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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 산ː책] 장서의 괴로움

  • 등록일2014.08.27
  • 조회 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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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공포라면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하나는 불이 나서 그 동안 모은 책들이 다 타버리는 것, 다른 하나는 너무 많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져버리는 것. 『장서의 괴로움』은 집필가이자 장서가인 저자(대략 3만권의 책을 소유했다고 한다)가 흘러 넘치는 책으로 괴로워한 이야기와 어떻게든 장서를 정리하고자 하는 고군분투기이자 저자가 동병상련을 느낀 일본의 장서가들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언뜻 왜 이리들 무식하게 책을 짊어지고 사는지 혀를 차게 되지만 내 책장을 쳐다보니 여기도 안심할 곳은 아니구나. 집이 무너질 만큼의 장서를 소유한 것은 아니나 잠시만 긴장의 끈을 놓치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증식해 집안 곳곳을 잠식하는 책의 무서움은 남의 일이 아니다. 책 속에서는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책 5백 권 정도를 이상적인 장서량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를 연발했지만 솔직히, 내가 가진 책을 처분하라고 하면 피눈물이…. 이것이 바로 장서의 괴로움이로다.
 
저자는 오카자키 다케시. 1957년 오사카 출생으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1990년부터 서평을 중심으로 다양한 집필활동에 열중하며 헌책 문화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는 이 책으로 처음 소개되었는데, 일본에는 오카자키 다케시처럼 책 및 헌책방과 관련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는 문화의 저변이 무척 넓다는 얘기다. 살짝 부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좋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기인열전 수준이다. 한 유명 작가가 장서를 기증했는데 무려 13만권이 나왔다느니, 책을 쌓아둘 곳이 없어서 보관용 트레일러를 빌린 사람이 있다느니(무려 2개나!), 2천 권을 처분했는데 티가 하나도 안 났다느니 등등 구구절절한데 이 한숨 섞인 투정이 잘 들어보면 결국은 자랑이다. ‘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라는 말은 곧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지 뭐야라면서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자기 연애사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랑 똑같다는 얘기다. 책을 사랑하지만 책 때문에 괴로운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맞아 맞아’ ‘그래 그래공감할 듯.   
 
주의사항 1. 장서가가 아니라면 :  나만 공감하나요? 다들 집에 책 천 권 정도는 있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요? ?
2. 장서가라면 : 나는 집에 책이 몇 권 정도 있나, 갑자기 궁금해질 것이다. 나도 궁금해져서 세어보기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얼마 후 괜히 시작했다 후회했다. 몇 권인지 세어보아 무얼 하겠는가. 이 숫자는 금방 과거사가 될 터인데. 다 부질없다.
 
책 속 한 문장 그래도 역시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술이 필요한 이유다. (…)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
 
한 줄 평 장서의 기쁨과 슬픔. 그래도 너무 골치 아파지기 전에 적정 규모의 장서로 관리하는 지혜와 용기, 의지가 필요하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시/에세이]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 정은문고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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