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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9. 이 녀석은 형인 가쓰오인가, 아니면 동생 도시오인가

  • 등록일2020.05.15
  • 조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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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 와보세요!
식당에 있던 모든 이들이 우르르 2층에 올라왔다.
 
“자살했어요!” 교코는 창백해진 얼굴로 모두에게 야베의 방을 가리켰다.
“네? 자살요?” 하야카와가 되묻고 방에 뛰어들어갔다.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야베는 여전히 엎드린 자세로 있었다.
 
“잠깐만요.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가라시가 하야카와에게 말했다.
“의학 지식이 조금 있어서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하야카와는 당혹한 얼굴로 이가라시에게 부탁했다.
 
교코는 떨리는 손으로 모리구치의 손을 꾹 쥐었다.
아야코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오직 택시 운전기사인 다지마만 문에 몸을 기댄 채 히죽히죽 웃고 있다. 이가라시는 야베의 맥을 짚고 동공을 살피더니 수면제 약병을 집어 불빛에 비춰봤다. 병 안에는 알약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죽지는 않았습니다.” 이가라시는 모두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푹 잠들었을 뿐입니다.
“수면제를 먹은 건 맞죠?” 교코가 묻자 이가라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위스키에 섞어 마신 듯합니다. 그런데 알약이 별로 줄지 않은 걸 보면 먹고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당분간 조금 더 주무시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뭐야. 허탈하군.” 모리구치가 어깨를 으쓱했다.
“식사는 나중에 제가 직접 갖다 드려야겠군요.” 옆에서 하야카와가 말했다.
“정말 사람 간 떨어지게 하는 사람이네.” 아야코도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교코는 아야코가 말한 놀라게 하는 사람이 야베인지, 자신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이맛살을 찌푸렸다.
모든 이들이 하 나둘 방을 나가 식당에 돌아갔다. “앗!” 그때 누군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교코는 왠지 제 입으로 소리친 듯한 기분이었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그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원형의 나무 테이블 가운데에 날의 길이가 약 20센티미터쯤 되는 등산용 나이프가 푹 꽂혀 있었다.
꽂혔을 때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증명하듯 잔 몇 개가 옆으로 쓰러져 있고 술이 탁자 위를 흐르고 있었다.
 
 
네 번째 단계
 
 
미야지 형사와 동료인 스즈키 형사는 조금 전부터 고시바 형제를 미행하고 있었다.
1 1일 오후.
아사쿠사의 나카미세 거리였다.
바람은 차지만 날 씨가 쾌청해서 그런지 설날답게 인파가 붐볐다.
 
이곳저곳에서 전통복 차림의 여자들이 보여 번화가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파에 섞여 자칫 형제를 놓칠 뻔했다. 그때마다 두 형사는 걷는 속도를 높였지만 지나치게 따라붙는 것은 위험했다. 미행을 들키면 그들이 고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본부는 고시바 형제가 공범으로 연속 강도 사건을 저질렀다고 추측하지만 현 단계에서 두 사람을 체포할 수는 없다. 그들이 고소하면 승산이 없었다.
 
“정말로 꼭 빼닮았군.
그들과 12, 3미터 거리를 두고 함께 미행 중인 스즈키 형사가 미야지에게 말했다.
“오른쪽이 형 고시바 가쓰오 같기는 하지만 자신이 없어.
“응? 오른쪽은 동생 아니었나?” 미야지도 혼란스러운 듯이 말했다.
 
 
두 사람은 그 정도로 꼭 닮았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갈색 반코트를 입고 흰 장갑을 낀 복장까지 같아서 눈으로는 거의 구분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얼굴과 옷이 똑같은 두 사람이 나란히 있으면 유난히 눈에 띄어서 미행하기 수월하다는 점이었다. 형제는 찻집에 들어갔다. 두 형사도 뒤따라 들어가 멀찌감치 있는 자리에 앉았다.
 
형제는 커피를 주문하고서 뭔가 즐거운 듯 웃으며 떠들고 있다.
미야지와 스즈키도 커피를 주문했다. 시계를 보니 4시를 지났다.
“저 둘은 앞으로 또 어디를 갈 생각일까?” 미야지는 나직한 목소리로 스즈키 형사에게 물었다.
“도저히 감이 안 오는군.” 스즈키 형사는 앞에 나온 커피에는 입을 대지 않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미야지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설마 새해 첫날부터 또 강도질 할 생각은 아니겠지?
“할 가능성이 크지. 한번 재미를 보기도 했고 명절이니 돈도 필요할 테고.
“만약 한다면 지난 세 번과 같은 수법이겠지?
“그렇겠지. 아주 영리한 녀석들이야. 의심만으로는 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어.
 
스즈키 형사는 툭 내뱉고 고시바 형제에게 눈길을 보냈다.
형제는 여전히 즐거운 듯이 떠들고 있다.
“언론사들도 당황하는 듯하더군.” 미야지가 말했다.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이름을 공개하면 곧장 고소당할 테니까. 기사가 나오면 세상 사람들도 저 형제를 조금은 의심할 텐데 지금은 거의 무방비나 마찬가지인 상태야.
“네 번째 범행도 성공할 거라는 뜻인가?
“우리가 저들을 놓치면 그렇게 되겠지. 그런데 저 갈색 반코트에 흰 장갑은 범행을 저지를 때 입는 유니폼 같은 건가?” 미야지는 히죽 웃으며 말했지만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고시바 형제가 영수증을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미야지와 스즈키도 재떨이에 꽁초를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자리에 있는 젊은 커플이 수상쩍은 듯이 두 형사를 봤다. 둘 다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으니 이상한 손님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고시바 형제는 영화관이 모여 있는 6구區 방향으로 향했다. 영화관 앞에 줄이 처져 있고 바람잡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리는 게 역시 아사쿠사답다. 형제는 일본 영화 개봉관 앞에 멈춰 섰다. 영화 산업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설 연휴라 그런지 역시 영화관 앞에는 짧은 행렬이 만들어져 있었다.
 
“들어가려나?” 미야지가 그렇게 말했을 때 갑자기 형제가 따로 갈라졌다.
한쪽은 그대로 영화관에 들어갔지만, 다른 한쪽은 국제 극장 쪽으로 발걸음을 뗐다.
“영화관 쪽은 내가 맡겠네.” 스즈키 형사가 극장으로 뛰어들어갔다.
미야지는 다른 쪽을 미행하기로 했다. 상대는 꼭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느긋하게 영화관과 스트립쇼 극장 간판을 관찰하며 걷고 있다.
 
‘이 녀석은 형인 가쓰오인가? 아니면 동생 도시오인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둘이 나란히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 속에 서 복장이 눈에 띄었지만 한 명만 남게 되자 인파에 섞여 잘 보이지 않았다. 미행하기 더욱 어려웠다.
‘둘이 갈라진 걸 보니 오늘 네 번째 강도 행각을 벌일 모양이군.’ 미야지는 그렇게 추측했다.
그러나 누가 강도 역할을 맡았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강도 역할을 맡은 쪽을 놓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네 번째 범행에 나설 것이다. 미야지가 험악한 얼굴로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갑자기 상대가 영화관 옆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미야지는 서둘러 뒤쫓았다.
 
그러나 골목에 들어가자마자 “앗!” 하고 작게 소리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골목에서는 상대가 싱글벙글 웃으며 미야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미행을 눈치챘던 것이다.
“어이쿠.” 상대는 미야지를 보며 조롱하듯 말을 걸었다.
“전에 저희, 경찰서에서 만났죠?
“그렇습니까?” 미야지도 웃어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마 성함이 미야지였던 것 같은데요. 그렇죠, 미야지 형사님?
“네.
“오늘은 무슨 일입니까? 설마 절 미행하신 건 아니겠죠?” 상대는 히죽거리며 놀리는 것처럼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인권 침해로 경찰에 신고하려고요.
“우연히 마주친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네요. 무고한 시민으로서 죄인 취급당하는 건 사절이거든요.
상대는 소리 내어 후후 웃었다. 미야지는 속으로 경찰을 우습게 보고 있다며 화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그런 짓을 했디가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경찰의 폭력 행사라고 언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다.
 
“전 여기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형사님은 그냥 갈 길 가시면 됩니다. 다른 용건이 있는 거죠?
“뭐, 그렇죠.” 미야지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번 승부는 자신의 패배인 듯하다.
미야지는 일부러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가서 잽싸게 뒤를 돌아봤다.
상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제기랄!” 그렇게 외치고 다시 한번 골목에 뛰어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에도 없다. 인파만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슬슬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자 6구 영화 거리에도 네온 사인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밤이 됐다는 사실이 미야지의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 그들은 오늘 반드시 네 번째 범행에 나설 것이다. 미야지는 그렇게 확신했다.
 
영화관에 들어간 스즈키 형사는 어떻게 됐을까.
그쪽도 미행을 눈치챘을 테니 내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미야지는 영화 거리 가운데쯤에 있는 파출소에 들어가 수사본부의 구도 경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했습니다.
 
 
 
 
살인의 <!HS>쌍곡선<!HE> [소설]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 한스미디어
2020.04.06

살인의 쌍곡선

살인의 쌍곡선
눈으로 고립된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그리고 하나씩 사라지는 볼링 핀.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다! 누적판매 2억 부, 니시무라 교타로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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