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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의 시기, 판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예정된 위기』안병진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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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세계대전, 그것도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사건이 있다. '쿠바 미사일 사태' 또는 '쿠바 미사일 위기'로 알려진 사건이다.
1962년 가을, 미국은 항공사진을 통해 소련이 쿠바에 공격용 미사일 발사장치를 설치했음을 확인한다. 미국에서 불과 90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설치된 미사일은 미국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4일 안에 미사일을 철거할 것은 요구하고, 미국은 실제상황의 핵전쟁 준비까지 돌입한다. 핵전쟁까지 불사할 것 같던 미국과 소련의 극한 대립은 다행히 13일 만에 소련 흐루쇼프가 미사일 제거방침을 선언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게 되지만 이 사건은 이후 현대사와 정치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
 
미국 본토까지 겨냥 가능한 핵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관련 국가들의 힘겨루기. 이 상황, 뭔가 낯익지 않은가? 북한과 미국, 북한과 한국 사이의 오랜 견제와 협상, 그리고 긴장의 역사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쿠바' 대신 '북한'을 집어넣으면 소름 돋을 만큼 비슷하니 말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경희대 안병진 교수의 예정된 위기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훈들을 제시하는 책이다. 한반도 평화와 종전 선언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로 다가온 2019, 우리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안병진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과정은 이게 과연 현실일까 싶을 만큼 파격적이었고 또 놀라웠습니다. 정치학자로서, 특히 미국정치 전문가로서 지난해의 사건들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전공은 미국 정치, 특히 미국 대통령제에 대한 것이라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위치는 아니에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 김정은의 대담한 전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어요. 다만 북한과 북한이 하는 모든 행동을 다 악마화해서 보는 흐름이 있다 보니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이라는 것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던 것이죠. 쿠바도 그랬어요.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아주 잔혹한 전체주의자에 맑스레닌 교조주의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 2005년 경부터 이미 실용주의자, 개혁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그 당시 CIA의 어느 정보분석가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쿠바와 미국이 국교정상화까지 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고요.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김정은의 행보가 굉장히 파격적이지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봤다면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전히 선입견으로 김정은과 북한을 바라보고 과소평가 한다면 미래도 정확하게 볼 수 없을 겁니다.  
 
북한과 쿠바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두 국가를 비교한 경우는 많지 못 봤습니다. 북한과 쿠바를 연결해서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유학을 할 때부터 있었어요. 쿠바 미사일 사태와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너무 흥미로웠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봤더니 쿠바의 상황과 행동들이 북한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북한이 경제와 국방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병진노선을 고민하다 군사주의적인 선군노선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자극제가 되었던 것이 쿠바 미사일 위기였거든요,
김일성은 처음부터 소련과 중국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에다 소련이 쿠바 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자 하루아침에 쿠바에 대한 관심을 접는 것을 본 것이죠. 그걸 보고 북한은 스스로를 철저히 군사주의적으로 강화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길이라는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니까요.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 영화나 책에서는 자주 모티브로 등장하는 사건이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진 사건이 아니에요. 미국인들에게 쿠바 미사일 위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 사건인가요?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큰 바다로 보호받고 있는데다 자원도 풍부한, 과장해서 말한다면 천혜의 유토피아죠.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소련이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쿠바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이죠. 게다가 1957년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소련의 과학기술이 결코 미국보다 못하지 않고, 어쩌면 소련이 미국을 앞설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있었거든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 그리고 핵전쟁에 대한 공포, 그리고 실제로 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갔던 위기니까 미국인들에게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겼던 사건인 것이죠.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한 책이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책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 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의 『결정의 본질』입니다. 이 책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하면서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세 가지 중요한 인식틀을 제공하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대부죠. 그 분의 연구 덕분에 수많은 후속 연구가 가지 쳐 나올 수 있었고, 특히 사건을 해석할 수 있는 매우 탁월한 안경을 세 가지나 주었으니까요.
그레이엄 앨리슨이 제공한 안경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 번째는 합리적 행위자 이론이에요. 인간은 합리적으로 계산을 해서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한다는 가정이죠. 두 번째는 정부 내에서 온건파와 강경파가 어떻게 투쟁을 하고 있는가를 봐야 정부 정책 노선의 결정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 안경은 각 정부가 갖고 있는 매뉴얼을 통해서 위기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가늠해봐야 한다는 것이고요.
 
『예정된 위기』에서는 그레이엄 앨리슨 등 주류 정치학자들과는 좀 다른 프레임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와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앨리슨이 제공한 3개의 안경은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탁월한 개념틀이예요. 다만 제가 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 편견과 오해, 선입견 같은 것에는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은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무의식이 본능적으로 내린 결정을 사후에 합리화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는 지도자라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상당히 합리적이고 뛰어난 판단을 한다는 선입견을 갖는데, 인류 역사를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지도자들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질투도 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나 열등감 때문에 중요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거든요. 이 얘기를 지금은 더 많이 공감하실 거에요. 트럼프 대통령을 보세요(웃음).
앞으로는 인간이 가지는 불완전성, 불확실성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연구들이 나와야 해요. 그레이엄 앨리슨의 프레임을 보완해서 훨씬 풍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그런 안경들이 더 많이 나와야 지금 이 시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베두인 전설'의 사고틀을 중심으로 미국과 소련, 그리고 쿠바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베두인 전설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중동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베두인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이 전설은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압박을 칭찬하며 소개한 이야기에요. 베두인 족장의 칠면조가 도둑맞자 족장은 아들에게 칠면조를 찾아오라고 하죠. 하지만 아들은 그깟 칠면조 한 마리 때문에 호들갑 떨 일이냐 생각해서 찾지 않아요. 그러자 얼마 후 이번에는 낙타를 도둑 맞아요. 그래도 족장의 아들은, 겨우 낙타 한 마리인데, 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얼마 후 족장 아들의 딸이 강간당하는 일이 벌어져요. 칠면조라는 사소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이 적에게 더 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알게 했다는 거죠.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이 소위 말하는 '불량국가'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광기 어린 대응을 해야 하고, 작은 걸 잃어버렸다고 대응을 하지 않거나 잃어버린 것의 크기에 상응해서만 대응한다면 상대방에게 미국은 이 정도의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오판을 준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미국이 이라크에 본보기를 보여야 미국의 적과 우방들이, 미국을 건드리면  국물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거죠. 이 자체는 굉장히 통찰력 있는 관점이죠. 이 관점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어리석은 오판이었지만요.
 
베두인 전설의 사고틀이 이라크 전쟁이나 쿠바 미사일 위기 외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례가 있나요?
대표적인 사례가 1938년의 뮌헨회담이죠.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의 산업지역 합병을 요구하자 독일과의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영국을 비롯한 이탈리아, 프랑스 정부가 독일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나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죠.
그런데 당시 주영 미국대사가 케네디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였어요. 협상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영국의 결정을 지지했다는 낙인이 찍혔죠. 그걸 머리 속에 새긴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 사소하게 대응했다가는 더 큰 국익을 잃을 수 있다 생각하고 강경하게 대응했을 겁니다.
 
작은 문제에서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면 더 큰 위기로 이어질거라는 강박이 서로의 의도와는 다르게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것인데, 미국이나 소련 같은 강자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벼랑 끝 전술도 '베두인 전설'의 사고틀로 이해할 수 있다고요.  
미국이라는 제국은 실수를 해도 여유가 있어요.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패했잖아요? 그래도 미국은 무너지지 않았어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상당 부분 타격을 받긴 했지만요.
하지만 쿠바나 북한 같은 작은 국가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의 싸움에서 한 번이라도 패하면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져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카스트로는 엄청난 허세를 부려서 작은 것에도 괴물처럼 반응을 해야 얕보이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거죠. 소위 말하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것도 베두인 전설의 일환이에요. 사소한 것에서도 약해 보이지 않고 허세와 객기를 부린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훨씬 더 베두인 전설을 뼛속 깊이 새긴 거죠.
 
위기감을 고조시켜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이 자칫하면 진짜 더 큰 위기로 발전될 수 있는데요. 쿠바 미사일 위기도 제3차 세계대전, 핵전쟁으로까지 갈 수도 있었고요. 이 과정을 멈춘 것은 결국 리더의 판단과 결정이었습니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의 촉발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이 애초에 소련과 가까운 터키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이 흐루쇼프에게는 굉장한 위협이 되었고, 그래서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게 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위기를 넘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케네디가 보여주었던 의사결정은 굉장히 뛰어난 것이었어요. 케네디는 임기 중에 집무실과 회의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회의내용을 녹음했는데, 나중에 그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어서 쿠바 미사일 위기가 진행된 13일 동안의 회의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걸 보면 감탄을 하게 되요. 다양한 견해들을 백가쟁명으로 제기하게 하고,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좋은 것을 판단하는 능력의 정수를 보여주거든요. 그 점에서 케네디의 리더십은 정말 높이 평가받을만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흐루쇼프에 대해서 과소평가되고 악의적으로 해석된 면이 있는데, 냉전이 끝난 지금은 좀 더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흐루쇼프도 케네디처럼 위기 촉발의 책임이 있어요. 팽창주의자인 스탈린도 하지 않았던 핵미사일을 반입했으니까요. 그건 명백히 맹동주의죠. 하지만 위기가 벌어진 후에는 강경파와 카스트로의 주장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케네디와 시그널을 주고받으면서 평화롭게 위기를 해결하고 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고 노력했어요. 만약 케네디와 흐루쇼프가 아닌 다른 지도자였다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죠.
 
쿠바 미사일 위기는 13일 동안 지속되고 끝났지만, 협상이 타결되어 미사일이 철수된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 있었다고요.
실제 13일간의 위기는 미국과 소련의 빅딜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행위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려 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마구 양산하기 시작해요. 카스트로는 위기가 잘 마무리된 마당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관타나모 기지를 돌려달라고 요구를 해요. 미국이 애초에 관타나모 기지를 장악한 것은 잘못이지만 위기가 봉합된 지금 관타나모 기지 반환을 전제조건으로 협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어요. 미국도,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쿠바가 혁명 수출을 하지 않을 것을 뒤늦게 삽입시키려 했고요. 그렇게 나오면 상대방에서도, 아니, 뭐자? 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야? 이걸 핑계로 결국 우리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 아니야? 그런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위기가 봉합되어 이제 잘 아물면 되는데 거기에 또 다른 인화물질을 막 뿌리고 있는 거잖아요. 흐루쇼프가 미국과 협상을 결심한 와중에 미국의 U-2 정찰기가 쿠바에서 격추되기도 했는데 그렇게 보면 3차 세계대전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13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문제해결 이후에도 지속적인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네요.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쿠바 정도만 관련되어 있지만 한반도의 위기 해결은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이 얽혀있는 고차방정식이에요. 북미, 남북 국교정상화가 되고 문제가 해결되었다 생각되는 순간 수십 개의 지뢰들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그런 점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가 벌어진 13일 동안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해서 더 깊게 연구를 할 필요가 있어요.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북한이 비슷한 점도 많지만 한 가지 가장 다른 점이라면, 한국이라는 변수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 위치가 애매했는데, 이제는 중재자로서의 새로운 입장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은 독자적 전략과 노선을 가지기 상당히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도 선진국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어요. 강대국 외교 노선의 종속변수가 아닌 평화 만들기의 촉진자로서 우리에게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보여주었거든요.
우려되는 점도 있어요. 한국 사회는 아직도 분단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만들기에 대해서 일각에는 불편하게 보는 시각들이 있어요. 이런 시각에 대해서, 바라건대 문재인 정부가 국제적 보편의 가치를 가진 메시지로 국제사회와 한국의 초당적 시민사회를 설득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해요. 최근 한국 시민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 문제는 얼마든지 초당적인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만약 평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토대가 무너진다면 한국이라는 존재가 좋은 변수로만 작용하지는 못할 거에요. 국제사회에서의 운전자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이견들도 함께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죠.  
 
책에서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21가지 교훈을 정리했는데요. 21가지 교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꼽아본다면 무엇일까요?
21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지사지죠. 너무 당연하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대부분의 갈등들은 역지사지를 못해서 나오는 거거든요. 리더들도 마찬가지에요. 특히 미국은 전세계를 주도하는 제국으로 오랜 시간 존재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요. 다른 나라에 관심 갖지 않아도 잘 살거든요. 반면 북한이나 쿠바 같은 국가들은 매일 자신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고 또 전체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한 역지사지를 가지기 어렵고요.
결국 핵심은,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상대에게 공감하라는 건 아니에요. 상대와 공감할 부분은 공감을 하되 역지사지를 통해 파악한 상대의 의도에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문제제기도 해야 하죠. 편견없이 바라보면서 철저하게 상대를 이해하는 것, 그것을 근거로 공감과 단호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9년에도 북미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이런 정치적 사건들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라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발달 뿐만 아니라 인류 대멸종까지 우려되는 기후변화 문제 등등 그야말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판이 바뀌는 시기라고요. 한반도도 새로운 차원으로 판이 바뀌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판을 읽어내려는 노력, 리더에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주문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시민들이 지식인, 엘리트를 따라가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집단지성으로 큰 틀을 제시하면 지식인들은 그 방향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을 집행하는 관계로 전화되었어요. 한국의 독자분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한반도와 문명의 거대한 변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함께 변화는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 및 영상제공_모던아카이브 
 
예정된 <!HS>위기<!HE> [정치/사회]  예정된 위기
안병진 | 모던아카이브
2018.12.17
결정의 <!HS>본질<!HE> [정치/사회]  결정의 본질
그레이엄 앨리슨 | 모던아카이브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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