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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두면 보이는 내 마음의 진짜 이유

  •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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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은 신경인류학자인 저자가 인간이 겪는 감정적인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적, 신경생물학적, 의학적으로 연구한 바와 정신과 의사로서 겪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40편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날뛰는 감정, 엉뚱한 곳을 가리키는 이성, 집단의 잘못된 공감,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인생의 여러 국면에 대해 해결책이나 정답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믿는 인간이 사실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존재인지를 말하려고 한다. 그것으로부터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으며, 서로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게 된다. 마음에 함몰되어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을 때,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멀리 떨어져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긴 안목으로 생각해 보는 관점을 선사한다.
 
 
프로필을 보면 정신과 의사에서 인류학도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요. 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여러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마음입니다. 따라서 기나긴 인류 진화사의 관점에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이이렇게 움직이는지, 그리고어떻게그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신의학은 인간의 마음, 특히 아픈 마음에 대해 다루는 임상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우리 마음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빚어졌는지 알고 싶었죠. 그리고아픈마음도 사실 진화사 동안 어떤이유가 있어서 나타난 것은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아직은 암중모색 중입니다만.
 
스스로신경인류학자로 소개하고 계시는데, 신경인류학이라는 용어가 낯설어요. 신경인류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인류학적으로 인간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세 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축은 과거 인류의 조상부터 현생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형질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축은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서 이러한 정신적 형질이 어떻게 다르게 혹은 같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축은 유전자부터 시작하여 뉴런 내 신호 전달, 뉴런의 연접 및 중추신경계의 구성, 신경계와 외부 세계의 조응 및 각 개체의 상호 작용에 따라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것이죠. 이러한 세 가지 축에 따라 인류의 정신을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신경인류학(neuroanthropology)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4년 『미움받을 용기』가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심리학, 정신의학 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신과 의사로서 현장에서 느낀 점, 연구자로서 최근 느낀 점이 있다면요?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방법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볼까요? 첫째,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의 내적 상태에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층위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어느 것도 가볍게 다룰 수 없습니다. 마음의 고통은 사회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것입니다.
최근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관련 대중서가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개인적인 내적 심리 상태가 경시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지도 모릅니다. 고도 연결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과는 연결은 점점 끊어지고 있습니다. 소외당하는 자신의 내부를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들여다보는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자칫하면 고통의 원인은 모조리외재화됩니다. 이는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닙니다. 외부 세계와 동량의 무게를 가지는 미지의 세계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다른 심리학, 정신의학 책보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은 답이 명확한 것 같아요. 불안, 슬픔 등에 대해 인간은 진화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잖아요. ‘인간은 연약하게 태어났다라는 말을 좀 더 신경인류학의 측면에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약함은 인간의 특성입니다. 신체적으로도 연약하고 정신적으로도 연약합니다. 특히 우리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집착적이며, 종종 추악합니다. 수많은 슬픔과 고통, 비극은 바로 각자의 연약한 본성에서 기인합니다. 인간의 뇌는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복잡하게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뇌가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보면도대체 어째서?’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 인간 마음의 연약함은연약함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우리 마음속의 수많은 결함은 진짜결함이 아니라, 사실 뇌가 아주 잘 작동한다는 증거인지도 모르죠. 슬퍼하고 걱정하고 집착하고 성내는불쾌한감정,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어리석은이성, 싸우고 때리고 죽이는못된행동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정말 인간답다는 뜻입니다. 마치 음침하고 거칠고 척박해 보이는 우리 마음속에, ‘인간성이라는 가장 귀한 보석이 숨겨져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보면 정말 다양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불안을프라임 감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안은 가장 오래전에 진화한 감정입니다. 포유류가 나타나기 전부터, 과장해서 말하자면 최초의 생명이 나타난 시점부터 있던 기본적인 반응입니다.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인 반응은 거의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형질입니다. 그래서 불안은 좀처럼 의지로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거의 자동적으로 나타나고, 한번 나타나면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불안에 한 번 휩싸이면 다른 감정이 잇달아 활성화됩니다. 우울해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판단력을 잃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은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형질입니다.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습니다. 브레이크가 예민할수록 승차감은 떨어집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승객들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차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분명 다른 차와 부딪히거나 길을 벗어날 것입니다.
훌륭한 운전사는 어떻게 할까요? 위험한 상황에서는 승객이 넘어지건 말건 브레이크를 꽉 밟습니다. 안전한 상황에서는 살살 브레이크를 다루면서 속도를 냅니다. 떼어버리면 안 됩니다. 휩쓸려서도 안 됩니다. 평소에는 조심스럽게 다루다가,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밟아야 합니다. 종종 우리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꼭 필요한 프라임 감정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에서는 불안, 슬픔,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나의 감정을 객관화시키는 것,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게 내 감정을 똑바로 마주 보는 일의 이점은 무엇인가요?
 
감정은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감정에는부정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른 감정에는긍정적이라는 딱지를 붙입니다. 부당한 일입니다. 어떤 감정이좋은것은 긴 진화 과정을 통해서 유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행동은 지속하도록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행동은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것뿐입니다. 감정은 무죄입니다.
그런데 종종부정적인 감정 = 나쁜 것 = 없애야 하는 상태로 여깁니다. 감정 자체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썩은 음식을 보고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썩은 음식이 몸에 해롭기 때문이죠. 그런데역겨움자체에 초점을 두면 곤란합니다. 눈을 감고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분명역겨움은 느끼지 않겠지만, 곧 배탈이 날 것입니다. 삶 속에서 느끼는 소위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시그널입니다.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더 관심을 가지고사랑해야합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감정이 장기화하면 우울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정적인 마음 단번에 다루는 열두 가지 방법과 같은 책이 넘쳐납니다. 음악과 독서, 운동, 그림 그리기 등에서 시작하여, 가족과 친구와의 공감과 소통이나 봉사, 종교 활동은 아주 단골입니다. 몰입과 집중, 자기실현, 초월도 흔한 메뉴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왠지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여러 종류의 식품이나왠지 과학적인 느낌을 주는 은색 장비, ‘왠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요법 등이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부정적인 마음을 다스리게 해 준다는 이러한 수많은 방법은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너무부정적인 견해일까요? 삶에서 느끼는 일상적인부정적 생각은 그대로 껴안고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려고 하지 말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데도불구하고잘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임계 수준을 넘으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심적 고통을 겪는 사람을 도우라고 만든 직업이 있습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정신과 의사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보면서 악인과 선인, 정상과 장애 등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양극단의 사이 어디쯤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세상의 많은 것은 상반된 두 성질로 나뉩니다. 인간의 마음도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좋은 것에는좋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쁜 것에는나쁜이라는 이름을 붙이다 보니, 마음에도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사람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눕니다. 전자는 극단적으로 칭송하고 후자는 가차 없이 저주합니다. 점점 자신의 마음, 그리고 이 세상을좋음나쁨이라는 단 하나의 유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지만좋은혹은나쁜이라는 형용사가 그냥유쾌 혹은 불쾌과 관련된 뜻인지, 삶의유익 혹은 불리와 관련된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좋은 나쁜 것도 있고, 나쁜 좋은 것도 있습니다. 마음속 좋음과 나쁨을 화해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도 소위좋은 사람과 소위나쁜 사람으로 나누어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진화사를 통해 인간이 가진 치명적인 결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인간이 가진 한계를 아는 것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인간의 마음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자기 확신입니다. 당장 오늘 아침에 사용한 칫솔 색깔도 가물가물합니다. 17 곱하기 14를 암산하려면 제법 애를 먹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는 잘 의심하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옳고 그름을 규정하고 확신해버립니다. 항상 동물의 욕망에 지배당하면서도, 신의 위치에서 타인을 판단합니다. 사실 인류사의 수많은 비극은금수같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으로 착각한 사람이 저질렀습니다.
과도한 확신 경향 자체가 진화적 형질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무작정 판단을 지연하는 것보다 일단 제한된 정보에 기반을 두어 얼른 처리하는 전략이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주장입니다. 그러한 확신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면 곤란합니다. 인간은 긴 진화사를 통해서 임시변통으로 현재의 마음을 빚어나갔습니다. 그럭저럭 작동하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허술한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기능도 만족스럽지 않고, 고장도 잘 납니다. 진화가 빚어낸 자신의 결함을 받아들이면, 조금은 겸손한 자세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정과 이성이라는 두 마리 말의 고삐를 잡고, 세상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삶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이지만 저 역시 모릅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이 이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40편의 진화인류학, 정신의학이, 심리학, 신경과학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보다 긴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기사 및 사진 제공_아르테 출판사
 
마음으로부터 <!HS>일곱<!HE> 발자국 [인문]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박한선 | 아르테(arte)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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