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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기자간담회 “내 방식으로 풀어간 오답노트 같은 소설”

  •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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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가 3년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사하맨션』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사하맨션』은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 '타운', 그 안에 존재하지만 존재를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퇴락한 '사하맨션'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가상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읽어갈수록 지금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사하맨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제목인 『사하맨션』의 '사하'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하'는 러시아 연방의 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한 '사하공화국'에서 따왔습니다. 처음부터 사하공화국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은 아니었어요. 건물 이름은 초원 아파트, 샹그릴라 맨션 등등 계속 바뀌었는데, 편집부에서 의미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름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자료를 여기저기 찾다 발견한 이름이에요.
사하공화국은 겨울이면 영하 60도 아래까지 기온이 떨어져서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이고 또 여름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서 최고-최저 기온차가 100도가 넘는 곳이기도 해요. 또 다이아몬드의 전세계 매장량의 50%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가혹한 환경과 그 안에 수많은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은유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하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출간되는 신작 장편 소설입니다. 전작과는 다른 작품을 쓰겠다는 의도가 있었나요?
 
『사하맨션』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2012 3월이었어요. 82년생 김지영』보다 먼저 쓰기 시작한 원고였죠. 82년생 김지영』은 미리 주제를 정하고 자료 조사도 다 하고, 부합되는 인물들과 에피소드들도 미리 잡아놓고 쓰기 시작한 소설이었어요. 밑그림을 다 그려놓고 구석부터 차분하게 색칠하듯이 쓴 소설이었죠.
그에 비해 『사하맨션』은 2012년부터 출간될 때까지 그때 그때 제가 느꼈던 것들, 제가 갖게 된 질문들을 덧그리고 지우고, 조금씩 바꿔가고 고쳐가면서 쓴 소설에 가까워요. 마지막에 어떤 것이 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계획하지 않고 쓴 소설이죠.
저에게 『사하맨션』은 오답노트 같아요. 2012년 이후 나 스스로,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 또는 한국 사회가 뭔가 문제를 잘못 풀어가고 있다는 의문이나 공포, 불안 같은 것이 생길 때 저 스스로 다시 한번 그 질문을 적어보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보고, 그걸 다시 제 방식대로 풀이해 보는 과정이었죠. 그래서 정답보다는 그 시기 동안 내가 가졌던 질문들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82년생 김지영』이 다큐적인 서사성, 르포적인 리얼리즘이 돋보였다면 이번 신작 『사하맨션』은 SF의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눈에 띕니다.
 
『사하맨션』을 SF로 읽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 동안 보아 온 SF 소설이나 영화 속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하지만 쓰면서는 SF장르를 써야지, 장르의 문법에 맞추어 써야지, 장르의 장점과 즐거움을 구현해봐야지, 그런 생각을 갖고 쓰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읽히느냐, 어떤 장르로 남느냐 보다는 나의 질문을 담아내기에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한 결과였죠.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예상이나 예언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설정이었어요.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있어요. 그것은 내가 한국 사회라는 현실 안에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에 지금 우리 사회를 떠서 갖다 놓아보면 달라진 배경 속에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이나 질문, 부조리하게 느끼는 것들이 좀 다르게 보일 것 같았거든요.
결국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다른 세상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 미래가 아닌, 과거도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하맨션'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묘사에 있어서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면?
 
'사하맨션'에 대해서 난민이나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 사람들이 숨어사는 공간, 일반적인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그런 공간으로 설정한 후에 홍콩의 구룡성채와 관련된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구룡성채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모티브로 많이 차용된 지역인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홍콩과 붙어있지만 중국령이어서 홍콩과 중국 양쪽 모두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던 지역이에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중국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난민들이 불법으로 건물을 증축하고 눌러살면서 거대한 슬럼가가 된 곳이죠.
구룡성채는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저 스스로에게 개연성을 주었던 장소이기도 해요. 실제 구룡성채에서는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기도 하고 내부에서 스스로 자경단을 꾸려서 치안을 유지하기도 했거든요.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패배의식에 빠져 변화하기 위한 동력을 잃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하맨션』은 처음부터 잘 짜놓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몇몇의 인물과 마지막 장면만은 처음부터 떠올린 상태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열린 결말이지만, 저는 희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의 인물들은 크게 세상을 뒤집거나 멀리 나아가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패배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기보다 조금씩 자기 자리를 바꾸고, 다른 사람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고민을 해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지금은 패배한 것처럼 보이고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이 보이지만, 우린 죽지 않고 나아가고 있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대응 등 사회적 이슈들이 떠올랐습니다. 사회적 이슈들을 소설로 담아내면서 소설적인 읽는 재미가 좀 줄어들 수도 있는데요.
 
82년생 김지영』도 그렇고 『사하맨션』도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을 세상에,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질문을 마음 속에 갖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마음들이 저에게 소설을 쓰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의 형식, 장르,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가 저에게는 우선인 것 같습니다.
 
『사하맨션』을 통해서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았다면 어떤 것인가요?
 
2012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 사회의 주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 사회는 주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사회인가?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소설을 계속 쓰고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여러 이슈들, 그리고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들을 같이 겪어오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질문들이 소설에 담기게 되었고요.
 
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질문이라면, 그래서 우리는 지금 퇴보하고 있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가, 이 사회는 무너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한 명 한 명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한 것들이었죠. 현재의 저는, 겉으로는 순간순간 나빠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쨌든 더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이 소설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에서 애정을 가지고 쓴 인물이 있다면?
 
주요 인물 중에 '우미'라는 인물이 있어요. 체격이 좋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여성에 대한 로망이 저에게 있어서, 제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 인물이에요.
그리고 소설 속에서는 아이들을 키워주는 할머니들이 나옵니다. 소설 속에는 공동체 안에서 여성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의지하고 연대하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노년의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지 않는데, 육아나 보육을 도맡아주기 위해 노년의 여성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보육 문제를 맡아주고 있는 이분들, 노년 여성들의 노동이 묻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 일으킨 파장에 대해서는 작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요. 82년생 김지영』 가져온 사회적 반향에 대해서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 책을 낼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보이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부담감을 느꼈다기보다는 소설이라는 것이 아직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자신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어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 소설을 잘 안 읽는다, 한국소설을 안 읽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소설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또 소설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음 소설을 계속 쓰고싶다, 쓰겠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소설은 아무도 읽지 않는 것,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의 변화와 함께 갈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을 주었던 일이었어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죠. 굉장히 부담감이 느껴지다가 또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그래요. 그래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는 입장이긴 합니다. 제가 관심이 가고, 제가 쓰고싶은 이야기, 지금 누군가 해야하는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것이 저에게는 아직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니까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엄마'라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상반된 의견을 가진 친구들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아이가 그 문화 속에 들어갔을 때, '쟤 엄마가 이런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이야'라는 것이 아이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하는 생각은 솔직히 하게 됩니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출간되어 큰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일본에는 올해 2월에 다녀왔고, 이후에 일본 매체에서 찾아와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많이 읽히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또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한국에서만큼 뜨겁지는 않다고 들어서 이런 반응이 많이 놀라웠어요.
일본의 여성 독자들도 한국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82년생 김지영』이 본인의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것이 한 국가, 한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굉장히 보편적인 것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지게 되는 경험들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 쪽 국가에서 번역이나 출간 계약을 진행하면서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모두 이 이야기를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자긴들도 공감하고 고민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역시 이 문제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다음 소설로 쓰고 싶은 소재나 아이템이 있다면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여학생들이 중학교 시절을 보내며 성장하는 이야기에요. 그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생겨서요. 그 세대에게 도움이나 교훈을 주고 싶다기 보다는 이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세계를 만나고 있는지를 소설로 쓰고 싶어요.
 
『사하맨션』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82년생 김지영』 소설 속의 김지영 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그 이후에 독자분들이 이건 자신의 이야기라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이렇게 행동하고 싶다, 그렇게 본인의 경험과 의견을 덧대면서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소설이 텍스트 바깥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해서 소설을 쓴 입장에서 굉장히 큰 쾌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이번 소설도, 제 경험이나 지식, 생각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제가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했으니 이걸 읽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라기 보다는 저는 이런 생각으로 소설을 썼는데 읽는 분들은 같은 질문을 하시는지, 그 질문에 어떤 의견을 갖는지, 그렇게 첨삭과 의견을 덧붙이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의견들을 통해서 저도 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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