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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6편] 대한민국 형사 이수배, 범죄 수사는 그의 책상에서 시작된다

  • 등록일2012.07.04
  • 조회 6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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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를 만난다고 했더니 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보였다. 그들도 막상 생각해보니 형사라는 사람의 책상이 궁금해졌나 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형사의 책상을 공개하니 기대해도 좋다!
 
형사를 만나기 위해 마치 형사가 된 것 마냥 사람들을 탐문하고 취조하였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형사와의 친분을 물었고 없다는 친분을 만들어 달라고 졸랐다. 그저 맛있는 거 사주겠다는 공수표를 날리며. 하지만 역시 형사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범죄자들을 잡으러 사방팔방 돌아다녀서 그런지 도통 만날 수가 없었다. 범죄가 생기면 부르지 않아도 귀신처럼 알고 나타나지만 범죄가 없으면 아무리 찾아도 볼 수가 없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범죄라도 저질러야 되는 게 아닌가 잠시 고민해 본다. 하지만 형사가 나타날 정도면 간단한 노상방뇨나 속도위반 따위로는 안될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시 수많은 사람들을 귀찮게 했고 결국 형사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일전에 요청했던 선량한 표정의 형사님이 아니라 조금 많이 겁나는 인상의 형사분이어서 당황했지만 인상과는 달리 무척 선한 분이었다는 걸 밝혀둔다. 사진 속 인상만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분명 조직폭력배의 두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형사를 만나고 온 거니까
 

:
어떻게 형사가 되셨나요?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이수배 : 누구나처럼 시험을 봐서 들어온 것은 당연하고요. 처음에 제가 경찰을 하려고 할 때는 월급이 적었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조금 했었죠. 돈이냐 아니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느냐에 대해서. 그런데 누가 조언을 해주길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경찰을 하고 있고 다들 잘 먹고 살지 않느냐.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하고 그 때부터 노량진에서 고시 공부를 했죠.
 
: 얼마나 공부했나요?
이수배 : 1년 공부하고 합격했어요. 저 때는 운이 좋았어요. 제가 경찰이 되려고 시험을 봤을 때 한참 인원을 늘린다고 할 때였어요. 제가 97년도에 들어왔거든요. 그 때 IMF가 터지고 해서 당시에 대학을 다니던 친구들도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치고 그랬거든요. 그 때 선배들을 보니까 취업하기도 어렵더라고요.
 
: 원래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라는 직업을 생각했었나요?
이수배 : 군인 아니면 경찰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군인이 될 생각이 더 많았는데 가보니까 많이 다르더라고요.
 
: 경찰과 군인 뭔가 비슷할 것 같은데요?
이수배 : 군인은 민간과의 접촉이 없죠. 그러니까 군인은 내가 하는 일이 피부에 와 닿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경찰이 더 맞는 것 같더라고요.
 
군인을 언급하니 갑자기 군인의 책상을 살펴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다. 군대는 내가 경험한 곳 아닌가. 그다지 궁금하지도, 다시는 가고 싶지도 않다. 아직도 종종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악몽을 꾸고 발버둥치며 일어나는데 군대가 왠 말인가. 군인의 책상은 보안상 살펴볼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생각을 접는다. 
 
: 경찰 시험에 합격할 정도면 공부를 꽤 잘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수배 : 전혀 못했죠.(웃음) 고등학교 때는 솔직히 운동을 해서 체대에 갈 생각을 했었어요. 그것도 진지하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저 당시 태권도를 했었는데 하다보니 체대에 가야겠고 생각을 했던 거죠. 체계적인 준비를 했던 건 아니고 대회 같은 곳에 나가서 메달을 따면 학교를 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운동을 했었어요. 하지만 역시 쓰디쓴 고배를 마셨죠.(웃음) 선배들이 진짜 운동선수들이랑 시범경기를 시켜주는데 상대가 안되더라고요. 몇 대 맞으면서 나의 실력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체대를 준비하는 그런 곳은 아니고 그냥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관이었어요. 그렇게 몇 달 배우고 체대시험을 봤는데 어땠겠어요. 되겠습니까.(웃음) 그렇게 떨어지고 부모님께 말했죠. 공부를 하겠다. 그래서 재수 삼수하면서 공부를 했죠. 공부를 하면서 성적이 오르니까 자연히 체육하고도 멀어지고. 또 점수가 팍팍 오르는 걸 보니깐 이거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러다 영장이 날라왔죠. 할 수 없이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한 후 경찰시험을 보고 경찰이 된 거죠.
 

이런 말은 형사님에게 조금 죄송하지만 형사님은 왠지 태권도나 유도 같은 무술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분위기가 압도한다. 누가 감히 대적하려 하겠는가? 조폭들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조폭도 왠지 그냥 지나칠 듯하다. 다시 한번 형사님이 형사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저는 선량한 시민일 뿐이랍니다. 저는 그냥 지나치셔도 돼요.
 
: 광역수사대 지능팀이에 계십니다. 지능팀이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수배 : 광역수사대라는 곳이 원래 일반 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100% 첩보에 의해서 기획수사를 하는 곳이에요. 지금은 광역수사대가 조직폭력, 강폭계, 지능계로 나눠지는데요 지능계 안에는 지능팀, 경제팀으로 또 나눠져요. 지능팀은 지능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경제팀과 지능팀으로 나눠져 있긴 하지만 경제사범도 지능사범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 원래 계속 지능팀에 계신 건가요?
이수배 : 97년도에 들어와서 처음엔 강서경찰서에서 파출소 근무를 2년 정도하고 서울경찰청을 거쳐 옛날에 있었던 제22특별경호대로 갔었고 그러다 2003년에 형사가 되었죠.
 
: 경찰 안에도 다양한 팀으로 구분이 되어 있군요. 어쨌든, 형사라고 하면 조금 멋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이수배 : 처음에는 다 형사가 되고 싶어하죠. 하지만 지내다 보면 각각 일들에 따라 장단점들이 있어서 선택을 하게 되죠. 밖에서 일반인들이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점도 있죠. 외부에서 생각하는 형사는 거의 다 5대 범죄, 강력범을 다룬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하지만 강력반에도 여러가지가 있어요.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곳, 발생 사건에 대해서 처리하는 곳, 범죄 해결 방법을 기획 하는 곳, 그리고 경제팀이 있고 지능팀이 있고, 과학수사대도 있고. 형사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죠.
 

:
형사라는 직업이 체질에는 맞나요?
이수배 : 어쩔 때는 재미있고요 어쩔 때는 이걸 계속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게 되죠.
 
: 그럼 언제 그만두고 싶었나요?
이수배 : 사람들이 형사를 보면 잠복을 떠올려요. 시민들도 잠복을 쉽게 얘기해요. 잠복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고요. 하지만 사실 잠복이 가장 어려워요. 사진 한 장만으로, 몇 년 전 사진인지도 모르고 그 사진 한 장만 믿고 범인을 기다려야 하는데 답답하죠. 아무나 붙잡고 범인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니 막연하잖아요. 제가 2주 동안 잠복을 해봤는데 사람 미쳐요. 차 안에서 있는데 뭐 힘드냐고 하실 수 있죠. 여름이면 얼마나 더워요. 차 안에서 시동을 계속 켜둘 수도 없어요. 사람들 보는 눈이 있어서. 그래서 되도록이면 시동도 안 키고 그냥 앉아있는 거에요. 겨울도 마찬가지에요. 겨울에는 추워서 시동 켜서 히터를 켤 수도 없고.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졸린지 아세요잠깐 한눈 판 사이에 범인이 왔다 가기라도 해봐요 사람 미치는 거죠. 그리고 3~4일 동안 차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다 눈치채요. 모를 거 같아도 다 알아요. 동네에 못 보던 차에 사람이 며칠 동안 앉아있다 하면 형사인가보다 하고 다 알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잠복근무라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영화 속에서 보아오던 잠복은 길어야 몇 초고 몇 분이었다. 우리가 보는 장면에선 언제나 범인이 곧장 나타나니 말이다. 실제 잠복은 수십 시간, 수백 시간의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점심 먹고 사무실에만 앉아도 쏟아지는 잠에 견디기 괴로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좁은 차 안에 앉아 밥을 먹고 또 가만히 앉아 언제 나타날지 모를 범인을 기다려야 한다니 생각만으로 벌써 졸리다.
 

:
잠복 근무가 자주 있나요?
이수배 : 발생 사건이 일어나고 어느 때가 되면 잠복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때 해야지 모든 사건을 항상 잠복할 수는 없죠. 인력문제도 있고
 
: 그렇게 한참 잠복을 하다 범인을 잡았을 때 희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수배 : 처음에는 막연히 잡아야지 생각을 하죠. 그런데 범인을 쫓다 보면 악 같은 게 생겨요. 너 이놈 내가 반드시 잡는다는. 영화에도 이런 말이 나오던데 육십만 대군이 있고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으니까 네놈이 뛰어봐야 대한민국 안에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죠.
 
: 항상 무서운 범죄자들을 쫓으면 무서울 것 같은데요.
이수배 : 무서운 게 뭐가 있어요. 다만 가족들 걱정 때문에 그게 좀 무섭지. 내가 다쳐서 가족들 생계에 어려움이 있을까 봐 그게 무섭죠.
 
: 형사라는 직업이 업무량이 과다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수배 : 업무량이 많다고 해도 조절은 되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범죄에서부터 큰 범죄까지 모든 범죄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만약에 관내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단순 범죄, 예를 들어 공중전화 위에 지갑을 놓고 갔는데 누가 가져갔다고 하는 사건의 경우는 뒤로 밀리게 되죠. 중점을 두는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인력과 시간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사진을 찍자 왠지 너무 무섭게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무서운 분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살짝 웃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다른 느낌으로 무섭다. 내가 원래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었나?
 
: 기억에 남는 사건은?
이수배 : 솔직히 범인을 못 잡은 사건이 어려운 거죠. 오랫동안 범인을 쫓았는데 못 잡았을 경우. 그런 게 아쉬움이 남죠.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공소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도 있고 해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가 힘들어요.
 
: 그럼 말씀하실 수 있는 것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은?
이수배 : 빈집털이 사건이 기억에 남네요. 강력반 시설에 빈집털이를 주로 다뤘죠. 빈집털이 사건이 가장 보람도 있고 좋아요. 이런 건 범인을 잡아주면 반응이 바로 오거든요. 한 교수님이 노트북을 도둑맞았는데, 사실 노트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자료들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정보원들을 통해서 어렵사리 노트북을 찾아서 갔다 줬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피부에 바로 와 닿는 일이죠.
 
: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쫓아가는 것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수배 : 한 사건이 나한테 오고 그 사건을 다 마무리짓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 좋은데 일이라는 게 한 사건이 마무리 짓기도 전에 다른 큰 사건이 터지고 그러니까 어렵죠. 큰 사건이 터지면 기존에 다루던 사건의 맥이 끊겨요. CCTV의 보관일자가 며칠밖에 안돼서 빨리빨리 움직여 확인하고 사건을 끝내야 하는데 다른 큰 사건을 다루다 보면 늦어지고 그러면 CCTV자료들이 다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기자는 사실 조금 특이한 곳에서 군생활을 했다. 다름 아닌 교도소인데 물론 가고 싶어서, 범죄를 저질러서 간 것은 아니다. 훈련소로 갔다가 그곳에서 차출되어 교도소로 간 특이한 케이스였다. 어쨌든 그곳에서 재소자들을 지키는 일을 했었고 그래서 범죄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여러가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다음 기회에 얘기하도록 하고, 당시 교도소에서 근무하며 고참들에게 듣던 주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재소자들과 친해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무서운 재소자들과 친해진다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막상 그곳에서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친해지는 경우가 있다. 친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친해지면 나도 모르게 편의를 봐주거나 재소자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사라는 직업 역시 본의 아니게 늘 범죄자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친해질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범죄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정보원으로 이용하기도 하던데 실제론 어떤지 궁금하다.
 
: 범죄자들과 자주 만나게 되면 정(情)도 들것 같습니다. 
이수배 : 정이 들 수도 있죠. 사건을 하다 보면 정이 든다기 보다, 아 얘는 이것만 아니었어도하는 마음이 들죠. 주범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애인데얘가 마음이 약해서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범죄는 자기가 접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보고 배우는 거죠. 주변 사람이 사기를 하고 있다면 사기범이 되기 쉽죠. 실례로 예전에 취업사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기를 주도한 범인이 자기 조카랑 같이 했어요. 그러다 범인은 교도소에 들어갔는데 조카가 나중에 살기가 어려워지니까 작은 아버지를 보면서 배운 사기를 자기가 하더라고요. 연민을 느끼게 되죠. 누가 그 사람한테 신경을 쓰고 그 사람한테 제대로 된 직업이나 안내를 해줬으면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게 부모도 없고 형편도 어렵고 또 희망도 안보이고 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거죠.
 
: 형사들을 다루는 영화들이 많은데요. 그런 영화를 보면 어떤가요?
이수배 : 허무맹랑한 경우가 많죠. 옛날 형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죠. 그런데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경찰이나 형사는 꼭 나오잖아요. 경찰이 출연하지 않은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경찰이라는 직업이 사람들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데 모든 일은 경찰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형사의 수사업무는 기계가 대신할 수도, 외국의 전문가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형사업무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정서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가 없다는 거죠.
 
: 만약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이수배 : 영업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모르겠어요. 저는 다른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 형사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수배 : 많은 사람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그 이면의 권력을 생각해요.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죠. 권력을 남용하지 않아야 해요. 누군가를 잡아서 형을 받게 하는 것, 이런 것에 연연하면 안돼요.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 예방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죠. 범죄 자체를 밝혀서 알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잠재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것에 대한 사명감이 필요하죠.
 

혹시나 했다. 설마 형사의 책상도 깨끗할까 생각했는데 이런.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컴퓨터와 몇 가지 필기도구가 전부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책상에서 특별한 뭔가를 찾아내야 하는데. 찾을 게 없다. 뭐가 있어야 뒤져서 그림이 될 것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셔터만 누를뿐. 사진을 찍으며 약간 당황스러워하자 눈치를 챈 이수배 형사는 걱정스러워하는 눈치로 수갑이라도 꺼낼까요?라고 물으며 배려해준다. 자연스러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연출은 안되지만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밝혀두지만 수갑은 일부러 꺼낸거다. 연출을 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찍어서 다행이다. 
 

:
의외로 책상이 깨끗합니다.
이수배 : 책상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가 되어야 해요. 범인이나 용의자를 대조를 하는 경우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공격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위험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은 다 치워놓아요. 연필이나 볼펜 같은 것도 되도록이면 안올려두려고 하죠. 송곳이나 누가 봐도 날카롭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은 다 치워요.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대질조사를 하는 경우는 뭔가 던질 수 있는 물건이나 그 사람이 가져온 물건들까지도 조심해야 하죠. 예를 들면 카터칼 같은 경우는 특히 위험하죠. 실제로 옛날 이야기지만 조사를 할 때 수갑을 한쪽만 채웠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칼로 다른 한 손을 자해하기도 하고.
 
: 묶어둘 수는 없나요?
이수배 : 체포한 상태도 아니고 잠깐 조사받으러 온 경우도 있는데 강압적으로 수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항상 조심해야 하죠. 차라리 체포한 경우에는 편하죠.
 

다행이다. 이건 책상이 깨끗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책상 위 어딘가 가지런히 놓여 있을 총 따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형사와 조사대상 서로를 위해서 말이다. 총을 기대했다니 이런 무식한 윤씨.
 
: 형사님에게 책상이란?
이수배 : 뭔가를 조사하는 곳? 책상은 수사의 시작이라고 봐야죠. 수사는 책상에서 시작되잖아요. 책상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듣던 뭐를 하던, 이 사건을 수사를 하겠다 안하겠다를 결정하는 곳이죠. 모든 것이 책상에서 시작돼요.
 
책상들을 찾아 다니며 드는 생각은, 책상이 마치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공간 같다는 거다. 책상에 앉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야기도, 물건도, 컨텐츠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세상에 크게든 작게든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수사의 시작 역시 책상이란다.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 역시 책상에서 시작한다. 물론 발로 뛰어 범인을 잡지만 역시 책상에서 범죄사건의 종결 서류가 작성된다. 다만 형사의 책상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대신 뭔가 이상하게 만들어진 나쁜 것을 정리하는 곳이다. 책상의 쓰임새는 다르지만 역시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책상도 찾아가봐야 하나? 쓸 수는 있겠지만 칼럼을 다시는 못쓰게 될 테니 그저 상상만 해본다. 소매치기의 책상에는 뭐가 있을까?
 
* 칼럼을 쓰고 종종 격려의 메일, 조언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메일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 드린다. 이왕이면 칭찬의 메일이 큰 힘이 된다는 말로 마무리!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
 

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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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책방 답사기를 쓰느라 한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다 이제 새롭게 돌아다닐 곳을 찾은 윤씨. 돌아다니는걸 무척 좋아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조금씩 꺼려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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