 감각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걸 표현하는 제목으로 ‘산 자들’이 적합해 보였어요.

이번 소설 속에는 대립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실상 그들이 놓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대하지 않고 자꾸 치고받고 싸우기만 합니다.
시스템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비인간적인 구조가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앞서 저는 시스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요. 그걸 서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스템’을 소설 속 인물로 설정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대립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 구조와 시스템을, 그리고 그것이 가진 모순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소설 속에서 싸우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대립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어느 쪽을 지지할지 난감해져요. 이런 혼란은 뒤로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고요.
이번 소설에서 조금 공을 들인 부분이 그런 것들이에요. 일반적인 싸움에서 한 번 뒤트는 거죠. 예를 들어 「공장 밖에서」 같은 경우엔 비슷한 느낌의 80년대 노동 소설이 있을지도 몰라요. 이 경우 보통 공장을 쳐들어오는 구사대(사측 용역)에 맞서 공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파이프를 들고 대결하는 장면이 많은데요. 이번 소설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알바생 자르기」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하청 업체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두는 게 아니라, 그들을 마주하고 해고 통보를 해야 하는 사측의 아래 직원을 전면에 내세운 거죠. 이 때문에 읽는 분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사연들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익히 짐작하는 사연이 아니라 짐작 못 했던 사람의 관점도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걸요.
그런 의도 외에도 제가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런 편이에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단, 회색분자에 가깝습니다. 이건 기자를 하면서 더 뚜렷해진 가치관인데요. 당시 현장을 가보면, 분명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긴 한데, 약자도 강자도 각자의 명분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또 다른 3자의 입장도 있었고요. 아마 그러한 생각이 소설을 쓸 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올랐는데요. 40년이 지나도 ‘낙원구 행복동’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오히려 더 공고해졌어요. 80년대는 적이 선명했는데, 지금은 뭔가 흐릿해졌잖아요. 그럼에도 크기는 더 거대해지고요. 저는 그게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을 콕 집어 “이놈이 바로 그놈!”이라고 하기엔 너무 불분명해요. 그 시스템이 갖춘 논리가 상당히 공고해진 거죠. 경제학 원리가 들어간 그 논리 중에는 실제로 맞는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어려워졌어요. “사람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어?”라는 물음에 “논리대로 좇아갔을 뿐”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그제야 우리는 뭔가 잘못됐다 싶어 논리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데, 죄다 맞는 말처럼 보이니까… 자신도 모르게 수긍하는 거예요. ‘논리에 맞다니까 비인간적인 장면이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어’ 하고 인정하는 거죠. 이를테면 「현수동 빵집 삼국지」에서 빵집을 차렸다가 위기를 맞은 인물들에게 “네가 빵을 더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냐?”, “골목 사정 이런 거 모르고 시작했니?”, “누가 당신보고 퇴직금 털어서 빵집 하래?”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건 너무 잔인해요.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이 자본주의라고 하면, 그것을 공부하고 그 논리를 이해한 뒤에 일부를 개선하고 빈틈을 찾아내 보완하려고 애써야 하는 거죠.

작가의 말에서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진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네요.
 

[8년 차에 맞이한 슬럼프]
새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요?
이번 신간들에 대한 일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장편 소설에 몰두하려고 해요. 사실 새로 쓰는 작품은 아니고요. 이번 단편들을 책으로 묶기 전에 『재수사』라는 작품을 먼저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보다 글이 안 풀리는 탓에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등단한 지 8년 차에 처음 겪는 일이어서 많이 당황했었는데, 그 작품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겪는 슬럼프인 만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 대해서 욕심이 많은 편이라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매번 목표가 조금씩 높아지는데, 여태까진 힘들어도 무사히 써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단순히 안 써지는 게 아니라 ‘내 능력이 여기까진가?’라는 생각이 드니까 꽤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목표를 낮추고 싶진 않아서 계속 애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연재처를 하나 구해서 에세이를 쓰게 됐는데요. 이런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분야는 다르지만, 글쓰기에 찾아온 슬럼프를 글쓰기로 치유하려는 시도가 ‘작가답다’ 싶어요. (웃음)
그런가요? (웃음) 사실 에세이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쓰는 기분이 들어요. 쓰면서 힐링 되는 기분이거든요. 제 소설 대부분이 무언가와 싸우는 이야기다 보니, 두 달 정도 장편과 씨름하고 있으면 사람이 전반적으로 거기에 압도돼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배우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쓸 때가 그런 케이스였는데요. 당시에도 저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5년 만에 신혼여행』이란 에세이를 연재하고 완성했었거든요. 그런 마음인 거죠. 『재수사』를 완성하기 위해 에세이를 함께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 며칠 신간 발표와 함께 외부 활동을 이어가느라 글을 못 썼더니… 쓰고 싶은 욕망이 무척 커졌어요. (웃음)

쓰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는 게, 슬럼프를 벗어났다는 신호 같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번 작품을 쓰면서 더 확실히 깨달은 것 같은데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시스템이 되었을 때, 그것이 사람한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걸 가지고 내러티브로 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까지 무사히 닿아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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