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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디디의 우산』황정은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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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왜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형식적인 인사처럼 던지곤 하는 이 질문. 하지만 지난 10년간 우리는 이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범국가적으로 체득했다.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너무도 하찮게 사라져갈 수 있구나. 그리고 그게 내가 될 수 있구나.
소설가 황정은도 그랬다. 그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를 무수히 되뇌이는 과정에서 자신이 10년전 발표한 단편 하나를 부숴버렸다. 그리고 부숴진 단편을 새로이 써내려갔다. 2014년에 한 번, 2016년에 한 번 그렇게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소설들이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신간 소설 『디디의 우산』이다.
여전히 이어지는 세계에서 혁명을 고민하는 작가. 때로는 혁명의 불가능성을 떠올렸다가도 다시 한 번 혁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가. 소설가 황정은과의 인터뷰.


[10년 전 단편 ‘디디의 우산’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번 신간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디디의 우산」과 동명의 소설인데요.
네. 2010년에 「디디의 우산」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책에는 그 단편에서 발췌한 문장도 실려 있습니다.

책에 수록된 두 개의 중편은 작가님의 전작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관련된 전작들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2010년에 단편 「디디의 우산」을 썼고, 2014년에 그 단편의 연인이 등장하지만 둘 중 한명이 죽고 한명이 남는 내용으로 단편 「웃는 남자」를 썼습니다. 「웃는 남자」에 혼자 남은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지는 소설이 이번 책에 실린 「d」입니다. 「d」는 2016년에 걸쳐 썼는데요,「웃는 남자」를 새롭게 고쳐 쓰지는 않았고, 단편 이후를 썼습니다. 단편 「웃는 남자」에서 d는 방에 틀어박힌 채 생각을 반복하지만 「d」에서는 그 방 밖으로 나와 생활합니다. 「d」를 쓸 당시에 저는 2014년 이후의 한국 사회를 살고 있었고 돌파나 혁명의 불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걸 다 쓰고 나니 ‘혁명’을 생각하는 이야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쓴 것이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입니다.

두 번째 중편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다른 전작들과는 달리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인물은 달라도 주제의식은 같다는 건가요?
인물은 다르지만, 각 소설의 인물들은 결국 같은 시간과 공간을 겪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혁명’을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을요. 쓰는 입장에서 저도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단편 「디디의 우산」에서 ‘혁명’이라는 말을 해보고, 「d」에서 혁명의 불가능성을 생각하고,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선 무엇이 혁명일까, 어떤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할까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어요. 이 책에 실린 중편들은 단편 「디디의 우산」이 부서졌기 때문에 썼고, 또 그게 부서졌기 때문에 써야만 했는데, 쓰는 내내 그 세계를 기억하고 거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단편 「디디의 우산」은 자신이 가진 부채감과 결핍 덕분에 남의 사정도 살필 수 있는 인물인 디디가 아직 살아 있는 세계이니까요.

단편 「웃는 남자」에서는 dd에 해당하는 인물이 죽게된 사건을 직접 묘사해 주시는데요. 이번 소설 「d」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 넌지시 들려주는 게 끝이에요.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피한 이유가 있나요?
말씀하신 소설 「웃는 남자」에 이미 그 이야기가 있어서요.  「d」에서 그 이야기를 다시 하려면 그 과정을 더 집요하게 생각하거나 축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둘 다 할 수가 없었어요.


[시대가 함께 겪은 비극, 세월호. 거기서부터 시작된 소설, 디디의 우산]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시대가 함께 겪은 비극적인 사건, 세월호가 떠올랐어요. 많은 국민이 그랬겠지만, 작가님 역시 그 사건에 많은 영향을 많으신 거죠?
그렇죠. 이번 책도 거기서 시작되었으니까.

소설 속에서 d는 딱 한 번 웃는데요. 이미 dd를 잃은 상태에서, 아버지로부터 ‘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지 않았나’ 하는 질문을 받은 직후에 말이죠. 그 웃음이 저는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 같았습니다.
저는 그 웃음이 씁쓸하기보단 공포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공허도 있을 테고요. 너무 중요한 사람이 그렇게 하찮게 사라지고 없는 세계가 너무 당연하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사람과 삶이 그 순간에 무척 하찮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하찮으면서 또 버겁고.

소설 「d」에서 웃음 만큼 강하게 기억되는 건 진공관인데요. 소설에 진공관을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음향기기를 수리하세요. 수리실에서 진공관을 만진 적이 있었는데, 그게 눈으로 보기엔 작고 침침한 불빛이지만 만지면 뜨겁거든요. 그 온도와 d를 접촉하게 하고 싶었어요. 「d」를 쓴 시기가 2016년 여름과 가을이었는데 당시에 저는 제가 속한 사회에 많이 절망하고 낙담한 상태였어요. 사랑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 d처럼요. 2014년 이후로 우리 일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혁명도, 돌파도, 긍정적 의미의 변화도, 심지어 일상도 아니고,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는 게 두렵고…… 삶이 너무 하찮게 중단되었는데 내가 속한 사회가 그걸 생각하고 다루는 방식에도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없었고요. 가능한 것이 별로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세상이 제 실감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느끼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어서 「d」를 썼습니다. 「d」를 쓰기 시작할 때, 내가 지금부터 쓰려는 것이 어떤 내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작고 어둡지만 섬세하고 뜨거운 불빛을 d가 만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겐 그게 진공관이었고요. 「d」는 여소녀가 d에게 ‘조심’을 말하며 끝나요. 그 장면을 쓰려고 그 소설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저는 소설 「d」가 공간에서 시작된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소설 속 주요 배경인 ‘세운상가'와 ‘광화문 광장' 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크잖아요.
광장도 중요하죠. 특히 세월호 1주기인 2015년 4월 16일의 광화문 광장은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 동일한 문장들로 등장합니다. 당시에 봉쇄를 심하게 겪은 장소였고 소설 밖에서 제가 경험한 공간이기도 했으니까 두 소설의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도 했죠. 「디디의 우산」이 출간되고서,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였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아요. 저는 광장이라고 대답합니다. 많은 이들이 광장을 경험한 시간이었다고요.

실제로 광장을 찾으셨을 때 어떤 감정이었나요?
많이 춥고 많이 더웠죠. 제 일상은 광장에 있지 않았는데 그 장소가 이미 일상인 사람들이 늘 있었어요. 2017년 8월에 목포역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모자를 쓰고 보자기로 어깨를 덮었는데도 햇볕을 다 가릴 수가 없었어요. 바닥도 뜨거워서 그냥 지글지글 끓으며 앉아 있었어요. 이런 게 왜 저분들 일상이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 서글픔이 이번 연작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각 인물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모습으로요. 하지만 소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탈출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또 희망까지 건네주는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이 과정은 작가님이 지난 10년간 거쳐온 길이기도 한가요?
한국 사회를 생각하는 과정에 가까울 것 같아요. 소설 속 d라는 인물은 자신이 처한 낙담의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해요. 이미 익숙하고 낯익다고 생각한 온도와는 다른 온도를 접하고 놀라는 장면에서 소설이 끝나죠. 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다듬고 있을 때 2016년 촛불집회가 시작되었어요. 광장에 모인 불빛들 속에 저도 자주 있었고 이 작은 불빛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어요. 광장엔 ‘우리’도 있었지만 혐오와 배제도 있었잖아요. 사람들은 광장에서 한국 사회에 다양한 혐오와 배제가 있다는 걸 직접 보았고, 그걸 당사자로서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까지도 본 거죠. 사람들이 혁명, 혁명이라고 말하는데 그걸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저는 소설을 써야 생각을 하니까 그걸 생각하는 소설을 썼어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2017년 3월 10일 탄핵 판결 내용에서 재판관이 ‘생명권 보호 의무’에 대한 판결을 낭독하는 장면이에요.



[나의 소망이 비친 소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생명권 보호 의무’에 대한 판결은 어떤 내용인가요?
그건 세월호와 관련된 기소예요. 결과는 기각이었죠. 2017년 3월 10일에 저도 소설 속 사람들처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거실에 모여 있었는데, 그 순간이 21분 선고 시간 중 가장 불안하고 절망하고 낙담한 순간이었어요. 안되는구나, 싶었어요. 이거 안되는구나……

그 순간을 소설의 마지막 장면으로 넣은 이유가 있나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혁명 가능성을 생각하는 소설인데, 가장 어두웠던 순간으로 이 소설을 끝내도 괜찮은가, 라는 불안이 있었어요. 불가능하다는 결말로 읽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요.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을 독자들은 소설 바깥에서 이미 그 순간 이후를 경험했잖아요. 불가능해, 영영 오지 않아, 라는 뉘앙스로 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인물들 일상엔 달라진 것이 없었으니까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조금 더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여기서 주인공은 삶이 폭력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많은 폭력을 당한 인물입니다. 직장 상사나 부모 외에도 조카의 유치원 선생님 처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상처를 얻곤 하더라고요. 평소에도 이러한 주제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나요?
일상에서 흔하게 겪는 일이니까요. 조카들이 있어요. 육아나 교육 문제로 동생하고 자주 이야기해요. 걱정도 많이 하고요.

‘나’가 속한 그룹을 살펴보면, 남성주의 사회에서 피해를 입는 여성이면서 남녀 모두에게 공격 받는 레즈비언인 동시에, 권력에게 공격 받는 피지배자에 속하잖아요. 이 모든 ‘차별'과 ‘폭력'의 이야기를 여러 인물이 아닌 한 인물에 밀어넣은 이유가 있나요?
소수자성은 한 가지만 있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보통 여러 개가 동시에 오고, 특히 여성의 경우엔, 그리고 가난한 여성의 경우엔 보다 여러 겹으로 그걸 겪고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엔 소수자성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요. 비혼 여성, 아이를 키우는 여성, 미취학아동, 성소수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장애를 지닌 여성,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직장에서 선배나 상사에게 연애와 관계를 강요당하는 여성…… 저는 이 사람들이 정말 ‘소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상식이라는 상투적인 태도들 때문에 자주 소수자로 배제되는 입장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주인공이 취하는 태도가, 어딘지 작가님과 닮은 것도 같아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화자가 자기 삶을 말하면서 생각하는 내용이니까요. 소설에 언급된 일들을 이미 뻔하게 겪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이런 소망 때문에라도 제 뉘앙스가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소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전하려는 바를 숨기기 보단 곧장 드러내는 형태였던 것 같아요.
저는 소설을 쓸 때 각 이야기에 어울리는 말하기 방식을 찾으려고 애쓰는 편인데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돌려 말하거나 아닌 척 말할 수는 없는 이야기라고요.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내내 우회해서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이, 자주 뵙겠습니다]
이번 작품들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혹시 작가님이 많이 투영된 사람이 있나요?
모르겠어요. (웃음) 저를 투영했다기보다는 제가 이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럼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디디요.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이것은 디디의 생각인데, 그 문장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각각 힘든 점이 있었어요. 「d」는 소설을 쓸 당시, 한국 사회에서 낙담을 견디며 작업하는 게 힘들었고,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쓰기를 중단하기가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2017년 가을에 이미 원고지 300매 정도로 끝낸 이야기였는데 2018년에 처음부터 다시 써서 600매가 되었어요. 더 쓰고 싶지 않은데 더 쓰고 싶고, 몸은 지쳤는데 마음은 더 쓰고자 하고. 중단하는 게 힘들었어요.

두 작품을 끝맺은 순간, 어떤 감정이었나요?
마지막 교정지를 받았을 때 출간을 실감했고, 이 책을 정말 기다렸다고 느꼈어요. 책을 받았을 땐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 같았고요. 고마웠고 미안했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이 뵙겠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번 책은 꼭 많은 독자들이 펼쳐보셨으면 좋겠네요.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디디의 <!HS>우산<!HE> [소설]  디디의 우산
황정은 | 창비
20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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