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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잖아요”『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 2019.04.03
  • 조회 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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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소부’가 자신의 직업을 말할 때 부연 설명이 길어진다. 특히 20대라면 더 그렇다. 20대 변호사, 20대 운동 선수들에게 사람들은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느냐’ 묻는 경우가 드물지만, 20대 청소부에게는 ‘어쩌다 그 직업을…’ 하고 묻는다. 말이 아니면 표정으로라도.
나 역시 며칠 전까진 그랬는데 지금은 다르다.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한 젊은 작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그림으로 그려 독립출판을 했고 그 이야기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덕분에 그녀의 책은 주류 출판사를 통해 다시 출간되어 요즘 서점가에서 핫한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청소일, 그림작업 못지 않게 인터뷰와 강연 활동으로 바쁘다는 그녀.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통해 사회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있는 김예지와의 인터뷰.


[요즘 가장 핫한 책, 그리고 힙한 책]
아직 작가님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짧게 본인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코피루왁(김예지)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제 일기 같은 책이에요. 제가 4년 동안 겪었던 청소에 관련된 감정들과 에피소드가 그대로 담겨있는, 거의 날 것의 비밀 일기장 같은 책이라고 보면 돼요. 대신 그림이 함께 들어간 그림 일기에 가까운데요. 책 구성에 그림을 더한 이유는 제가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미대를 졸업한 뒤, 청소일을 시작한 것도 그림을 병행하기 위해서였고요. 물론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면 얘기가 또 다르겠습니다만, 당시엔 일을 하면서 제 그림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독립출판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서점가에서는 무척 핫한 책이잖아요. 출간 후 많은 인터뷰를 하셨고 얼마 전엔 다큐멘터리도 촬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의 책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구나, 처음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독자분들로부터 메일을 받았을 때요. 독립 출판으로 책을 내면 따로 독자를 만날 기회가 없는데요. 그럼에도 몇몇 분들은 제 메일로 말을 걸어 오셨거든요. “잘 봤어요” 라는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내 책을 사람들이 읽고 있구나’ 실감할 수 있었죠. 피드백이라고 할까요? 제가 건넨 이야기에 누군가 새로 말을 걸어오는 경험이 참 좋았습니다.

그만큼 작가님의 책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다름에서 오는 호기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이었어요. 그러니까 작가님의 ‘생소한 직업’ 때문에 책을 펼쳤다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어서 공감이 갔거든요. 이 두가지 측면에서 질문을 이어가보겠습니다.

[나와 조금 다른 사람, 김예지]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20대 후반에 ‘청소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독특하게 보이는데요. 20대에 청소일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그때마다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돈 벌기 위해서. 왜냐하면 제가 취업실패도 여러번 있었고 회사 생활을 하던 시기엔 불안 장애를 겪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프리랜서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관련 경력이 없으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 무렵 엄마가 제안을 했어요. 그때 결심했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청소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건 나쁘지 않겠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책 속에서는 청소일을 결심하던 순간을 아주 짧게 묘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척 쿨(?)하게 결정내리신 건가, 싶었거든요. 실제로 청소일을 결심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책 그대로예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거예요. “청소 일이 시간대비 수입이 괜찮다던데” 라며 엄마가 제안하니까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당시 보험회사에서 블로그 관리 업무를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었는데요. 시급도 짜고 즐겁지도 않았거든요. 그에 반해 수입도, 시간도 더 넉넉한 선택지가 있으니 크게 고민이 없었어요.

보통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하면, 가족의 반대가 큰 걸림돌이 되는데요. 작가님의 경우엔 어머니께서 먼저 제안 주셨으니 그 갈등이 적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어머니 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했어요. 아버지는 먼저 청소일을 하고 계시기도 했고 그런 아버지를 보고 어머니가 제게 따로 제안을 한 거니까요. 오빠는 워낙 표현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웃음) 가족의 반대나 갈등 같은 건 없었어요.

가족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책 속에 묘사되는 작가님과 어머니와의 관계는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한다는게, 작가님에겐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인 가요?
맞아요. 실제로 분위기가 좋아요. 사실 엄마가 다 받아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점에서 저는 엄마를 참 잘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부모라고 해서 다 그렇게 받아주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거든요. 어렸을 땐 그걸 모르고 ‘엄마니까 당연해’ 라고 생각했는데, 크면서 점점 깨달았어요. 아마 훗날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다면 더 깊이 깨우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못갔어요. (웃음) 어쨌거나 엄마랑 같이 일하는 건 너무 즐거운 경험이고요. 이런 고마움도 평소에 잘 표현하며 지낸답니다. 서운한 것도, 또 애정표현도 곧장 표현하는 사이예요.

어머니와 친해진 계기가 있었나요?
그런 건 따로 없어요. 부모님은 저희를 특별한 교육철학으로 가르쳤다기 보단 되는대로 키우셨는데요. 바쁘신 와중에도 같이 보낸 시간이 많은 편이긴 합니다. 마음을 항상 저희에게 두고 있었던 게, 와닿았나 봐요.


조금 더 직업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작가님이 ‘청소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이미지와 실제로 직업으로 택한 이후에 경험적으로 마주한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청소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 하는 일이란 편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청소일’을 떠올리면 길에서 청소하는 청소부 아저씨 또는 사무실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을 그렸거든요. 근데 실제로 제가 청소일에 뛰어들어 보니까 젊은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저만 해도 그렇고 근처 사무실에도 또래의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그 친구와 종종 교류도 하는데요. 저희 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 친구라 저희쪽 물건(일)을 가끔 넘겨주기도 해요.
그리고 청소일을 사업적으로 확장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인력사무소처럼 사무실을 차려놓고 자신이 일을 따온 뒤 다른 분들에게 일을 넘기는 거죠. 이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노동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다가가는 거잖아요. 이런 걸 옆에서 지켜보니 청소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럼 사업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본인의 성공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음, 청소일 관련해서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먼저 청소일을 하신 터라, 그곳에서 알게된 분들이 어느 정도 있거든요. 초반엔 그분들 통해서 들어온 일들이 많았어요. 그 덕분에 조금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얻어 걸린 거죠. (웃음)

청소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아있는 한 장면이 있다면요?
책에도 나오는데요. 엄마와 함께 이동하는 중에 김밥을 먹는 장면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제가 운전대를 잡고 있고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직접 싸둔 연근 김밥을 제 입에 넣어주는 모습인데요.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이긴한데, 그 공간과 순간이 참 좋아요. 이동하는 차 안이 엄마와 저 둘 만의 공간이기도 해서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고요. 혹여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이 장면은 꼭 가져가고 싶어요.

청소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어떤가요? 일상과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비슷한 풍경을 반복해서 마주하는 편인데요. 계단이나 사무실, 학원 위주로 일을 하거든요. 물론 장소마다 다른 그림이 펼쳐지지만, 그것들을 의식해서 보진 않아요. 사실 청소할 때 풍경에 신경 쓸 틈이 없거든요. ‘빨리하고 가야겠다’ 이 생각 밖에 없어요. (웃음) 그리고 이 일도 5년 째 하다보니 독특한 풍경도 그저 평범하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결국 나와 닮은 사람, 김예지]
청소일을 결정하실 땐 쉽게 정하신 것 같은데, 그 이후 일을 하는 중에는 많은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그 고민이 심각했던 시기가 있나요?
네 있었죠. 경제적으로 안정은 찾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하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아마 청소일 외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조금이라도 발전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더디다고 느낄 때 고민이 깊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일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던 게, 그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남의 시선’을 제가 의식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맞을까?’, ‘직업적인 선택을 너무 고민없이 한 건 아닐까?’, ‘좀 더 도전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밀려들었어요. 뿐만 아니라 제가 불안장애를 겪은 적이 있는데요. 그것 때문에 회사를 가지 못했던 것에 대해 한심함이, 뒤늦게 밀려들 때도 있었어요. 극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던 거죠.
이런 것들이 동시에 밀려들 때 참 힘들었어요. 뒤를 돌아보면 후회가 남고, 앞을 봐도 막막하고.

지금은 많이 극복하신 것 같은데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책을 낸 것이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릴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 라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은 것 같아요.

고민을 그림으로 일일이 드러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요?
두려움이 컸죠. 특히 아는 사람들이 보는 게 싫더라고요. 친구들은 제가 고민이 없다고 알고 있거나, 고민이 있어도 그 깊이를 가늠하진 못하잖아요. 그래서 민망함이 컸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자기 이야기를 꺼낼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참고 책을 내보니까 또 새로운 자극이 되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에게 말을 했을 때, 사람들 역시 ‘저도 그래요’ 하고 응답을 해주니까요. 덕분에 제가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꼭 쓰는 게 아니더라도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그걸 시도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이번 책을 통해 고민 상담을 털어 놓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해야할지 직접적인 조언을 구하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저도 답은 모르거든요. 그래서 어떤 구체적 행동을 제시하진 못하고 그저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공감해드리는 게 다예요. 제 나름의 응원인 건데, 이게 그분들께 닿았으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김예지]
청소일과 일러스트 활동 외에도 많은 요청들이 들어오고 있다고요.
독립출판을 할 때부터 유독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는데요. 아무래도 나이를 불문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으니까, 그와 관련해서 제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활동을 이어가느라 청소일을 조금 줄인 상태입니다. (웃음)
사실 강연을 처음 할 땐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제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즐겁고요. 제가 평소에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대상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 주고 받는 것들도 많더라고요.

일러스트 활동은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요?
만화 작업이 들어온 게 있어서 그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작은 클래스를 시작했고 독립 출판을 진행했던 곳에서 그림 강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 외에 또 새로운 책을 독립출판 했다고 알고 있어요. 『나만의 쏘울푸드』는 어떤 책인가요?
말 그대로 제 인생의 쏘울푸드를 그린 책이에요.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가 어떤 사람에겐 그냥 목을 축이는 음료일지라도, 저는 애정을 갖고 마시는 음료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이 갔던 건 아니고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먹은 뒤로 반해버렸는데요. 그런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양장피를 처음 먹게된 계기라거나 홈런볼을 사랑하는 이유 등이 담긴 소소한 만화책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그러니까 ‘소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저 <!HS>청소일<!HE> 하는데요? [시/에세이]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 21세기북스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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