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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저항한 사람”『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서대경,황유원

  • 2016.12.26
  • 조회 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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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숱한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 된 밥 딜런. 아주 예전부터 그의 가사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그의 가사들을 제대로 번역해서 읽어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1961-2012)』은 밥 딜런의 데뷔 앨범 《Bob Dylan(1962)부터 《Tempest(2012)까지 총 31개 앨범의 가사 387편을 수록한, 밥 딜런의 음악/문학 세계를 집대성한 결정판과 같은 가사집이다.
어떻게 보면 시인으로서의 밥 딜런을 거의 처음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 책의 번역은 두 명의 시인이 맡았다. 짧은 시간과 만만치 않은 분량, 게다가 밥 딜런이라는 수수께끼를 다루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1961-2012)』의 번역자인 서대경, 황유원 시인과 만나 번역에 관하여, 밥 딜런에 관하여, 그리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던 밥 딜런의 가사를, 그의 거의 전 앨범을 번역해서 담았습니다. 분량도 만만치 않고 부담감도 있는 작업이었을 텐데요. 번역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대경_시작은 출판사에서 번역을 제안한 것이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밥 딜런이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호기심이 생겼죠. 도대체 어떤 노래를 만들었길래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 과연 이 사람의 노랫말이 노래가 아닌 문학 텍스트로서 가치가 있는지 제 나름 들여다보고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죠. 
그런데 사실은, 출판사에서 번역 제안을 황유원 시인에게 먼저 했는데, 황시인이 거절해서 다시 저에게 제안이 온 거였더라고요. 저는 그건 모르고 처음에는 출간 일정이나 분량의 부담 때문에 거절을 하고 대신 적임자로 황시인을 추천을 했고요. 그런데 다시 출판사에서 전화를 주셔서, 그러면 두 분이 같이 번역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번역을 하게 되었죠(웃음).
 
황유원_제가 처음에 거절한 건, 곧 인도로 출국해야 해서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은 자신이 없어서였어요. 밥 딜런이야 워낙에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중고등학생 때 CD를 엄청나게 사 모았는데 그 중에 밥 딜런 앨범이 7장 정도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무리 밥 딜런 노래를 좋아했다고는 해도 그 뜻까지 다 알진 못했어요. 그러러면 가사를 펼쳐놓고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해가며 들어야 하는데 사실 노래 들으면서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밥 딜런의 가사를 100%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번역을 하면서 그런 사적인 욕심도 함께 채울 수 있지 않을까(웃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역시 서대경 시인과 함께하는 작업이었기에 번역을 수락한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절대로 못했을 것이고, 안 했을 거예요. 
 
 
일단 분량에 압도당했습니다. 잘 알려진 유명한 앨범 한 두 개의 가사만 번역한 게 아니라, 밥 딜런의 전작을 다 아울렀어요. 작업이 쉽지 않았겠어요. 
 
황유원_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웃음). 시간이 촉박했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잠자는 시간, 밥 먹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번역에만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편집자분들 역시 엄청난 노고를 바치셨죠.
 
서대경_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작업을 했지만 매우 집중력 있는 시간이었어요. 저희도 그렇고 편집부 직원분들의 노력이 참 많으셨어요. 같이 집념을 불태워서 작업을 했죠(웃음).
 
 
밥 딜런 좋아하는 분들도 유명한 앨범들 중심으로 음악을 들었을텐데, 이번 책에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가사들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몰랐던 밥 딜런의 모습도 보이고 또 50년의 시간 동안 변화해온 모습도 보이던데요. 
 
서대경_저는 밥 딜런의 음악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노랫말만을 접한 것이다 보니 번역을 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가사가 아니라 일종의 시로 생각하면서 작업에 임했어요.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아우르는 번역도 시인의 문학 전집을 번역한다는 생각으로 했고요.
번역을 하면서 밥 딜런의 목소리에서 변치 않는 것,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것들이 느껴지더라고요. 밑바닥 삶의 슬픔과 애환, 그에 대한 애정 같은 것들은 항상 내면에 깔려 있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언어적인 실험을 이어가죠. 비트 세대 문학의 문법을 도입한다든지 현실주의적 문학을 실험해 본다든지요. 밥 딜런은 후기로 가면서 기독교에 심취해서 가스펠에 가까운 앨범도 내는데, 그런 앨범의 가사들을 보면 상당히 종교적이면서도 밥 딜런 특유의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문법들이 항상 보이더라고요.
시간의 흐름상으로 보면, 초기에는 사랑이나 젊은 정신을 토로하는 노래들이 많았다면 후기로 갈수록 세상에 대한 관조적인 색채가 두드러져요. 자본주의적 세계에 대한 냉소가 짙어지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넓고 성찰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황유원_밥 딜런이라고 하면 일단 우리에게 저항의 상징이잖아요. 아직은 20대 초반이던 시기에 만든 완전 초기 앨범들로 굳어진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노래가 정치적 메시지를 앞세우는 프로테스트 송이 아니라며 그에 반기를 들었거든요. 1964년에 발표한 〈My Back Pages〉라는 노래의 가사에 잘 나타나다시피, (그래 봤자 고작 몇 년 전에 불과한) 자신의 과거에 모종의 선을 긋고 있고요. 또 유대인이지만 기독교로 개종을 했고, 백인이지만 흑인들과 교류했죠.
 
어떻게 보면 밥 딜런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저항한 사람이에요. 계속 자신을 배반하고 자신을 지워나갔죠. 거짓말도 굉장히 잘 했어요. 이미지 메이킹의 대가이기도 했고요. 제임스 딘의 이미지를 베껴오기도 했고, 자기가 고아라는 둥, 기차 타고, 히치하이킹하고 다니면서 블루스 대가들에게 음악을 배웠다고 말하고 다녔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었거든요. 밥 딜런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어떤 식으로든 읽히는 걸 싫어하고 규정되는 것에 반항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나마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곡들은 사실 굉장히 초기곡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마도 이전에 전혀 몰랐던 밥 딜런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시지 않을까 싶어요.
 
 
가사를 읽어보니 제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은 노래들도 있더라고요. 잘 알려진 〈Like a Rolling Stone〉같은 노래들요.
 
황유원_제목만 보면 자유로움을 찾는 노래인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시니컬한 노래입니다. 지금 네 꼴 좀 봐라,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아무 갈 데 없는 신세가 되지 않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노래거든요. 물론 연민과 더불어 상대방과의 모종의 동질감 또한 느껴진다는 게 이 노래가 가진 마법이긴 하지만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서대경_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노랫말도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작업을 끝낸 시점에서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작가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황유원_고등학생 때 라디오를 듣다보면 밥 딜런에 대해서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르는 가수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고 그랬었어요. 어린 마음에 참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건 그냥 농담이지 실제로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우선 노벨문학상 자체가 논란이 많고 또 논란을 노리는 것 같기도 해서 이번 수상자 발표가 노벨문학상답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밥 딜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수상을 계기로 밥 딜런이 더 각광을 받고 이렇게 책도 나오고 하는 게 무척 반갑죠. 사실 밥 딜런, 한국에서 별로 인기 없잖아요. 허구한 날 ’〈Blowin' in the Wind〉 〈Knockin on Heavens Door〉얘기나 해대고. 물론 최근에는 〈Make You Feel My Love〉가 추가됐으나 그건 순전히 오디션 프로그램 덕인 것 같고. 하여튼 이번 계기로 밥 딜런의 노래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밥 딜런의 가사를 문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에 대해서 짧게 말하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문자로 된 모든 것은 다 문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그게 어떤 문장들이든 잘만 배치하면 문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밥 딜런의 가사는 굉장히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의 연쇄입니다. 그러니 그게 문학임은 당연해요. 어떤 분들은 가사는 글자수를 맞춰야 하는데 그런 형식적 제한을 가진 것이 어떻게 문학이 될 수 있겠냐고들 하시더군요. 물론 가능한 반론이긴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제한 속에서 의도치 않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위한 시를 쓰는 데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제약에 전혀 방해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평생 가사를 단 한 줄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진 편협한 생각에 불과합니다.
 
 
가사와 시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후렴구도 있는데요. 노래에서는 후렴이 굉장히 중요한데 시에서는 혹시 지루함이 되지 않을까요?
 
서대경_저는 개인적으로 돌림노래 같은 형식을 좋아하고 매력을 느껴요. 텍스트로서의 시에서도 후렴구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시인들이 있고요. 가르시아 로르카의 경우가 그런데, 로르카의 집시에 대한 시들을 보면 대단히 효과적으로 후렴구 같은 테크닉을 사용하거든요. 저는 밥 딜런의 노래에서도 후렴구가 대단히 효과적인 문학적 장치가 된다는 걸 느꼈어요.
또 밥 딜런이 사용하는 후렴은 일반적인 노래의 후렴하고는 성격이 다르기도 해요. 후렴이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노랫말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텍스트 전체를 역동적으로 만들기도 하거든요.
 
황유원_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절(verse)-브릿지(bridge)-후렴(chorus)로 구성되는데, 사실 후렴 부분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곤 하죠. 물론 절 없는 후렴이란 너무 가팔라서 제대로 향유할 수조차 없겠지만. 그런데 밥 딜런의 노래는 후렴 중심이 아니라 절(verse) 중심이에요. 후렴이 있다 해도 절의 힘을 이기지 못합니다. 게다가 후렴이 아예 없는 노래도 있고 한 노래 안에 절이 30, 40개가 넘는 것도 있어요. 어떤 노래는 이게 과연 노래인가 오디오북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멜로디가 단순하고 코드도 서너 개 정도뿐일 때는 더더욱 그러하죠. 이런 곡들의 경우는 같은 멜로디에 가사만 계속 바뀌니까 극적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어요. 밥 딜런이 이런 절 위주의 작사가라는 것 자체가 그가 시인에 가깝다는 걸 말해줍니다. 그래서 가사를 알지 못하면 사실 듣는 의미가 별로 없는 노래들도 많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밥 딜런을 이해하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어떤 가사들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마치 서사시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서대경_중세 시대의 음유시인들을 떠올리면, 기타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읊조리듯이 노래를 부르잖아요. 밥 딜런은 정말 음유시인인 거죠.
 
황유원_일례로 〈Tin Angel〉같은 노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기인해 영미로 널리 퍼진 한 전통가요의 형식을 그대로 빌어오되 자신만의 색채를 더한 노래죠. 마치 또 한 명의 훌륭한 작가이자 가수인 닉 케이브(Nick Cave)가 피제이 하비(P. J. Harvey)와 함께 부른 아름다운 노래 〈Henry Lee〉로 그러했듯이.
 
 
번역을 하면서 특별히 애 먹었던 노래가 혹시 있었나요?
 
서대경_개인적으로는 쉽게 넘어갔던 앨범이 거의 없었어요. 모든 앨범들의 번역이 어려웠지만 특히 《Bring It All Back Home》이라는 앨범의 노래들이 참 어려웠어요. 그 앨범 중에서 <지하실에서 젖는 향수 Subterranean Homesick Blues>라는 노래가 있는데, 마리화나, 마약과 관련된 속어들, 난해한 비유들이 가득한 가사여서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애를 먹었고 그걸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도 그만큼 어려웠어요.
 
황유원_저 역시 어느 한 곡도 쉽지 않았습니다. 번역할 앨범을 나눴을 때 우리가 익히 아는 밥 딜런의 노래들은 서대경 시인 쪽에 더 많았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의 가장 유명한 노래들일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rone〉은 저한테 왔더군요.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떨었던 곡이 〈Blowin' in the Wind〉였어요(웃음). 워낙 잘 알려진 노래니까요. 아무리 잘해본들 욕 안 먹으면 다행이겠구나 싶었죠. 해서 마라톤을 뛰려는 심정으로 번역을 시작했는데 곡이 워낙 짧은 까닭에 백 미터도 안 뛰고 끝나버렸다는.
 
 
시를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노랫말을 번역해 텍스트로 읽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서대경_노랫말 번역 뿐만 아니라 모든 번역이 사실은 그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죠. 원문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우리말다운 표현을 입어야 좋은 번역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번 번역 역시 그 기준으로 작업에 임했지만 한편으로는 영어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실어서 대조하면서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원문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들에는 구어적인 표현이 참 많아서 그런 것들을 우리말로 맛깔스럽게 옮기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요.
 
황유원_저희는 될 수 있으면 원문에 실린 문장의 순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번역에 임했습니다. 그래서 노랫말이라는 걸 감안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노래를 따라 가사를 한 줄 한 줄 읽어나가시다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더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가사를 보면 미국의 구전 이야기나 지명, 인물 이름이 많이 등장하던데요. 주석을 다는 것도 고려해봤나요?
 
서대경_노랫말이기 때문에 주석이 너무 많이 달리면 아무래도 읽을 때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노랫말을 즐길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주석이 아니면 달지 않는 걸로 편집방향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황유원_밥 딜런은 굉장히 많은 인용을 해요. 소설이나 남의 노래, 희곡 같은 곳에서 문장을 가져와서 약간 바꾸거나 어쩔 때는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런 가사들은 각주를 달지 않으면 밥 딜런이 쓴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 출처를 일일이 다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각주를 위해서라면 따로 책 한 권이 필요할 정도라서요(웃음). 그래서 애써 찾은 자질구레한 것들도 나중엔 다 빼버렸죠. 다만, 독자분들께서 지금 읽고 있는 이 구절이 밥 딜런이 직접 쓴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인용한 구절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체 예술이란 뭔지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요?
 
황유원_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한국의 뮤지션들, 특히 미래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뮤지션들이 밥 딜런처럼 가사를 쓸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겠죠. 다만 가사를 이렇게 써도 되는구나, 라는 걸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밥 딜런 가사가, 그 호불호를 떠나서 정말 독보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테니 말이에요.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한국의 밥 딜런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서대경_시를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가사라는 형태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자유롭게,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거든요. 정교한 스토리를 짜 나가는 능력도 탁월하고요. 그런 면들이 시를 쓰는 입장에서는 많은 시사점과 영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이 두껍다보니(웃음)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조언을 좀 해주신다면요?
 
서대경_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고요(웃음). 여유롭게, 노래를 꺼내듣듯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령 오늘은 이 앨범을 들어야지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를 음미해보거나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부터 가사와 함께 들어보는 것이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일 겁니다.
 
황유원_소설은 대개 처음부터 읽어야 하지만 시집은 아무 데나 펼쳐서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잖아요.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 가사가 궁금했던 노래, 관심이 가는 노래부터 펼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꾸로, 노래는 전혀 몰랐는데 가사가 좋아서 그 노래를 찾아 들을 수도 있겠죠. 저도 번역을 하면서 이 가사는 어떻게 노래로 불렀을까 궁금해서 찾아 들은 적이 많습니다. 헌데 기대와 달라 놀랐던 적도 많았고 그게 제게 묘한 쾌감을 주기도 했어요.
좋아하는 앨범부터, 유명한 노래부터 찾아 듣는 방법도 있고 아무 페이지나 막 펼쳐서 마음에 드는 가사의 노래를 들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냥 눈으로 가사를 읽는 것과는 완전히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영한대역이기 때문에, 저희가 번역한 가사와 원문을 비교해보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이거 뭐라는 거야? 차라리 내가 직접 번역하는 게 낫겠군하는 마음이 얼마든지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로서는 또 하나의 판본을 갖게 되는 것이겠죠. 여하튼 이 책을 통해 밥 딜런의 전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실 기회를 얻게 된다면, 역자로서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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