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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없는 성적표』류태호 교수, “역랑 평가는 시대적 요구”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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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호 미 버지니아대 교수, ‘역량 평가’ 소개 저서 출간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본질’ 회복해야 대응 가능
학생 고유의 ‘색깔’ 찾아주기 위해 교과목 융복합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는 ‘교육의 미래’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문명 전환기에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연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에 펴낸 『4차 산업혁명, 교육의 희망이다』에 그 고민과 대안이 실려 있다.
 
류 교수가 최근 발간한 『성적 없는 성적표』(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는 그 후속편으로 보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성적 없는 성적표’는 최근 미국 100대 사립고등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역량 평가’(역량 중심 교육)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국내 한 언론사의 교육 관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류 교수는 “한국에도 ‘역량중심 성적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현재와 같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소통, 협업, 창의성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역량 평가’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먼저 진행될 예정이다. 왜 하필이면 고등학교인가?
미국 고등학생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입시에 대한 부담이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가 먼저 변해야 한다. 고등학교가 변하면 학생 선발을 위해 대학 입시가 바뀌고 대학 교육이 바뀐다. 대학은 평생 교육을 위한 관문 역할도 한다. 교육의 전반을 바꾸기 위해서는 고등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직업 교육’을 위한 기관이 됐다는 이야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을 보면 자유가 없다. 대학이 취직을 위한 또 다른 입시의 시작점이다. ‘역량 평가’를 통해 대학도 스펙에 가려진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돼야 한다. 학생에게 생각할 시간이 많이 주어져야 하고 인문학과 과학적 지식을 모두 향유해야 한다.
 
평가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학점 부여가 교육의 끝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표시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교수들도 D를 받은 학생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수업 중 C B A로 성장하게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고등학교와 다르게 대학교는 본인이 선택한 학과를 진학한다. 최소한 자신의 전공에서는 학점을 받는 시점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이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학습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번 저서 『성적 없는 성적표』는 ‘양적 평가’를 중단하고, ‘역량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교육을 예로 들기도 했는데, 한국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한국 교육이 잘못돼 변화하라는 주장은 아니다. ‘역량 평가’는 필요의 영역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다. 책에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지금의 공교육은 공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됐다. 이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역량보다 노동에 필요한 기능을 가르쳤다. 읽기, 쓰기, 산수 같은 것이다.
 
전작인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에서 거론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의 본성을 찾아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공장의 생산품에 대한 가치가 아니라 인간 본질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학생들이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같은 시험을 본다. 시험이 공부의 끝이다. 학생은 점수를 받으면 끝이고 점수가 낮은 학생은 도태된다. ‘역량 평가’는 다르다. 학생이 배울 수 있는 역량을 배우는 방식이다. 책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역량 평가’를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갖고 있는 훌륭한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역량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역량 평가’의 8대 역량. 역량 중심 성적표는 해당 역량에 대한 학생의 성취를 평가한다. 역량 평가에서의 평가는 학업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다. 학습자가 잘하는 부분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양적 평가’에서 나타나는 문제들, 예를 들어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의 수업 이탈, 성적 위주의 과도한 경쟁 같은 것들이 ‘역량 평가’에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역량 평가’에서는 기존처럼 점수만 잘 받기 위한 암기 위주의 수업이 사라진다. ‘역량 평가’는 성적을 받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평가다.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성적을 받을 필요가 없다.
 
만약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수학을 더 공부하고, 영어를 좋아하면 영어를 더 공부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더 좋아하는 영역을 더 깊게 배운다. 못하거나 관심 없는 영역은 더 짧게 공부할 수 있다. 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똑같이 평가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과목 경계도 허물어지는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같은 지금의 교과들은 학생을 중심으로 구분된 과목이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분류된 것이다. 역량 중심 교육은 학생을 위주로 한다. 어떻게 가르칠지, 어떤 과목을 가르칠 것인지도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정해진 과목과 커리큘럼 없이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과목을 융합한다. 학생과 교사가 자유롭게 과목을 바꾸며 학습할 수 있다.
 
과목과 수업의 전반적인 변화를 위해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역량 평가’의 시행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미국 학교들도 고민이 많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단계적 실행을 위한 절충안을 마련했다. 수업은 똑같이 진행하고 평가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학생에게 ‘역량 평가’와 ‘성적 평가’의 선택권을 줄 생각이다. 최종 형태는 융복합 과목을 ‘역량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틀은 완성됐다. ‘역량 평가’는 종이 평가가 아니라 디지털 평가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과정을 모두 저장하려 한다. 미국 기준으로 9학년에 입학해 12학년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생의 모든 과제나 제작물 등을 담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역량을 저장한다. 이를 위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10년 이내에 모두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창의 인재 양성’이 현재 한국 교육의 최대 과제인데 현 수준에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196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5세 아이 1600명을 대상으로 창의력을 평가했다. 당시 평가자의 98%가 천재 수준의 창의성을 보였다. 그런데 5년 후에는 30%, 다시 5년 후에는 12%만이 천재 수준을 유지했다. 학교 교육을 받는 10년 동안 86%의 아이들이 창의성을 잃은 것이다. 정해진 정답을 찾고 배우는 학습에 익숙해진 것이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워야한다. 한국 학생들은 실패가 곧 끝이라고 생각한다. ‘역량 평가’에서는 학생들이 점수를 위해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 중심 시대다. 단순 지식 정보 보다 개인의 특성 발휘가 중요하다. ‘역량 평가’는 개인의 색깔을 찾는 것은 교육목표다.
 
‘역량 교육’은 학생이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반대로 다른 역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역량 중심 교육’의 목표는 전 역량의 공통적 성장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다른 사람을 다르게 키우는 것. 역량을 모두 100으로 채우면 모두 같은 사람이 된다. 개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 잘 맞는 분야를 탐색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신의 ‘색깔’ 찾기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모든 색깔을 합해 무채색을 만드는 것이었다. 역량 평가표는 점수가 아니라 개인의 속성을 보여준다. 전인교육 관점에서 제기되는 쟁점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모든 역량을 채워야 미래 인재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 기사 및 사진제공_경희대학교출판부
 
성적<!HS>없는<!HE> 성적표 [인문]  성적없는 성적표
류태호 | 경희대학교출판부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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