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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만큼의 세계』이아림, “삶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맨몸으로 헤쳐나가는 분들께 힘을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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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사직을 권고받았다. 체불 임금에 대한 급여 지급 소송을 했고 공황장애를 겪었다. 그리고 요가를 시작했다.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며 일상을 회복해나갔다.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글을 책으로 엮었다. 좁은 요가 매트 위에서조차 수시로 길을 잃지만 한 호흡 한 호흡 조금씩 나아가며 균형을 잡다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리듬을 칮게 되리라는 확신도 갖게 된다.
서두르지 않고 허둥대지 않고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최소한의 삶에 대한 이야기,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과의 인터뷰.
 
 
첫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해냈다!” 하는 성취감이 들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요. 책이 정말 팔릴까, 하는 걱정부터, (웃음)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어주실지 설레는 한편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 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글의 구성이나 문장에 본인만의 색깔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평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오셨는지, 그렇다면 글쓰기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글을 써서 팔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하하.) 책에도 썼지만 매일 일하고도 가난하기 때문에, 좋아서 글을 쓰고도 그것이 하나의 돈벌이가 되어주길 바랬거든요.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온전히 매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그런 제 안의 모순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되도록 솔직하고 자유롭게 쓰고자 노력했고요. 특히 이번 책은 ‘요가’라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 저의 못난 모습, 혹은 안간힘 쓰는 일상을 거울처럼 비추어보며 써내려갔습니다.
 
요가를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처음 생각하게 되신 것은 언제인가요? 그 계기도 궁금합니다.
29살에 백수가 되었을 때 오기로 써내려갔어요. 그때는 매일이 억울했거든요. 악에 받쳐 사는데도 겨우 이 정도인 것에 화가 났습니다. 구직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글을 썼어요. 독립출판으로 돈을 벌어볼 심산이었죠. 그래서 나름 기획을 한 거예요. 무명인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는 절대 팔릴 것 같지 않으니 마침 시작한 ‘요가’를 키워드로 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요가도, 글쓰기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하.) 그 결과 브런치에서 연재를 시작해 운 좋게 상도 타고, 또 운 좋게 출간 제의까지 받아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과정은 아주 지지부진했어요.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기적처럼 한 분씩 댓글을 달아주셔서 그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를 비교하신 부분이 재미있었는데요, 첫 책을 마무리하신 지금은 요가와 글쓰기 중 어느 쪽이 더 아프신가요? (웃음)
하하. 요가와 글쓰기. 지금 이 둘을 차례로 떠올려봤는데요. 둘 다 너무 아파요. (웃음) 하다 보면 “에휴 못 해먹겠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울컥 울컥 치밀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한 만큼 완주하고 나면 아주 후련하고 자유로운 기분이 들어요. 요가와 글쓰기는 맨몸으로 해나가기 때문에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점이 닮았어요. 최소한의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죠. 대신 헌신하는 마음으로 매일 성실하게 해나가야 해요. 그런 점에서 요가와 글쓰기는 정말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브런치에 연재하실 때와 단행본을 준비하실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셨나요?
브런치에 연재할 때는 하루에 조회 수가 1만이 넘은 적도 있었어요. 정말 놀랐죠. 덕분에 많은 독자 분들을 만났고 작가로서도 다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현실감이 없는 거예요. 몇 시간 만에 조회 수가 1만을 넘으니까 제 글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읽힌 건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저는 종이책을 좋아해서 접어 읽고 밑줄 그어 읽고 이런저런 상념들을 적어가며 읽기를 좋아하는데요. 그렇기에 더욱 단행본을 준비하면서 덜컥 겁이 났어요. 누군가의 손에 들려 제 글이 읽힌다는 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잘 쓰려다가 되레 힘을 잃은 글을 쓰기도 하고요. 참 갈팡질팡했어요. 책에서도 썼지만 물욕 없는 이 시대에 책 한 권을 추가로 사들여서 자신의 공간에 둔다는 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과연 내 책이 누군가의 곁에 있을 만큼 충분한 이유와 매력이 있는지, 고민했고요. 결과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온 마음을 쏟아 썼기에 그것이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황장애, 조울증, 선택장애 등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이런 마음의 질환은 정말 현대인들에게 감기처럼, 어쩌면 감기보다 더 흔한 병이 되어버렸는데요. 작가님께 있어 요가처럼 개개인이 자신의 숨통을 트여줄 대상을 찾는 것 외에 또 어떤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어려서부터 사회 과목을 무척 좋아했어요. 제가 끌어안고 있는 욕망, 갈등, 고민, 난관 등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는 거죠. 그러면 입체 도형을 손에 들고 돌려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반대쪽 면까지 뜯어보다 보면 그 실상이 명확해지거든요. 그럼 사고가 아주 넓어지고 해방된 기분이 들어요. 개인적인 문제로서 끙끙 앓기보다는 그것을 전체의 일부로 바라보고 더 많은 대안을 상상해보는 거죠. 전 이것이 분명 우리의 숨통을 트여줄 하나의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책에서도 ‘요가’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페미니즘, 선택장애, 타임푸어(time poor), 청년문제, 가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생존’이 아닌 ‘생활’이 담긴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준비한 적도 있으시고요. 작가님이 잡지에 담고 싶은 ‘생활’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쫓기지 않는 것, 지금에 충실한 것. 그것이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어떻게 하면 팔지 않아도 될 것인가?” 하고 물었는데요, 저는 이 말이 정말 수시로 머리를 때려요. 나의 기쁨, 재능, 열정을 곧바로 돈으로 환치하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근사하게 나를 꾸며서 내보여야 하고, 자신을 남과 비교해야 하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생존에 내몰리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잡지를 못 만든 것 같아요. (웃음)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이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아주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겠죠. 사실 모든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앞으로 고민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구체적인 어떤 것을 물으셨는데 제 대답이 너무 두루뭉술해서 죄송해요. 하하.
 
독서량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 책에도 다양한 분야, 다양한 주제의 책이 인용되고 있는데요, 요즘 재미있게 읽고 계신 책이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요?
전혜린 작가의 『목마른 계절』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최근 여행 중에 작은 문고판을 가져가 세 번이나 반복해 읽었어요. 너무 좋았거든요. 곱씹을수록 마음이 뜨거워지는 책입니다. 저자는 타성에 젖은 평범한 일상을 증오하며 극단적이라 할 만큼 순수한 환희와 열정을 쫓아요. 그래서 정작 본인은 아주 외롭고 절망에 차 있죠. 하지만 그런 치열함 덕분에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처럼 문장 하나, 하나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읽다보면 매 순간이 아주 간절해져서 더 뜨겁게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권태로운 일상에 지쳐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밖에 요즘 관심을 갖고 계신 것들이 있나요? 새로 글을 쓰고 싶은 주제를 찾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아직 구체화된 건 없지만 문득 경제학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학자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나 경제적 현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그것이 개개인의 삶에 밀착하면 보다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퇴사 그 이상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경제구조를 찬찬히 뜯어보고 싶어졌고요. 경제활동 중에 소비만 근사하게 비추어지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노동, 생계, 복지 등의 문제를 다채롭고 생생하게 풀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경제문제를 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천천히 고민하고 준비해나가려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20대 끝자락에 시작한 요가는 제게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어준 것 같아요. 늘 조바심치고, 남과 경쟁하려 들고 단기적인 결과에만 목매던 제가, 이제는 좀 더 편안해지고, 용감해지고, 자유로워졌거든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요가 매트 위 세계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 책이 오늘도 삶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맨몸으로 헤쳐나가는 분들께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편안하세요!
 
| 기사 및 사진제공_북라이프 출판사

요가 <!HS>매트만큼의<!HE> 세계 [시/에세이]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 북라이프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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