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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10. 두 사람 중에 누가 강도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 등록일2020.05.18
  • 조회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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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는 구도 경부에게 사정을 짧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오늘 밤 어딘가를 덮칠 계획 같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은 수법으로요.

“스즈키 형사 쪽은 어떤가?

“모르겠습니다.” 미야지는 스즈키 형사가 들어간 영화관을 보며 말했다.

“지금 가서 확인해 보려 합니다.

“그래, 지금 바로 확인하게.” 구도 경부가 지시했다.

“형제 중 한 명을 제압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수법은 못 쓸 거야.

“알겠습니다. 스즈키 형사에게 확인하고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미야지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영화관 쪽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관객이 하나둘 영화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동시 상영되는 영화 중 한 편이 끝난 듯했다. 미야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영화관에서 나오는 관객을 지켜봤지만, 스즈키 형사와 고시바 형제는 보이지 않았다. 미야지가 경찰수첩을 내보이고 안에 들어가려 하자 매표소에 있는 젊은 여직원이 몹시 긴장한 얼굴로 “경찰서에서 오신 거면 지금 당장 지배인실로 가주세요!”라고 했다.

 

“형사님이 다쳐서 지배인실에 누워 계세요!

‘스즈키 형사로군.’ 미야지는 그렇게 직감하고 2층에 있다는 지배인실을 향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좁고 어스름한 지배인실 의자에 스즈키 형사가 똑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다. 살집이 조금 있는 남자가 당혹한 얼굴로 미야지를 맞았는데 그가 바로 영화관의 지배인이었다. 스즈키 형사는 미야지를 보고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키다가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당했네.” 스즈키 형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야지는 스즈키 형사를 다시 눕히며 물었다. “누구 짓이지? 고시바?

“모르겠어. 영화관 안에 들어가 놈을 찾는데 뒤에서 덮치더군. 미행을 눈치챈 모양이야.

“그래, 그런 것 같더군.

“자네도 당했나?

“된통 뒤통수를 맞았지.” 미야지는 쓴웃음을 짓고 지배인실에 있는 전화로 구도 경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즈키 형사는 얼마나 다쳤지?” 구도 경부는 수화기 너머에서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미야지가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라고 하자 안심한 듯했다.

“스즈키를 덮치면서까지 미행을 따돌린 걸 보니 그들이 오늘 밤 네 번째 범행에 나설 것 같군.

“네, 분명히 그럴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를 습격할 것인가죠.

“아사쿠사 주변이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사쿠사에 온 이유가 저희의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면 다른 곳을 노리겠죠.

“그래, 알겠네. 아무튼 지금 수사본부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어. 자네는 이제 고시바 형제의 집으로 가게. 사건의 양태를 고려하면 둘 중 한쪽은 집에서 TV를 보고 있어야 해.

“알겠습니다.

미야지는 전화를 끊고 의자에 누워 있는 스즈키 형사에게 목적지를 알리고 영화관을 뛰쳐나갔다.

 

1월이라 그런지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다.

멀리 돌아가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히가시이케부쿠로의 히노데마치 지역에 있는 ‘선라이즈 맨션’이 고시바 형제가 사는 곳이었다. 별로 크지 않은 3층 건물이다. 미야지는 곧장 2층에 있는 고시바 형제의 집으로 향했다. 철문에 ‘고시바’라고 적힌 작은 명패가 붙어 있다. 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여러 번 눌러봤지만 응답이 없다.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집 안에는 불도 꺼져 있었다.

‘아사쿠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가?’ 미야지는 일단 아파트에서 나가 입구가 잘 보이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구도 경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두 사람 다 돌아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혹시 진전이 있었습니까?

“아니, 아직 사건에 대한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어. , 잠깐만 기다리게.” 느닷없이 경부의 목소리가 변했다.

미야지는 저도 모르게 수화 기를 쥔 손에 힘을 줬다. 긴장한 미야지의 귓가에 경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혔다.

“방금 보고가 들어왔네. 우에노 볼링장에 강도가 들었다는군. 틀림없이 그 녀석들이야. 갈색 반코트에 흰 장갑을 낀 스물대여섯 정도 되는 남자가 권총을 들이밀며 매상인 60만 엔을 강탈해 갔다고 해.

“고시바군요.

“그렇겠지. 그런데 형제 중 누구인지까지는 모르는 것 같아. 피해 신고가 들어온 볼링장 지배인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라고 했다는데, 그 형제를 나란히 세워놓으면 지난 피해자들처럼 구분 못 하는 건 마찬가지일 거야.

“어떡할까요?” 미야지는 아파트 입구를 바라보며 구도 경부에게 물었다.

“슬슬 올 시간인 것 같은데, 오면 본부로 데려갈까요?

“그래, 그렇게 해주게. 지금 바로 지원을 보내겠네.

 

전화를 끊고 10분 정도 기다리자 경찰차가 달려왔다.

차에서 내 린 동료 형사가 미야지에게 다가왔다. “아직인가?

그는 아파트 입구를 노려보며 물었다.

“아직이야. 조만간 의기양양하게 돌아오겠지.” 미야지는 혀를 쯧 찼다.


 

그동안 그들의 범행임을 알면서도 곧장 체포하지 못해 속이 탔다.

그러나 오늘은 범행 때 쓴 권총이나 강탈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 미야지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10 56분이군” 하고 중얼거렸을 때 동료 형사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왔네.” 미야지는 말없이 거리 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 사람이 두 명 있다. 갈색 반코트를 입은 고시바 형제임을 알 수 있었다.

“고시바 씨.” 미야지가 두 사람에게 달려가 말을 붙이자 형제는 발길을 멈추고 젠체하며 미야지를 봤다.

“오, 형사님 아닙니까?” 둘 중 한쪽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곳에는 무슨 일로?

“경찰서에 함께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야지는 화를 억누른 낮은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또 그러시네요.” 다른 쪽이 호들갑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희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겁니까?

“그건 두 분이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같이 가주시죠.” 미야지는 한 명의 팔을 붙잡았다.

상대는 히죽 웃었다.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요?

또 한 명 역시 태연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미야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 녀석들은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며 자신감에 잔뜩 차 있다. 미야지와 동료 형사는 형제를 경찰차에 태우고 수사본부로 연행했다. 조사실에서 신체검사를 했지만, 권총은 물론 지폐 다발도 나오지 않았다. 미야지는 동료에게 조사를 맡기고 구도 경부에게 간략히 보고 했다.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을 붙잡아 그대로 연행했으니 권총과 돈을 중간에 어딘가에 숨긴 것으로 보입니다.

미야지는 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도면밀한 녀석들입니다. 저희가 아파트를 감시할 거라고 처음부터 계산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만약 중간에 돈과 권총을 숨겼다면 언젠가는 가지러 가야 하지 않겠나? 그때가 바로 기회일 거야.” 구도가 대답했을 때 젊은 형사가 피해자를 봤다는 볼링장 지배인을 데려왔다.

 

삼십 대의 젊은 지배인은 창백한 얼굴로 흥분하며 말했다.

“범인이 붙잡혔다더군요.” 지배인은 날카롭게 구도를 쳐다봤다. 60만 엔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먼저 범인이 맞는지부터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구도가 지배인에게 요청했다.

미야지가 지배인을 조사실 안이 보이는 유리창 앞으로 데려갔다. 안에서는 형제 중 한 명이 형사에게 질문을 받고 있었다. 미야지의 눈에는 여전히 형제 중 어느 쪽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저 녀석입니다!” 지배인이 날카롭게 외쳤다.

“저희 가게에 강도로 들어온 녀석이 바로 저 녀석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지금 바로 돈을 되찾아 주십쇼!

“알겠습니다.

“그렇게 멀뚱히 있지 마시고 얼른 돈을 찾아와 주세요!

“화 내시기 전에 저 구석에 있는 남자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구석에 있는 남자요?” 지배인의 눈길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역시나 미야지와 구도가 예상한 반응을 보였다.

“뭐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뒤를 돌아본 지배인의 얼굴에서는 극심한 당혹감이 묻어났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구도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시는 대로라니, 저 두 사람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쌍둥이요?

순간 지배인은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곧장 눈을 다시 부라렸다.

 

“그럼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다 체포해 주십쇼! 둘 중 한 명은 저희 가게에서 훔친 돈을 갖고 있을 겁니다.

“저희도 두 사람을 다 체포하고 싶습니다.” 구도는 미야지와 한 번 마주 보고 지배인에게 말했다. 냉정하게 대꾸한 것도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고시바 형제를 향한 분노 때문이었다.

“그럼 왜 체포하지 않는 겁니까?” 지배인은 안달복달하며 물었다.

구도는 조사실을 보며 대답했다. “지배인님은 저 두 사람 중에 누가 강도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그건…….” 지배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렇게 닮았는데 어떻게 구분하겠습니까. 그렇지만 저 둘 중 한 명은 분명 저희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또 한 명은 밖에서 감시했을 테고요. 그러니까 공범입니다!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증명이요? 제가 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저는 저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권총으로 위협당했습니다. 그때 다른 한 명이 어디 있었는지 알 리 없잖아요.

지배인이 입을 비쭉 내밀고 말했을 때 조사를 맡은 형사가 조사실에서 나왔다.

 

“어떤가?” 구도가 묻자 형사는 어깨를 움츠렸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자신만만합니다. 두 사람 다 자기는 강도가 아니라고 잡아떼는 상황입니다.

“알리바이는 어땠지?

“따로 갈라져서 느긋하게 산책 중이었다고 합니다. 신주쿠를 돌아다녔다네요.

“느긋하게 산책?”구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현명한 대답이기는 하죠.” 옆에서 미야지가 말을 보탰다.

“저들은 알리바이가 확실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모호한 게 더 낫습니다. 저들이 지금 의지하는 건 범행을 저지른 한 사람이 형제 중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만 쏠려 있으니까요.

“그렇겠지. 오히려 또 한 명이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서 그 덕에 우리가 형제 중 어느 쪽이 범행을 벌였는지 밝히는 상황이 저들에게는 큰일일 테니까. 정말 교활한 녀석들이야.

 

“우리 가게가 빼앗긴 60만 엔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배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구도가 대답했다.

“범인은 아직 빼앗은 돈에 손을 대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게 정말인가요?

 

 

 

살인의 <!HS>쌍곡선<!HE> [소설]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 한스미디어
2020.04.06

살인의 쌍곡선

살인의 쌍곡선
눈으로 고립된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그리고 하나씩 사라지는 볼링 핀.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다! 누적판매 2억 부, 니시무라 교타로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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