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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새내기를 위한 추천도서에 대한 까칠한 생각

  • 등록일2013.03.08
  • 조회 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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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새내기들은 대학 생활에서 무엇을 꿈꿀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에디터의 로망 중 하나는 바로 중도(중앙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일이었다. 햇살이 손바닥 만하게 들어오는 복도를 따라 걷는다. 이름에 뭔가 필이 오는 책이 눈에 띈다. 서가에 꽂힌 책을 멋 적게 펴 들고 그 자리에서 한 두 장 읽어 내린다. 도서관 중앙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 열람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내키는 대로 시간이 닿는 대로 읽어 내린다.
 
실상은 중도에 그렇게 많이 들락이지 않았다. 그냥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정도. 혹 책을 읽었다고 해도 지적 허영심의 발로인 터였다. 오래된 90년대 학번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요즘에도 과연 촌시럽게 중도나 책 읽기에 대한 로망 같은 걸 가진 새내기들이 있을까? ‘대학가면 중도에서 책이나 실컷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품은 새내기들 말이다.
 
 
 
봄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여기 저기 기관에서 대학 새내기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작년 한 해 중도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 순위를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학 자체에서 추천하는 도서 목록도 있다. 어떤 학교의 경우, 단과대 학생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이스트처럼 아예 신입생 때부터 북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했던 나의 대학 신입생 때와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 대학 신입생들에겐 더 없이 책 읽기 좋은 시절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요즘 대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느냐, 그건 또 아니다. 작년 5월에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는 매우 충격적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횟수가 연평균 1회에도 못 미친다. 작년 등록된 대학생의 수는 206 5천여명, 도서관의 대출 횟수는 168 5천건이다. 이는 대학생 한 명당 0.8회에 해당한다. 작년 초등학생의 연간 대출 횟수는 20여 회로 무려 대학생의 25배에 달한다. ‘지성의 장’,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에서 요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학생들이 매우 극소수라는 것이다.
 
물론 변한 세태도 한 몫 한다. 한 사람의 진면목을 영어 점수나 쌓인 스펙 등으로 판시하고 판별하는 문화다 보니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소위 인간답게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책 읽을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거나 어디 가서 인턴이나 명예 기자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한 거다. 그거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바쁘다. 여유만만하게 중도에 틀어박혀서 죽이고 있을 시간 자체가 없는 거다. 책 읽기에 대한 로망 같은 건 사치이거나 언감생심인 시대가 된 셈이다.
 
쏟아지는 추천도서 목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여기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거나 못 읽는 대학생들이 있다. 책을 읽지 않은 대학생을 만들어 내는 현실을 일구어 놓은 기성 세대들에게는 죄책감 내지 불안감 같은 게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꼰데 기질이 발동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이 고착되는 상황에서 면죄부처럼 도서 목록을 던져 놓는 것이다. ‘우리는 할 만큼 은 했다는 사실을 강변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목록들만 훑어보면 책이 지나치게좋다. ‘너희가 이 정도는 읽어야 지성인이지’, ‘이 정도는 읽어야 교양인이지 않겠어라고 말하고 싶은 티가 팍팍 난다. 정작 동시대 대학 새내기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있지도 필요하지도 않을 수 있는 책들인데 말이다.  
 
대학가에 쏟아지는 새내기 추천도서 목록에는 이면에는 이런 현실이 숨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추천도서의 목록들은 하나 같이 각 분야의 고전이며 읽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다. 책 읽기에 관심이 있고 좋은 책을 찾고자 하는 새내기가 있다면 충분히 참고해 볼만 하다. 다만 책 한 장 읽을 시간 조차 없는 새내기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비슷하게 하는 이 목록들의 집합은 일종의 폭력이지 않을까? 갖가지 추천도서 목록이 난무하는 새 학기 첫 주, 약간 까칠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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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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