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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콜라보 수업』한젬마 “세상을 여는 문을 만드는, 경첩 같은 존재”

  • 2019.06.12
  • 조회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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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줄여서 '콜라보'라고 하는 이 단어가,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기업들은 시즌마다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은 신선한 조합을 기대하며 설레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은 이제는 일상적인 풍경이 된, 하지만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아트 콜라보레이션'에 대해서 다양한 실제 사례를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성공적인 콜라보의 비밀, 콜라보의 방법과 효과, 그리고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한젬마는 코트라(KOTR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아트와 비즈니스의 만남을 주선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들을 계속해서 진행해왔는데, 그래서 책에서는 아트 콜라보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트 콜라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아트 콜라보가 뭐지?'하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더라고요. 아트 콜라보란 무엇인지, 먼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릴께요.
'아트 콜라보'는 쉽게 말하면 예술과 협업하는 작업을 총칭하는 건데, 사실 경제경영 쪽에서 나온 기업 중심의 개념이죠. 기업의 니즈에 의해 예술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인데, 일차적으로는 패키지와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 그리고 좀 더 나아가면 인테리어, 광고, 홍보,  마케팅, 그리고 유통 방식이나 전반적인 기획의 역할까지 예술과 협업을 할 수 있죠. ,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활용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아트 콜라보라고 보면 되요. 그리고 그 활용범위와 방법은 점점 넓어지고 있고요.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방송 진행자, 저자, 강연자, 칼럼니스트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 하시지만  아트 콜라보라는 영역에는 어떻게 발을 들이게 되었나요?
저도 제 인생이 너무 신기해요(웃음). 2012년에 코트라와 인연이 닿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예술과 기업이 함께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하게 되었어요. 아트 콜라보는 기업 입장의 작업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예술 분야의 입장에서 코트라라는 기관과 기업, 경제경영 전문가들 사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이죠.
 
2013, 14년까지만 해도 아트 콜라보라고 하면 대기업들이나 관심을 가졌지 중소기업들과는 너무 먼 얘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기업들을 아트 콜라보에 참여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초창기에는 아트 콜라보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수익이나 기업 이미지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등을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는데, 여러 해 동안 시행착오를 겪고 또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면서는 좀 더 편하게 되었죠. 아트 콜라보는 결국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고 또 아트 콜라보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죠.  
 
'아트 콜라보'와 관련해서 마케팅 책의 한 챕터 정도로는 언급이 되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은 국내에서 거의 사례가 없던데요.
제가 경제경영 분야로 책을 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웃음), 출판사에서, 이 책은 분명히 새롭고 또 니즈가 분명히 있다고 해서 큰 용기를 얻었어요.
사실 콜라보 작업들이 초창기에는  재미있고 희귀한 이벤트였다면, 이제는 굉장히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잖아요. 그런데도 아트 콜라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주는 책이 없었어요. 그런 간극을 이 책이 메워줄 수 있겠다는 점도 책을 쓰는데 동기가  되었고요.
 
요즘은 드럭스토어에 화장품을 사러 가면, 원래 패키지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시즌마다 다양한 콜라보 제품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콜라보가 일상화된 것인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 콜라보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하면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이 제품의 기능 만큼이나 중요해졌어요.
소비자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만 소비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 콜라보 작업을 누구와 했고 그래서 제품에 어떤 컨셉이 입혀졌고 한정판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등 그 콜라보 제품이 가지게 된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죠.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런 스토리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충성도도 생기고요.
우리가 뭔가를 오랫동안 기억하기도 힘들지만, 기억하고 있던 것을 일부러 잊어버리는 것은 더 어려워요. 내가 아무리 기억에서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거든요. 예술과 기업이 만나서 한 콜라보 작업들을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요. 지금 당장 그 콜라보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나중에 이 기억이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아트 콜라보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지만 협업을 하게 되는 예술가 또는 예술작품과의 협업과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기업에서 아트 콜라보를 하고 싶어도 콜라보 작업을 함께 할 예술가가 없으면 안되죠. 하지만 기업과의 소통에 훈련된 예술가들이 많지 않아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게 아니거든요. 기업과 예술가가 서로 목표를 공유하고 계속 회의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소통하면서 맞춰가는 과정과 시간들이 필요한 거죠. 그게 콜라보고요.
 
기업과 예술가를 연결시켜주는, 작가님 같은 분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겠어요.
기업가와 예술가는 사고방식이나 소통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중간에 서로의 언어를 번역해주고 소통을 조율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죠.
다행히 제가 미술 전공자잖아요. 예술가들의 입장을 너무 잘 알 수 밖에 없죠. 처음부터 예술가들에게 명확히 이야기를 했어요. 아트 콜라보는 기업 중심의 일이고 기업에 예술을 실어나르는 일이라고요. 어중간하게 예술가들을 위한 일이라고 포장을 했으면 나중에 오히려 상처 받는 일이 생길 수 있거든요. 기업들이 예술가들을 어려워하는 것도 있고 예술가들이 기업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도 있어요. 아트 콜라보라고 하면 대기업을 생각하는데, 우리가 협업할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다, 예술가보다 더 힘들다(웃음),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 자체가 진행이 안 된다고요(웃음).
애매하게 속이려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얘기하고,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아요.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을 때 정확히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가는 거죠.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마음이 통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정확히 통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업과 예술가를 연결시키는 경험을 직접 해 볼 수 있었던 사람이 국내에 많지 않잖아요. 어쩌면 굉장히 소중하고 귀한 경험인데요.
코트라(KOTRA)라는 곳과 처음 인연을 맺을 때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저도 정확히 모르고 시작했던 일이었죠. 여러 기업과 예술가들과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배우고, 노력하고, 알게 된 것들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제 가슴이 굉장히 뜨거워졌고요. 그 경험들을 공유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고요.
 
책에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담겨 있는데, 가까운 국내 기업의 사례들이라서 더 현실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작가 사후 70년이 지난 명화 활용법 같은 꿀팁도 있고요(웃음).
책에 실린 에피소드들이 모두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점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해요. 작가 사후 70년이 넘으면 누구나 그 작가의 그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니까 다들 귀가 번쩍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 꿀팁이 기업들에게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된 것도 같네요(웃음).
 
생들깨기름으로 유럽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있었는데, 들깨기름이 유럽에서는 낯선데다, 마트의 소스 코너에 제품이 진열되었을 때 눈길이 잘 안간다는 거에요. 들깨기름의 노란색을 보니까 밀레의 명화 <이삭 줍는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명화는 만국 공통어잖아요. 패키지에 이 그림을 넣으면 유럽인들에게도 친숙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그림 속 들판에서 채취한 기름인 것 같은 느낌도 주고요. 이 패키지로 바로 수출 계약을 했죠(웃음).
 
기업들은 캐릭터와 콜라보를 선호하는데, 문제는 캐릭터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건데요. 그래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캐릭터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더라고요.
사람들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비주얼이 귀엽고 예뻐서만은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를 소비하고 싶어해요. 캐릭터의 성격, 히스토리, 스토리, 그런 것들을 통해서 위로도 받고 친구도 되고 호감도 가지는 것이죠. 스토리를 갖지 못한 껍데기만 있는 캐릭터에는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아요.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거기에 생명까지 불어넣는 것이니 거기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죠.
만약 이 제품이 이 캐릭터를 꼭 써야하는데 그에 대한 비용 지불의 여력이 없다면, 절실함과 당위성을 가지고 풀어야 하는 부분이고요.
 
 
아트 콜라보에 대한 그 동안의 경험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는데, 혹시 이번 책에는 넣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나요?
사실 처음 원고에서는 앞부분에 아트 콜라보란 무엇인가, 왜 지금 아트 콜라보가 중요한가, 아트 콜라보의 방법론처럼 베이스가 되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앞부분에 그 내용이 들어가니까 책이 너무 무거워지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져서 한 챕터를 통째로 들어냈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이론적이고 방법론적인 내용들, 아트 콜라보의 구체적인 성과나 팁들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트 콜라보, 그리고 효과적인 아트 콜라보를 위해 기업과 예술을 가운데서 연결해주는 연결자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네요.
지금은 기업과 예술이라는 서로 분리된 두 영역을 결합시키기 때문에 '아트 콜라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런 작업들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와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공존하는 상태가 될 거에요.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고, 그게 당연해지고요.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MFA(Master in Fine Arts, 미술학 석사)가 이 시대 새로운 MBA(경영학 석사)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어요. 모든 조직이 결국 요구하는 것은 참신한 발상, 생명력, 다음 스텝에 대한 상상력이거든요. MFA 출신들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이 시대를 읽어내고, 또 발언을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죠.  
예술을 전공해서 자신이 직접 창작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예술에 대한 재능, 훈련된 발상력과 창의성 같은 것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간다면 여러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콜라보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나무판이 문이라는 소중한 역할과 사명을 갖게 되는 것은 '경첩'이라는 관계 속에서에요. 경첩이 없다면 그냥 나무판일 뿐이지만 경첩을 붙이면 세상을 여는 문이 되는 거죠.
저는 예전에, '당신은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뚜렷하게 답을 못했어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저는 경첩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보따리를 곳곳으로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 그걸 잘 할 수 있도록 훈련도 되었고 거기에 재능도 좀 있는 것 같고, 저의 사명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까지 정신없이 전방위적으로 살아오면서 오해의 시선도 받았지만, 이제 시대도 변했거든요.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어요. 전에는 경첩을 숨기려 했지만 이제는 경첩을 드러내고, 강조하고, 바라보게 된 것이죠. 경첩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자기 기능을 다 하는 것,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충실히 한다면,자기 보람, 그리고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비즈니스북스
 

아트 <!HS>콜라보<!HE> 수업 [경제/경영]  아트 콜라보 수업
한젬마 | 비즈니스북스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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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im
  • 세상과의 소통 열여주시기 바랍니다 ^^
  • 2019/06/20 08:1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