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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꿈꾸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쩜오라이프』재주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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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 살면서 행복하기만 했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일 것입니다."
1.5평의  비좁은 방,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는 불편함,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커져간다. 고시원에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고시원에서 사는 것이 곧 불행이며 우울인 것은 또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잘 찾아보면 어느 한 구석에는 반짝이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반짝임을 찾아볼 여유가 없다고? 그건 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그런 거다. 반찬이 좀 부족해도 마음이 담긴 한 끼 식사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면 힘이 생긴다. 먼 곳을 바라볼 수도 있고, 대충 뭉쳐두었던 빨래를 할 기운도 생기고, 그러다 바지 주머니에서 생각지도 않은 지폐 한 장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런 거다.  
 
고시원 생활을 하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던 청년은 꿈을 향한 첫 출발점으로 주1, 100회 웹툰 연재를 결심한다. 무엇 하나 기댈 것 없는 막연한 목표. 그런 그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엄마가 보내준 레시피를 따라 하나하나 만들었던 소박한 한 끼 식사들이었다. 그리고 밥 맛있게 먹고 힘을 내어 독자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했던 약속, 웹툰 100회 연재를 마치고 그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1.5평 고시원 힐링 레시피, 『쩜오라이프』재주 작가와의 인터뷰.
 

'고시원에서 산다'고 하면 보는 편견들이 있잖아요. 저도 몇 년간 고시원에서 살아봤는데  물론 불편한 점이 많지만 항상 어둡고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작가님에게 고시원은 어떤 곳이었나요?
저에게 고시원은 꽤 살만한 곳이었어요. 아마도 꿈이 있었기 때문인 것같아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고시원의 제 방이 우주같이 느껴졌고, 또 그만한 꿈을 꿀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런 입장에 있다 보니 고시원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다 자기만의 꿈을 좇아오신 분들 같았어요. 그래서 힘을 얻으며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요.
 
'고시원 라이프 + 레시피'의 조합이 정말 신선해요.  고시원에서 요리를 하자고 마음 먹는게 쉽지는 않거든요.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선 처음에는 고시원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라면이랑 김치만 먹었어요. 근데 그렇게 먹다 보니 몸이 망가졌어요. 내 꿈을 이루기까지는 장기전이 될 텐데 이러다 아파서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내가 음식을 해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엄마가 요리 레시피를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요리를 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요리 영상과 책을 보기도 하면서 요리에 취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요리를 한다는 건 어느 책 문구처럼 삶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 같아요.
 
책을 보니까, 고시원 부엌이라고 못할 요리는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요리까지 해봤다!" 자랑할 만한 요리가 있다면요?
제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요리는 냄비 밥이에요. 사실 고시원에서 정말 많은 요리를 했고, ‘고시원에서 저런 요리까지?’라는 감탄이 나올만한 메뉴도 있지만, 냄비 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시원에서는 밥솥에 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나 고시원 총무님이 밥을 해두고  사람들이 저녁 시간에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밥이 떨어져 있지 않게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낮 시간대에 고시원에 있어서 밥이 없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물어 물어 냄비 밥을 한거죠. 근데 그 맛이 달랐어요. 고시원 밥 드셔보셨나요? 정말 밥에 찰기가 하나도 없이 눌려있어요. 밥을 하는 사람들도 그냥 일단 많이 해놓자!’라는 식이니 정성이 있을 리가 없죠. 그런데 제가 한 냄비 밥은 달랐어요. 찰기가 있고 정성도 가득했죠! 저는 아직도 그때의 밥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가장 힘이 되었던, 위로가 되었던 요리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위로가 되었던 요리는 단연 닭볶음탕이에요. 저희 부모님이 예전에 횟집을 하셨는데, 정말 장사가 잘 되었어요. 횟집인데 특이하게 닭볶음탕을 팔았거든요? 그런데 그 닭볶음탕이 정말 인기가 좋았어요! 그때가 저희 엄마 아빠의 전성기였는데 여전히 기억날 만큼 무척이나 행복했었죠. 활력도 넘치고. 근데 그 시간이 정말 짧았어요. 3년정도였나,그 후로는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닭볶음탕을 먹을 때면 늘 그때가 떠올라요. 부모님의 전성기 시절이. 그리고 제가 고시원에서 직접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으면서는 결심을 했죠. 엄마 아빠에게도 나의 전성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어쩌면 그때 결심한 힘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부모님께 보여드릴 나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서.
 
보통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셔서 좋았어요. 그 문장은 어떻게 쓰신 건가요?
사실 저도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그냥 돈이 없어서, 혹은 어떤 상황에 내몰려서 억지로 고시원에 살게 된 건 줄 알았어요. 고향에는 고시원이 별로 없기도 했고, 고시원에 살았던 친구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고시원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이 왜 고시원에 들어왔을까를 생각하니 결국 다들 저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고 나니 고시원은 단순히 힘든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다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고 느껴졌어요.
 
고시원 생활의 가장 단점이라면,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좁은 공간의 답답함, 고시원에서 언제까지 살아야할지 생각하면 느껴지는 불안감,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는 것 같은 초조함 같은 것들 때문에요.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는 고시원에 사는 분들께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찾게 해줄 작은 팁 같은 것이 있을까요?
질문하신 것처럼 고시원이라는 곳이 정말 마음의 여유를 갖기 쉬운 곳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옥상에 자주 올라갔어요. 제가 머문 고시원은 옥상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옥상까지 올라오는 분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답답함이 느껴지면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좀 더 편하게 옥상에 올라갈 때가 더 많았어요. 옥상에 올라가면 보이는 남산타워를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어요. 방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니까 노래를 흥얼거리기는커녕 말도 일부러 작게 하거나, 잘 안 하게 되는데 옥상에서는 자유로웠어요. 그 외에도 옥상에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일부러 옥상에서 먹기도 하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소풍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연재를 하고, 또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그걸 시작하기 힘들고, 또 시작해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거든요. 작가님도 만화를 그리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었을텐데요. 어떤 것이 어려웠고, 또 어려웠지만 계속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저 역시 마음을 먹는 데 3년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너무 많은 걱정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저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었어요. ‘이 나이에 다시 만화를 그려도 될까?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욕하면 어쩌지.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걱정들이요. 저는 우리가 무슨 일인가를 하는 것은 그 일이 나에게즐겁고 내게행복을 주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런데 항상 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는 요소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전부 무시하고 오직 나의 행복만을 위해서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방해하는 요소들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고, 행복을 더 많이 느끼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웹툰에 댓글이 많이 달리던데, 혹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감사하게도 독자님들이 정말 많은 댓글을 써주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아무래도 만화가 힘이 되었다는 댓글과 저의 행복을 응원하는 댓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으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행복을 응원해주시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나고, 저도 제 글과 그림으로 독자님들에게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열정이 생깁니다!
 
『쩜오라이프』를 주1 100화 연재를 끝냈을 때 기분이 묘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처음 1화를 그리면서 100화를 저만의 완결 회차로 정하고 만화를 시작했어요. 『쩜오라이프』는 만화에 대한 저의 열정을 실험하는 만화였어요. 저는 꾸준하지 않은 건 열정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만화를 그리기로 하면서 저의 열정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거에요. 그렇게 제가 정한 열정의 기준이 휴재 없이 100화 연재였는데, 정말 100화를 다 채우게 되었어요. 그때 저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00화를 마칠 때 후련함이나 아쉬움보다는 설렘이 더 많았어요. 아직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지금은 즐거운 생활이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어요. 제가 2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걸 풀어내는 만화에요. 우선 지금으로서는 즐거운 생활을 잘 마무리 하는 게 저의 목표에요.
또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만든 콘텐츠로 만화 외의 다른 영역들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재주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요. 저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브랜드는 자신만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해야 인정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주라는 사람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만화를 그리면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어요.
저의 행복을 위해서 시작한 만화인데, 여러분들을 통해 그보다 더 많은 행복을 얻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저의 첫 만화가 출판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즐겁게 그림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언제나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저의 행복을 사수하겠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양보하지 말자구요.”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들녘출판사
 
 
쩜오라이프 [시/에세이]  쩜오라이프
재주 | 들녘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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