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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해요” 크리스텔 프티콜랭

  • 2018.10.18
  • 조회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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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당신은, 그래서 언뜻 스쳐가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도 신경이 쓰이고 더 많이 감정이입을 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씁니다. 그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특히 그 누군가가 타인의 심리 조종에 능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심리 조종자들은 당신같이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말이죠.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나는 왜 네가 힘들까』 등 '생각이 많은 사람' '심리 조종'에 대한 여러 권의 책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프랑스의 심리치료사이자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신간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심리 조종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크리스텔 프티콜랭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동안은 심리 조종과 정신적 과잉 활동에 대해서 각각의 책을 통해 이야기를 해왔다면, 이번에 출간된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는 심리 조종과 정신적 과잉 활동을 한 책에서 다루니 새로운 통찰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심리 조종자와 정신적 과잉 활동자의 상보 관계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가 24년간 심리 조종 피해자들을 치료해 왔으니까요. 피해자들은 내가 그들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사람의 행동방식을 설명하면, 자신들이 현재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기 때문에 바로 이해합니다(그리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태도를 바꾸고, 좀 더 자기주장을 하고, 지배관계에서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해방되자마자 말이죠, 그런 류의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세상에나 아무런 경계심 없이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맙니다. 자기를 보호하지 못한 채 다시 함정에 빠져드는 거죠. 그러고는 3년 후, 5년 후 저를 찾아와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을 하는 거예요. 그들은 마치 심리 조종과 관련된 기존 데이터가 전부 삭제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그들을 심리 지배에 취약하게 하는가에 주목했어요. 그건 바로 타인의 악의와 심술을 좀체 떠올리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은 남에게 못되게 구는 것은 어리석고, 비생산적이고, 그들의 휴머니즘적 가치관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에 심리 조종자가 굳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심리 조종 피해자들은 그런 유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싶어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들은 모든 이가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는 완벽한 세상에 대한 환상 속에 머물기를 원하거든요. 내가 전체 인구의 2~4퍼센트는 작정하고 못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현실을 피해자들의 코앞에 들이밀면 그들은 오히려 자기들의 이상론을 깨뜨린 나를 원망한답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이라는 용어가 좋았습니다. 심리 조종의 피해자이면서도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거든요. ‘정신적 과잉 활동은 어떤 의도로 만든 용어인가요?
 
나는정신적 과잉 활동이라는 용어를 선택하면서영재()’라는 용어와 차별화를 두기 원했습니다. 프랑스에서영재는 상투적인 이미지들로 범벅이 된 용어인 데다가 지나치게 지능지수(IQ) 검사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프랑스의 보통 사람에게 영재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나아가 자기가 잘난 것을 아는 사람, 학업성적이 매우 뛰어난 사람, 주말에도 재미로 수학 방정식을 푸는 사람이지요. 그러한 클리셰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학교에서는 그리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편이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매우 감정적이니까요. 게다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인정하지도 않고요.
 
 
심리 조종자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호하게 얘기하는데요. 작가님의 단호한 태도와 발언들 때문에 심지어는 사이코패스라는 얘기도 들으셨다고요.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신가요?
 
내가 심리 조종자들에게 딱히 단호한 건 아닙니다. 그들에 대해서 내가 하는 말은 누구나 관찰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그들은 늘 불평이 많지만 딱히 불행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늘 달라질 거라고 약속하지만 실은 변화를 원치 않습니다. 심리 조종이 얼마나 손쉽고 재미있는데 그들이 변화를 원하겠어요! 그들은 자기 책임을 떠넘기고 다른 사람들을 장난감 취급하는 미성숙한 인간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증오를 도발한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간에, 그들은 증오와 시기심을 버리지 않을 텐데요? 심리 조종자들은 매우 비겁합니다. 지금까지 정정당당하게 나서서 나와 정면대결을 한 심리 조종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피해자 편에 선 지도 25년째이고 심리 조종자에게 소송을 당한 적도 한 번 있습니다만 그때도 내가 승소했습니다. 겁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두려움은 심리 조종자들이 힘을 행사하는 데 주요한 장치죠. 우리가 그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심리 조종자에게 반복적으로 걸려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사람이 쓸데없이 악의나 심술을 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다. 그들은 심리 조종자가 불행하고 힘들기 때문에 못되게 군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자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남들에게 나쁘게 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아주 만족스럽게 살면서도 남들을 막 대하면서 자기가 남들보다 잘났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그런 생각을 못 해요. 게다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아주 강합니다. 요컨대, 그들은 지나치게 남을 이해하려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나치게 애쓰고,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자주 의심합니다. 심리 조종자를 상대할 때에는 한계를 딱 정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도 한계를 정해주지 않으면 심리 조종자는 자기가 전능하다는 환상에 취해 날뛰고 맙니다.
 
 
많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심리 조종자들이 변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대하는데, 심리 조종자들이 변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심리 조종자가 변할 거라는 희망과 기대는 실제로 심리 조종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죠. 피해자는 기다리고 또 간절히 바랍니다. 세월은 가고,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어버리죠. 그렇지만 현실이 전부 정반대를 말하고 있어도 피해자는 여전히 믿습니다. 심리 조종자도 피해자가 정말 극한까지 갔다 싶으면 갑자기 싹싹하게 굴곤 합니다. 피해자를 달래고 잠재우기 위해 타산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거죠. 그렇게 달라진 태도는 기껏해야 2주쯤 가겠지만 피해자의 희망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딱 부러지게 말합니다. 변화에 대한 기대는 접으세요.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심리 조종자의 피해자에서 공모자로 역할이 바뀌는 것은 정말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이자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절대로 넘지 못하게 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들은 심리 조종자에게 세상 별의별 변명거리를 찾아주다가 결국 나중에 가서는 매우 심각한 일탈까지 봐주곤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내 책에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법행위가 그 일례인데요. 내가 상담했던 피해자 중에서도 몇몇은 석연치 않은 일에 본의 아니게 가담한 셈이 되어 옥살이를 할 뻔했습니다. 우연의 조화인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 정작 심리 조종자는 마음 졸일 일이 없어요. 늘 전면에 노출되는 사람은 피해자 쪽이죠. 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심리 조종자를 위해 자기 두뇌를 쓴다면 상대의 유해한 파괴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하기 바랍니다. 기생은 어떤 형태가 됐든 장려하면 안 되는 겁니다.
 
 
단호하지만 유머러스한 표현들 때문에 읽으면서 시원하고 에너지는 얻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 문체에서 특별히 신경 쓰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나는 내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에게 말을 하듯이 글을 씁니다(나는 쾌활하고 말도 많은 편이죠!). 또 가급적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는대중화하는 사람(vulgarisatrice)’이니까요.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나는 그러한 내 역할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심리 조종자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냥 버릇없고 못된 어린애 대하듯 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룰 때 심각하거나 비극적인 분위기를 내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편입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심리 조종자에게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심리 조종자들을 먼저 알아보고 아예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심리 조종자들을 알아볼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리 조종자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매우 호감 가는 가짜 얼굴이 있고 피해자밖에 모르는 아주 우중충한 진짜 얼굴이 있지요. 그는 네 가닥의 끄나풀로 사람을 조종합니다. ‘유혹으로 여러분을 잠재우고,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피해자 행세를 하며, 잘 풀리지 않는 일은 모두 여러분 탓을 하면서죄의식을 조장하고위협으로 여러분에게 겁을 줄 겁니다. 일반적으로 심리 조종자는 이 네 가닥의 끄나풀을 조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이 겁을 먹는다면, 죄의식을 느낀다면, 그 사람을 동정한다면, 여러분은 그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겁니다.
 
심리 조종의 첫 번째 표시는 정신적 혼란입니다. 그 다음은 죄의식이지요. 처음에는 상대를 상처 입히거나 화나게 해서 겁을 먹지만 차츰 허구한 날 상대의 분노 반응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자기가 관계 속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느낀다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내가 심리 조종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16년에 서울을 방문하고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강연도 하셨는데요.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요?
 
서울 방문의 추억은 나에게 아름다운 꿈처럼 남아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와 궁궐, 사찰이 정말 좋았습니다. 나는 한국 독자들이 그렇게까지 나의 작업에 관심을 보여줄 줄 몰랐습니다. 친절하게 대해준 이들이 참 많았고 사랑받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 나는 정말로 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나를 서울에 초청하고 독자들과 만남을 마련해준 출판사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후로는 책을 쓰면서 항상 내가 한국에서 새로 얻게 될 독자들을 생각한답니다(이번에 한국에 새로 나온 책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의욕이 샘솟거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 독자들이 심리 조종자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면 그들의 친절한 마음씨와 비상한 두뇌를 심리 조종자에게 이용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 서면인터뷰 번역은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책을 번역하신 이세진 역자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제공_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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