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서울 화양연화』김민철 “서울살이에서 오는 시름, 조금이라도 위로 받기를”

  • 2019.05.14
  • 조회 1928
  • 트위터 페이스북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목련...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꽃들이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보면 내가 올 봄에 본 꽃들은 훨씬 더 많았다. 길가에 피어있던 작은 꽃들, 가로수 위에 하얗게 피어있던 밥알 같은 꽃들, 잎도 없는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자주색 꽃들. 그렇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 속에 꽃이 있었다. 그런데 그 꽃들에 대해서 이름을 불러주기는커녕 ‘예쁘다’ 감탄 해보고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꽃들에게 미안해졌다.
 
서울 화양연화』는 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지 17, 꽃에 대한 글을 쓴 지 7년이 된 조선일보 선임기자 김민철의 세 번째 책이다. 서울과 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소개한 책, 서울 화양연화』의 김민철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
 
 
문학 속에 꽃들문학이 사랑한 꽃들에서는 문학작품을 매개로 꽃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셨는데, 이번 서울 화양연화 서울 근교, 그러니까 일상에서 만날 있는 야생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이던데요. 책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책의 주제를 정해놓고 것은 아니고요. 제가 <조선일보> ‘김민철의 이야기’ 지난 7년간 여러 매체에 글들을 추려 다시 정리한 책인데, 청계천 조팝나무꽃, 성공회성당 과꽃, 광화문 벌개미취 같은 서울 이야기가 많더군요. 서울을 벗어나도 멀리 가지 못하고 천마산, 남한산성, 화야산, 화악산, 국립수목원 근교를 많이 다녔습니다. 정리해놓고 보니 그것대로 장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서울과 근교에 흔한 꽃들, 사람들이 흔히 보고 쉽게 접근할 있는 꽃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서울이 들어갔고, 화양연화는 야생화를 찾아다닌 시절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 그러니까 ‘화양연화(花樣年華) 하나였다는 의미로 겁니다. 제목 좋죠?(웃음) 이렇게 책으로 엮고 보니 소개해야 것은 거의 커버한 같아 아쉬운 대로 야생화 입문서 역할은 있을 듯합니다. 책에 나온 꽃들만 익혀도 초보 단계는 벗어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생화라고 하면 깊은 속에서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있는 것이 야생화네요. 도시에서 있는 야생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리가 자주 보면서도 모르고 지나치던 야생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엔 도심에 꽃을 많이 가꾸고 화단에 야생화도 많이 심어서 도심에서도 야생화를 흔히 있죠. 벌개미취는 야생화 가장 성공적으로 관상용으로 변신했다는 평을 듣는 꽃이고, 원추리도 이젠 산과 들보다 서울 시내에서 흔히 있는 꽃이 됐습니다. 매발톱꽃이나 금낭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엔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공터나 화단에서 노랗게 꽃을 있는데 노랑선씀바귀, 고들빼기, 뽀리뱅이 들입니다. 자세히 보면 산에 있는 야생화보다 예쁘지요.
 
재미있었던 내용 하나가, 비슷하게 생겨서 같은 꽃인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다른 꽃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개나리와 영춘화, 수국과 불두화 같은 꽃들이요. 보통 흔히 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 꽃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야생화 모임에 가면 “내가 망초와 개망초도 구분하지 못했을 때…”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웃음). 역시 사람들이 가장 헷갈리는 것은 철쭉, 산철쭉, 영산홍인 같습니다. 진달래야 잎보다 꽃이 먼저 피니까 구분이 쉽고요. 철쭉 꽃은 ‘연한’ 분홍색으로, 산철쭉 꽃은 ‘진한’ 분홍색입니다. 가장 헷갈리는 것이 영산홍인데, 서울 시내 화단이나 공원에 알록달록한 철쭉류는 그냥 영산홍이라 불러도 무방할 같습니다.
 
진달래()  철쭉과 산철쭉, 영산홍(아래)
 
수국(왼쪽)과 불두화(오른쪽)
 
몰라서 같은 꽃이라고 생각했을 때와, 이렇게 서로 다른 꽃이란 것을 알았을 꽃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같아요.
고생하면서도 꽃을 보러 다니게 만드는 원동력 하나가 너무 헷갈리는 꽃의 차이가 무엇인지 깨달았을 희열 때문이죠. 고수들한테 한마디 들으면 풀리기도 하지만 여러 보다 보면 저절로 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라일락과 토종 라일락인 수수꽃다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서울 7 가로수도 흥미로웠어요. 전에는 가로수라면 무조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은행나무만 떠올랐는데 확실히 요즘 가로수들은 다양해진 같아요. 가로수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거리에도 개성이 생기고 기억에 남는 같아요. 서울 7 가로수 중에서, 여기 이곳의 가로수는 특별하다, 그런 곳이 있을까요?
제가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은행나무·버즘나무·느티나무·벚나무 기존 4 가로수는 ‘훈구파’,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서울에 진출하기 시작한 가로수인 이팝나무·회화나무·메타세쿼이아는 ‘사림파’라 불렀습니다(웃음). 역시 사림파 가로수길이 이채롭습니다. 이팝나무는 서울 청계천이나 남산 3호 터널 남쪽, 회화나무는 예술의전당 앞길, 신촌에서 서강대교까지 가로수가 볼만합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중구의 소나무 가로수길로 이색적이죠.
 
이팝나무()와 회화나무(아래)
 
“아무리 도시에도 야생화가 많다고 하지만 쉽게 보기 힘들어요” 하는 분들에게, 여기에 가면 그래도 많은 식물들을 있다고 추천해줄 만한 장소가 혹시 있을까요?
역시 수목원에 자주 가보면 여러 야생화가 고루 있고 푯말도 있어서 혼자 공부하기에도 좋습니다. 홍릉수목원, 포천 국립수목원, 인천수목원 등이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고 다양한 야생화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도 주기적으로,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이들 곳을 찾는 편입니다. 서울역 고가를 고친 ‘서울로7017’도 비슷한 식물들을 나란히 심어놓아 비교하며 공부하기 좋은 곳이죠.
 
‘꽃’이라고 하면 봄에 피는 꽃들만 생각하는데, 여름이나 가을, 그리고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나요?
일단 초보자들은 계절의 대표적인 야생화 중에서 보고 싶은 것을 정해 찾아가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6월엔 털중나리 나리 종류, 7월엔 마타리나 벌개미취, 8월엔 금강초롱꽃, 9월엔 쑥부쟁이, 10월엔 해국 같은 식이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털중나리, 마타리, 금강초롱꽃, 쑥부쟁이
 
일상 가까이에서 꽃을 즐길 수도 있지만, 시기, 장소에서만 만날 있는 꽃들도 소중한 같아요. ‘거문도 수선화’나 ‘변산바람꽃’ 같은 꽃을 보러 길을 달려가서 꽃을 만났을 때는 어떤 기분인가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죠. 맛에 길을 가는 거구요. 거문도 수선화를 보려고 고속버스로 시간, 배로 시간, 걸어서 시간 편도 여덟 시간을 적도 있는데, 사실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2시간 넘게 걸렸죠. 좋게도 피기 시작한, 가장 예쁠 수선화를 만나 환호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변산바람꽃을 보려고 휴일 새벽 남해안으로 400킬로미터를 달린 것은 대여섯 번은 같습니다. 남덕유산 솔나리를 보려고 토요일 새벽 2시에 출발해 솔나리 보고 11시에 귀가한 적도 있죠. 받고 시켜서 하는 일이면 없는 일들이죠(웃음).
 
거문도 수선화
 
책에 실린 야생화 사진들을 통해서 꽃들을 자세히 보게 것도 좋았어요. 자세히 보니, 크게 보니 전에는 몰랐던 야생화의 아름다움도 있고요. 야생화 사진의 매력은 뭘까요?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야생화, 어떤 것이 있나요?
신비로울 정도로 환상적인 접사 사진을 찍었을 때는 짜릿함 자체입니다. 접사는 그냥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다른 세계더군요. 작은 꽃송이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맛에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작은 꽃들은 자세히 보아야 예쁩니다. 대표적으로 별꽃과 쇠별꽃은 아주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을 모두 갖춘 아름다운 꽃입니다. 꽃을 구분하려면 진짜 자세히 보아야 하는데, 암술머리가 별꽃은 갈래, 쇠별꽃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박범신의 장편소설은교 여주인공을 쇠별꽃에 비유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작가가 쇠별꽃을 자세히 보았기에 가능한 비유겠지요.
 
식물 이름들을 보면, ‘아, 그래서 이런 이름이구나’ 하고 단박에 이해가 가는 것도 있지만 어떤 식물은 ‘아니, 이렇게 예쁜데 이런 이름이지? 하는 것도 있는데요. 기자님이 보시기에 이름은 바꾸면 좋을 텐데, 하는 식물이 혹시 있나요?
개불알풀, 며느리밑씻개, 소경불알, 중대가리풀 같이 상스러운 정도가 심한 이름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조상들의 해학이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식물 이름은 고쳐 쓰는 것이 맞는 같습니다.
 
책을 보니 야생화를 사랑하는 분들, 야생화 고수인 분들도 많던데, 기자님은 어떻게 야생화에 빠지게 되었나요?
제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 무렵인데, 당시 예닐곱살 먹은 큰딸은 호기심이 많아 아파트 공터에서 흔히 피어나는 꽃을 가리키며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라고 묻곤 했습니다. 처음엔 얼버무리며 “나중에 알려주마”고 넘어갔지만 딸이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이상 미루면 아빠 체통에 문제가 생길 같아 어쩔 없이 야생화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꽃은 씀바귀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았는데 이름을 몰랐던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딸한테 이름 알려주다 제가 빠져든 거죠.
 
변산바람꽃
 
저도 책을 읽고 나니까 주변의 가로수나 울타리목, 그리고 길가에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던데요, 문제는…. 어디서 같은데 어떤 식물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주변의 식물들을 기억하고 찾아볼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름을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 초조해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메모를 두고 일삼아 다시 보곤 합니다. 일단은 식물을 만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같습니다. 또한 이름의 유래를 알면 오래 기억할 있습니다. 씀바귀는 쓴맛이 나서 그렇구나,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나는구나 하고 알면 기억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이름 유래라도 알아두면 기억하는 데는 도움이 되더군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문학 속에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뜻밖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콘텐츠와 사진, 편집은서울 화양연화 가장 낫습니다(웃음).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고, 책도 사람들이 꽃에 관심을 갖는데, 서울살이에서 오는 시름을 조금이라도 위로 받는데 도움을 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김민철
 
 
서울 <!HS>화양연화<!HE> [시/에세이]  서울 화양연화
김민철 | 목수책방
2019.04.19
문학 <!HS>속에<!HE> 핀 꽃들 [시/에세이]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 샘터(샘터사)
2013.03.22
문학이 <!HS>사랑한<!HE> 꽃들 [시/에세이]  문학이 사랑한 꽃들
김민철 | 샘터(샘터사)
2015.03.17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1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

  • he**an
  • 얼레지가 배경인가, 저자가 배경인가? ㅎㅎ 아무튼 사진 멋져요.
  • 2019/05/14 11:3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