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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시각과 열린 태도라는 모순된 생각의 균형”『열두 발자국』 정재승 교수

  • 2018.07.24
  • 조회 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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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가 돌아왔다. 『과학콘서트』라는 과학교양서의 전설(?)이 된 책 이후로 단독 저작으로는 무려 17년 만이다. 그 사이 진행한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과의 상상도 못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나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다른 잡학박사님과 보여준 놀라운 캐미스트리도 흥미롭지만, 역시 책으로 만나는 정재승 교수가 최고다. 정재승 교수의 신작 『열두 발자국』은 독서가 주는 지적 만족과 충만함, 그리고 즐거움이란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책이다. 창의적 혁신의 비밀부터 제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미래까지, 그리고 결국은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는 흥미진진한 지적여행을 정재승 교수와 함께 떠나보자.
 
 
『열두 발자국』은 단독 저작으로는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이후 17년만에 출간된 책이네요. 그렇게 오랜만의 저작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과학콘서트』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다보니까 다음 책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것들이 있어서 바로 책을 내기보다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그동안은 저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콜라보레이션하는 형태로 여러 일들을 해왔어요. 진중권 선생과 같이 한 『크로스』, 김탁환 선생과 함께 쓴 『눈먼 시계공』, 김호 대표와 낸 『쿨하게 사과하라』 같은 것들이 그 작업들이고요. 그러다 이제는 내 목소리를 내도 되겠다 싶어서 엮은 책이 『열두 발자국』입니다.
 
처음에는 물리학자로 『과학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같은 책을 내셨는데, 이제는 뇌과학자로서 연구와 집필을 하고 계십니다. 같은 과학분야라도 물리학과 뇌과학은 많이 다른 분야인데요.
처음에는 천체물리학자가 꿈이었어요. 천체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우주와 자연의 근본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인데, 최첨단 과학 도구를 사용해서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같은 철학적 질문에 답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하지만 실제로 천체물리학을 공부 하다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엄청난 천재들이 잔뜩 모여있는 분야라 천재들이 쌓아놓은 탑 위에 돌멩이 하나 올려놓기도 힘든데다, 제가 연구하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은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제 연구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을 못하겠는 거죠(웃음).
 
다행히 그 즈음에 물리학 분야 내에서 '복잡계 과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어서 우주 만물에 깃든 복잡성의 근본원리를 탐구하게 되었고, 가장 복잡한 시스템 중 하나인 인간의 뇌에 복잡계 과학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게 된 거죠.
물리학이 우주와 자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면, 뇌과학은 인간의 뇌가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하느냐 묻는 철학적 인식론적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책에서는 뇌과학을 비롯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까지 괴학과 기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읽고 나니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 기분이네요.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마주보는 학문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뇌과학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면 인간의 마음과 존재, 인식의 본질 그런 것들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인문학적인 주제인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인문학과 뇌과학이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질문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했던 연구가 자연과학자, 뇌과학자들에게 통찰을 주기도 하고, 뇌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사실이 인문학자들에 의해서 새롭게 해석될 수도 있죠. 이번 책 『열두 발자국』에서 특히 1부는 자연과학적 접근과 인문학적 통찰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해서 보여드리려고 애썼어요.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는 굉장히 공학적이지만 그 발전의 방향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2부에서는 기술의 미래, 지성사와 문명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런 주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해석이 필요하죠.
 
개인적으로는 2부가 흥미로웠어요.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주된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에 대한 이해조차 미흡한 부분이 많은데다, 개별 기술과 비즈니스들이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또 그렇게 이어져서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그림을 그릴 수 없었거든요.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아톰으로 둘러싸인 물질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 해놓겠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책에서는 그것이 우리의 삶과 사람, 산업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그리고 공학자들은 왜 그런 가치들을 추구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싶었어요. 인공지능이라든가 블록체인 같은 개별 기술들을 넘어서, 공학과 기술의 발전 방향을 더듬어보고 싶었죠.
또 그렇게 했을 때 결국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인간으로서 나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미래를 위해서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두렵고(웃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질 일자리, 그리고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감시사회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이 막연하기 때문이에요. 그건 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이 그 기술이 등장한 맥락을 설명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요.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고 기술이 등장하고 그것이 발전할 때는 이유와 맥락이 있어요. 그걸 이해하면 지금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갖게 되죠. 그러면 덜 불안하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명확하게 보이는데, 지금까지 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은 개별 기술이 무엇인지는 설명해주어도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맥락에서 발전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별로 안 해줬거든요. 그러다보니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기술 발전의 맥락과 방향을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지, 그런 큰 것 말고도 적어도 나는 기술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들이 많다 보니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면 현실성 없다고 무시당하기 쉬워요. 그런데 열 번째 발자국인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챕터를 보면, 그렇게 이상적인 것들 추구하는 사람들(과학자와 혁신가들)이 있기에 혁명이 가능할 수 있었구나,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회의주의자가 짊어진 부담'이라는 글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 글에서 칼 세이건이 말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 등장할 때 그 생각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열린 태도로 그 생각을 맞이해야 한다는, 이 모순된 생각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혁명적 사고와 혁명적 기술이 등장할 때,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태도와, 그것이 틀릴 수도 있으니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이 두 가지를 함께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저도 그런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금 이 시대가 대변혁의 시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웃음)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쓰인 것이 20년 밖에 안 되었고, 스마트폰도 10년 밖에 안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등장하고 있는 여러 기술들- 블록체인 같은 -이 어떤 미래를 만들게 될 지 상상을 못하겠어요. 대변혁의 시대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라면 무엇일까요?
1부에서는 나는 결정은 어떻게 하지?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거지? 인생을 새로고침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일상과 친밀한 주제들을 이야기했다면, 2부는 조금 무겁고 딱딱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2, 여덟 발자국에서 열 발자국을 통해서 이야기한 부분들을 좀 더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챕터들이거든요.
기술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평생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기술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위해서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 책이 그런 준비를 위한 가이드북이 되면 좋겠고요.
 
기술의 변화는 일상의 편리함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까지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데요. 아날로그가 중심인 50대 이상, 성인이 되어 디지털을 접한 3040,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모바일이 중심이었던 20대 이하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을 살고 있어도 사실은 굉장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세대간의 단절감 같은 것들이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을텐데요.
4차 산업혁명의 비극은,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기술이 망가뜨릴 산업에서 직업을 잃게 될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데 있어요. 기술 발전으로 직업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하게 전환될 수 있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거든요. 그런 모습은 세대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날 거에요. 이전 세대는 이 거대한 기술변화의 흐름이 두렵지만 새로운 세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기술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려는 태도가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 자체로 지옥이 될 수도 있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로, 기술이 두렵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술을 잘 알고 익숙한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창의성에 대하여 뇌과학이 들려줄 수 있는 조언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교보문고와의 인터뷰니까(웃음)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우리는 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거기서 위로를 얻어요. 하지만 내 뇌가 깨지는 경험, 죽비로 뒤통수를 맞는 경험을 하려면 내가 늘 가던 책꽂이와 코너가 아니라, 평소에 가지 않던 곳으로 가야 해요. 서점에서 길을 잃고 평소에는 안 가던 곳으로 들어서서 그곳에서 새로운 생각이라는 보물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창조적 영감을 줄 거예요. 그런 낯선 경험을 서점에서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이에요. 부모가 읽으면서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우리 아이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꿈을 꿔야 할까를 생각해보면 좋겠고요. 자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앞으로 살아나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나는 어떤 지도를 그려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제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_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사진_이주현 (교보문고 북뉴스)
zoozoophant@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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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su75
  • 물리학자, 뇌 과학자, 알뜰신잡의 재미있는 교수님으로만 알고 있다가 <열두 발자국> 읽고 나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참스승', '인간을 위한 너무나 인간적인 과학자',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멘토'...글을 읽으면서 따뜻한 교수님의 심성을 조근조근 듣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마시멜로 챌린지 부분 읽고 해당 TED강연 찾아보고 연결연결 하다가 초4 아들과 함께 직접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팀을 이뤄서 할 수 없었지만 아이와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왜 유치원생들이 제일 높이 만들 수 있는지 공감 100만배 하고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이리저리 구상만 하다가 18분이라는 시간을 모두 쓴 어른에 저 자신이 포함 되었다는 것에 놀라는 계기였습니다. 다른 분들도 <열두 발자국>을 읽어 보신 후 그 숲에 한번 찾아가 보세요. 놀라운 모험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 2018/07/26 10:01
  • kc**pro
  • 책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멋진모습 소신있는모습 많은것이 건강한 모습 그리고 싸인처럼 둥글둥글한 모습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 2018/07/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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