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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혁명의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어낸 중국문학의 금서

  • 등록일2018.09.18
  • 조회 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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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 3월호에 장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을 사전에 걸러냈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폐기되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 조치를 당하게 된다. 중국 문단은 발칵 뒤집혔고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작가 의도와는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10여 개국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어느 부대. 사단 전체를 통솔하는 수장은 자신의 성 불능을 감추고 이혼 후 젊은 간호사 출신의 류롄을 만나 재혼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순조롭지 못하다. 그때 상부의 지시로 젊은 군인 우다왕이 사단장의 집에 파견되어 취사와 청소를 담당하게 되자, 류롄은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라는 마오쩌둥의 혁명어를 내세우며 자신에게 성과 애정의 봉사를 해줄 것을 강요한다. 우다왕은 폭력적인 류롄의 요구에 거부하지만, 그로 인해 사단장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우다왕은 다시 류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의 성공을 보장받는다. 그렇게 우다왕과 류롄의 은밀한 관계는 시작되고 둘은 서서히 감춰진 욕망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데 둘의 육체적 사랑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향한 감정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파격적이고 시적인 성애 묘사로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이 작품이 당국으로부터 금서 조치를 받았던 건 마오쩌둥이라는 지고한 존재가 내세운 혁명의 모토인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의 언어로 전락시킴으로써 그의 혁명 전통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중국 사회에서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한마디는 혁명 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언어를 인간의 욕망으로 해체함으로써, 혁명의 역사를 반문하고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갇혔던 사랑과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문학인으로서의 노력과,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는 혁명의 잔재를 해소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을 담았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인민을 <!HS>위해<!HE> 복무하라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 웅진지식하우스
2018.08.10 (초판 2008년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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