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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이미 행복한지도 모른다『굿 라이프』최인철 교수

  • 2018.07.04
  • 조회 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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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무엇이 행복일까? 돈도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건강하고 즐겁고…. 이게 행복일까? 그것은 그저 행복의 조건일 뿐 행복 그 자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모든 행복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그렇다면 행복이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인 것일까?
행복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모르겠지만, 세상은 자꾸 '행복하라'고 말한다. SNS를 통해 훔쳐보는 타인의 삶에는 '행복'이 넘쳐 흐르는 것 같고 말이다. 결국 행복이란 나에게만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프레임'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던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12년 만에 펴낸 신간 『굿 라이프』는 애매하고 그래서 사람 더 괴롭게 하는 행복 개념을 재정의한 책이다. 행복을 좁은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볼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책, 『굿 라이프』란 무엇인지 최인철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프레임』 이후 『굿 라이프』가 12년 만에 나온 책이라고 해서 저도 놀랐어요. 아직도 『프레임』을 찾는 독자들이 많다 보니까 예전에 나온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오랜만에 책을 내신 소감, 궁금합니다.
『프레임』에는 제가 한 연구 결과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다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제 관점에서 해석하고 편집한 리메이크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제가 10여 년간 제자들, 연구원들과 직접 연구한 결과들을 가지고 글을 썼기 때문에 자작곡 같은 느낌이 있죠. 가수들도 자작곡을 발표하면 자식을 낳은 것처럼 큰 애착을 갖는데, 이번 책은 제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네요. .
 
이번 책은 행복에 관한 책이지만 행복을 넘어선 새로운 프레임으로 '굿 라이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행복'이 아니라 '굿 라이프'인가요?
행복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어요.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행복, 예를 들어서 "나 요즘 행복하지가 않아. 나 좀 행복하게 해 줘" 이럴 때의 행복은 순간의 기분 같은 거예요. 반면평생을 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할 때의 행복이란 기분 좋게만 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뭔가 의미도 있고 보람도 느끼면서 살고 싶다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살고 싶다는 의미가 들어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을 좁게만 이해해요.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의미를 다 나타내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행복한 삶 전체를 강조하기 위해서 '굿 라이프'라는 표현을 써봤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관심은 갖지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행복에 대해서 오해도 많고요. 그래서 '행복'에 대해서 오히려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 행복에 대해서 오해가 많고, 그래서 경계를 하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행복을 너무 좁게만 이해해서 그래요. 어떤 사람이 "나는 지금까지 참 행복하게 살아왔어"라고 얘기한다면 그건 "난 기분 좋게 살았어"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행복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더 떳떳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요. 지금은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 쾌락주의자로 몰리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거나, 혹은 이룰 것을 다 이뤄서 이제는 즐겨야겠다, 그런 의미로 다가오기 쉬운 거죠. 그런 인식을 조금 바꾸고 싶었어요.
 
책의 시작을 '행복'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하는데요. 단어와 이름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는 이름을 통해서 그 대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이름 때문에 대상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행복'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그대로 풀면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에요.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았는데 일어나는 특별한 것이 행복이라는 건데, 자연재해와 질병 같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던 과거에 행복이란 우연히, 예외적으로 찾아오는 축복 같은 것이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으니까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라고만 해서는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그렇다면 '굿 라이프' '행복'과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책에서는 '굿 라이프'에 대해서 행복, 의미, 품격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행복행복한 삶을 구별하고, 거기서행복한 삶을 강조하고 싶어서 '굿 라이프'라고 했어요. '행복한 삶'이란 즐거운 기분에 '의미'가 더해진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의미'라는 건 즐거울 때 경험할 가능성도 있지만, 즐겁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고 나아가 고통에서도 의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서 2부에서는 '의미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3부는 '나만 행복하면 좋은 걸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타인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좋은 걸까?”라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대답을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타인을 존중하는 행복이라는 말과 같죠. 이걸 철학에서는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라고 하면 너무 도덕적인 색이 강하니까 저는 톤을 좀 낮춰서 '품격'이라고 했어요. 당장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품격 있는 행동이나 생각이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품격 있는 사람 옆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의미에서 '품격있는 삶'을 이야기했고요.
 
보통 행복에 대해서 고통이 전혀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작은 고통만 있어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것도 오해인가요?
물론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확실히 불행하죠. 하지만 인간에겐 훗날 그 순간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재해석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러니까 당장  고통을 느끼는 순간은 극명한 불행이지만 그 고통으로 인해 자신이 성장했다고 하면 그 고통은 본인에게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겁니다. 또 지금 당장은 너무 좋아도 나중에는 손해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행복에 대해서 지금 이 순간만 놓고 판단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볼 필요가 있어요. 고통 자체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지만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이상적인 행복이라고 얘기하는 건, 시간적으로 너무 좁은 관점이에요. 그러니 고통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실제 연구에서도고통이 전혀 없는 경우만을 행복이라 단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행복감이 낮게 나왔습니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나 통계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심리학 실험이란 것은 자칫 잘못 해석하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나눠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인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에요. 이를테면, 행복과 기부의 관계. 기부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냐, 아니면 행복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냐. 무엇이 원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기부와 행복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거죠. 이런 것들을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어요.
 
행복과 유전의 관계도 그래요. 행복의 유전률이 높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의 행복이 행복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행복보다 높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지 행복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아니거든요. 변화 가능성은 유전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고요. 행복이 유전되는 것이라서 나는 어쩔 수 없다, 라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행복에는 손해가 돼요.
 
심리학 연구는 항상 조심스럽게 해석을 해야 합니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나 책을 통해서 전달될 때는 비교적 단순화되어 전달되다 보니까 오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심리학자들이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죠.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심리주의자의 기술'과 쉽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환경주의자의 기술'로 구분한 것도 흥미로웠어요.
보통은 행복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일을 해도 마음을 바꾸면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느껴야지 맛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안 좋은 경험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반쪽이라면 처음부터 좋은 경험과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나머지 반쪽인 거죠.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우리는 라이프스타일보다 마인드스타일을 바꾸려고 하죠.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바꾸기 위해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설계하고, 실제 활동들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활동 중에서, '여행'은 재미와 의미 모두 높은 긍정성을 보여주던데요. 여행이란, 정말 좋은 일이네요(웃음).
저도 깜짝 놀랐어요. 연구 결과가 여행할 때 사람들이 굉장히 큰 행복감을 느끼는 걸로 나와서요. 여행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창의성에도 굉장히 도움이 돼요.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 일상을 떠나보는 것이 새로운 프레임을 갖게 하니까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좋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의미있는 삶'이라고 하면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우리는 '의미있다'는 말을 곧 재미없는 것,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소아를 희생해서 대아를 추구하는 그런 순교자적인 삶을 떠올리니까 당연히 의미와 행복을 연결시키기 어렵죠. 하지만 '소확행'이라고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있듯이, 의미에도 일상적이고 작은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 잊지 않고 화분에 물을 주는 것,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것, 이런 것들도 모두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들이라는 거죠. 게다가 사람들은 그런 행위에서 의미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도 경험하거든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면 의미있는 삶과 행복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의미뿐만 아니라 목표 역시 거창하고 큰 것만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도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네요.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행복하고 싶다는 목표 자체를 안 갖고 살고싶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목표 없이 물 흐르는 듯이 살고 싶다는 거죠. 그런데 그게 바로 목표거든요. ‘나는 나를 강제하는 목표를 갖지 않고 살아가겠다이것 역시 목표인 거죠. 그러니까 이런 목표를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거죠.
 
굿 라이프, 좋은 삶이라는 게 어렵고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저도 이미 좋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책에서 균형을 얘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행복은 마냥 즐거운 것만도 아니고 깊이가 있는 것도 있어요. 한편 의미도 마냥 무거운 것만이 아니고 가볍고 경쾌한 것도 있고요. 그래서행복’, ‘의미이 두 가지 모두 다 균형감있게 바라본다면 좋은 삶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도, 동시게 그렇게 가벼운 것만도 아닌 것이 되죠.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을 갖춰가는 것이고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굿 라이프 10계명은 직접 만들어서 넣으셨는데요. 굿 라이프 10계명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대체 굿 라이프라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에서는 개념적 접근을 해서 설명하긴 했지만 뭔가 사람들 손에 직접 쥐어줄만한 구체적인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좋은 것이 많은 삶이 굿 라이프다'라는 직관적인 표현이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 동안 연구를 하면서 나왔던 것들, 책에서 다뤘던 내용 중에서 7가지를 뽑아본 거죠.
 
그러니까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좋은 기분, 좋은 평가, 좋은 의미라는 3가지를 경험한다는 것이고, 3가지는 좋은 사람, 좋은 돈, 좋은 일, 좋은 시간, 좋은 건강, 좋은 자기, 좋은 프레임이라는 7가지를 추구하면서 그 부산물로 나올 수 있다는 거였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3+7, 해서 10계명으로 만들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책으로는 12년만의 신작이지만, 그 사이 학자로서 꾸준히 연구도 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던 것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이 느껴져서 독자분들이 책이 변변치 않다 느끼실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네요. 학문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리인 것은 아니에요. 이 책은 굿 라이프에 대한 하나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뿐이지, 굿 라이프에 대한 바이블이 될 수는 없어요. 이 책은, 그렇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굿 <!HS>라이프<!HE> [자기계발]  굿 라이프
최인철 | 21세기북스
2018.06.20
프레임 [자기계발]  프레임
최인철 | 21세기북스
2016.08.31 (초판 2007년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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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y
  • 서울대 행복대학 졸업생입니다. 교수님은 이미 저희들에게 좋은 사람이십니다! 교수님을 통해 행복을 제대로 알았고 제 삶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수님 사랑해요!~
  • 2018/07/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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