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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눈송이 같은 사랑『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

  • 2018.08.17
  • 조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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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어느 작은 마을, 겨울이면 논두렁을 얼린 스케이트장이 문을 여는 그곳에는 작은 책방이 있다. 낡은 기와집 1층에 자리한 '굿나잇책방'의 책방지기 은섭은 해원을 그곳에서 다시 만난다. 해원이 기억하는 은섭은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지만 마주치면 인사만 하던 먼 사이. 하지만 해원이 알고 있는 것보다 은섭은 해원의 인생 여러 페이지에 등장하고 있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작가가 6년 만에 펴낸 신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겨울날 내리는 눈송이가 조금씩 쌓여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듯, 그렇게 조금씩 쌓여 마음을 감싸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바깥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눈이불 아래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다정함을 품고 말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독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또 그만큼의 고마움이 느껴지던, 이도우 작가와의 인터뷰.
 
 
진짜 오랜만에 신작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6년 만에 신작이네요(웃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쓰기 위해서 반 년 정도 제주도에 있었어요. 제주도 가서 맛집 찾아다니거나 예쁜 카페 가고 그런 건 거의 못했고,  조그만 원룸 하나 얻어 틀어박혀서 글만 쓰고, 운동 삼아 두 시간 정도 바닷가까지 걸어갔다 오는 게 전부였어요. 그래서 맛집은커녕 동네 분식집 밖에 몰라요.(웃음).
 
작가님 전작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에서도 은근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가질 것 같은데요.
처음 책이 나오고 나서 독자분들이 메일이나 SNS를 통해서 물어보시더라고요. 조심스럽게. 작가님,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책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같은 로맨스인가요 『잠옷을 입으렴』 같은 일반 소설인가요?  하고요(웃음).
 
그런데 정말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사랑 이야기이긴 하지만 로맨스 장르의 공식에 잘 맞지는 않거든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고, 이도우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이 읽어주시면 좋은 책이죠.
 
제목이 유난히 끌리던데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
제주도에 있는 내내 너무 너무 너무 더웠어요. 그러다 11월 초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일주일 후에 바로 눈이 내렸어요. 그리고 또 작년에 한파가 또 어마어마하게 길었잖아요. 봄 가을 없이 여름만 반년인 느낌이더라고요.
 
원래 소설 제목은 『밤의 벨롱』이었어요. '벨롱'이 제주도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이란 뜻이에요. 분위기 있는 제목을 쓰고 싶었는데(웃음) 날씨가 너무 덥고 너무 춥고 하니까 '아니, 날씨가 왜 이래?'하다가 날씨…?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확 떠오른 거죠. 왠지 운명적으로 이 소설에 맞는 제목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제목이 바뀌고 나니까 오히려 많은 것들이 명료해졌어요. 덕분에 소설을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말은 어쩌면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말처럼 알맹이 없는 빈말처럼 들리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 빈말 같은 말을 진짜로 지키려고 할 때 상대가 받는 기쁨이나 감동 같은 게 있거든요.
그렇죠. "13월에 만나" 같이, 누가 들어도 빈말인 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월을 만들어서 기어이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감동인 거죠.
 
작가님 소설 속에는 배경이 되는 공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느낌들이 잘 표현되었다면, 이번 책의 배경이 되는 강원도의 '해천'이라는 곳은 실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머릿 속에 어떤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요.
실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것보다는 춘천인지 화천인지 태백인지 알 수 없지만 느낌은 살릴 수 있는 곳을 하나 정해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스머프 마을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밀실살인이나 공포물 같은 건 아니고(웃음) 커다란 스노우볼 안에 미니어처로 축소된 마을과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결계라고 해야 할까요, 빌리지에 대한 로망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게 있거든요(웃음).
 
 
 
빌리지 로망의 결정체는, 은섭이 운영하는 동네서점 '굿나잇책방'인데요(웃음).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르는 사실 '판타지'에요. 이 소설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은섭이가 월세를 내지 않고 책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웃음). 저도 양심상 도저히 월세를 내면서 책방을 한다고 할 수는 없었거든요.
 
이 책을 쓰면서 한 가지 걱정했던 건, 혹시라도 책방 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직접 책방을 운영해보지 않고 책방에 대한 로망만 갖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다행히 독립책방 운영하시는 분들 중에 몇 분이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그게 셀럽들이 추천해주는 것보다 더 감사했어요.
한 분이 책방이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써 주셨는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책과 함께 인생을 살고 싶은 로망이 있는 누군가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그런 로망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굿나잇'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좋아요. 다정하고 따뜻해요.
'굿나잇'은 제 인생의 화두에요. 지인들이 다들 야행성이거든요. 새벽 3시쯤 되서 SNS '나 혼자 안 자고 있나 봐..' 하고 올리면 3시 반쯤에 '띠링~'하면서 유뷰트 음악 링크가 하나 올라오고 그러면 경쟁심이 붙어서 ', 안 자네. 나도 좀 더 놀아야지'하고 있으면 다섯 시 쯤에 '이제 진짜 자야 하는데'하고 멘션이 올라오고요. 그 밤에도 선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죠.
 
잠은 사실 일시적인 죽음이잖아요. 하루에 한 번씩 우리가 죽음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요. 사는 일이란 것이 굉장히 아슬아슬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아침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고요. 그래서 '굿나잇'이라는 말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가장 온화한 말인 것 같아요. 어두우려면 한없이 어둡지만 그걸 따뜻한 노란 달빛 아래로 끌어낼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여주인공인 해원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굿나잇책방'의 주인인 은섭이라는 캐릭터가 저는 너무 좋더라고요. 요즘 대세인, 무해한 남자 그 자체잖아요(웃음).  
처음부터 은섭이 같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게 어떤 캐릭터냐고 물으면 저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전에 어떤 독자분이 『잠옷을 입으렴』에 나오는 이도우 작가의 남자들은 모두 다 뿌옇다고 하신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게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은섭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세상에 나와 좌절하고 무너져서 폐인처럼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주변에 어떤 결계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거죠. 사실 제 안에는 해원이 보다는 은섭이 같은 면이 더 많거든요.
 
해원과 은섭뿐만 아니라 그리고 해원의 이모인 명여도 인상적인 캐릭터인데, 여러 캐릭터들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해원이에게 좀 미안했던 것이, 쓰면서 해원이가 은섭이나 명여 이모에게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름 애를 썼는데 쓰면 쓸수록 조금씩 밀리더라고요. 예리한 독자님들을 느꼈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 해원이가 명여 이모나 은섭이에게 밀리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지겠구나 싶더라고요. 해원이는 밀릴 수 밖에 없는 캐릭터구나, 생각을 하고 좀 내려놓으니까 그 다음부터 좀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다른 캐릭터에게 밀리기 때문에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캐릭터고요.
 
소설의 엔딩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담당 편집자는 '엄마 미소로 끝났어요' 하고 얘기해줬는데, 간질간질하니까 그 정도면 해피 엔딩이지 않을까요? (웃음)
 
 
작가님.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책을 내셔서 그동안 독자분들이 엄청 기다렸어요.
저도 다작을 하고 싶죠(웃음). 지금처럼 6~7년에 한 번씩 작품이 나왔다간 쓰고 싶어 메모해놓은 시놉시스들을 다 쓰려면 300살까지 살아야 되더라고요(웃음).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신간을 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쓰기는 많이 쓰는데 그렇게 만든 구슬들이 잘 꿰어지지가 않거든요. 이번 소설도 초고를 얼추 3000매 정도 썼어요. 거기서 1300매 정도 남기고 절반 이상을 버린 거죠.  
 
초고 중에서, 소설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아까웠던 부분들이 있었나요?
은섭의 독백 부분이 많았는데, 독백이 많다 보니 소설로서의 균형이 깨지더라고요. 사실 은섭의 책방 일지로 소설을 다 채우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러면 소설이 안 되니까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들어가지 못한 부분들은 아마도 다음 소설을 쓸 때 조금씩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 작품도 준비 중이세요?
제가 다음 책으로 『책집사』를 쓰겠다고 책날개 작가 프로필에도 박아놓았는데, 그때 담당자가 말렸거든요. 작가님 나중에 책이 금방 안 나오면 어떡하려고 하시냐고요(웃음). 일단 다른 사람이 먼저 쓸 수도 있으니까 제목을 찜해 놓은 건데(웃음),  아마도 책을 케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출간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지금의 10대 독자들도 이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놀라워요.
독자들에게 메일을 받으면 10통 중에 4~5통은 중고등학생 독자분들이 보내는 거에요.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읽어주면 좋겠지만, 그 중에서도 10대 독자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어른들이 추천해주는 필독서 외에 아이들에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면 이상한 책만 고른다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의 편견이에요. 그렇지 않거든요. 라이트 노벨도, 저에게는 표지의 장벽이 좀 높긴 해서 아직 넘지는 못했지만(웃음), 분명 이 장르에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이디어가 너무 좋잖아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정말 독자분들께 제가 받을 수 있는 사랑을 다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 텀이 굉장히 긴데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책이 나왔다는 걸 반가워해 주셔서 그게 너무 힘이 돼요. 거울은 혼자 있어도 거울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가지지만, 거울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으면 외롭잖아요.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외로울 수 밖에 없는데, 외롭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굿나잇책방'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밤에 모여서 다정한 책들을 읽고 이야기하는 그런 서점이요.  
그렇죠? 저도 너무 하고 싶은데 말이죠.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웃음)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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