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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브랜드의 집”『브랜드; 짓다』민은정

  • 2019.03.21
  • 조회 2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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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름'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반려견의 이름짓기부터 회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명, 그리고 기업의 사운을 건 신제품의 브랜드 네이밍까지, '이름'에 대한 고민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이름이란 대상의 첫인상을 규정하고 또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누, 티오피, 뮤지엄 산,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등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브랜드를 탄생시킨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민은정의 책 『브랜드; 짓다』는 익숙한 그 브랜드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과정들과, '이름'을 매개로 브랜드와 언어와 시대에 대한 통찰을 나누는 책이다. 브랜드 언어를 통해 세계와 시대를 읽는 흥미로운 경험, 『브랜드; 짓다』의 저자 민은정과의 인터뷰.  
 
 
카피라이팅, 혹은 브랜드 자체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브랜드 네이밍만 다룬 책은 많지 않더라고요.
브랜드 네이밍에 관한 책이 많지 않은 이유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국내에 많지가 않아서일 거예요.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지 올해 25년이 돼요.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을 내 스스로 한 번 정리를 해보면 좋겠다 생각해서 책을 쓰게 되었죠. 사실 브랜드 전략이나 브랜드 컨설팅, 디자인, 실행 같은 부분에 비해서 브랜드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인식이 되지 않고 있어요. 브랜드 언어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갈망이 굉장히 컸죠. 그리고 제가 운 좋게도 남들보다 먼저 이 일을 함으로써 좋은 브랜드, 좋은 프로젝트를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거기서 얻은 제 경험이나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도 사회적 소명일 것 같았고요.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디자인이나 기술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름을 짓고 글을 쓰는 것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일이라는 인식은 아직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책을 쓰면서는 이 일에는 전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딱딱하게 쓰면 재미가 없으니까 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례 중심으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브랜드 버벌리스트 Brand Verbalist'라는 직업이 좀 낯선데요.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브랜드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로고, 디자인, 패키지 같은 시각적인 요소를 비주얼 브랜딩이라고 하고, 이름이나 슬로건, 스토리, 메시지 이런 언어적인 요소들을 버벌 브랜딩이라고 하죠.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하면 이름을 짓는다는 굉장히 한정적인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름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브랜드의 모든 언어적 요소들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버벌리스트라고 부릅니다.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하고 어떤 면에서는 크레이지한 면도 있을거라 생각하시는데, 사실 저는 아이디어가 막 넘치는 사람이기보다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쪽에 가까워요. 그리고 그런 연구가 크리에이티브의 바탕이 된다고 믿고요. 저는 기차 이름을 짓는다든지 커피 브랜드명을 짓는다든지 할 때면 각 물건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고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부터 생각해요. 대상이 되는 객체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의미를 중심으로 네이밍을 하게 되는데, 책을 보니 음성학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책에 나온 사례 중에서 '티오피' '카누'는 사실 커피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단어지만 어딘지 '커피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음성학적인 요인 때문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웃음). 음성학이 브랜드 네이밍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름이란 것은 사실 의미와 소리의 합이거든요. 그런데 의미는 우리가 뇌에서 한 번 생각을 해야 한다면 소리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그래서 소리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죠. 소리가 주는 이미지는 잠재의식 속에서 중요하게 남고요. 사실 대중들에게는 '카누' '티오피'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냈을 때 느껴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제가 브랜드 네이밍을 하면서 느꼈던 것인데, 표음문자 문화권과 표의문자 문화권은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글은 표음문자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어서 표의문자 문화에 익숙해요. 그러다보니 국내 클라이언트들은 브랜드 네이밍에서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이 말이 어떤 의미냐를 먼저 물어보는 거죠.
그런데 제가 일하고 있는 인터브랜드는 글로벌 컴퍼니다 보니 외국 기업과도 작업을 많이 하는데, 거기서는 아무리 중요한 프로젝트라도 의미는 단 한 줄이에요. "이 이름은 어디에서 왔습니다. ." 그것 뿐이죠.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에요. 서구권하고 한중일 동양권은 이렇게 소리와 의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아요.
 
너무 의미만 생각해서 그런지, 가끔 뜻은 정말 너무 좋은데 직접 부르기에는 좀 어색한 이름들도 많긴 해요.
개인적으로 성명학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데요. 보통 성명학이라고 하면, 한자의 의미를 따져서 운명을 점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성명학의 기본적인 원리는 소리에요. 좋은 이름인지 나쁜 이름인지를 판단하는 여섯 가지 정도의 기준이 있는데, 그 중에서 소리의 밸런스, 소리가 서로 궁합을 잘 이루느냐가 80% 정도의 중요도를 가지죠. 그 밑바탕에는 소리는 파장이고 그래서 에너지고, 소리가 전달하는 파장과 에너지에는 대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거든요. 결국 이름이란 불려지는 것이고, 그 이름에는 대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죠.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음성학 외에도 다양한 네이밍 원칙들이 필요하던데요. 좋은 브랜드 네이밍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원칙들이 있다면 또 어떤 것들일까요?
기업의 입장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봤는데요. 해당 시장의 상황도 봐야 하고 제품 자체가 얼마나 혁신적인가도 고려해야 하고 제품 출시 이후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이나 규모도 생각해야 하고, 다 중요하죠. 그 중에서 한 가지만 말씀 드리자면, '시장 성숙도'라는 거예요. 제품이 팔릴 시장이 도입기냐 성장기냐 성숙기냐에 따라서 이름이 표현해야 하는 주제가 달라지거든요.
 
휴대폰을 예로 들면, 처음 휴대폰이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그렇다면 이름을 통해서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알려줘야 해요. 그래서 어떤 전화든 다 받는다는 뜻의 '애니콜'이라는 굉장히 설명적인 브랜드가 사용되었죠.
그 시기가 지나고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싸이언'이라는 브랜드가 나왔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과학적인 이미지를 줌으로써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이름이죠. 그리고 시장이 성숙되어 더 이상 제품에 대해 설명해줄 필요가 없게 되자 '갤럭시'라는 굉장히 상징성이 강한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고요. 이제는 이 제품이 무엇이고, 다른 제품에 비해 뭐가 더 좋다는 걸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죠. 휴대폰 이름이 왜 갤럭시일까? 그건 각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하면 되요. 그런데 지금처럼 성숙된 시장에서 '애니콜' 처럼 설명적인 이름을 붙이면 어떻겠어요? 그 이름이 촌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건 이름이 시장의 성숙도와 맞지 않아서인 것이죠.
 
책에서 사례로 나온 다양한 브랜드들은, 기발한 것들도 있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언어들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언어들을 굉장히 매력적인 이름으로 다듬어지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뮤지엄 산'이나 '자연은' 같은 경우가 그런데요.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저의 편견을 깨는 사례였어요. 일상어를 매력적인 브랜드 네임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고 또 어떤 것을 신경써야 할까요?
브랜드 버벌리스트로서의 자질 중 중요한 것으로, 저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을 꼽아요. 왜냐하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거든요. 특히 언어는 유한한 소재에요. 그렇다면 익숙한 것을 낯설게, 익숙하지 않게 보는 것이 필요하죠.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 만든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라는 단어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단어거든요. 누구나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제품의 컨셉을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이고요. 이걸 이름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인데 이제껏 브랜드 이름으로 쓰이지 않았던 단어를 가져와 우리만의 자산으로 만든 것이니까 진짜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토스'라는 이름도 좋아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그거 나한테 토스해줘'라는 말을 흔하게 쓰잖아요. 그 말을 캐치해서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의 브랜드로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좋고요. 처음에는 '구글'이라는 멋진 이름을 만든 회사가 '알파벳'이라니 너무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우리는 최고(알파)에만 배팅()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알파벳이다'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멋있게 들리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런 네이밍이 제일 힘들어요. 일상적인 단어를 브랜드로 가져오려면 그 단어를 낯설게 봐야 하는데, 흔히 쓰는 말을 낯설게 본다는 것이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리고 진부함과 낯설게 보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어렵죠. 누구나 다 아는 직관적인 단어는 또 굉장히 흔하고 진부한 말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이름은 기억에 남기가 힘들죠.
 
닌텐도 게임기 위(Wii)도 이름뿐만 아니라 Wii라는 스펠링 변형이 조이스틱을 연상시켜서 이미지를 더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름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완벽한 이름'을 찾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브랜드 네임을 보완하거나 강조하는 다른 요소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름을 짓는 것은 장애물 경주를 하는 것과 같아요. 게다가 그 장애물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무슨  의미냐면, 우선 이름을 지으면 법적인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이미 등록되어 있는 이름이 너무 많거든요(웃음). 게다가 하루에도 수천 개의 이름들이 새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장애물이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이름 하나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다 담을 수가 없어요. 현실적으로 두 세 개의 글자 안에 원하는 것을 다 담을 수도 없고, 정말 최선의 이름들은 이미 다 등록이 되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차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요. 차선의 이름을 최선의 이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보완해줄 다른 요소를 더해서 총체적인 브랜딩을 할 수 밖에 없죠. 그것이 슬로건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총체적인 브랜딩의 관점에서 이름을 봐야 하죠.
 
요즘은 전통의 브랜드에 새로운 감각을 입히는 작업들도 많이 하는데요. 혹시 브랜드 리뉴얼의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또 브랜드 리뉴얼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처음 런칭했을 때 2030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브랜드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고객들은 나이를 먹고 새로운 젊은 고객층은 유입이 안 되는 경우가 생겨요. 브랜드가 노후화되었다고 하죠. 브랜드가 가장 위험할 때가 그때인 것 같아요. 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노후화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소주도 그런 문제에 봉착하는 아이템이에요.  
'맑을린'은 대전충남지역 소주인데, 20, 30대 때 '맑을린'을 마시던 분들은 이제 4050이 되었고, 이제 20대가 된 이분들의 자녀들은 부모님과는 다른 소주를 마셔야겠다 생각을 하는 거죠. ''같은 경우에는 제2브랜드를 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력 브랜드를 손 봐야 했고요.
 
이런 경우 가장 손쉽게 하는 것이 디자인을 바꾸는 것인데, ''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브랜드 이름도 바꾸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기존 브랜드와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기존 고객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기존 '' 브랜드의 자산은 유지하면서 젊은 감각을 부여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해서  '이제우린'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죠.
'이제우린'이라는 이름은 지금의 감성과 굉장히 잘 맞아요. '이제우린' 다음이 생략된 것인데, 그 생략된 부분을 고객들이 채워갈 수 있거든요. "이제 우린 1일이다" "이제 우린 베프다" "이제 우린 한잔 하자" 이런 식으로요. 기존 고객들도 ''이라는 브랜드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고요.
 
사실 브랜드 리뉴얼이라고하면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만 바꾸는 걸 많이 생각해요. 하지만 옷만 젊게 갈아입는다고 젊어지지 않아요. 정신이 젊어져야 하죠. 브랜드 리뉴얼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겉모습만 젊어지려 하기 때문인데, 정신부터, 구성원의 마인드부터 젊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우린' 같은 경우는 단순히 젊은 감각만 주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마케팅 포인트가 요즘의 감각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이제는 고객들이 그 브랜드에 참여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성공할 수 없어요. 브랜드에 참여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내가 이 브랜드에 대해서 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서 SNS에 올린다는 거에요. 그래서 고객들이 그 다음을 스스로 만들어내게 하는 힘을 가진 이름이 좋은 이름인 것이죠.
브랜드가 언제 늙느냐 하면, 더 이상 새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 늙어요. 기업이 새로운 컨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기업 대신에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면 그것만큼 강력한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고객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어떤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요즘은 중요한 브랜드 전략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슬로건 'Passion. Connected.' 는 두 단어가 닷(.)으로 연결되면서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요즘 것' 느낌이 나더라고요.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은 '이제우린'과는 다른 측면에서의 '요즘 느낌'인데요. 저는 직업적으로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지금 시대의 아젠다는 무엇인지, 지금 시대의 아젠다와 브랜드와 네이밍은 어떻게 연결이 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해요. 지금 시대는 4차산업혁명 시대잖아요. 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0 1로 이루어진 비맥락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3차산업혁명 시대까지만 해도 1다음에는 2, 그 다음에는 3, 이렇게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상이 되는 시대였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0다음에 1이 나올지 0이 나올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0 1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별도의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고요. 그래서 비맥락의 시대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Passion-Connected'라고 두 단어를 연결하면 '열정이 이어진다'라고 아날로그적으로 연상을 하게 되지만 'Passion. Connected.' 라고 점을 찍으면 두 단어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의미를 만들어내게 되요. 그것이 지금 디지털 시대의 감성이라고 생각했고요.
책 제목인 『브랜드; 짓다』의 가운데 쓰인 세미콜론(;)  비슷한 의미에요. '브랜드' '짓다'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연결되어 어떤 맥락을 만들어내는 의미로 사용했어요. 그것이 지금 시대의 언어적 감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대에 따라서 선호하는 브랜드 이름이 달라지는데요.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브랜드 네임을 만든다면 어떤 것들을 생각하면 좋을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고객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감성에 맞는 이름도 중요합니다.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린다면, 지금은 반드시 기억되는 이름만 살아남는 시대에요. 예전에는 마트에 가서 직접 물건을 골랐기 때문에 고객이 브랜드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매대에서 상품을 진열하면 팔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검색 결과에 나온 제품만 판매가 되거든요. 검색이 안 되면 그 제품을 팔 수 없어요. 그렇다면  일단 고객이 제품명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기억되는 이름'이란 것은 어느 때나 중요했지만, 특히 지금처럼 모바일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 커졌죠.
 
그렇다면 기억되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질문하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의외성이에요.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 '배달통'이 비슷한 시기에 광고를 했는데 '배달의 민족'은 기억이 잘 나는데 '배달통'은 기억이 잘 안나요. 왜냐하면, 배달 다음에 통이 따라오는 건 좀 당연하거든요. 그런데 배달 다음에 민족이 나오니까 '? 이건 뭐지? 배달이 이런 의미로도 쓰인 거야?' 그런 의외성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남게 되는 것이죠.  
또 하나의 팁이라면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머리 속에서 뭔가 이미지가 연상이 될 때 기억에 잘 남거든요. '토스'라는 브랜드도 그렇고 '스노우'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고, '카누'의 슬로건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인데 이것 역시도 상상을 하게 되고요. 특히 청각과 시각과 연결되는 공감각적 이름이 되면 기억에 더 잘 남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한때 여러 기업들에서 많이 강조하긴 했는데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온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여러 기업에서 정성 들여서 만드는 브랜드 스토리가 고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기업이 자신의 관점에서 기업의 언어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니까 그래요. 기업이 우리 제품은 이래요, 이래서 좋아요 하고 말하는 걸 고객이 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거든요. 래리 킹이 한 말인데, 토스터기를 팔고 싶으면 빵 굽는 정도를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마이크로칩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하지 말고 갓 구운 빵과 근사한 아침 식탁에 대해서 얘기하라고요. 고객은 마이크로칩이 궁금하지 않거든요. 고객이 궁금해하는 것, 듣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거죠.
 
또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이, 스토리라는 건 기본적인 플롯이 있어야 해요. 학교 다닐 때 이야기의 3요소에 대해서 다들 배웠잖아요. 인물, 사건, 배경. 그런데 대부분의 브랜드 스토리에는 사건이 없고 배경도 없어요. 그냥 인물(브랜드)만 있는데, 그나마도 굉장히 평명적인 인물이라서 매력이 없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야기가 이야기로만 남겨져서 그래요. 아무리 우리 회사가 정말 착한 마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얘기를 해도 말로만 떠드는 사람을 믿지는 않잖아요. 그걸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죠.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행동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믿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아요.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스토리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예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많은 기업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대개는 컨셉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다 비슷한 활동들을 하거든요. 똑같이 김장하고 똑같이 연탄 나르고. 같은 사회공헌활동이라도 해도 평소 기업이 말하던 것과 연결시켜서 활동을 할 때 훨씬 고객의 마음에 남는데, 구글이 'Do the Right Thing'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오지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거나,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기부하는 '기프트카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그 기업의 활동과 연결이 잘 되는 사회공헌활동인 것이죠.
저와 같이 일했던 기업 중에는 현대모비스가 기억에 남는데요. 기업 슬로건을 '인사이드 유어 카 Inside Your Car'에서 '드라이빙 사이언스 Driving Sceince'로 바꾸면서 스스로의 업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모빌리티 사이언스를 구현하는 회사로 재정의했어요. 그러면서 사회공헌활동으로 어린이를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했고요. 그런 활동을 통해 이 회사는 정말 모빌티리 사이언스를 실천하는 회사라는 진정성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뭔가 이름을 짓기 위해서 각종 외국어 사전을 마구 뒤졌던 기억이 나는데요(웃음). 브랜드 버벌리스트로서, 평소에는 어떤 식으로 언어에 대한 감각을 기르고 연습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외국어 사전을 뒤져보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에요. 좋은 단어를 찾는 것도 목적이지만 저는 이색적인 소리의 조합을 보고 싶어서 사전을 많이 들춰봐요. 우리는 한국어의 언어적 조합에 익숙해져 있는데, 다른 세계의 언어들을 보면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언어적 조합, 소리의 조합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도움이 되요.
그리고 '토스' '알파벳'처럼 일상적 언어 속에서 브랜드의 소스를 찾아내는 것도 좋은 훈련이에요. 여기서의 조건은, 일상적인 언어지만 누구나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니라, 아직 브랜드화되지 않은 단어들을 찾는 거죠. 기존의 단어들을 항상 새롭게 보려는 훈련은 많이 하려고 해요.
그리고 보통 기성세대들이 인터넷과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말들을 언어파괴라고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런 인터넷 유저들이야말로 낯설게 보기의 대가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롬곡, 댕댕이이런 말들은 글자를 뒤집어보고 돌려봐야 하는데, 이분들은 진짜 언어에 대해 천재적이에요(웃음). 그래서 그런 커뮤니티들도 자주 들어가서 보는 편이에요. 언어를 갖고 노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처음 책의 제목으로 생각했던 이름은 '언어는 브랜드의 집'이었어요.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에서 가져온 것인데, 존재는 언어를 통해 규정되고, 존재는 언어를 통해서 규정되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에요. 언어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말을 참 좋아해요.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사례 중 하나가 두유에요. 두유. Soy Milk. 생각해보면 너무 대단한 네이밍이거든요. 만약 두유가 아니라 콩즙이라고 했으면 우유의 라이벌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이 브랜드의 존재를 규정하는 언어의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언어는 브랜드의 집을 지어주는 역할을 해요. 브랜드는 언어를 통해 규정되고, 언어가 만들어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브랜드; 짓다』인 거죠 (웃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브랜드; <!HS>짓다<!HE> [경제/경영]  브랜드; 짓다
민은정 | 리더스북
20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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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d56
  • 자신의 생각이 타인의 글로 이견없이 표현됨을 보니 신기하군요. 동감입니다. 作名 역시 인간만이 가능한 종합예술이니까요. 멋지게 정진하시길 ....
  • 2019/03/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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