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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를 울린 책,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

  • 2019.01.31
  • 조회 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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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인기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이하 알쓸신잡)은 출판계가 주목하는 방송이다. 매 시즌마다 방송에 출연한 인물들의 저서가 다시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그들이 소개하는 책 역시 독자의 관심을 끈다. 이른바 서점가 역주행의 1등 공신인데, 얼마 전 막을 내린 시즌 3의 최대수혜자는 『내 어머니 이야기』다.
이전까지 소개된 책들과는 달리 『내 어머니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 아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절판 도서였다. 그렇게 사람들 관심 밖에 있던 책을 심폐 소생시킨 건 바로 소설가 김영하다.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이란 수식과 함께 김영하를 울렸다는 게 독자들을 자극했다. 그 결과 절판된 도서의 복간 소식이 이어졌고 책이 출고되기도 전에 각 서점으로 고객 문의가 이어지더니, 결국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다.
충분히 그럴만한 책이다. 책은 함경남도 북청이 고향인 한 여인(작품 속 어머니)의 생애를 다룬 4권짜리 만화책이다. 한 개인이 살아온 100년의 역사가 담긴 작품으로, 개인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런 귀한 책을 그려낸 김은성 작가. 40이란 늦은 나이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녀와 나눈, 조금 늦은 인터뷰.


먼저 『내 어머니 이야기』는 어떤 책인지 짧게 소개해주시겠어요?
함경남도 북청이 고향인 제 어머니의 생애를 다룬 만화책이에요. 대략 100년 정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긴 세월 속에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어머니 개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가 됐어요. 그 때문인지 젊은 분들이 역사를 쉽게 접하고자 할 때, 제 만화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 전에, 책의 주인공인 어머니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책 속에서 편찮으신 얘기가 살짝 나와서요.
괜찮은 편이에요. 연세가 있다 보니 기억을 헤매는 순간들도 종종 있지만, 크게 불편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에 책이 복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하셨어요. 덕분에 요즘은 기운이 넘치는 어머니예요. (웃음)

어머니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다 보니 처음부터 제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야기는 미뤄두고 평소에 관심이 있던 여성들의 삶에 대해 써볼까 했죠. 그러고 나니 어머니가 보이더라고요. 여성의 삶 중에서 가장 가까이 계신 분이고, 이분의 이야기라면 제가 잘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의외네요. 저는 어머니가 작가님께 평소 ‘자신의 과거’를 많이 들려주셨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물론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하셨죠. 하지만 제가 잘 듣지 않았어요. 옛날얘기를 꺼내면, 또 똑같은 얘기를 하는구나 하고 흘렸죠. 사실 어머니 얘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따로 있어요. 만화를 그리기 전, 대학원에서 과제용 영상을 찍을 무렵인데요. 소재를 찾던 중에 어머니를 한 번 찍어볼까 싶어서 홈 비디오로 촬영을 했어요. 그날, 유독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척 재밌게 다가오더라고요. 아마 그때 처음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 같아요.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었는지 제가 만화를 결심하던 순간,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만화가 무려 4권짜리 책으로 완성됐습니다. 처음부터 긴 분량을 예상하셨나요?
처음엔 1권 정도만 생각했어요. 이 역시 분량을 설정한 건 아니고요. 얘기를 듣다 재밌는 에피소드를 하나둘 늘려간 형태예요. 그게 쌓이면서 언제부턴가 한 권짜리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용으로 따지면 어머니께서 흥남부두에서 남쪽으로 피난 오던 시점까지 그려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어머니 생의 일부만 담는 것보다 삶 전체를 다뤄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어머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인생을 되짚는 과정에서 제가 지금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제 안에서 역사의 피가 돌고 있는 기분도 들고요. 이 감정을 많은 분께 전하려면 삶의 일부가 아닌 생 전체를 그리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결국 4권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어머니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녹취를 풀고 그림화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모든 내용을 녹취한 게 아니에요. 2권 정도까지는 녹취를 했었는데, 그걸 글로 풀고 다시 배치하는 과정이 제겐 상당히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머릿속에 먼저 담고, 그 기억을 토대로 제가 적절히 배치하고 또 그려나가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래도 2권까지 녹취를 이어간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함경도 방언’ 때문이었어요. 제가 함경도 사투리를 잘 몰라서 그걸 정확히 풀어쓰기 위해선 녹취가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것도 3권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제법 적응이 되어 더는 녹취를 하지 않았어요. (웃음)

작가님도 함경도 방언이 낯설었던 건가요? 그럼 더더욱 작품 전체를 함경도 방언으로 채우는 게 어려웠겠어요.
작품 속에 나오는 대사는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제가 스토리를 짜는 과정에서 직접 만든 대사예요. 그러니 거기에 쓰인 북한식 단어와 표현들은 제가 모두 새로 풀어쓴 거죠. 이 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표준어가 나오고 북한말은 떠오르질 않으니까요. 그래서 함경도 방언을 새로 외우는 격으로 단어장을 만들고 그 단어장을 기반 삼아 대사를 풀어가기 시작했어요. 단어장에 메모하면서 머리 속에 자꾸 담은 거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표준어를 함경도 말로 번역하는 일이 마냥 힘들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사히 만화를 완결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함경도 방언으로 작품을 밀고 나간 이유가 있나요?
그분들의 감정이나 정서를 담아내려면, 사투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맛이라고 할까요? 내용을 표준어로 바꾸게 되면 그 토속적인 맛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당연히, 사투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어머니의 세세한 기억력인데요. 취재하면서 놀랍지 않았나요?
어머니께서 원래 관찰력이 좋으셨대요. 그게 꼼꼼한 기억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살아계실 땐 집 안의 금전 관계를 모두 어머니께 외우라고 하셨다는데, 그만큼 기억력이 좋은 어머니였어요. 그리고 그런 기억을 재밌게 풀어주시는 것도 어머니의 능력이에요. 가끔 어떤 에피소드들은 어머니가 해주신 구술을 그대로 써도 될 만큼 이야기 구성이 탁월했거든요. 기승전결을 다 갖추고 또 재미도 있어서 들으면 자꾸 집중하게 돼요. 한 번은 제가 외숙모 살아계실 때 같은 사건에 대해 외숙모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기대한 것보다 재밌는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만약 외숙모의 입을 통해서 만화를 그렸다면 몇 페이지 못 가서 포기했을 거라고요. (웃음) 그만큼 어머니의 구술 능력이 이번 책의 큰 보탬이 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는 힘도 크지만, 그 이야기를 편집하고 구성하고 그려내는 작가님의 노력도 상당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작업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크게 힘든 건 없었어요. 오히려 즐거운 경험이었죠. 이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워낙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니까 제가 질문을 던지면 항상 웃으면서 다가와 앉으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나 저나 이 작업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조심했어요. 내용을 전개함에 있어 일부러 극적인 상황을 넣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저 자신을 몰아세우듯이 마감을 세워 쓴 것도 아니었거든요. 편하게 얘기를 듣고 마구 그리는 식으로 하다 보니 부담이 되진 않더라고요. 간단하고 중요한 얘기만 들어도 한 화가 마무리될 수 있게 하다 보니 힘든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어머니와 그리는 걸 좋아하는 딸이 만나서 더 그랬지 않나 싶네요.

복간 작업과 함께 작품 전체를 다시 한번 살펴보셨잖아요. 혹시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에피소드에 마음이 간다기보단, 에피소드 곳곳에서 등장하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 고된 와중에 아주 잠깐이나마 기쁜 순간들 있잖아요. 동네 사람들이 삼(대마) 씨를 갈아서 오이냉국에 타 먹고 깔깔대는 장면이나, 어머니께서 돈을 빌려 한복을 해 입고 부여 낙화암을 놀러 갔던 장면들, 그런 게 좋아요. 굴곡 있는 에피소드보다 어머니가 중간중간 느꼈던 소소한 행복이 마음 깊이 간직되더라고요.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영화로 그려져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내 어머니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 그런 제안이 들어온 적은 없지만, 혼자 상상해보긴 했어요. 그때 떠오른 감독님이 두 분인데 《리틀 포레스트》를 만드신 임순례 감독님과 《택시운전사》와 《말모이》를 만드신 엄유나 감독님이요. 이분들의 전작을 보면 이야기를 참 잘 전달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내 어머니 이야기』가 스펙타클한 내용을 담은 게 아닌 만큼, 만화 속의 잔잔한 내용을 잘 담아줄 수 있는 분들이 그 두 분이 아닐까 싶어요. 책의 주인공이 ‘어머니’인 만큼 여성 감독님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웃음)

책 내용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어머니의 인생을 네 권의 책으로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만화에서 그린 내용은 어머니가 들려준 방대한 이야기의 극히 일부라고 할 만큼 압축된 이야기인데요. 그 방대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 귀담아 들으면서 느낀 게,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무수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만화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을 깊이 파고들어도 비슷한 분량의 작품이 나왔을 거고요. 지금 당장 제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 중 아무나 한 명 붙잡고 이야기를 이어가도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인생은 저마다 위대한 작품이고 또 그 안에 엄청난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마무리될 당시 어머니의 반응은 어땠나요?
작품에서 보셨듯이 어머니가 무척 현실적이고 또 생활력이 강하세요. 출간될 당시 책이 너무 안 팔린다고 걱정하셨어요. (웃음) 그 뒤로 딱히 신경 쓰지 않으셨는데,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이 책이 소개되고 부터 완전 달라지셨어요. 무척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 어머니 입장에선 TV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로 굉장한 사건이라고 여기시니까요. 어쨌거나 그날 이후로 작가 대접을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이건 어머니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다 그래요. 작품은 그대로인데, TV를 통해, 그것도 내로라하는 소설가인 김영하 작가님이 추천을 해주시니까, 저와 제 작품을 무척 높게 평가하더라고요. (웃음)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가 비슷할 것 같아요. 작품이 다시 복간되고 주목받게 된 계기로 <알쓸신잡>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저도 소식을 접하고 어머니와 함께 방송을 챙겨봤는데요. 우선 어머니는 TV 속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진 못하셔도 제 책이 TV에 나온다고 무척 신나셨어요. 그리고 김영하 작가님께 무척 고마워하셨고요. 이건 저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TV에서 감동적으로 책을 소개해주시니까, 저도 순간 독자의 마음으로 제 책을 펼쳐보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감사의 인사를 직접 만나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많은 독자들이 지금 『내 어머니 이야기』를 찾고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리뷰도 상당히 좋고요.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요?
우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아쉬웠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고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는 요즘,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어르신들을 한 번쯤 이해해보고 싶은 분들께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럼 전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부분 이해가 갈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요. (웃음) 그렇다고 꼭 그런 목적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니까요. 재밌게, 쉽게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좋아해 주시니까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건 당연한 거고요. 저는 거기에 보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작품을 읽은 독자분들 중에 자신도 부모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며 제게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마치 기자가 된 것처럼 진지하게 접근해보라는 거예요.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히 ‘효도하는 마음으로 잘 들어야지’ 하는 건 무의미하더라고요. 그건 부모님 입장에서 평소에 ‘당신의 이야기’를 흘려듣던 것과 다름없다고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오히려 기자가 취재를 하듯이 열심히 경청하고 메모하고 그것에 대해서 심도 있는 질문을 드리면,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깊이 있는 답변과 이야기들이 쏟아지더라고요.
이렇게 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얘기들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에요. 단순히 부모님과 소통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두꺼운 역사책에서도 배우지 못할 내용이 있어요. 지혜로운 사람들의 입에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죠. 곧 명절이잖아요. 이번 명절을 기회 삼아, 그 소중한 것들을 꼭 한 번 열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 이야기야말로, 여태 배운 그 어떤 역사보다도 내게 필요한 역사가 아닌가 싶네요. 감사합니다.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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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e!
  • 작가 김은성과의 인터뷰 기사 넘 좋네요.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하나 하나 긁어주신 느낌입니다.
  • 2019/03/08 16:28
  • oa**s0129
  • 올해 베프에게 제 생일선물로 이 책을 받았어요!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한 페이지씩 아껴 읽고 있어요~ 이렇게 좋은 책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2019/02/1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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