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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상상이 구병모를 스치면? 비행하는 인간『버드 스트라이크』인터뷰

  • 2019.05.03
  • 조회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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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진 채로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소설에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어덜트 소설’이다. ‘영어덜트 소설’이란 작품 속에 판타지나 로맨스를 녹여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소설인데, 대표적으로 『해리포터』나 『헝거게임』이 있다. 요즘 가장 핫한 마블의 『어벤져스』시리즈도 ‘영어덜트’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영어덜트 소설’을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는 소설로 인식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청소년 소설’로만 받아들인다. 청소년이 읽는 소설, 그래서 청소년만 읽어야지 성인이 읽긴 조금 가벼운 소설로 치부된다. 그 편견을 깨부순 작가가 바로 구병모다.
구병모 작가는 『위저드 베이커리』로 문학계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집을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머물게 된 신비한 빵집에서 겪는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작가는 국내에서도 영어덜트 소설이 청소년에 국한되지 않고 성인까지 읽기 좋은 작품임을 알려갔다. 그런 그녀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영어덜트 소설을 들고 왔는데, 이번엔 하늘을 나는 인간이다.
오래 전부터 인류가 그려온 신화적 상상, 하늘을 나는 인간. 이 모티브가 구병모를 스치면 어떻게 피어날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신간 『버드 스트라이크』의 저자 구병모와의 인터뷰.


[글쓰기를 반복할 수 있는 행운]
10년 차 소설가가 되셨는데요.
한 회사에서 10년 근속한 느낌이에요. (웃음) 사실 제가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건, 독자분들께서 계속 찾아 읽어주셨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먼저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물론 이런 인사도 조금 조심스러운 게, 10년이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엔 10년이란 기간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저 한 걸음 내디뎠구나, 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음 발걸음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하기엔, 지난 10년간 써온 소설이 무척 많으신데요.
그건 제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숙제를 미루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학창시절에도 레포트 과제가 있으면 제날짜에 꼭 제출했었어요.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살았는지 저 스스로도 의문인데요. (웃음) 그런 성격이 글을 쓰는 중에도 드러나다 보니 어느새 작품이 쌓였더라고요.

요즘도 그럼 끊임없이 작업을 하며 지내시는 건가요?
네 그렇죠. (웃음) 늘 하던 대로 다음 원고를 쓰고 있어요. 가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으냐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얼핏 생각하면 ‘사건성’이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해하는 편이라서요. 반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10년 차에 출간한 소설 『버드 스트라이크』]
이번 소설의 제목이 조금 특이합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비행기가 새와 충돌하는 경우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이잖아요. ‘위험’을 내포한 단어인데, 이번 소설이 풍기는 느낌은 그와 조금 다릅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두 주인공 혹은 두 집단이 만나는 ‘부딪힘’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충돌을 위험한 의미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사람이 바뀌지 않잖아요. 위험에 처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둘러싼 역사도 바뀌지 않는 것 같고요. 이런 생각이 든 후로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제가 갖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마냥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린다기보단, ‘나와 다른 존재와 부딪히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 제목은 언제 처음 떠올리신 건가요?
처음부터 제목이 ‘버드 스트라이크’였던 건 아니에요. 2011년에 꿈을 하나 꾸고 나서 이 작품을 구상했는데요. 그 이후로 다른 작품들에 몰두하느라 정작 이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2012년에 다음 작품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는 자리가 있었고, 그때 이 소설을 떠올리면서 가제목을 찾기 시작했어요. 고민 끝에 계약서에 적은 가제가 ‘조류 충돌’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버드 스트라이크’의 어감이 더 낫다 싶어 수정했습니다. 말하고 보니 처음부터 ‘버드 스트라이크’를 떠올렸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소설의 시작이 꿈이었다는 게 재밌네요. 어떤 꿈이었나요?
2011년 당시에 꿨던 꿈인데요. 깊이 잠든 것도 아니고 살짝 낮잠이 든 사이에 꿨던 꿈이에요. 그 짧은 꿈 속에서도 기승전결이 다 있어서 당시에 꼼꼼히 기록을 해뒀거든요.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만 말씀드리자면, 신분이 고귀한 아이와 날개 달린 집시 무리가 꿈속에 등장했어요. 고귀한 신분이지만 날 수 없는 아이는 집시 무리에게 나를 데리고 하늘을 한 번 날아가 달라고 부탁을 했죠. 그 제안을 받아들인 ‘익인’이 하늘을 나는 중에, 이를 오해한 경비병들이 그들을 쫓아갔고요.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도 많았는데, 그걸 다 말씀드리기엔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어쨌거나 그때 꿈을 꾸고 나서 허겁지겁 스토리를 써뒀고 그 이후에 조금씩 보완을 했습니다. 소설의 주요 뼈대들은 그때 거의 완성됐던 것 같아요.

『버드 스트라이크』에 등장하는 익인의 이야기는, 한때 존재했던 원시 부족(?)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판타지를 현실처럼 믿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현실처럼 믿어지시나요? (웃음) 일단은 제가 판타지와 현실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비현실을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든요. 그래서 둘 사이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고, 그게 작품에 드러나나 봐요.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면, 환상적인 요소가 우리 현실의 일부일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우리의 현실이 환상성의 일부일 수도 있잖아요.
작품에 등장하는 익인의 경우도 그래요. 날개 달린 인간을 우리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동서고금 어디서나 다루는 원형 이미지잖아요. 이 부분은 인류 신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반면,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또 현실적으로 그렸거든요. 그렇게 둘이 뒤섞이게 되는 거죠. 아마 익인의 생활 양식이나 문화를 보면 인디언이 떠오르기도 하실 거예요. 이처럼 환상성과 현실성이 혼합되어 ‘현실 같은 판타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한자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한자를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다만, 판타지 중에서도 ‘드래곤’이나 ‘기사단’ 같은 느낌이 아닌, 우리의 현실과 멀지 않은 느낌을 주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되도록 짧은 이름이 나아 보였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자예요. 앞서 말씀하신 ‘판타지를 현실처럼 믿게 한 요소’로 한자 이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작품 속에는 익인들이 시청사로 몰려와 부딪히는 직접적인 충돌 외에도 서로 다른 세계에서 나고 자란 두 주인공의 충돌이나, 집단 간의 충돌이 함께 등장하는데요. 이 지점들에서 자연스레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대립과 충돌이 인류를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게 만든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립이 완벽히 사라진 세계는 없다고 봐요. 역사적 사건들만 살펴봐도 싸우고 부딪혀서 대립이 끝난 줄 알았지만,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대립이 등장했잖아요. 대립이라는 요소가 전 인류의 신화를 이루는 속성이고 인간의 역사는 충돌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형태나 대상이 바뀔 순 있어도 사라지진 않을 테고, 그로인해  소설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문학이 이 대립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작가님의 전작인 『위저드 베이커리』가 떠올랐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경우 현실을 기반으로 판타지를 구현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신간은 판타지에다가 일상을 투영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쓸 때 꼭 판타지를 써야겠다는 목표 같은 건 없었고요. 마침 시기적인 우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위저드 베이커리』가 출간된 지 10년이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 짝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신기하긴 합니다.

이번에 『위저드 베이커리』 10주년을 기념해 리커버 도서를 출간했는데요. 10년간 국내 독자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요.
먼저, 리커버라는 건 철저하게 책의 물성에 집중하는 기획인 것 같은데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 리커버 도서는 데코레이션이 잘 된 열 살의 생일 케이크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좋았고요.
해외 반응의 경우엔 프랑스나 대만, 멕시코에 소개됐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 의미 있는 일이었어요. 특히 멕시코에 갔을 때, 한국에서 작가가 왔다는 사실에 많은 분이 관심을 보내주셨는데요. 그런 반응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묵묵히 쓰는 작가, 구병모]
다양한 형태의 소설을 쓰시잖아요. 그중에서도 영어덜트, 청소년 소설로 대표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판사나 서점의 입장에선 소설 분야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고 또 중요한 일일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구분을 짓지 않아요. 이를테면, ‘이번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니까 특정 독자(청소년)에게 교훈이 되는 내용을 써야지’ 이런 사명감은 없거든요. 아니 그런 사명감을 갖지 않으려고 애써요. 저는 그저 분야에 구분 없이 자유롭게 썼을 뿐이고요. ‘영어덜트’ 혹은 ‘청소년 문학’에 어떠한 수식을 붙여 저를 불러주시는 건, 편하게 부르기 위한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말 교보문고에서 진행한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상위권을 차지하셨어요. 대중뿐만 아니라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쑥스러운 일인데요. 저를 좋게 봐주신 건 아마도 철저하게 마감을 지키는 부지런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가끔 어떻게 그렇게 책을 지치지도 않고 내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물론 당장 눈에 띄는 특성은 아닐 수 있는데요. 이대로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본인의 부지런함에 대한 자부가 있는 건가요.
개인적인 부지런함에 대한 자부라기 보다는요. 제가 어떤 원고를 썼을 때, 그걸 가지고 일을 해주시는 많은 분이 계시잖아요. 실무에 속해 있는 많은 분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초조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이랄까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배려한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그리고 못 하면 못한다고 미리 말하는 솔직함도요.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장 책으로 묶여 나올 계획은 없지만, 단편을 몇 개 쓰고 있는데요. 한동안은 짧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것 같아요. 이 기간이 쌓이다 보면 다음 10년을 맞이할 수 있겠죠? 그때까지 부지런히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사랑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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