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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에 등장한 한국형 히어로,『고시맨』김펑

  • 2018.10.12
  • 조회 2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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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부터 청춘들을 매일 시험에 들게 하였던 신림동 고시촌. 공시생 44만 명 시대인 지금, 우리를시험에 들게 한 기원인 그곳을 다룬 소설이 나타났다.
 
  
5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받은 『고시맨』은 2000년대 중반, 황금기와 쇠락기가 교차하던 그때의 고시촌을 만화경으로 정조준한다. 고시촌에 나타난 검은색 쫄쫄이 변태고시맨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 작품은 심사 당시비좁은 현실이라는 방 안에서 상상력을 꽉꽉 눌러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블과 DC의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헬적화가 되어있는 캐릭터들로 갖춘 『고시맨』은 2018년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북투필름)에 공식 선정되어, 수많은 영화/드라마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작가 김펑을 뜨거웠던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 피칭이 열린 부산 BEXCO 인근에서 만나보았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에 선정되었습니다. 부산 현지에서 피칭까지 지켜보셨는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16톤 트럭을 이제 겨우 운전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 그럼 이제부터 포크레인 도전해볼래?” 하신 것 같은 기분? 작품을 집필할 때, 마치 드라마처럼 씬들을 그려냈는데, 정작 이렇게 많은 관계자 앞에서 제 작품이 피칭되니 가슴이 떨렸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보문고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설에 이어서 영화/드라마까지 많은 분들을 매료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팅을 진행하면서, 당시의 고시촌과 청춘들의 고민의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고시맨』에서의 리얼리티와 디테일은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들었습니다.
. 맞아요. 저 또한 당시의 그 수많던 (그리고 지금도 많은) ‘고시생이었으니까요. 조용한 산사에서 2, 신림동 고시촌에서 3, 다른 일을 찾으려고 1년 방황하다가 다시 고시촌에 들어가서 2년을 보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가능하면 솔직히 작품에 담고 싶었어요. 고시생들의 애환을 너무 과장하거나,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식으로 축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함께 그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 그 거리의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모두 합격이라는 생명수를 기다리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물은 한 바가지뿐인 신림동 고시촌. 그곳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그 곳에서, 유쾌한 위로를 해주는 히어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수많은 고시생의 현실 또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양합니다. '현우'처럼 다소 찌질하기도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도 있는가하면, '고시맨'처럼 초현실적인 코스튬과 사고방식을 가진 히어로도 있습니다. 캐릭터 구성하는데 가장 주안점은 무엇이었나요?
먼저 현우라는 1인칭 화자의 캐릭터엔 제 DNA가 많이 섞여있죠. 어쩌다 꿈이 검사가 되어 있고, 어쩌다 고시생이 되어있고, 어쩌다 고시촌에서 막다른 길에 몰린 모습은 과거 저의 모습을 많이 반영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앞서 말한어쩌다라는 세 글자는 저 뿐만 아니라 신림동 혹은 노량진에서 존재했던, 그리고 지금도 존재하는 청춘들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고시맨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서, 자신의 꿈을 잃고 방황하는 그어쩌다라는 참혹한 현실에 맞서는 인물이죠.  갑갑한 현실에 대항하기 위해선 초현실적인 캐릭터가 효과적이었어요.
소설 속 병수 형, 미스터 앤서, 홍소라와 같은 인물들은 다양한 고시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등장시켰어요.
 
실제로 신림동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인연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 곁에 있었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당시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취재를 열심히 했었습니다. 결국 원고를 마감하는 순간,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고시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헌법에서 보장한 신체의 자유와 사생활의 보장을 쉽게 반납해버렸다.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엉덩이를 맞는 원생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인간 존엄보다 고시원 수칙이 우선인 안석주에게 타협과 자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_ 본문 24
 
최근 공시생 열풍 등 대한민국은 '시험공화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시대적 배경을 지금이 아닌 2000년대 중반으로 설정하셨나요?
미련 때문이었을까요? 작품 속 신림동 고시촌은, 2000년대 중반까지 전국의 고시생들이 몰려들어 최전성기를 누리던 곳이었어요. 지금의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와 같았죠. 그러다 갑자기 로스쿨의 도입, 사법시험의 폐지로 많은 고시생들이 떠나가 버린 현재의 모습이 되었죠. 영원히 활활 타오를 것만 같던 그 거리가 서서히 쇠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시절의 고시촌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대학시절 처음 데이트 했던 상대도사시생이었다고 해요. 세상 고뇌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의 그 양반이 세상에나 글쎄, 영화관 어둠 속에서 법전을 읽으며 폼을 잡고 있었대요. 외삼촌도 고시생이었죠. 그러고 보면 고시생은 한 집만 건너도 우리 주위에 종종 있었어요.
 
그 많던 추억 속의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요? 궁금했습니다. 고시촌과 함께 하던 시절, 그때의 그 거리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소설 속에서나마 고시촌을 복원해주고 싶었어요.
 
『고시맨』에는 깨알 같이 유머코드가 뒤섞인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요?
주인공 현우가 밖에 내다버려진 책들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눈 쌓인 높은 언덕을 썰매 타듯 내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이 에피소드는 실제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새로 생긴 대형 마트에서 경품 추천행사가 있었거든요. 1등은 무려 마티즈 승용차 증정!
 
하필 그 날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고시원 언덕을 내려가기 힘들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누군가 고시원을 떠나면서 밖에 내놓은 두꺼운 판형의 책들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썰매를 탔었죠. 그렇게 간신히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1등 경품은 운전면허도 없는 여중생 하나가 낼롬 가져가 버렸어요.
 
그 외에도 다른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밖에서는 특별해 보일지라도, 신림동에서는 일상 같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요. (웃음)
 
폭죽이요? 그러니까 고시촌에서 폭죽을 쏘겠다?”
그는 대답 대신 스르르릉 철가방 문을 열었다.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철가방 안은 다이너마이트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두꺼운 폭죽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옆방에서 방귀만 잘못 뀌어도 시끄럽다고 발을 구르는 고시촌에서 이 많은 폭죽을 터트려달라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_ 본문 66
 
『고시맨』을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작품 밖에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방황하는 고시생들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하나 있어요.
 
[돌아갈 길이 없다. 지금에 와서 잘하는 것도 없고 심지어 내가 뭘 좋아했는지조차 까마득하다.]
 
이들의 청춘은, 대체 언제부터 시들어 갔던 걸까요? 제 책이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라도 전해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걸어온 길이 있다면 돌아가는 길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요즘 읽고 있는 작가와 작품이 있을까요? 작가님의 글쓰기와 연계해서 소개해주세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을 다시 정독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직구보단 변화구를 좋아하고, 변화구보단이것도 한 번 받아 볼래?’하며 던지는 정체불명의 화법을 좋아합니다. 바르가스 요사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실험정신, 그리고 그가 선보이는 풍자문학을 너무 좋아해요.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을 다루면서도 어느 한 곳에 편향되지 않은 그의 인류애를 본받고 싶어요.
 
저는 매번 좌충우돌하긴 하지만 그래도 딱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을 깊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절대 쓰지 말 것!’ 그것이 한 컷으로 지나가는 사람, 심지어 악역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잘못된 것들을 미화하거나 부조리에 명분을 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그들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는지, 왜 우리는 그를 미워해야 하는지, 그걸 알기 위해선 그를 충분히 이해하고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가는 누가 옳다 그르다 라고 판시하는 판사라기보다, 이리저리 오가며 캐릭터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뢰인을 정확히 꽤 뚫어 봐야하는 변호인이어야겠죠. 판단은 독자들이 하셔야 하고 그게 더 정확할 거라고 봅니다.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그 판결은 달라 질 수 있을 테고요.
 
| 이혁주 (교보문고 스토리사업팀)
hyuckjue@kyobobook.co.kr
권정은 (교보문고 스토리사업팀)
kjn7711@kyobobook.co.kr
 
 
고시맨 [소설]  고시맨
김펑 | 마카롱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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