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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굉장히 모순된 사람, 그래서 인간적인 사람”『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백민석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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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세 권이나 샀다. 책을 선물하고 싶은 친구가 세 명이기 때문이다. 한 명은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고, 다른 한 명은 학교에서 홀로 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선배. 관심사가 서로 다른 이 세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는 소설가 백민석이 헤밍웨이의 흔적을 따라가며 쓰는 기행문이다. 동시에 헤밍웨이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문이기도 하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시도한 위인전처럼도 보인다. 그러니까 유럽 여행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이면서 헤밍웨이란 예시를 통해 소설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동시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전기문이다.
사실 그런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 삶 자체가 영화에 가까운 헤밍웨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독자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거기다 저자는 능숙한 이야기꾼답게 갖가지 맛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따라서 누가 읽어도 재밌고 동시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책, 뻔하지 않은 책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 이 책은 손이 아닌 두 발로 뛰며 써 내려간 것과 다름없다고 외치는 소설가 백민석. 그와 나눈 유쾌한 인터뷰.


안녕하세요. 소설이 아닌 인문책(산문집)으로 만나 뵙네요. 잘 지내셨죠?
네 별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이번 책은 일반적인 산문집이 아니라 하나의 컨셉을 가진 시리즈 중 한 권이잖아요.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시리즈인데요. 이 시리즈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세계적인 거장과 그의 고전들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국내 작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또 생각하는지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컨셉인데요.
그렇게 느낄 수 있겠네요. 독특한 여행기라고 할 수도 있고 한 소설가의 인생을 추적한 전기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컨셉이 생소한 만큼 처음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3년 전이었나요? 처음 기획이 들어가던 단계에선, 제가 아직 어떤 컨셉인지 인지를 정확히 하지 못했어요. 당시엔 지금처럼 포맷이 정해진 게 아니라 두루뭉술했거든요. 헤밍웨이, 푸치니, 모차르트 등 세계적인 거장을 국내 작가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또 생각하는지를 책으로 내고자 한다, 뭐 그 정도 얘기들만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하다보니, 글을 쓰는 과정에서 혼란이 많았죠. 우선 뭘 써야 할지, 또 뭘 조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거든요. 그래서 초기에 참여한 작가들은 편집부와 자주 만났어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책의 틀을 잡아갔죠. 그게 1년 가까이 진행됐어요. 그 덕분에 제대로 된 책 한 권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인물만 설정했을 뿐 책의 컨셉도 글의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던 건가요?
시리즈의 컨셉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경계에 걸쳐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평전이기도 하고 여행기이기도 하고 에세이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과거의 거장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현시대 작가라는 세 면이 만나는 책이잖아요. 그래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한 곳에 힘이 쏠려도 안 되는 거니까. 무게와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몇 번의 수정 작업이 있었죠. 아마 2년 전쯤 대략적인 형태가 나오고 1년 전에 첫 샘플이 나왔던 거로 기억해요.

첫 샘플의 반응은 어땠나요?
편집부 반응은 괜찮았어요. 그래서 그 기준에 맞춰 안심하고 썼죠. 그 기준이 세워지기까지가 참 쉽지 않더라고요. 저 외에도 초기에 참여한 멤버들은 고생 좀 했을 거예요. (웃음)

초기 멤버라서 고생도 많았지만, 그래도 헤밍웨이를 먼저 선택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왜 헤밍웨이를 선택하신 건가요?
마침 제가 헤밍웨이를 다룬 수업을 하나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헤밍웨이 문학 못지않게 헤밍웨이의 삶이 무척 방대하잖아요. 너무나 이해하기 힘든 점도 많고요. 예를 들면 대부분의 소설가는 ‘태어나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가 소설가로 데뷔한 후 책을 내고 죽는다’로 압축이 되는데, 헤밍웨이는 그게 아니었어요. 이 사람은 소설가의 상상으로도 쉬이 가늠할 수 없는 사이즈의 삶을 살았거든요. 그 사이즈를 보면 이 사람이야말로 ‘초인’이 아닐까 싶어요. 몇 번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사냥과 낚시를 즐기고 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했잖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점점 더 많아져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클래식 클라우드' 제안이 들어왔고, 이 기회에 헤밍웨이를 책으로 쓰면서 제대로 한번 파헤쳐보자는 생각을 했죠.

호기심이 가는 게 당연하지만,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헤밍웨이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도 같은데요.
아니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더욱 헤밍웨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너무나 방대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죠. 찾기 쉽고 알기 쉬운 작가들은 쓰면서 지루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모범 답안을 베끼는 건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쓰는 저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 때문에 일부러 더 복잡하고 힘든 사람을 고른 것 같아요.

듣다 보니 헤밍웨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신 것 같아요. 도전 의식 같은 거 말이죠.
전혀 다릅니다. 저는 술을 안 마셔요. (웃음)

술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여쭤보자면, 헤밍웨이 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이번 책을 준비하며 새롭게 알게된 술 또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크게 새로울 건 없고요. 당장 떠오르는 건 모두가 알만한 모히또네요.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 쿠바의 아바나를 취재하면서, 자연스럽게 ‘모히또’를 자주 접했는데요. 술을 선호하지 않는 저도 한국에서 마셔봤을 만큼 모히또는 대중적인 술이죠. 하지만 헤밍웨이가 아니었다면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모히또는 아마 쿠바인들의 평범한 전통주로만 남았을 거예요. 마치 우리나라의 막걸리 같은 느낌으로요. 그러니까 모히또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헤밍웨이 한 사람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그런 연관성을 가진 술이다 보니 모히또의 맛을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헤밍웨이가 찾던 술집에서 직접 모히또를 주문하고 몇 번 마셔봤어요.

국내에서 마시는 모히또와 많이 다른가요?
저는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쿠바 현지에 하바나 클럽이라는 주류 상표가 있는데요. 현지에서 럼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 럼을 써서 모히또를 제작해요. 그리고 시럽 대신 제 눈앞에서 사탕수수를 직접 짜고 허브까지 넣어줘요. 60년 전 헤밍웨이가 보고 마신 그 모히또처럼요.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 먹어본 모히또랑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마셔도 맛있었어요.


술뿐만 아니라 작가의 모든 것을 조사하려면 시간이 꽤 많이 걸렸을 것 같은데요. 사전 조사는 보통 어디서 하셨나요?
음, 우리 집에서 했어요.

자택에서요?
네. (웃음) 저희 집에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있거든요. 헤밍웨이와 관련된 자료는 집에서 다 해결이 될 만큼 보유하고 있어서요. 그래서 크게 무리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헤밍웨이의 경우 따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나와 있는 서적이 많거든요. 아마 그 내용만 모아도 새로운 책 몇 권은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참고 자료가 많아서 사전 조사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어요.

그럼 관련 서적 중에 가장 많이 참고가 된 책이 있다면요?
한 권만 정하기는 애매하네요. 그래도 꼽자면 아무래도 『파리는 날마다 축제』가 아닐까 싶어요. 헤밍웨이가 죽기 전에 쓴 책인데, 자기 인생 초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당연히 많은 참고가 됐죠.

책 속에서는 말씀해주신 책 외에도 『태양은 다시 뜬다』가 제법 많이 인용되던데요.
헤밍웨이 인생 중 초반부를 다룰 때는 『태양은 다시 뜬다』 또한 참고할 게 많았어요. 보통 헤밍웨이의 소설 미학을 살피기 위해 초반에 발표한 작품을 주로 찾는데, 그중 하나가 『태양은 다시 뜬다』예요. 저는 그 단편들에 헤밍웨이의 미학이 심겨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후의 삶과 작품을 살필 때 먼저 참고하는 책입니다. 그 단편들이 씨앗이 돼서 『무기여 잘 있거라』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같은 베스트셀러가 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현지 취재는 어땠나요? 사전 조사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단순한 여행이 아닌 데다, 파리에 체류 중일 때 니스 테러 사건도 발생했다고 들었거든요.
당시에 저는 에펠탑에서 프랑스 혁명 기념행사를 보고 있었는데요. 거기서 멀지 않은 니스 해변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죠. 직접 피해를 본 건 아니지만, 지하철 전체가 운행을 멈춘 탓에 타지에서 한참 동안 길을 헤맸어요. 하지만 그 사건 외에는 크게 위험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파리뿐만 아니라 쿠바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위험하거나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오히려 재미난 기억들만 가득 남아있습니다.

그럼 이번 취재 과정에서 어느 지역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스페인의 도시 중 하나인 팜플로나요. 팜플로나는 바르셀로나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유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취재 차 그곳에서 4박 5일을 보냈는데, 아마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5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날짜를 ‘산 페르민 축제’ 기간에 맞췄던 게 컸어요. 그 기간에 팜플로나 구시가지를 찾으면, 투우와 관련된 행사들이 진행되는데 이게 무척 재밌거든요. 길 위를 질주하는 소들과 굳이 그 길 위에서 도망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앰뷸런스도 오고 난장판에 가까운데 그 열기가 상당해요. 그 외에도 거리 곳곳이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참여형 축제라는 점에서 재미도 배가 돼요. 그리고 도시 곳곳에 헤밍웨이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 또한 여행객들에게 다채로운 추억을 만들어줘요.
말하다 보니 너무 팜플로나만 강조한 것 같은데, 쿠바에서 보낸 시간도 참 재밌었어요. 쿠바에서 겪었던 일들은 이번 책과 함께 제 지난 에세이 집『아바나의 시민들』에도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아바나의 시민들』도 함께 기획하신 건가요?
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 때문에 『아바나의 시민들』이 나왔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우선 헤밍웨이 편을 쓰던 중에 아바나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책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주제로 책 한 권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마침 그 무렵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의 원고가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아바나의 시민들』을 시작했어요.

그럼 두 책이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겠네요.
겹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같은 쿠바를 다루고 있지만, 헤밍웨이 얘기는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에 실어야 하니까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헤밍웨이 편에서 다루지 못한 얘기 혹은 쓰다 남은 얘기들이 『아바나의 시민들』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돼요.

쿠바를 여행할 때 작가님의 두 책을 참고해도 재밌겠네요. 문득 쿠바를 비롯하여 작가님이 찾았던 도시들에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온 관광객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무척 많아요. 쿠바, 팜플로나 구분 없이 헤밍웨이와 연관된 장소에는 어김없이 그의 팬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그래서 헤밍웨이가 찾던 카페나 바 같은 경우엔 줄이 무척 길어요. 앞서 말씀드린 쿠바의 모히또 가게는 10m가 넘게 줄을 서야 되더라고요.
물론, 당연한 얘기이긴 합니다. 서양에서 헤밍웨이의 무게는 우리나라에서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니까요. 영미권 쪽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가잖아요. 따라서 그곳을 찾는 여행객 중 다수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었어요.

세계 곳곳의 헤밍웨이 팬들이 한곳에 모인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작가님도 헤밍웨이의 팬이실 텐데, 책 곳곳에는 헤밍웨이의 부정적인 면도 꽤 많이 서술하셨더라고요. 특히, 요즘 가장 민감한 주제인 여성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요. 그 부분을 서술할 때 망설임 같은 건 없으셨나요?
헤밍웨이의 예쁜 모습만 보여주면 그건 아동용 도서죠. 처음 계획할 때부터 성인을 타깃으로 한 만큼 민낯이 드러나도 어떻겠냐 싶었던 거죠. 그래서 현대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습들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 된 이유를 찾아보자, 뭐 그런 생각으로요.

독자 입장에서는 헤밍웨이의 민낯만 보여준 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이유나 원인도 찾아주신 것 같아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츠제럴드와 비교해서 풀어주시는 것들도 좋았어요.
헤밍웨이에게 피츠제럴드는 어쩔 수 없이 거론되는 연관 검색어 같은 존재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뗄 수 없는 대상인 거죠.

피츠제럴드에 대한 조사도 꽤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제가 사실 수업에서 피츠제럴드도 함께 다루거든요. (웃음) 그래서 ‘클래식 클라우드’ 피츠제럴드 편도 쓰려면 쓸 수 있었어요. 아마 출판사에서 피츠제럴드 편을 준비 중일 텐데요. 저자가 최민석 작가인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고생 좀 하고 있을걸요. (웃음) 서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 내용이나 해석이 많이 겹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먼저 책을 낸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요즘 헤밍웨이보다 피츠제럴드가 조금 더 주목받는다는 점에서, 약간 아쉽진 않나요?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피츠제럴드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헤밍웨이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부드럽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서적 부분이 많은 거죠. 반면 헤밍웨이는 남성적인 것들이 강해요. 그래서 과거에 비해 요즘은 피츠제럴드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헤밍웨이에 비해 작품 수는 적어도 주요 독자들에게 통하는 접점이 생긴 거죠. 변화된 사회와도 닿아있고요.

헤밍웨이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헤밍웨이에게서는 두 가지가 상충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어요.
헤밍웨이는 굉장히 모순된 사람이에요. 우선 말부터 행동과 다른 면이 많아요. 말은 항상 진실한 것, 진리를 추구하는데 실제로는 거짓말을 셀 수 없이 많이 했습니다. 허풍도 자주 떨었고요. 알면 알수록 사람 자체가 너무나 모순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모순을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죠. 그렇다고 그 모습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한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모두 거짓말이고 진실된 게 없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본 모습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흔히 생각하는 거장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네요.
그래서 저는 더 와닿았어요. 우리처럼 무척 인간적이잖아요. 차림새도 마찬가지고요.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막일꾼에 가까운 옷을 입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 속엔 엄청난 자신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에겐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도 당당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든 신경을 안 쓰는 거죠. 그런 면에선 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그런 부분만 놓고 보면 굉장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에요. 어떤 손해가 있고 위험이 닥쳐도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기개 같은 게 있었죠.

헤밍웨이에 대한 뒷이야기 같은 게 더 있을까요?
음 헤밍웨이와 도박이요. 헤밍웨이가 매일 도박장을 찾거나 거기에 모든 걸 쏟아부은 건 아니지만, 그가 평생 빠져있던 것들을 살펴보면 대개가 다 도박적인 것들이에요. 사냥이나 권투, 경마 그리고 전쟁은 모두 도박의 속성을 지녔잖아요. 이기가나 지는 것 혹은 잃거나 따는 게 끝인 것들, 그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들이니까요. 아마 헤밍웨이의 삶은 그런 승부와 도박에 중독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삶에서 쾌감을 쫓는 거죠. 아마 그 시작은 집안 내력이었던 우울증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해요.
하지만 동시에 헤밍웨이는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이었어요. 이건 저 역시 본격적인 조사를 하기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에요. 이전까지 헤밍웨이를 떠올리면 터프가이, 막사는 사람, 이런 이미지만 떠올렸거든요.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내키는 대로 결혼하고 내키는 대로 술을 먹고, 그렇게 사는 막가파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헤밍웨이는 너무나 꼼꼼한 사람이었어요.

헤밍웨이와 계획성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와 관련된 일화 같은 게 있나요?
바로 증명할 수 있는 게 바로 돈이죠. 헤밍웨이가 막대한 재산을 보유했다는 건 아시죠? 근데 그 재산이 투자의 산실이란 건 모르실 거예요. 헤밍웨이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번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에 투자했던 것들로 회수된 게 상당해요. 얼마나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거죠. 보통의 작가들은 인세를 받으면 그걸로 끝인데, 헤밍웨이는 그 모든 걸 가계부로 다 썼어요. 오늘 얼마를 받았는지는 물론이고 그걸 누구한테 얼마의 비용을 지불했는지, 찻값은 얼마를 냈으며 밥을 누구한테 얼마짜리를 사주고 기차 값은 얼마가 들었는지. 이걸 대리인이 써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다 썼어요. 그런 사람입니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도 그런 금전적인 부분들을 다 기록했어요. 어떻게 보면 경제 감각이 있었던 거죠.

정말 의외네요. 책에서 경마와 관련된 얘기들이 나오는 걸 보고 경제 관념은 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경마도 돈 벌려고 한 거예요. (웃음) 실제로 돈도 벌었고요. 그러다가 이건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뒤로는 바로 경마를 그만두죠. 그러니까 헤밍웨이에게 경마는 도박의 성격보다는 재테크의 수단이었던 거예요. 이런 점만 보면 평소에는 잘 찾아볼 수 없었던 미국계, 백인, 중산층, 남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계획적이고 철저하고. 문학계의 워렌 버핏이랄까요. (웃음)


이전까지 몰랐던 재밌는 사실들이네요. 이런 얘기들이 이번 책 곳곳에 꽤 많이 들어있잖아요. 그 덕분에 헤밍웨이를 잘 모르던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책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그런 리뷰들을 전해주긴 했어요. 헤밍웨이를 거의 몰랐던 사람들, 작가의 이름과 『노인과 바다』를 들어보긴 했지만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읽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헤밍웨이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글을 쓸 때도 헤밍웨이를 모르는 독자들을 설정하고 입문서가 되게끔 쓰려고 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서평을 종종 쓰는데, 관련 편집자가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선생님이 쓴 서평을 보면 그 책을 꼭 사게 돼요.” 굳이 이 말을 소개하는 건, 저도 제가 쓰는 서평에 대해 자부심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마 이 책도 어느 정도 서평의 형태가 녹아있다 보니, 그런 제 장점이 발휘되지 않았나 싶어요.

헤밍웨이가 왜 거장인지를 짧게 압축해서 들려주실 수 있나요?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인간의 본성 같은 것. 물론 인간의 본성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긴 하지만 근본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사람이 바로 헤밍웨이 같아요. 문학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작가들이 몇 있죠. 에드거 앨런 포나 카프카, 허먼 멜빌처럼요. 인간의 겉모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본성을 자꾸 건드리고 잡아내고 문학으로 형상화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작품은 앞으로 100년, 200년이 지나도 계속 읽힐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미학이 후대에 또 재생산되고 확산될 테죠. 그러면서 거장이 되는 게 아닐까요. 그 대표적인 인물이 헤밍웨이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책은 소장가치가 있어요. (웃음) 제가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만든 책이거든요. 책에 실린 사진과 지도, Tip 박스가 다 그렇게 탄생한 것들이에요. 49페이지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산책로’도 그런 Tip 박스 중 하나인데요. 여긴 제가 미리 조사를 하고 거기에 맞춰 직접 다 걸어 다녀봤어요. 참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형식적 변화도 많이 시도한 책이에요. 내용뿐만 아니라 책 자체의 형식을 두고도 볼거리가 많은 책.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보다 사서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꼭 제 책이 아니어도 이번에 기획된 '클래식 클라우드'의 책들은 다 좋은 책들이니까 많이 사랑해주세요.

('클래식 클라우드'와 함께 기획된 시리즈로 '클래식 라이브러리'와 '클래식 매거진'이 있다.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세계문학 전집으로, 클래식 클라우드를 읽고 해당 작가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문학작품집이다. 클래식 매거진은 해당 작품에 대한 키워드나 리뷰, 해설이 잡지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책이다.
아르테 출판사는 '클라우드 - 라이브러리 - 매거진'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100% 독서가 가능한 세계문학전집을 기획 중이다. 헤밍웨이를 대상으로 한 클래식 라이브러리와 클래식 매거진은 아직 미출간된 상품으로 조만간 만나 볼 수 있다고 한다.)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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