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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별 뒤에 찾아오는 인연이 있다『이 별에서의 이별』양수진

  • 2018.07.02
  • 조회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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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길이 이미 갈라진 사이에서 생겨나는 인연이 있다. 이 별에서 영원한 이별을 고한 고인과, 고인이 이 별에 머무는 마지막 순간을 돌보는 장례지도사 사이의 인연이 그렇다.
죽음이라고 하면 아직 낯선 먼 나라 이야기일법한 20대 여성은 장례지도사를 직업으로 택하고 벌써 8년차가 되었다. 임종과 사별의 현장, 눈물과 후회, 사랑이 뒤섞인 순간들을 직접 보고 들으며 배웠던 것, 알게 된 것, 느꼈던 것들은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소중한 이야기들이었다.
슬픔과 애도의 끝에서, 결국은 사람이고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이 별에서의 이별』의 저자 양수진과의 인터뷰.
 
 
이른 나이에 장례지도사가 되기를 선택하셨는데요. 책에서도 쓰셨는데,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업에서 20대는 드물었다고요.
. 저는 25살 때 이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장례지도사는 민간자격증에 불과했고, 일부 전문대에 개설된 장례지도학과 출신이 아니면 대부분 기존 종사자 밑에서 수하생처럼 배우며 입문을 했어요. 주로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시다 정년퇴직을 하셨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중년 남성분들이 많았고요, 제 또래 동료들은 부모님이나 친지분이 장례업계에 종사를 하고 있어서 소개를 받아 왔더라고요. 저처럼 아무 연고도 없이 무작정 뛰어든 케이스는 거의 없었어요.
첫 직장이 무역회사였는데, 경기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더라고요. 규모가 작으면 하루아침에 회사가 없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서, 경제상황이나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미래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에 장례업계에 유독 눈길이 갔어요. 선뜻 도전하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비전과 보람이 클 것이라 판단해서 시작했습니다.
 
막연한 기대로 시작했다고 해도 일을 하면서 의미나 목적, 그런 것들을 찾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해나가기는 힘든 일일텐데요.
오래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사실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사명감 때문에 일을 계속 하세요. 현장에서 유가족과 고인 분들을 계속해서 뵙는 일을 하다보면 종사자입장에서도 감정이나 스트레스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그렇게 고된 와중에도 가족들의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피곤이 눈 녹듯 사라져요. 먹고 살려고 일을 하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업이 몇 되지 않는다고 선배들이 격려도 해주시곤 해요.
 
아무래도 죽음을 가까이서 마주하는 일이잖아요. 일이라고는 해도 감정적으로 분명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장례는 고인 입장에서도, 유가족 입장에서도 번복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렇기에 장례지도사들에겐 결코 실수가 용납되지 않아요. 무조건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견뎌야 하고, 울면 안 된다는 교육을 지속해서 받다보니 정작 제 감정 상태가 어떤지는 돌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일 끝내고 혼자 쉴 때에 갑자기 우울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한계를 느낀 적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장례지도사라면 누구나 느꼈을 고충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동료들과 애로사항을 많이 나누고 서로 공감해주다보니 예전보단 한결 편해진 것 같아요.
 
책 띠지에 쓰여진, '영원한 이별 뒤에 오는 인연'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 장례지도사와 고인의 관계 역시도 인연이겠구나 싶어서요.
글을 써 내려 갈 때마다 한 분 한 분 떠올리면서 그 때 그 장소, 그 시간, 그 감정에 다시 빠지게 되어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그런데 그렇게 다 꺼내놓고 보니까 이 모든 분들이 나에게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그 분들을 그저 잘 보내드리기만 하는 배웅인 줄 알았는데, 실은 새로운 만남이었던 거죠.
실제로 고인을 입관해드리고 나서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묵념을 하는 순서가 있는데, 그때 저도 함께 기도를 드려요. 모든 근심걱정 내려놓고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빌어요. 그리고 기도를 하나 더 드려요. ‘저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러니 제가 초심을 잃지 않고 이 일을 계속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제 기도를 고인 분들이 조금은 듣고 도와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고인뿐만 아니라 유가족과의 관계 또한 이 일에서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슬픔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분들에 대한 배려나 보살핌도 필요할테고요.
초년생 시절에는 유가족보다 제가 더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과의 사별 앞에서 극도의 슬픔을 짊어진 모습들을 보니 제가 그 곁에서 어떤 표정과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손짓 하나까지에도 신경이 쓰였어요. 그런데 막상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제가 유가족이 되어보니, 장례업계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공황상태가 되더라고요. 정작 유가족은 곁에서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겨줘야 할 손길이 절실한데, 제가 더 긴장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 때부터는 최대한 저 스스로 중심을 잡고 편안하게 대하려 노력합니다.
 
장례식장에서는 가족들 사이의 묵은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장례지도사만큼 다양한 가족의 민낯을, 또 이렇게 가깝게 자주 보는 직업도 없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가족들끼리 다투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지만 또한 내 모습은 어땠는지 돌아보면서 반성하기도 하고요, 정말 화목하고 우애 깊은 가족들을 만나면 그 모습들을 체득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장소가 장례식장일 뿐이지 한 가정 안에 들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여러 가족의 행복의 열쇠를 배운다는 면에서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례지도사의 경험을 책으로 써야겠다 생각했던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일단 제가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책이 전혀 없었어요. 장례에 관한 이론서 같은 건 있었지만,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시행착오나 경험담을 담은 책이 있으면 초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가 장례 일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죽음학에 관한 권위자는 아니지만, 유가족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울고 웃고 호흡하던 그 시간들이 제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주었거든요.
 
책 쓰시길 잘 하셨어요(웃음). 책을 읽으면서, 이 경험들을 혼자만 알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경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을 쓰면서도 혹시 고인이나 유족들에게 누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어요. 그래도 이 배움은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고귀한 가르침이었어요. 책 내용 중에죽는다는 것 보다 잊힌다는 게 더 두려울지 모른다.’라는 글귀가 있어요. 누군가의 슬픈 사연을 단순히 공유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분들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도 묵묵히 애도하기 위해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책 속에서 여러 이별의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특히나 50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정말 사랑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나 기억에 남았어요. 작가님에게도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나 봐요.
일을 하면서 많은 이별의 순간을 접했지만, 왜 그 때가 유독 강렬했던건지 혼자 고민했어요. 큰 소리로 오열하거나 몸부림치는 사람도 없었고, 정말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별을 맞이한 가족이었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보통 피를 나눈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라 할지라도 그사랑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가슴 속으론 수 백 번이고 되뇔 테지만, 막상 누군가가 듣는 자리에서 입 밖으로 내뱉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때 남편 분은 정말 담담하게, 자녀분이 보는 앞에서도정말 사랑했습니다.”라고 말을 했다는 거죠. 평소에 얼마나 지극히 아내 분을 사랑하고 아껴주었을지 꼭 보지 않아도 그려지는 대목이었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마침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에 빠져있을 시기였어요. 그 가족을 만나고결국 사람이다. 결국 사랑이다.’라는 가르침을 얻게 되어 감사함에 유독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장례를 미리 준비했던 분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어요. 장례식에 오신 분들도, 슬픔만이 아니라 따뜻한 추억 한 조각도 안고 가셨을 것 같고요.
오늘날의 장례란 고인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고인의 자녀와 그분들의 인맥이 주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이후로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던 그 분께 참 배운 게 많아요. 장례지도사로서도 내가 그동안 너무 틀에 박힌 채 일을 한 게 아닐까 되돌아보게 해주셨어요. 남들이 다 고르는 수의가 아니라, 본인이 정말 입고 싶었던 옷으로 마지막 단장을 부탁하시고, 조문 오신 분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할 수 없으니 미리 영상으로 만들어놓고 싶다던 많은 아이디어들은 전부 그분이 저희에게 제시한 것들이었죠. 이제 우리의 장례문화도 직원이 말하는 것을 고객이 따르는듣는 장례가 아닌,  원하는 것을 직원이 행하는말하는 장례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고령화 시대다 보니 예전처럼 갑작스러운 이별보다는 서서히 가족, 그리고 나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죽음이라는 주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미리 준비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한 번은 사무실에 어머니와 따님이 방문을 하셨어요. 차 한 잔 하시면서 어머니는 나중에 본인이 돌아가셨을 때 자식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며 미리 장례 상품을 알아보러 왔다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는데, 옆에 계신 따님이 갑자기 뭐 그런 소릴 하느냐고 화를 내면서 울컥 눈물을 쏟더라고요. 부모님의 심정과, 자녀의 심정이 동시에 와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준비를 해야 하지만 아직은 생각만 해도 슬픈 것. 그게 죽음 아닐까요. 제 책도 그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들여다보면 버겁고, 슬프고, 무겁지만 막상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이죠. 막상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실 건가요?
너무 하고 싶어요(웃음). 꼬마 시절부터 늘 작가가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없었다면 과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동안 장례 일을 하면서 책을 쓰기 위한 기록을 따로 해본 적이 없어요. 이번 집필을 계기로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쏟아낸 거죠. 지금은 묵혔던 무언가를 비워낸 기분이에요. 지금부터 다시 채워가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독자 분들이 서평을 써주신 걸 읽었는데,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어요. 책을 읽고 나니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가 오늘따라 정말 사랑스럽고, 어제까지는 그렇게 얄미웠던 남편이 안쓰럽게 보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사무치게 고마워 눈물이 난다면서요. 가족이 꼭 어떤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그냥 건강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글을 쓰면서도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효과였어요. 오히려 독자 분들 덕분에 제가 더 깨닫게 되었죠. 제 책을 읽고 가족 또는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한 번 더 잡고, 한 번 더 안아봤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이 책은 할 일을 다 한 것 같아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사진제공_싱긋출판사
 
 
이 <!HS>별에서의<!HE> 이별 [시/에세이]  별에서의 이별
양수진 | 싱긋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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