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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아저씨의 책상 엿보기 1편] 사진작가 알렉스의 책상, 꿈을 펼칠 수 있는 곳

  • 등록일2012.04.24
  • 조회 1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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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보면 그 사람이 하는 일, 성격, 추억들을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더불어 그 일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만큼 책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리고 누구보다 개성 있는 책상 주인들과 그들의 책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칼럼 [윤씨아저씨의 책상 엿보기]는 매주 한편씩 쓸 예정이지만 물론 마감을 지킬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칼럼을 기다려주는 극소수의 한두 명만 안타까울 뿐이니 그분들에겐 소정의 상품을 줄 테니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길 바라며 '책상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번째로 찾아간 책상은 포토그래퍼 알렉스 김의 책상이다. 알렉스라는 이름 때문에 가수 알렉스를 떠올릴 수 있지만 알렉스 김은 성격부터 생김새까지 가수 알렉스와는 많이 다르다. 알렉스가 부드러운 꽃미남 이라면 알렉스 김은(고작 한 글자 차이지만) 거친, 마치 산에서 막 내려온 산적 같은 강한 인상의 남자다. 그런 그가 따뜻한 글과 사진으로 가득한 『아이처럼 행복하라』의 저자라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다.
 
오늘의 주인공 알렉스 김은 최근에 출간된 『아이처럼 행복하라』의 저자이자 포토그래퍼다. 여기에 자원봉사자이자 레스토랑 CEO, 파키스탄 알렉스 초등학교 교장 등 다양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이력은 그의 책상에도 뭔가 많은 잡동사니와 사연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래서 책상칼럼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알렉스 김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그가 여행을 자주 다니고 외국으로 자원봉사도 자주 떠나는, 심지어는 파키스탄에 학교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내 잘못이었다. 그의 책상은 너무나 단순하고 단출했다. 어느 한곳에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그에게 아무 곳이나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전부 그의 책상인 것이다. 알렉스 김을 만나러 가보니 역시 식당 한 켠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이 그의 책상 전부였다. 칼럼의 첫 편부터 일이 꼬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가득 쌓여 있는 책상만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닐 것이라 자위하며 일단 책상 위를 살펴보았다. 노트북, 카메라 세 개, 아이패드, 3권이 전부다. 큰일났다!
 
카메라 2대 그리고 고장난 하나
 
포토그래퍼니 당연히 카메라도 렌즈를 포함해서 갖가지 장비들이 많을 것 같았지만 카메라 3개와 렌즈 하나가 전부였다. 그나마 카메라 하나는 고장난 상태였다. 이 사람 정말 포토그래퍼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지만 책상 주위로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니 보통 실력이 아닌게 포토그래퍼가 맞긴 맞다.   
 
 
: 카메라가 엄청 많을 줄 알았습니다
알렉스 김 : 저는 이 두 개가 전부에요. 이 작은 카메라는 얼마 전에 고장 나서 새로 샀어요. 이렇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사진 찍을 기회가 되면 찍어요. 저는 렌즈를 많이 안 들고 다녀요. 높은 곳을 오를 일이 많아서요. 그리고 G10 서브카메라가 다에요. 또 저는 스트로브 이용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스트로브도 없어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런 빛을 좋아하거든요.
: 외국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 사진이 많은데 이유가 있다면?
알렉스 김 : 풍경보다는 사람 찍는데 관심이 많아요. 사람만큼 다양한 느낌을 주고 상대방에게 감성을 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요. 풍경은 내가 운이 좋고 열심히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람은 안 그렇거든요. 특히 아이들 표정만큼 바라볼 때 기분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순수한 아이들을 보고 나도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이들을 많이 찍었어요.
 

그의 책 『아이처럼 행복하라』에 담긴 아이들 사진 대부분은 파키스탄에서 찍은 것이다. 그는 파키스탄 여행 중 우연히 가게 된 현지 학교에서 열악한 환경과 시설을 보고 충격을 받고 고민 끝에 현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세운다. 그렇다고 그가 돈이 많은 재벌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원해서 했다고 한다.
 
: 초등학교를 운영하게 된 사연이 궁금한데요.
알렉스 김 : 처음 갔을 때는 학교 건물만 있었어요. 교실에 들어갔는데 정말 충격을 먹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책걸상도 없고 연필 노트도 없고. 중요한 건 2년 동안 선생님도 없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옆 마을에 사는 선생님 한 분이 퇴근하고 와서 한 시간 가르쳐준다고 하는 거에요. 그게 전부에요. 한 시간 배우려고 아이들이 와있는 거에요. 국립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고 위험하고 또 학비가 너무 비싸서 못 간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일단 선생님 한 명을 물색했어요. 고등교육을 마친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친구를 선생을 시켰고 원래 오던 선생님한테 트레이닝을 받게 했어요. 제가 그 두 친구에게 월급을 주고요.
: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알렉스 김 : 사실 저도 돈이 많지는 않아요. 갚아야 할 빚도 있고. 그런데 아이들의 눈을 보니까 차마 그냥 오지 못하겠더라고요. 여기 사진 좀 보세요. 이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 눈빛을 보세요. 눈빛을 보니깐 마음이 녹더라고요. 내가 도움을 주면 이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잖아요. 이 아이들이 날 쳐다보는 것도, 그리고 신이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른척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돕기 위해 제 이름을 따서 알렉스 초등학교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제 이름으로 된 학교가 있으면 더 신경을 쓰지 않겠어요?
: 그래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겠어요.
알렉스 김 :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을 대표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계 속에 담긴 사진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 속에 담긴 사진과 주위에 잔뜩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니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 문득 사진이 더욱 돋보이는 기분이다.
 
: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알렉스 김 :
(할머니와 아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할머니가 저한테 자신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키울 수가 없으니 아이를 나보고 데려가서 키우지 않겠냐고 하시는 거에요. 물론 농담처럼 하신 말씀이지만, 그 때 찍은 이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기 사진 속 할머니의 눈을 보세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반면에 아이의 눈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함이 보이지 않나요? 아이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도 느껴지고.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역시 고수는 장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며 보여준 사진은 큰 DSLR로 찍은 것도 아니고 그저 작은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란다. 쓸데없이 좋은 장비만 들고 다니며 늘 초점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나와 사뭇 비교되는 부분이다. (열심히 노력하란 말이야 윤씨!)
 

:
또 다른 사연이 담긴 사진은 없나요?
알렉스 김 : 눈을 확대해서 보니깐 아이의 눈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더라고요. 하늘, 구름 , 그리고 제 실루엣까지. 눈물도 조금 고여있어요. 어쩌면 이 아이의 눈에 있는 것처럼 순수해지고 싶고 착해지고 싶어서 아이들의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아닐까아이들의 눈에 저를 가둔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진집 그리고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책상 위에 놓인 책도 눈에 띈다. 책상이 좁아 많이 놓을 수도 없지만 딱 세 권이다. 이런 특이한 사람은 어떤 책을 읽을까? 
 
: 어떤 책들인지 소개 해주신다면?
알렉스 김 : 안도현 작가, 김기찬 화백의 책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고 하네』라는 책입니다. 제가 김기찬 화백의 사진을 좋아해요. 이분 사진을 보면 정말 너무 잘 찍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또 여기에 안도현 작가가 고른 시가 실려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봐요. 그리고 다른 책은 얼마 전에 추천 받은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인데 아직 다 읽지는 못했고 읽는 중이에요. 그리고 이건 다른 분이 주신 책인데 아직 안 읽었는데 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제목만으로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웃음)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는 척 하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제목은 좋은데요 라고 솔직히 말하는 이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책상에도 보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이 꽂혀 있는지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절반 이상은 읽히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장담한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책이란 게 책꽂이에 꽂힘으로써 이미 절반은 읽은 것과 다름없는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것이기에.
 
: 작가님에게 책이란?
알렉스 김 : 책을 쓰고 나면 너무 많이 쏟아내잖아요. 그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또 책들인 것 같아요.
 
 
사진, 나를 위한 기록.
 
: 사진을 찍는 이유는?
알렉스 김 : 기록하기 위해 찍어요. 나를 위한 기록. 사진은 잘 보관했다 다시 보면 내가 잊고 있던 사람들, 풍경들을 기억하게 되고 그 때의 향기가 떠오르죠. 그게 좋아요. 또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
카메라에 달린 줄이 멋있습니다. 가죽으로 된 게 뭔가 야생의 느낌이 풍기는 게 작가님과 잘 어울리네요.
알렉스 김 : 이건 일부러 주문을 한 거에요. 여기 글도 새겨 넣었는데요. 'BELIEVE IN THE POWER OF PHOTOS'라고 적었어요. 사진의 힘을 믿느냐는 뜻인데 사진 한 장이 가진 큰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끈 가장 자리에 새긴 글자를 보여주며) 그리고 여기 있는 말들은 티베트 말이에요. 큰 바다의 지혜라는 뜻이에요. 제가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는 건 현명해지기 위해서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적었어요.
 

 
나에게 책상이란, 추억이면서 꿈
 
: 책상 칼럼에서 빠질 수 없는 질문. 작가님에게 책상이란?
알렉스 김 : 추억이면서 꿈인 것 같아요. 내가 찍어왔던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또 지금 내가 하고 있던 작업들은 제 꿈을 펼치고 있는 거니까요.
 
좋은 사진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사진이 더욱 깊이 있는 이유는 그저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 많은 것들이 없는 책상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담아가는 첫 번째 책상 이야기였다.
 
윤태진 (교보문고 북뉴스)
taejin107@kyobobook.co.kr, 트위터 @taejin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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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김 | 공감의기쁨
201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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