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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10편] 미녀 요리사 배성은,"저에게 요리는 힐링이에요"

  • 등록일2012.08.28
  • 조회 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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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친한 친구 집에서 며칠 신세를 지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소주 한 잔 생각이 나 친구한테 맛있는 안주로 날 좀 대접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돈이 남아도나?’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대답과 함께 친구 녀석은 즉석에서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의 메뉴는 놀랍게도 닭똥집이었다. 냉장고에 있던 닭똥집과 소금, 양파, 마늘을 프라이팬에 넣고 기름에 볶자 금방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되었다. 당시 그 닭똥집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집에서 이런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 신기했고, 이렇게 간단히 요리가 된다는 것에 놀라고, 게다가 맛까지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런 자랑스런 친구 녀석이라니! 그렇게 요리를 즐겨 하던 친구는 요즘에도 틈만 나면내가 조만간 회사를 때려치우고 매운닭발집을 차린다고 난리다. 자기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서울사람들의 입에 불을 싸지를 거란다. (이 놈은 부산촌놈이다) 조만간 회사를 그만둘 것 같아 불안하지만 어디 가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놈이란 걸 알기에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하던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요리사가 된 한 사람을. 그녀는 한번 만나면 잊어버릴 수가 없다. 더구나 그녀의 요리는 맛보지 않아도 맛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예쁘니까. ‘예쁘면 요리도 맛있다라는 완벽한 논리가 그녀의 요리 솜씨를 증명한다. 남자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어쨌든 미녀 요리사 성은의 책상을 소개한다. 칼럼만 봐도 이미 배가 부를 테니 다음 식사는 걸러도 좋을 거다. 
 

윤씨 :
원래 직업은 쇼호스트였습니다. 처음에 요리를 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배성은 : 쇼호스트를 9년이나 했어요. 제가 2001년 현대홈쇼핑의 스타팅 멤버였으니까요. 오랜 세월 쇼호스트로 활동하다 지난 2010 1월에 그만두고 요리를 배우러 뉴욕에 갔어요. 사실 요리는 2005년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그 때는 전문적인 요리사가 되려고 하기보다 그저 남들에게 나도 요리를 한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당시 제가 이혼을 하고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았었거든요. 그러다 요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요리를 대접하면서 세상과 다시 이야기 하기 시작했죠. 처음에 요리는 저에게 힐링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했던 요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윤씨 :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요리사가 될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배성은 : .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곡동에 있는 한식선생님을 찾아가서 요리를 배우고, 이태리 음식을 배우는 곳을 찾아 다니고 이곳 저곳 요리학원도 다니고 그렇게 여러 곳에서 요리를 배웠죠.
 
윤씨 : 주위에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요즘 유행인가요?
배성은 :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는 9년 동안이나 쇼호스트를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인지도도 있고 또 생방송의 시스템도 잘 알고 있으니까 이걸 요리하는데 적용하면 단순히 요리만 잘하는 요리사보다 특징도 있고 롱런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쇼호스트를 병행하면서 요리를 배우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뉴욕에 간 거죠.
 
윤씨 :  당시 꽤 유명한 쇼호스트였는데요.
배성은 : 그런데 이미 10년 가까이 했고 길어야 15년이 한계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래들은 정말 잘나가는 몇 명 빼고는 전성기는 이미 끝나가는 시기였죠. 젊은 아이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 게 당연한 거고. 또 제가 했던 파트가 패션 미용이어서 더욱 그랬죠. 나이에 맞는 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점점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쇼호스트가 아닌 게스트로서 뭔가 해볼 수 있는 걸 생각했고 마침 빅마마(요리사) 선생님의 활동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죠.
 

요즘은 누구나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걱정도 아닌 기본적인 먹고 사는 것을 위해 새로운 직업에 대해 또는 직장에서 잘리고 난 후 할 일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요즘 우리의 모습이다. 점점 더 무시무시한 세상이 되어가고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 같아 좀 서글프지만 이게 현실이고 운명이라면 뭐 어쩌겠나? 그냥 다양한 경험하면서 살 수 있어서 좋구나 생각해야지. 다만 먹고 사는 최소한의 복지라도 보장된다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조금 힘든 현실이긴 하다. 뭐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는지도? 
 
윤씨 : 하던 일을 그만둘 때 불안하진 않았나요?
배성은 : 그동안 쇼호스트를 하면서 벌어둔 돈도 있고 해서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요리사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내 가족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 여유가 오히려 더 큰 힘이 된 거 같아요.
 
윤씨 : 패션 공부도 했다고 들었는데요.
배성은 : 사실 제가 해오던 게 패션이고 해서 나중에는 패션 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세대에서 패션 전공으로 대학원 공부를 했어요. 그런 와중에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이렇게 된 거죠. 요리를 하면서, 또 사람들이 내 요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사랑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는 거란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 스스로도 많이 치유가 되었고요.
 

종종 이해하기 힘든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콩알만한 부엌에서 이런저런 재료들을 사서 복작복작 요리를 해낸다. 대체 왜 저런 귀찮은 짓을 하는 걸까? 그래서 물으면 재미있잖아 그런다. 심지어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면 더 신이 난단다. 이런 이타적인 인간들이 많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윤씨 : 뉴욕에서 요리공부 한 얘기를 좀 해주세요. 2010년에 요리를 배우러 갔다고 들었는데요.
배성은 : 일단 요리라는 게 내가 어려서부터 한 것도 아니라서 짧은 시간에 최대 효과를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뉴욕에 가기로 결정을 한 거죠. 뉴욕은 유럽, 동양, 남미 등 전세계 사람들이 다 모이고 모든 분야의 트렌드가 가장 빨리 돌아가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맨하튼에 있는 ICE 뉴욕 요리학교에 다녔어요.
 
윤씨 : 처음에 뉴욕에 갈 때 뉴욕에서의 공부가 힘들걸 알고 갔나요?
배성은 : 주변에 요리학교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경고를 수 차례 듣고 갔었죠.
 
윤씨 : 공부는 어땠나요? 요리학교라 뭔가 매일 맛있는 걸 먹는 학교 일 것 같은데.
배성은 : 상상 이상으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곳 친구들과 경쟁이 안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서양음식을 만드는데, 서양친구들은 자기들의 음식이고 그걸 먹고 자랐기 때문에 저랑은 음식에 대한 기본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처럼 공부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더 치열하게 했죠.
 

윤씨 :
치열한 공부라면 어떤?
배성은 : 닭 한 마리로 요리 시험을 본다고 하면 전날 닭 열 마리를 사서 이렇게 저렇게 요리를 해보는 거죠. 그렇게 하니깐 조금씩 그 친구들과 게임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유명한 요리사들의 요리를 공부하기 위해서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들을 다 돌면서 그 음식들을 맛보고 연구했어요. 요리의 셋팅 같은 것들을 엿보고, 재료는 뭘 썼는지 등을 보고. 일주일에 세 번씩 그렇게 다녔어요. 치열하게 공부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윤씨 : 치열하게 노력해서 결국 서양친구들을 따라 잡은 거네요?
배성은 : 거기서 과정을 마칠 때는 운 좋게 최고 명예 졸업장을 받았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치열했다는 걸 말해주는 거니까 자부심이 들더라고요. 그곳에서의 과정을 마치고 FCI라는 곳에서 이태리 요리 코스를 짧게 배웠고, 돌아와서 작년 9월부터 여러 방송과 강의들을 통해 요리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겸손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요리사로서는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거겠죠.(웃음)
 
: 정말 쇼호스트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던가요?
배성은 : 쇼호스트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하고. 또 사람들에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녀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양한 방송에서 그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좌도 하고 있다고 하니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면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져보시길.
 
윤씨 : 이제 요리사로서 전혀 다른 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배성은 : 다시 시작하는 기분. 신입사원? 연차가 오래된 유명한 요리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많이 배워야 하는 단계죠. 또 모든 음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있지 않기 때문에 늘 꾸준히 연습하려고 해요. 예전에 쇼호스트를 오랫동안 했을 때는 방송을 할 때 쇼호스트로서의 노하우나 멘트들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었죠. 그런 것처럼 일에 대해 그만큼 자연스러워지기 위해 요리의 모든 과정을 몸에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건 역시 시간과 노력밖에 답이 없으니까 그저 노력할 뿐이죠.
 
단지 요리를 잘한다고 강의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알고 있는 걸 조리 있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영상 제작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형편없이 어리버리한 강의를 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그날 강의를 들었던 분들에게 한없이 죄송할 따름이다. 어쨌든 전직 쇼호스트의 강의는 어떨까? 강의를 듣자마자 달려가서 재료들을 사야 할 것 같은 긴장감? 혹은 음식에 대한 맛깔스러운 설명만으로 이미 배가 부른 것 같은 포만감? 사실 난 아직도 양념게장을 파는 홈쇼핑 방송을 보며 느꼈던 충동적 식욕을 생생히 기억한다. (쇼호스트들의 신들린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조만간 그들의 책상도 탐험해보리라) 마치 그런 강렬함이 있는 강의가 아닐까?
 

윤씨 :
 강의를 해보니까 어떤가요?
배성은 : 제 스타일이 딱딱하지 않으니깐 다들 편하게 들으시고 분위기도 자연스럽죠. 강의를 할 때 이런 생각을 해요. 요리를 치열하게 해야 하는 사람은 나고 그들은 재미있게 해야 하는 거라고. 그분들은 즐기고 행복해하면서 요리하는 거죠.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저 또한 재미있게 강의하려고 이런 저런 농담을 나누면서 진행하고요.(웃음)
 
윤씨 : 요리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배성은 : 체력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더위와의 싸움? 사시사철 불 앞에서 음식을 해야 하니까. 그런 기본적인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어려서부터 몸에 배도록 여러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보고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커피의 맛을 설명하겠어요. 까맣고 쓰고 향이 좋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어요. 레시피 북에 있는 것들을 읽는다고 맛이 상상되는 게 아니에요. 맛을 봐야 상상도 할 수 있거든요.
 
윤씨 : 내가 상상한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게 저로서는 너무 신기합니다.
배성은 : 예를 들어 익숙한 된장찌개를 만들 때 된장찌개에 이런 거 저런 거를 넣으면 맛이 변하겠다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건 이미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결국 많이 먹어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많이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면 나는 요리사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먹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게 아니라 그저 많이 먹는 거라 자격이 안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매일 먹는 음식을 많이 먹을 뿐, 맛집을 찾아 다니는 부지런함 따윈 없다. 사실 난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굶곤 한다. 
 

윤씨 :
서양음식을 주로 하는 거 같은데 한국음식은 안 하나요?
배성은 : 한국음식은 지금 배우고 있어요. 서양음식도 한국에서 한국인의 입맛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배워야 하고 또 한편으로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의 맛에 대한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배우고 있어요. 
 
윤씨 :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배성은 : 파스타하고 스테이크에요. 우리가 음식점 가서 시켰을 때 가장 많이 먹는 것들. 사람들이 사먹기에는 좀 비싸지만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을 주로 해요.
 
윤씨 : 요리사는 집에서 요리를 잘 안 해먹는다고 들었는데요.
배성은 : 그냥 집에 있는 밥 먹어요.(웃음) 김치 참치 이런 거랑 간단히. 그리고 연습한 음식으로 그냥 거의 먹는 편이에요.
 
윤씨 : 상상하던 요리사랑 직접 요리사가 되어 하는 거랑은 많이 다르겠죠?
배성은 : 보기에는 그냥 요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죠. 요리를 하기 전 준비과정도 엄청 많고. 훌륭한 재료를 사는 것, 재료를 다듬고, 적당한 도구를 정리하고 이런저런 모든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야 드디어 요리를 할 수 있죠.
 

윤씨 :
요리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배성은 : 누가 내 음식을 잘 먹어줄 때? 그릇을 싹 비웠을 때?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이 잘 되었을 때? 무엇보다 직접 먹었는데 너무 맛있을 때 요리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요.
 
윤씨 : 요리사로서의 꿈은?
배성은 : 내 쿠킹 클래스를 갖는 것? 내 스튜디오를 갖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내가 홈쇼핑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방송을 통해 활용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인지도를 쌓아서 빅마마 선생님처럼 요리도 하고 방송도 하는 게 꿈이에요.
 
윤씨 : 책상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배성은 : 책상에서는 주로 책도 보고 레시피도 정리하고 컴퓨터로 가보지 못한 세계 여러 곳의 레스토랑들을 둘러보고 그러죠.
 
윤씨 : 그럼 요리사님에게 책상이란 무엇인가요?
배성은 : 내 요리가, 머릿속에 있는 음식들이 문서화되는 곳이죠. 내가 상상한 요리를 주방에서 해보고 그걸 글로 옮겨서 레시피로 만드는. 막연히 소금 약간, 설탕 조금 넣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설탕 몇 스푼, 소금 몇 스푼 이렇게 정확한 레시피가 만들어지는 곳이죠. 
 
주방을 보니 온통 컬러풀하다. 요리 도구들도 내 자취방의 녀석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런 도구들이라면 내가 만들어도 뭔가 맛난 요리가 되어줄 것 같다. 미녀는 사용하는 도구들 역시 아름다운 건가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며 이리저리 주방의 물건들을 뒤적였다.
 

윤씨 : 이 통은 뭐죠?
배성은 : 파스타를 담아두는 통이에요. 파스타를 세우서 넣고 편하게 꺼낼 수 있게요. 음식을 만들 때 예쁜 재료와 도구로 만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소한 도구들까지도 신경을 쓰려고 해요.
 
윤씨 : 이 이상하게 생긴 녀석은 뭐죠?
배성은 : 이건 탄산수를 만드는 기계예요. 제가 탄산수를 너무 좋아해서 늘 사먹었었는데 돈도 많이 들고 그러다 이런 기계가 있다는 걸 알고 당장 사서 이제는 만들어 마셔요.(웃음)
 
그냥 넘어갈 수 없어 한 잔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냥 평범한 물 안에 탄산을 불어 넣는다.(정확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물속에 방울이 방울방울 하는걸 보니 탄산이 들어간 게 맞는 것 같다) 한 모금 살짝 들이켜보니 내 취향은 아니다. 밍숭맹숭한 것이… 촌놈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탄산수를 마시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걸 엿봤는지 요리사님은 친절하게도 보리차를 가져다 줬다. 아 친절하셔라!
 

윤씨 :
컴퓨터로는 무슨 작업을 하시나요?
배성은 : 요리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하고 사진과 함께 요리와 관련된 글을 적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 역시 제가 만드는 요리들에 이야기가 있거든요. 추억이나, 사건, 사람들. 요리에 대한 저의 추억이나 사연들을 함께 적어둬요. 뭔가 목적을 가지고 적는 게 아니라 사연이 있는 음식을 만들면 음식 자체에 더 정성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요리로 이야기를 또 이야기로 요리를 만드는 거죠.
 
윤씨 : 벽에 그려진 이 그림은 뭔가요?
배성은 : 어머니가 화가세요. 어머니가 외로워하는 절 위해서 이렇게 벽에다 그려주셨어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요. 종종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기도 해요. 저 집에 제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상상도 하고.(웃음)
 
난 요리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요리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때가 있다. 요리하는 만화책을 보거나(<미스터 초밥왕>을 볼 때는 초밥왕이 되기 위해 일본에 갈뻔했다), 요리하는 드라마를 볼 때(<심야식당>을 보며 못 먹을 음식 수 차례 만들고 버리기도…) 혹은 너무 할 일이 없어 좀이 쑤실 때 종종 요리를 한다. 물론 맛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양은 확실히 만족할 만큼 충분하니 그거면 됐다. 자취생활이 벌써 십 년이 넘었으니,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그저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할 뿐. 그러니 인터뷰가 끝난 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요리사님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녀는 역시 마음도 곱다! 물론 요리사님의 음식 맛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저 너무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
 
* 인터뷰 섭외를 위해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박PD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제 예쁜 여배우와 소녀시대, 카라만 해주시면 되는데... 조금만 더 힘써주세요!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
 
[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13편] 돈 받으며 여행 다니는 여행상품 개발자, 그의 책상은 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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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책방 답사기를 쓰느라 한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다 이제 새롭게 돌아다닐 곳을 찾은 윤씨. 돌아다니는걸 무척 좋아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조금씩 꺼려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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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ang21
  • 2012/08/28 19:54
  • bl**978
  • 2012/08/28 15:24
  • qu**nssh
  • 2012/08/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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