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영역

현재 칼럼 모아보기 전체목록보기

[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3편] 독설가 고재열, 그의 특종은 창고에서 만들어진다

  • 등록일2012.06.11
  • 조회 10842
트위터 페이스북
사실 대중은 특종 만을 기억하지 특종을 써낸 기자는 쉽게 잊는다. 그런데 쓰는 기사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또 그가 SNS에 올리는 글이 기사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기자가 있다. 최근시사in’주진우 기자 때문에 그의 인기 전선이 조금 흔들리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18만 팔로워를, 그리고 2만 여명의 페이스북 팬을 이끌고 있는시사in’의 히어로 고재열 기자다. 스스로를 독설가라 부르며 우리의 알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짜 기자 고재열의 책상을 찾았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책상의 모습이다. 책상 칼럼을 시작할 때부터 늘 상상해오던, 뭔가 가득 쌓여있고 복잡한 책상을 드디어 만났다.
 
물론 책상의 주인은 나름의 규칙과 정돈이 있다고 주장할테지만 미안하게도 내 눈에는 그저 볼거리(?)가 가득한 지저분한(!) 책상일 뿐이다. 사실 기자의 책상이 깔끔히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기자는 수북이 쌓인 서류더미 안에서 담배를 피며 모니터에 머리를 처박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다(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다). 그러니 깨끗한 책상이라면이 사람 설렁설렁 일하나 보네!’라고 생각할는지도. 다행히 고재열 기자는 열심히, 그것도 아주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왜 기자가 되셨나요?
 
기억이 틀릴 수도 있어요. 중학교 때인가 <킬링필드>라는 주말의 영화를 봤어요. 뉴욕타임즈 기자가 나와요. 전쟁지역에서 기자활동을 하는 이야기인데. 다양한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인종을 초월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분명한 기억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왜 기자가 되었을까 생각하다보니 억지로 기억이 짜맞춰졌는지도 몰라요.(웃음) <로마의 휴일>처럼 공주를 꼬시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요.(웃음)
 
기자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요. 예전에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그 때 꿈이 PD로 바뀌었어요.(웃음) 그래서 신방과로 가서 학과 TV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깐 너무 복잡하고 기계 싫은데 기계도 봐야 하고 여럿이 협업도 해야하고 그런게 싫더라고요. 한 학기 하고 말았어요. 방송 실습도 귀찮고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실습도 안했어요. 졸업할 때 보니깐 PD를 할 수 있는 알리바이가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자가 낫겠다 해서 기자를 하기로 한거죠.
 
처음 기자를 시작할 때 어땠나요?
 
두 가지 측면이 있었어요처음에 필드에 갔더니 유명신문사나 방송사를 좋아하더라고요. 시사저널에 있을 때지만. 느낌이 약간 더럽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큰 곳으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지면제약이나 시간제약도 덜한 편이고 할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가지 이슈에 대해서 숙성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고. 그 다음부터는 부러울 것도 없더라고요.
 
주간지 기자와 일간지 기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큰 일간지나 방송사 기사는 자기가 낸 기사의 파급력이 커서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시사 주간지 기자는 할 얘기의 사이즈가 커서 그게 또 부담이 되죠. 주간지라는 것은 사실상주관지에요. 팩트를 길게 쓰다 보면 주관이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커피를 타는 것처럼 커피 몇 숟가락 설탕 몇 숟가락 이렇게 조절하는 거에요. 연하게 탈수도 있고, 까페모카로 탈 수도 있고, 찐하게 에소프레스로 탈수도 있거든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같은 내용을 에스프레소, 아메리카, 까페모카처럼 다양하게 잘 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죠 
 

문득 내가 쓰는 글은 어떤 커피일까 생각해보았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본인의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도남스러운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였으면 하지만 솔직히 나랑 커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커피라곤 졸릴 때 마시는 음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니 커피대신 상큼한 오렌지 주스 같은 글이었음 한다.
 
언론인은 원래 영향력이 큰데 기자님은 유독 더 영향력이 큽니다
 
독설닷컴이란 이름으로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좀 유명해졌어요. 주진우 기자는 그냥 유명인이에요. 그리고 저는 유명한 안유명인이에요. 그러니깐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그런 사람들은 유명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유명한 사람인데 안유명하면 불행하죠. 그런데 저처럼 안유명인이 유명하면 그냥 좋은 거죠. 유명한 안유명인의 위치라는 게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날 알아 볼거야라고 생각하면 추잡스러워져요. 적당히 그런 위치를 활용해서 취재를 하고 어떤 주장을 펼칠 때 힘을 싣게 되죠. 안티나 악플이나 리액션도 커요. 유명세가 커질 수록 위험도 커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임감이 훨씬 커졌겠어요
 
직업의 특성성 이슈가 되는걸 불안해하면 안돼요. 그럼 기자 하면 안되죠.(웃음) 불안해서는 이 직업이 안 맞는 거고. 내 기사보고 난리가 났군 해야죠. 그렇게 훈련된 사람이니까요.
 
왜 독설인가요?
 
처음에는독선을 하려고 했었는데 독선보다는 독설이 어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독설이라고 했어요. 네이밍이 이렇게 되니깐 발언이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원래 비판하는 사람이다라는 이미지가 생겨서.
 
혹시 기자라는 직업을 후회한적은 없는지?
 
예전에 <시사저널> 파업 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도 이루어지고 편집권은 당연히 기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고 법적으로도 그런 내용이 없더라고요. 아니 대한민국이 이 정도의 나라밖에 안되는건가. 사장이 기사 빼라면 빼야 되고. 그 정도의 나라밖에 안 된다면 기자를 안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자 그만둘 생각이었죠. 파업은 실패했지만 새롭게 창간할 수 있었고, 우리의 생각을 독자들이 받쳐줬다고 생각해서 기자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죠.
 

가장 기분이 좋았던 기사는?
 
앞으로 그런 기사를 써야하는데.(웃음) 예전에 사형수를 다룬 적이 있어요.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사형을 받을만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잖아요. 사형수로 몇 년을 살고 스스로 교화가 된 사람들을 만나보니 거의 성자들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종교에 귀하하고 자신을 반성하고 마음을 비우고 하는 과정을 몇 년 거치니깐 종교인보다 성스럽게 된 거에요. 그러면서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이 변했어요.
 
기자가 안되었다면?
 
제가 해보니깐 광고나 홍보 그런 쪽 일을 하면 잘하지 않았을까요?
 

트위터 팔로워가 18만이고 페이스북은 팬이 만구천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세계는 빨리 뜰 수도 있지만 빨리 지기도해요. 제가 블로거 할 때도 탑클래스를 유지한게 4년 정도 되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더 빨리 뜰 수도, 더 금방 사라질 수도 있죠. 
 
SNS를 통해 팬들의 반응이 즉각즉각 오는데 어떤가요?
 
페이스북으로 글을 올렸는데좋아요가 천 개 이상 빵 터지면 적중했다는 느낌을 받죠.(웃음) 적중의 희열을 느껴요.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집착은 하지 않아요. 집착을 해버리면 퍼포먼스가 발생하게 하기 위해서 무리수가 발생하거든요. 인터넷이란 것이 조급증을 내고 관심병자가 되면 안돼요. 그러면 무리수를 두게 되죠.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을 때 불안해하고. 그렇게 되면 집착하게 되죠.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는 이유가 있다면?
 
특별한 목적은 없고. 단순히 여기 숫자를 늘려보고 싶은 마음? 저는 산의 정상을 정복하는걸 별로 안 좋아해요. 걷고 싶은 만큼, 가고 싶은 만큼만 가요. 과정이 반영된 목표를 더 좋아해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 목표는 사람 피곤하게 해요.(웃음)
 
주진우 기자의 인기에 대해 경쟁을 느끼시나요?
 
레벨이 달라졌어요. 거기는 유명인이고 저는 안유명한 유명인이고. 그런데 옆에서 보면 유명세로 고생을 많이 하잖아요. 사법당국의 견제도 있고. 내가 주먹으로 얻어 맞는다면 주진우 기자가 맞는 건 칼에 찔리고 망치로 얻어맞는 거에요. 저는 안유명한 유명인 상태가 가장 좋아요. 고재열이라는 이름보다는 독설닷컴이라는 인물로 분리되어 활동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쯤 되니깐 SNS속에서 활동하는 독설 고재열과 현실의 고재열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기사와 SNS글 속에 있는 고재열이 촌철살인 진실을 칼처럼 휘두르는 검투사라면 현실의 고재열은 차를 좋아하고 필기구를 모으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또 은근히 유머스럽기까지한 남자 아니 아저씨였다. 인터넷의 독설 고재열과 현실의 고재열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은 잘 이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진우 기자님도 그렇고 고재열 기자님도 그렇고 다 시사in’의 기자님입니다. ‘시사in’의 기자들은 원래 다 이런가요?(좋은 의미입니다!)
 
우리가 바닥도 쳐봤으니깐 천장도 쳐봐야죠. 그게 세상인 것 같아요. 파업해서 용역들하고 싸울 때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 눈물도 나고 그랬었는데. 매체를 초월하는 기자의 브랜드가 생기는 시대가 되었어요. 재미있는 세상인 것 같아요.
 
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들이란 소명의식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에 이 정도로 언론인들이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소명의식이 흐릿해졌었는데 요즘은 그 소명의식이 좀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세상에 대해서 궁금하고 전달하는 것이 기쁜 사람이라면 돼요. 일이라서 억지로 궁금해하면 슬프고 힘든 거죠. 그냥 내가 궁금해서 알아보고 찾아보는 건데 회사에서 돈도 주고. 기쁘잖아요.
 

인터뷰를 대충 마치고 책상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주섬주섬 정리를 시작하는 고재열 기자. 하지만 난 생생한 리얼리티를 원하기 때문에 치우기 전의 책상을 담기 위해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물론 급한 나머지 초점을 많이 벗어난 사진들이 대부분. 카메라가 비싸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찍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속으로 울부짖으며, 겨우 살아남은 사진 몇 장을 보며 안도한다.
 
“이게 정리를 해야하는데… 이사를 해서 그나마 많이 깨끗한 편이에요…”
 
이런 저런 얘기를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말하며 서류를 정리하고, 틈틈이 휴대폰을 통해 SNS소식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은 뭔가 재미있어 보였다. 그는 분명 우리의 영웅이자 독설가 중의 독설가 고재열 아닌가? 그런데 이 한없이 선량해 보이는 아저씨는 누구지?
 
책상에서 의미 있는 물건을 찾는다면
 
차를 마실 수 있는 이 차세트? 저는 커피보다 차가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너무나 슬프게도 차를 잘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 없어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괜찮은 커피숍은 많은데 차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 일인당 차의 소비량이 커피에 천분의 일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보리차는 제외하고요. 차를 잘 안 마시는 나라에요. 우리나라 차는 발전할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차를 마실 수 있는 차세트가 책상 가장자리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차 한 잔 얻어 마실까 생각도 들었지만 컵을 씻지 않았는지 조금… 더러워 보인다. 괜한 부담을 드릴까 봐 그냥 자세히 살펴보기만 했다.
 

펜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 펜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의 총이나 다름없죠. 펜을 사더라도 좋은걸 사면 더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런 펜이나 아이폰과 같은 디지털 제품을 통해 자신의 미감이 구현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또 중요한 건 이 휴대폰이죠. 전장도 바뀌었지만 전장에서 쓰는 무기도 바뀌었죠. 이제 스마트폰이 제가 싸우는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되었죠. 휴대폰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정말 다양한 필기구들을 사는데 다 잃어버려요. 어차피 금방 잃어버리기 때문에 좋고 안 좋고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기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명함이 쌓여있다. 기자에게 취재원과 인터뷰어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원은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고재열 기자 역시 명함함이 가득 차있다. 이것 역시 나름의 규칙대로 정리해둔 것일 테지만 뭔가 복잡해 보인다.
 
기자님에게 책상이란?
 
안타깝게도 제가 사무실의 책상이든 집의 책상이든 그러고 싶지가 않은데 결과적으로 책상에서 컴퓨터를 뺀 나머지 공간들은 창고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의미부여를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겐 그저 창고밖에 안될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사실 이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거에요. 보통 유명한 분들이 창고에서 시작하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장소를 창고로 만들지는 않죠. 창고에서 시작을 하죠.(웃음)
 
칼럼을 쓰는 본인 역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다. 공부를 하며 언론, 미디어가 갖는 힘이 무척 크다는 것을 알았고, 실제 필드에 나와 다양한 매체에서 일하며 실제로는 이론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직업임에 틀림없다. 비록 지금의 나는 사회를 움직일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언론인은 아니지만 대신 언론의 최전방에서 대중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정의로운 기자들 그리고 고재열 기자를 열심히 응원한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
 

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칼럼 헌책방 답사기를 쓰느라 한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다 이제 새롭게 돌아다닐 곳을 찾은 윤씨. 돌아다니는걸 무척 좋아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조금씩 꺼려하는 중.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칼럼 모아보기

최신기사 보기

전체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3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

  • re**loom
  • 2012/06/28 13:21
  • ga**hero
  • 2012/06/19 17:58
  • by**bam
  • 2012/06/16 12:5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