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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7편] 진짜 가수 나얼, 그의 책상은 그림 그리는 곳?

  • 등록일2012.07.17
  • 조회 20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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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의 주인공들은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 의해 만나고 있다. 뭔가 의미를 부여해가며 찾아 다니면 더 의미 있는 칼럼이 될 것 같지만 그저 호기심에 끌려 책상을 찾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는 보통 사람이니 보통사람들의 호기심을 대변한다는 것 정도?
 
최근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가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물론 가수라는 존재는 늘 화려하고 관심의 대상이기는 했다. 다만 그저 동경하던 대상에서 되고 싶은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다를 뿐. 그래서 또 궁금해졌다.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책상은 어떨지?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궁금한 소녀시대의 책상을 찾아가기 위해 부푼 꿈을 꿔봤다. 이는 모든 남자들의 궁금함을 대변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해보지만 소녀시대의 수많은 팬들은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다. 난 그다지 용기 있는 아저씨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다른 가수의 책상을 찾기로 했다. 태연 안녕… 윤아 안녕… 소녀시대를 만나지 못한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가수 중의 가수라 불리는 이의 책상을 찾아 만족한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가수 나얼을 힘겹게 만났다.
 
소녀시대를 언급하느라 나얼에 대해 소홀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나얼에게 미안하기도 해 그에 대해 몇 자 더 적어본다.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TV속에서는 볼 수가 없는 신비주의 가수 나얼. 그렇다고 외모가 못나서 TV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이목구비 또렷한 훈남이니 말이다. 하지만 신비주의가 너무 오래가 최근에는 오히려 탤런트 혜진의 남자친구로 더 알려지고 있는 그는벌써 일년이란 곡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브라운 아이즈의 출신이다. 이후 팀 멤버와 이름이 바뀌며 현재 브라운아이드소울에서 활동 중인 나얼은 흑인음악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색깔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지식과 소견이 짧아 그의 수준 높은 음악성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중과 평론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나얼이야말로 가수 중의 가수라고 한다. 그가 불렀다는 노래들을 이것저것 찾아 들어보니 이것 참 신기한 사람일세. 아이유 삼단 고음 못지 않은 가창력을 소유하고 있질 않은가? 여기에 감미로운 목소리는 나이들며 점점 감수성 충만해지는 아저씨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이번 책상 더욱 기대된다.
 

윤씨 :
전공은 미술, 서양화 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수를 하게 되었나요?
나얼 : 사실 처음에 가수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해왔던 거고 또 잘 하는 게 미술 밖에 없어서 그저 자연스럽게 나는 화가가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죠. 가수가 될 생각은 한번도 안 했어요.
 
윤씨 : 그런데 어떻게 하다 가수를 하게 되었는지?
나얼 : 어디 나가서 노래하는 건 잘 못해요.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데 음악 듣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음악에 너무 빠져있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다닐 그 시기에 노래방이 많이 생겼어요. 노래방 가서 친구들하고 노래하고 놀고 그랬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어서 혼자 부르기도 하고 또 친구들이랑 같이 화음도 맞춰보고.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 거 같아요.
 
윤씨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나얼 : 저는 화음 맞추는 거에 푹 빠져 있었어요. 아카펠라가 구십 년대 유행했거든요. ‘보이스투맨이나샤이이런 중창들이 부활을 했었는데 그 당시 제가 사춘기였어요. 그 때 많은 영향을 받은 거죠. 흑인 음악의 화음에 매료가 되어서 친구들하고 연습을 하고 그러다 팀을 만들고. 그 친구들이랑 가요제에 나가고 그러다 보니깐 지금 이렇게 가수가 된 것 같아요. 
 
윤씨 : 대학원까지 미술 전공인데 공부한 것이 아깝지는 않나요?
나얼 : 미술 공부에 대해 더 많이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저는 여전히 미술 작가 생활을 하고, 전시도 계속 하고 있고. 제가 미술을 포기했다는 생각은 안 해요. 두 가지 다 하고 있어요. 그래서 큰 아쉬움은 없어요.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설령 이 길이 내 길이 아닐지라도, 또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대학에 대학원까지 공부했다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억지로 적성을 맞췄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완전 다른 일이라면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있었을까? 용기는 둘째 치더라도 쏟아 부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못 바꿨을 것이다. 역시 돈이 문제다. 그래도 종종 하던 일을 때려 치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이 되고 드라마가 되고 뉴스가 되는 걸 보니 흔하고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가 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용기를 키우고 또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 또한 잊지 않는 윤씨 아저씨.
 
윤씨 : 우연히 가수가 되셨다고 했는데 가수로서의 재능이 남다르다
나얼 :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재능이 있었다면 어릴 때부터 잘했겠죠.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깐... 사실 지금도 특별히 제 자신이 가수라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그냥 단지 음악이 좋아서 계속 노래 부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뿐이지 어디 가서 자랑하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럴만한 실력도 없고.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벌써 몇 가지가 놀랍다. 우선 그의 지나칠 정도의 겸손함에 놀란다. 그리고 그의 편안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행동은 동네 형 같다는 느낌? 인터뷰 전 기획사 스텝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얼은 알고 보면 참 편하고 친근감 있는, 겸손함의 왕이라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윤씨 : 최고의 가수라는 평을 받는데 너무 겸손합니다
나얼 : 노래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제가 음악을 많이 듣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깐 나 노래 잘해요 라고 말할 수가 없는 거에요. 너무 잘하는 사람도 많고. 뭐가 잘하고 뭐가 못하는 기준 따지는 것도 애매하지만. 음악에 대해 진지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코 노래를 잘한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윤씨 : 그런 이유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에 안 나가는 건가요?
나얼 : 그런 이유도 커요. 또 선천적으로 제가 방송에 나가서 사람들 앞에 설 자신이 없어요. 제 성격도 좀 그렇고. 사실 공연하는 것도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주목 받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제 자신이 힘들어해요.
 
윤씨 : 그런데 라디오 방송은 하고 계십니다
나얼 : 라디오는 사실 녹음 방송이니깐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데 그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많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해서. 그런데 지금 방송이 말하는 스킬을 요구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다행이에요. 제가 말이 거의 없어요. 노래 소개만해요.
 

윤씨 :
일반인이 모르는 가수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나얼 : 저는 사실 이런 직업을 갖고 있지 않으면 녹음실에 올 일도 없고. 그 정도 인 것 같아요. 다른 건 거의 똑같죠. 얼굴이 알려지면서 겪게 되는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고. 누리는 것도, 누리지 못하는 것도 그런 것들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윤씨 : 불편한 점은 알 것 같은데 그럼 좋은 점은?
나얼 : 좋은 점... 아무래도 알려지다 보면... 좋은 점을 말하라고 하셔서 생각해보니 좋은 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윤씨 : 대중에 알려지는 게 불편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고 하셔서
나얼 : 사실 길가에서 알아봐주시면 고맙기는 하죠. 그런데 사람들 없는 데서 그러시면 괜찮지만 많은 곳에서 그러면 좀 창피해서요. 제가 워낙 창피함을 많이 타서… 좋은 점이라…
 
아무 말 없이 약 2분 가량 고민을 시작했다. 숨 넘어 가는 줄 알았지만 그의 신중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나얼 : 사람은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어하잖아요.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니.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 다는 것 기분이 좋은 거죠. 누구나 바라는 거고. 그래서 저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말 자체를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언더그라운드의 사람들도 다 유명해지고 싶어하거든요. 유명해질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올라오잖아요. 복잡한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누구나 잘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또 너무 많이 노출이 되어버리면 그만큼 어려움도 많이 겪게 되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는 편이지만 훨씬 유명하신 분들 보면 조금만 실수해도 많은 상처를 받잖아요. 특히 요즘은 너무 빨리빨리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니깐. 마녀사냥 같은 것도 너무 심하고. 그런 걸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죠.
 

윤씨 :
지금 실용음악과 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쑥스러움이 많으신데 어떻게 교수까지?
나얼 : 저는 생각이 없었어요. 나사렛 대학교 곽윤찬 선생님과 음악 작업을 하다가 친해졌는데 그 당시 곽교수님이 계시던 대학교에 실용음악과가 처음 생겼어요. 그 때 곽교수님이 같이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신앙적인 면에서도 필요할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했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재미있게 잘하고 있어요. 애들이 너무 착하고 귀여워서. 그리고 제가 애들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것들 때문에 두려웠던 마음들도 사라지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고.
 
윤씨 : 인기 있는 교수님이시겠어요?
나얼 :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애들이 다 자니깐.
 
윤씨 : 신비주의가 강해서 팬들이 나얼씨의 평상시를 궁금해합니다
나얼 : 저는 뭘 하는 게 없어요. 취미도 전혀 없고. 남들은 겨울에는 보드타러 가고 여름에는 놀러도 다니고 하는데 저는 아무 것도 안 해요. 술도 안 마시고. 술을 끊은 지가 십 년 정도 되었고. 사실 이 세상에서 즐거운 일은 별로 없어요.
 
윤씨 : 독서나 여행은 좋아하시는지?
나얼 : 여행은 좋아하는데 일이 항상 있어서 잘 못 가고. 독서는 신앙서적 말고는 잘 안 읽어요.
 
윤씨 : 나얼씨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본인의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 감동하기도 하는지?
나얼 : 제가 원하는 노래를 만들었을 때? 제가 갖고 있는 목표가 어느 정도 실연이 되었을 때 기쁘죠. 저도 노래를 하면서 항상 도전을 하거든요. 내가 이것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런 게 잘 되었을 때 기분이 좋죠. 그런데 거의 대부분 만족을 못하죠.

 
윤씨 : 이번에 새로운 솔로 앨범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요
나얼 :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죠. 보컬의 스킬 면에서도 그렇고 감성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계속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윤씨 : 이번에 나올 솔로 앨범에 대해서 미리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나얼 : 기본적으로 제가 흑인 음악을 좋아하니깐 그런 틀 안에서의 음악들이 될 거에요. 그리고 굉장히 팝 적인 면도 있고. 오래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계속 들을 수 있는 음악. 듣다 보면 잘 안 듣게 되는 음악들이 있어요. 제 음악에도 그런 것들이 많긴 한데...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윤씨 :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봤습니다. 같은 포즈의 나얼씨 사진이 재미있더라고요.
나얼 : 내 저도 봤어요. 제 팬 카페에서 봤어요. 제가 원래 사진 찍을 때 안 웃어서. 그냥 그렇죠. (웃음) 제가 봐도 웃긴데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제가 원래 안 웃으니깐. 포즈를 바꿀 생각은 없나요? 그런 생각은 없고 그냥 지금이 좋아요.
 

윤씨 : 화가나 가수 말고 다른 일을 했다면?
나얼 : 아마 어릴 때 좋아했던 야구나 축구를 했을 것 같아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운동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제가 어릴 때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했어요. 특히 초등학교 때. 새벽까지 혼자 연습하고 그랬어요.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잘 안 봐요.
 
윤씨 : 야구는 어떤 팀을 좋아하나요?
나얼 : 저는 해태요. 지금은 기아죠. 제가 호랑이를 너무 좋아해서 해태를 좋아했어요. 그 지역이 연고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제가 호랑이를 많이 좋아해서요.
 

윤씨 :
가수가 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가수 나얼로서 그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나얼 :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게 연예인인지 음악 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그게 사실 흔들리니깐 가수가 되고 나서도 문제에요. 그걸 가수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묻고 싶어요. 너희들의 꿈은 가수냐 연예인이냐?
 
윤씨 :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은 거라면 가수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나얼 : 음악에 대해서 그만큼 진지 하라는 거죠. 사실 유명해지고 또 잘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러니 단지 유명해지고 싶다고 해서 너 가수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에요. 어떤 결과물에 의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거니깐. 그런데 음악을 하려고 시작했는데 연예인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자신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뭔가 항상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뭐 아닐 수도 있지만요.
 
윤씨 : KBS심야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음반구입 때문에 직접 일본까지 갔다 온다고 들었습니다.
나얼 : 구하기가 힘든 음악이 있을 때, 그런데 제가 음반 수집이 취미이기도 해요.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음반들이 있거든요. 흑인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별로 없어요. 마니아들이 많이 생겼지만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서는 많이 약하거든요. 한국에서도 LP같은 것들은 많이 구할 수 있긴 해요.
 
윤씨 : 청취자들을 위해서 또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가시는 거네요
나얼 : 제가 좋으니깐 하는 거죠. 제가 골라서 안 알려진 음악들을 소개하는 재미가 있죠. 저희 팬들이 워낙 마니아 층이라서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워낙 음악들을 많이 들으시는 분들이라. 흑인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죠.
 
가수의 책상에서 뭘 기대했던 걸까? 악보? 그러고 보니 작곡가와 작사가는 따로 있었다. 음악에 관하여 초등학교 수준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는 뇌라 노래하면 오직 가수만 떠오를 뿐이다. 작곡가와 작사가가 따로 있었다는 걸 깜빡 했다.(물론 가수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 다음 찾을 곳을 결정했다. 작곡가의 책상을 찾아야겠다. 거기 가면 악보 이런 거 볼 수 있는 건가?
 

윤씨 :
책상 위의 피규어들이 특이합니다.
나얼 : 제가 장난감을 좋아해서 가져다 놨어요. 녹음실에 이런 게 있으면 뭔가 분위기도 좋고 또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제가 완전히 마니아라서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윤씨 : 장난감들이 있으면 음악이 더 잘되나요?
나얼 : 그런 건 모르겠고 그냥 보면 좋잖아요. 휑한 것보단. 남자들은 아마 다 좋아 할거에요. 어릴 때 마음도 들고. 뭔가 장난감 하나 사면 좋잖아요. 항상 사달라고 하고. 그런 마음이 아직까지 있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지금까지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 스타일을 가만히 들어보니 기자가 기대하는 답변은 왠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의미 있고 멋있어 보이는 대답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된다. 그래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속물적인 기자라는 걸 인정한다. 기대했던 말이나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면 그만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멋지고 있어 보이려 그럴듯하게 꾸미곤 했다. 속물적인 윤씨의 속마음을 솔직히 고백하며 좀 더 쿨 해질 것을 약속한다.
 
윤씨 : 나얼에게 책상이란?
나얼 : 책상은...일단 제방에 있는 책상은 쓸 수가 없어요. 뭔가 잡다한 것들이 다 쌓여 있어서. 어릴 때부터 저는 제 방에 있는 책상은 써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쓰레기하고... 항상 책상 위에 다 올려 두니깐. 집에서 책상을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고 책상은 작업실에서 작업 할 때나 사용하죠. 책상에 관련한 저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윤씨 : 그래도 뭔가 책상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나얼 : 뭐라고 해야 하지.
 
또 다시 약 2분간 아무 말도 없이 깊게 고민했다. 이런 진지함 본받아야 하겠지만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제가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드린 건가요?
 
나얼 : 그림을 그리는 곳?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다. 당황스럽다. 저는 가수의 책상을 찾았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림이라뇨. 이걸 대체 어떻게 그럴 듯하게 포장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해서 다시 물었다.
 
윤씨 : 그린다는 의미가 뭔가 머리 속에 영감을 그린다 이런 뜻인가요?
나얼 : 아뇨 진짜 그림 그리는 거요.
 
윤씨 : 그럼 음악은?
나얼 : 음악은 책상에서 안 하잖아요. 저는 여기 녹음실에 들어가서 노래를 하니깐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가수는 노래 연습도, 실제 노래를 하는 곳도 전부 녹음실이니 책상에 앉아 있을 일이 없다.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실에 앉아 편집을 할 때 말고는. 그래요. 나얼씨가 맞아요. 가수한테 책상의 의미를 말해 달라는 제가 이상한 거겠죠. 뭔가 억울하고 서운하고, 안타깝지만 대꾸할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나얼의 신비스러운 매력인가? 오늘도 역시 책상 사진 찍는 건 틀린 것 같다. 스튜디오나 엿보고 가야겠다.
 

노래만큼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다는 것 참 매력적이다. 내 기억 속에도 역시 수많은 노래들과 함께 그 노래가 흘렀던 당시의 시간들이 있다. 단지 듣고 즐기는 흔한 가요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뜩 나얼이 불렀던벌써 일년과 함께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군대에 있을 때였다. ‘벌써 일년에 푹 빠졌던 선임이 브라운 아이즈의 복사본 테잎을 주며 모든 가사를 적어오라고 했다. 반복해서 듣다 행여나 테잎이 늘어나진 않을까 걱정하며, 초 집중하여 노래를 받아 적었던 조금은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 고맙네요 나얼씨. 저도 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그건 그렇고 소녀시대의 책상을 엿보지 못했단 사실이 여전히 후회로 남는다.(물론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책상도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겨우 접으려고 하자 문뜩 소녀시대는 연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연기자의 책상으로 소녀시대를 찾아볼까? 그건 좀 억지인가?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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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책방 답사기를 쓰느라 한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다 이제 새롭게 돌아다닐 곳을 찾은 윤씨. 돌아다니는걸 무척 좋아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조금씩 꺼려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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