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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을 만나다

  • 2010.03.11
  • 조회 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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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연어처럼, 먼 바다로 갔다가 강물을 거슬러 돌아왔다. 미국과 중국의 유명한 호텔들을 거쳐 두바이의 7성급호텔 ‘버즈 알 아랍’에서 수석총괄조리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 꿈이라는 돛을 달고 먼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갔던 그가 산란을 위해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또 다른 꿈’을 위해 고국으로 왔다. ‘제2의 에드워드 권’을 길러내는 꿈. 연어는 알을 낳고 죽지만, 그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꿈이 여기에 있으니
‘먼 바다’에서 돌아왔어도 그는 그리 ‘먼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스타’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웃’의 얼굴로 다가가는 사람. 꾸밈없는 표정과 스스럼없는 말투로, 처음 만난 누구와도 그는 단번에 거리를 좁혀버린다.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그의 곁을 ‘쭈뼛거리는’ 사람들은 여기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재빠르게 눈치 챈 그가 상대방보다 먼저 펜을 들거나 포즈를 취하는 까닭이다.

지난해 6월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연다고 했을 때, 그곳이 이토록 ‘대중적인’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레스토랑 위치가 백화점 지하라는 것도, 모든 요리의 가격이 15,000원 이하라는 것도, 모두에게 파격이었다. 세계적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건 ‘제한된 소수’일 거란 생각.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그 편견부터 멋지게 날려버렸다.
 
“요리는 대중을 위한 예술이에요. 수준 높은 요리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해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꿈이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3월에 레스토랑 하나를 더 엽니다. 지금의 것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지만 가격의 거품만큼은 확실히 빼서 요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품격 있는 요리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 외에도, 그에게는 오래도록 품어온 또 하나의 꿈이 있다. 세계 최고 호텔로 불리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그곳에서 수석총괄조리장으로 일하던 그가 돌연 귀국을 택한 건 바로 그 꿈 때문이었다. 아니, ‘돌연’이란 말은 취소다.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를 만들어 세계적인 요리사들을 직접 길러내는 꿈. 그가 그 꿈을 품어온 건 아주 오래 전부터의 일이기 때문이다.
 
“전액 무료로 가르치는 기숙형 요리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학교 안에 농장을 둬서 학생들이 스스로 씨를 뿌리고 거두게 할 거예요. 생선이 필요하면 바다로 직접 배를 태워 보내서 현장사람들의 땀을 이해하는 요리사로 만들 겁니다. 전 세계 학생들에게 학교의 문을 활짝 열어둘 생각이에요. 그들에게 한국요리를 꼭 가르쳐서 우리 음식이 세계로 뻗어나가게 만들고 싶어요.

아직 학교를 세우진 않았지만, ‘제2의 에드워드 권’을 기르는 일을 그는 이미 시작했다. 요리전문 직업학교인 현대전문학교.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지만 그가 요리실습강의를 하는 곳은 여기뿐이다. 이유는 단 하나, 특강으로 만난 학생들의 눈빛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지 못하고, 열정과 노력만으로 최고의 요리사가 되려는 사람들.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을 돕고 싶어서 ‘석좌교수’라는 다소 부담스런 자리를 그는 선뜻 수락했다.
 
“처음엔 단지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희망이 돼주고 싶고,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고 싶어요.” 스스로 빛나는 별에서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별로. 마흔을 코앞에 두고 그는 어느새 다른 별이 되어 있다.
 
 
스스로 길을 열다
청년보다 소년에 가까웠을 때, 그의 꿈은 신부가 되는 거였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성직자의 길을 모색했지만 장손인 그는 할머니의 거센 반대로 결국 그 길을 접어야 했다. 재수생 시절, 경양식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요리와의 첫 인연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꿈은 아직 요리사가 아니었다.

“신검통지서가 나왔는데, 군대가 너무 가기 싫은 거예요. 입대를 미루려고 고향에 있는 영동전문대학에 입학했어요. 레스토랑에서 일해 봤다는 이유로 조리학과를 선택했죠.

도피처로 택한 그곳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하루라도 빨리 군대에 다녀오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서둘러 들어간 군대에서 처음으로 결심했다.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전역을 일주일 앞두고 스키장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제대도 하기 전에 ‘그곳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온 이 맹랑한 청년을 그곳에서 용케 받아줬다. 그때부터 점점 요리에 미쳐갔다.
 
서서히 졸업이 다가왔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스펙’. 모 대학 출신들이 서울호텔 주방의 70%를 차지하는 ‘슬픈 현실’ 속에서 그는 취업 대신 서울의 한 신생호텔에 실습을 나가는 것으로 길을 우회했다. 창고에서 식재료를 운반하고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고, 선배 요리사들이 ‘서울국제요리대회’에 참가할 땐 도우미를 자처했다. 그를 눈 여겨 본 조리장의 배려로 면접기회를 얻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호텔리어가 됐다. 늘 그런 식이었다. 이후 미국으로, 중국으로, 두바이로, 세계적인 호텔들로 뻗어나갈 때마다 그는 늘 거센 바람을 가르며 ‘스스로’ 길을 열어왔다.

“새로운 곳으로 몸을 옮길 땐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 뒤에 면접에 응했어요. 해당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그 기업에 대한 신문기사까지 꼼꼼하게 읽어 일하고자 하는 업체의 기업이념이나 올해 목표, 사업방향 등을 완벽하게 파악했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으로 호텔리어가 됐을 때 그는 틈만 나면 서점에 들러 외국요리책을 봤다. 수천 가지의 요리를 책으로 접하면서, 무궁무진한 표현방법에 희열을 느끼곤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엔 슈퍼마켓이 서점을 대신했다. 요리의 상상력은 각 재료의 맛과 향, 성질 등을 충분히 이해할 때 생겨난다고 그는 믿는다. 퇴근길엔 반드시 마켓에 들러 다양한 식재료의 이름과 특성, 원산지를 메모하고 맛을 익혔다. 그 습관은 두바이에서도 이어졌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 없는 맛의 차이가 0.01%라도 있다면, 그걸 극복하기 위해 틈만 나면 중동의 재래시장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내게 최고라는 꼬리표를 아무리 달아줘도 나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리사는 평생을 배워야 하는 직업이에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식재료를 연구하고 노력할 뿐, 그 누구도 평생 최고가 될 순 없죠.”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경지가 있다는 게 그는 참 좋다. 이뤄서 행복한 줄 알았는데, 이룰 수 없다는 게 그를 행복하게 한다.
 
      
 
꿈은 높게, 열정은 뜨겁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에게 묻는다.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는 먼저 열정을 노력으로 바꿀 것을 강조한다. 꿈에 대해 물으면 ‘돌도 씹어 먹을 듯’ 뜨거운 열정을 보이다가도 막상 부딪치면 며칠도 못가 포기하고 마는 사람들. 그런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그는 참 속이 상한다. 어려움이야말로 꿈의 동력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경험상 꿈은 되도록 높게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도전적 목표’라는 개념이 있어요. 아예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을 추구하는 기법이에요. 어차피 꿈인데, 높게 설정하고 즐겁게 미치는 게 좋죠.

두 가지 꿈을 동시에 꾸고 있다면, 그는 그 두 개를 하나의 꿈으로 접목시키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요리사와 기자를 동시에 하고 싶다면 요리전문 기자를, 요리사와 사진가를 모두 하고 싶다면 요리전문 사진가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 접목을 하긴 했는데 그 직업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업조차 ‘스스로’ 만들라고 그는 덧붙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봄나물이 아주 좋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었어요. 올 봄엔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식재료를 만나게 될 것 같아요.” ‘꿈’에서 ‘봄’으로 화제를 옮겨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반짝인다.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는 새봄은 요리사에게 아주 특별한 계절. 더구나 이번 봄은 한국에 돌아온 뒤 처음으로 맞는 새봄이다. ‘첫봄’을 앞둔 그가 소풍 앞둔 아이처럼 웃는다. 덩달아 가슴이 뛴다.
 
      
 
   에드워드 권의 꿈을 키우는 책들
1. 『인간시장』(김홍신, 행림출판사)
2.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비)
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부키)
4. 365 매일 읽는 리더의 한 줄』(아드리안 고스틱, 체스터 엘튼, 눈과마음)
5. 『시크릿』(론다 번, 살림Biz)
6. 『긍정의 한 줄』(린다 피콘, 책이있는 풍경)
7. The Flavor Bible(Karen Page, Andrew Dornenburg, Little Brown and Company)
8. Culinary artistry(Andrew Dornenburg, Karen Page, James Peterson, John Wiley & Sons)
9. The Professional chef(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John Wiley & Sons Inc)

| 박미경(자유기고가) 
 
[시/에세이]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에드워드 권 | 북하우스
2008.11.03



사람과 책 2011년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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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26 14:45
  • jy**75
  • 2010/03/20 19:32
  • ji**211314
  • 2010/03/19 10:31
  • vi**yor
  • 2010/03/19 01:55
  • zi**y0318
  • 2010/03/18 21:53
  • in**nshine
  • 미디어를 통해 접할때나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손님으로 만날때나 언제나 열정 넘치는 모습 멋집니다. 일곱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읽고 나서 용기를 많이 얻었고 더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야 겠다 다짐했습니다. 지난번 백화점 지하에서 이동중에 뵈었을때에도 책을 읽고 정말 반가워하던 저에게 큰 웃음과 함께 악수도 해주셔서 완전 팬이되었지요. 요리할때 직원들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까탈스러움도 저에게 음식과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다가옵니다 응원할께요 !!
  • 2010/03/18 11:34
  • is**82
  • 2010/03/18 10:54
  • no**1981
  • 2010/03/18 10:36
  • il**e8034
  • 정말 멋지고 찬란한 내용입니다. 꿈꿈꿈 이것이 환경과 지혜롭게 대처해온 그대를 만든것 같네요. 진정 이시대의 남자로 인정하고 싶군요
  • 2010/03/18 09:53
  • et**le17
  • 2010/03/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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