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텐츠영역

목록보기

"세상의 일부를 이해한다는 기분이 들 때 위안이 돼요"『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교수

  • 2018.09.12
  • 조회 1758
  •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뷰 도중 정적이 맴돌았다. 저자로부터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기자의 인터뷰란 질문하는 인터뷰어와 대답하는 인터뷰이 사이의 대화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김민형 교수는 달랐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응한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처음엔 난감하고 또 불편했던 질문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가 던진 질문들은 재밌고 또 편하게 다가왔다. 그의 신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처럼 말이다.
한국 최초의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과 정교수, 수학사의 유례없는 난제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문제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세계적인 수학자. 항상 그런 수식이 따라오는 김민형 교수이지만 책을 읽고 또 대화까지 나눠보면 ‘호기심 많은 친근한 수학 샘’ 이란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린다. <대기업 임원부터 발레전공생까지, 모두를 매료시킨 수학 강의>란 카피를 출판사에서 괜히 뽑은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수학. 그런 수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세계적인 석학 김민형 교수와의 인터뷰.



2년 만에 만나 뵙네요. 잘 지내셨나요?
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저는 크게 다를 것 없이 지냈습니다. 영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학 연구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회 참석도 자주 하고요. 그 밖에 한국을 찾을 때면 대중을 상대로 강연을 진행하며 지냈습니다.

전작 『수학의 수학』도 수학을 주제로 한 책이잖아요. 그와 비교해 이번 신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수학의 수학』은 비슷한 주제이긴 합니다만, 지금보다는 책이 조금 짧고 덜 친절하게 돼 있었을 거예요. 수학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고등학생이나 대학 신입생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이었고요. 이번 신간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조금 더 많은 분이 읽을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수학을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책이에요.

과학자의 강연이나 대중서는 많이 접해왔지만, 수학을 주제로 한 책은 낯선 게 사실입니다. 수학과 대중의 괴리, 수학자와 대중 간의 거리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수학이 다루고 있는 방대한 양이 1차 원인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래된 과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학은 몇천 년 동안 섬세하고 정밀하게 다듬어지고 또 쌓여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역피라미드에 가까운 거대한 지식이 쌓였는데, 그걸 압축하여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수학자 입장에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나 하자면, 수학자들은 대중과 소통하려고 할 때 지나치게 정직한 면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대중서를 쓰는 일부 전문가 중에는 현상을 설명할 때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요. 이는 해당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사실만 전달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그 방법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재밌는 얘기로 청자를 끌어들인 다음, 보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수학자들이 그런 방식, 무언가를 생략하고 조작하고 꾸미는 것에 무척 민감하다는 거예요. 무엇이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습관이다 보니 대중에게 압축된 설명을 하려다가도 ‘아 이건 정확한 얘기가 아닌데’ 하고는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직하지만 조금은 길고 지루한 얘기가 이어지는데, 그럼 자연스레 듣는이가 피곤해지는 거죠. (웃음) 그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달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려는 수학자와 보다 쉬운 이해를 바라는 독자의 괴리랄까요.

수학자의 변명이라기보단 정확한 자기 분석으로 들리네요. 그럼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활발한 대중 강연을 이어가는 교수님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음 사례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앞서 말한 괴리에 대해 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중에게 정확한 설명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수학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방법을 말이죠. 그 과정에서 찾은 것이 ‘진실되면서도 재밌는 부분들을 모으자’ 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사례가 많이 필요했죠.

대중과 공유할 수학적 사례를 찾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데요.
네 맞아요. 생각보다 시간이 꽤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사례는 많겠죠. 하지만 역사적 사례가 되어야 하니까 시간이 걸립니다. 먼저 해당 이론 또는 사례에 대해 수학자 자신이 소화를 해야 하고요. 뒤이어 수학계 전체 그리고 기타 과학에서 함께 사용이 돼야 하죠. 그렇게 보편화가 되는 것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사칙연산이나 미적분학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그런 무수한 사례 중에서 대중이 당장 흥미를 느낄만한 사례를 찾아내야 하니까,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니까 역사적으로도 시간이 걸리고 또 (그것을 찾고 선별하는) 제 개인적으로도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어요. 물론 그 시간이 재밌고 즐겁긴 했습니다.

책 속의 재밌는 사례, ‘페르마의 정리’나 ‘좌표’ 역시 교수님의 고충이 담겨있었군요. 이런 대답을 들은 뒤라 여쭙기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을 위해 책에 소개하지 않은 재밌는 사례가 하나 더 있을까요?
JTBC에서 방영하는 ‘차이나는 클라스’에 몇 개의 사례를 언급하긴 했는데요.  (이 사례가 방영될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를 살짝 보여드릴게요. 푸리에라는 수학자가 있는데요. 그가 밝힌 이론 중 하나가 ‘빛이나 소리의 경우나 그 형태를 주파수로 나눌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걸 푸리에 변환이라고 하는데, 이게 공학이나 정보학에서도 많이 사용을 해요. 어쨌거나 이 이론이 중요한 건 빛의 파장이나 소리의 파장을 그래프화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파장은 우리 눈에 어떤 식으로 구분이 되나요?


(정적)
괜찮아요. (웃음)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빛을 어떤 형태로 보고 또 구분하나요?

음 여러 색으로 구별되지 않나요...?
네 맞아요. 색이죠.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건 하나의 색은 아닙니다. 사실 그 빛 안에는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어요. 소리도 마찬가지고요. 이는 수치화(기호화)된 곡선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죠. 그럼 제가 퀴즈를 하나 내볼게요. 아래의 사진 두 장 중 하나는 태양에서 나온 햇빛이고 다른 하나는 은하에서 나온 빛인데요. 둘 중 무엇이 은하인 것 같나요?
 



B가 은하고 A가 태양이 아닐까 싶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왠지 은하에는 다양한 색의 빛이 있으니까 분포가 다양할 것 같고 태양은 단일 색에 가까운 것 같아서 분포가 단조롭지 않나 싶은데요.
네 맞습니다. A 그래프에서 홀로 튀어나온 부분이 노란색의 분포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그래프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볼 경우엔 그저 희미한 빛이라고밖에 인지를 못 하죠. 파장 분석이 있기 때문에 다음 연구가 진행 가능한 건데요. 이런 것들이 쌓여 빛의 파장 분포만 보고도 그것이 어떤 종류의 천체물인지를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앞서 길게 설명한 ‘푸리에 변환’은 수학이 다만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정밀하게 분석하는 학문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재밌는 퀴즈네요. 문득 교수님께서 이토록 적극적인 대중 활동(강연 및 집필)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신 것도 그렇고요.
음 큰 이유가 있다기보단, 우선 재밌으니까요. 제 성향이 연구보다는 가르치는 게 더 재밌거든요.

학계에서 커다란 연구 성과를 내고 계시기에 저는 교수님의 이 말이 무척 의외입니다.
학창시절에 ‘초등학교 선생님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을 만큼 가르치는 걸 좋아합니다. 사실 지금도 언제든지 그만두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할지도 모르고요. (웃음)
예전에 누군가 ‘수학을 할 때의 즐거움’에 대해 물은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답변이기도 합니다만, 연구할 땐 참 답답할 때가 많아요. 며칠간 생각을 해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어려운 현상을 하나 이해하고 싶어서 A로도 생각해보고 B로도 생각해보고 그렇게 몇 달 아니 몇 년을 파고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혹 그 과정에서 심리적 진전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증명이 안될 때가 많거든요. 물론 그러다가 탁 트이는 순간이 찾아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아닌 기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연구란 참 힘들어요. 게다가 가장 첨단의 연구는 미지가 너무 많기도 하고요.
이에 반해 가르치는 것은 항상 일상적인 즐거움을 줘요.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다루는 수학은 이미 과거에 밝혀진 것들인 만큼, 어떤 것이 중요하고 또 재밌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걸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재밌어요. 저는 이걸 종종 마술로도 비유하는데요. 마술사가 마술을 배워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의 감정이랄까요. 그렇다고 가벼운 수학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중요하고 깊이 있는 수학을 학생들에게 재밌게 보여준다는 거죠. 대중하고 얘기를 할 때도 비슷한 식이에요. 가령 조금 전 에디터님께 수학과 관련된 질문을 드렸을 때, 그 대답의 끝에서 무언가를 이해한 눈빛이 보였거든요. 그게 저에겐 큰 즐거움이에요.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의 문화유산을 전해주는 과정이잖아요.

그렇군요. 그럼 오직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가요? 사회적인 의무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죠. 우리나라가 수학 교육에 있어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일종의 미션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국내의 많은 분들이 자신의 수학적 지능을 깨닫게 하는 일이 제 미션입니다. 처음부터 가졌던 생각은 아니고요.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수학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대부분 그걸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수학적 지능을 깨닫고 ‘고등한 수학 개념’도 이해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실 이번 책에서 다룬 ‘게일-셰플리’ 알고리즘도 실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내용이지만,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해하며 읽을 수 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강연을 진행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수포자(수학포기자)였다고 하더라도 학창시절에 배운 것들이 축적돼있기 때문에 금방금방 이해해요. 외국에서는 이게 잘 안되거든요.

수포자들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저는 수포자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포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수학을 포기했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저도 하다가 포기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해하고 싶지만,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멈추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까 누구나 다 포기는 하는 건데, 포기하는 걸 곧 못한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아마 주변 시선이나 사회적으로 형성된 압박이 원인인 것 같아요. 수학을 포기했다고 해서 수학을 못 하는 게 아닌데도 그런 생각을 하도록 주변에서 몰아붙이는 거죠. 꼭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실은 그 반만 가도 성공인데 말이에요.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곧 배움이잖아요. 그게 중요한 거죠.

지금 해주신 말씀은 비단 수학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네요. 사회적인 메시지인 것도 같고 한 개인을 다독이는 말 같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교수님의 이번 신간은 분명 수학적인 것들만 다루고 있습니다만, 인생에서의 깨달음 혹은 위로의 말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책 말미에 나오는 (262페이지) 지능 검사 이야기를 읽고서는 저도 참 생각이 많아졌거든요.
저도 그 사례는 수학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학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럴싸한 추측이 한 번 생기고 나면, 사람은 그 추측에 맞는 경우들만 계속 보게 되잖아요. 한 번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반복해서 정답만 넣어보는 상황인 거죠.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을 하려면, 반례를 찾아보고 또 넣어봐야 해요. 그 과정을 통해서 보다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거죠.

두고두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네요. 교수님 이야기 속엔 항상 수학이 스며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이렇게 수학을 일상에 활용하시나요?
음 그런 편인 것 같아요. 대화할 때만 봐도 그렇거든요. 단순히 대화 속에 수학 이야기를 녹여내는 걸 떠나서, 의견을 제시할 때 정확한 표현을 하려는 습관이 있거든요. 흔히들 수학이라고 하면 학문 내에서 다루는 이론이나 수학적 구조만 떠올리는데, 실은 다른 학문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들도 많아요. 그중 하나가 어떤 문제에 대해 ‘정밀한 답을 찾으려는 태도’인데요. 이러한 수학적 특성이 제 안에 스며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낼 때마다 저는 이런 과정을 거치니까요.

수학이 습관이 되신 거군요.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수학적 사고는 문제를 풀 때만 쓰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활용이 가능하겠어요.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 대부분 그 현상의 결과만 지켜보잖아요.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수학이죠. 그러한 사고 습관은 분야를 막론하고 삶에 많은 도움이 돼요.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게 역질문을 많이 해주셨잖아요. (웃음) 덕분에 적잖이 당황하긴 했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주고 받는 질문이 재밌더라고요. 마침 이번 신간 역시 ‘대화’ 형식의 서술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구성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우선, 제가 대화를 통해서 많이 배우기 때문이에요. 대화는 배움을 쉽게 만들어주거든요. 물론 대화에서만 배우는 건 아니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죠. 하지만 대화를 통해 하나의 개념을 대충이라도 알고 나면, 정확한 내용은 그 후에 혼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아까 빛과 파장에 대한 이론을 설명할 때, 대화를 통해 훨씬 쉽게 전달이 됐던 것처럼요. 그에 반해 처음부터 책만 두고 개념을 파악하고자 하면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대화가 주는 학습의 효용, 그런 것을 전해주고자 대화체를 선택했어요. 사실 지금보다 더 일상 속 대화처럼 책을 쓰고 싶었는데요. 내용이 너무 길어진 탓에 간략하고 정돈된 대화체가 돼버렸네요. 다음에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더 편한 대화체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럼 옥스포드 강단에서도 대화를 활용하시나요? 국내에서는 대화가 오고 가는 수업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저는 늘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다만 교실에서는 어려울 때가 있죠. 진도가 정해진 수업은 그 진도를 나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많은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속된 옥스포드에 컬리지 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이 시스템이 교수와 학생 간에 많은 대화를 유도하게끔 합니다. 컬리지 시스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학 내 독립된 소그룹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1:1 혹은 2:1, 3:1 정도의 튜토리얼을 진행해요. 학생들이 배운 내용에 대해 교수와 의논하고 대화하는 거죠. 물론 이 시스템은 자원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현하기가 쉽진 않지만, 좋은 시사점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럽네요. 그럼 혹시 교수님께서 교육계에 던져주실 현실적인 제안은 없나요?
저는 높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까지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전문가들끼리만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준의 집단끼리 유기적인 교류가 필요한 거죠. 꼭 위에서 아래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거예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 고교 선생님들의 수준이 무척 높거든요. 자격 요건이 높은 걸 떠나서 교사들의 학구열도 상당해서 새로운 걸 배우려는 욕구가 강해요. 이건 학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전문으로 수학을 다루는 사람들 교수, 연구원, 선생님, 강사 등 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고 가는 대화와 지식의 축적이 수많은 학생에게 전달이 될 테니까요. 물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요.

과거엔 과학자이자 동시에 철학자, 그리고 행정가인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오늘 얘기를 듣다 보니 교수님에게서도 그런 인상이 들어요. 학문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듯한 느낌 말이죠.
각 학문의 관심사가 모두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이들 연결돼있잖아요. 그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다루는 철학적 내용은 직업 철학자들이 다루는 전문적 분야에 비해 낮은 차원이에요. 저는 그저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고 이러한 질문은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말은 제게 과한 표현인 것 같아요.

이제 남은 질문이 몇 개 남지 않았는데요. 책 내용 중에, 교수님도 논문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될 때면 잠깐 건너뛰었다가 다시 읽곤 한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에게서 나와 비슷한 인간적인 면을 봤달까요.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음 사실 어떤 학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면 관심이 가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하나도 모르겠고 골치 아플 때가 있어요. (웃음) 그럴 때면 이 사람을 초대해서 물어보면 좋겠다 싶고 그래서 학회에 초대하고 연구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해요.

연구 세미나를 자주 주최하시는 것도 그 때문인가요? (웃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히 큰 도움이 되는 건 맞아요. (웃음) 학회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논문 게시자의 발표가 시작되는데 거기서 소크라테스식 대화가 이어지거든요. 질문하고 답변하고 다시 질문을 하고 또 답변이 돌아오는 식.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 다시 그분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훨씬 나아요. 어찌 보면 이것도 대화를 통한 이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게 아니에요. 한 번에 이해되는 건 드물어요. 나눠서 반복하고 또 연속적으로 풀어나가는 거죠. 그래서 실패의 순간마다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왠지 오늘 인터뷰를 통해 수학자 김민형뿐만 아니라 인간 김민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의지하고 싶은 학교 선생님 한 분을 뵙고 가는 기분이랄까요.
아마 그건 제가 아니라 이해한다는 기분 때문일 거예요. 저는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혹은 세상의 일부를 이해한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 위안이 되거든요.

이해가 위안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음 간단히 말하면, 사람이 혼란스러울 땐 보이는 모든 것이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 대상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거죠. 예를 들어, 모기가 물었을 때 우리는 짜증을 내잖아요? 그때마다 모기를 한번 공부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저 역시도 잘 실천하지 못하긴 하지만, (웃음) 모기를 공부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모기가 있고 그 모기마다 고유한 습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러고 나면 모기를 마주쳤을 때, 이전까지 느끼던 귀찮음과 짜증이 아주 작게라도 줄어들곤 하거든요.
위 예시에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은 어깨가 부딪힌 경우를 떠올려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보통 우리는 길을 지나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을 때 인상을 찌푸리게 되잖아요. 이는 원시 사회에서부터 남아있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원시 사회에서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친다는 건, 다툼은 물론이고 죽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이에요. 즉 생명에 대한 위협이죠. 우리의 몸은 그런 본능에 많은 부분 프로그래밍 돼 있는데, 그게 아직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어깨 한 번 부딪힌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상황 자체는 별거 아닌 일인데, 우리의 본능은 그걸 여전히 생명의 위협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래서 인상이 찌푸려지는 거죠. 그러니 그걸 머리로 제어할 필요가 있어요. 두려움 자체가 잘못된 반응일 수 있으니까요.
세상엔 이 비슷한 경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현상 중에서, 그 현상 자체를 공부하게 되면, 싫어하는 감정이 희석되는 경우가요.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에요.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는 거.

이해가 위안이 된다는 말,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이야기인 것 같네요. 조금 다른 말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교수님의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수학을 이해하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수학이 <!HS>필요한<!HE> 순간 [과학]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 인플루엔셜
2018.08.03
수학의 수학 [과학]  수학의 수학
김민형 | 은행나무
2016.01.13
아빠의 수학여행 [시/에세이]  아빠의 수학여행
김민형 | 은행나무
2014.01.02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최신기사 보기

눈에 띄는 책 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