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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02. 답장은 없지만 읽는 거 다 알아

  • 등록일2019.11.08
  •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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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고 또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상태가 엉망인 데도 스즈카는 그의 문자를 외면할 없었다.
 
안녕? 오늘도 힘내. 지금 쓰는 『거짓말투성이 학교』인가?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무시한 되리라는 스즈카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일단 메시지를 읽은 순간에 이미 상대의 계략에 휘말린 거였다.
 
답장은 없지만 읽는 알아.
그냥 넘겨짚는 거라고 생각해도 문자를 열어본 시점에서 이미 거나 마찬가지다.
너는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란 알아. 애써 싫어하려 노력하지만 사실은 나를 원하는 거지.
말도 되는 소리 하지 .
스즈카는 거칠게 말을 내뱉고 핸드폰을 닫았다.
그러나 뒤로도 문자가 도착하면 보지 않고는 배길 없었다.
 
문자 보내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정말 거부하고 싶으면 핸드폰 전원을 끄면 그만 아닌가? 말고 다른 사람이 연락하기로 했다고? 그럼 이메일 주소만 착신 거부하면 되겠지. 전에는 그렇게 했잖아. 그래, 5 너는 단호히 거절했어. 그런데 지금은 입으로만 싫다고 하지. 그건 , 속으로는 나를 원한다는 말밖에 .
 
스즈카는 연신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고 샤워를 했다.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을 , 기분전환을 위해 밖에서 차라도 한잔하고 오려 했는데 가방에 핸드폰을 집어넣은 순간 착신을 알리는 깜빡거리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가? 그건 지금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서야. 그럴 만도 하지. 열두 살이나 많은 띠동갑 남편을 뒀으니. 텔레비전 얘기를 해도 세대가 달라서 말도 통하고, 심지어 밤일도 만족스럽지 않겠지. 그렇게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을 예전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품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는 거라고. 나는 이런 대머리에 여러모로 신통치 않은 남자와 결혼했을까 하고 후회도 하고 말이야.
그만해.
스즈카는 결국 키패드에 다시 손가락을 얹고 말았다.
 
 
이것 . 역시 핸드폰 전원을 껐고 착신 거부도 했잖아, 하핫.
답장 하면 직접 찾아올 거잖아.
지금 넌지시 나보고 와달라고 하는 거야?
장난하지 . 이제 일해야 . 방해하지 말아줘.
그래, 그래. 실은 일에 대해 중요한 얘기가 있어. 애초에 그것 때문에 연락했는데 네가 자꾸 딴소리하는 바람에 본론으로 들어갔잖아.
뭔가 대단한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굴면서 관심 끌려 하지 .
『거짓말투성이 학교』 시리즈, 판매 누계 700 돌파 축하해.
축하는 전에도 받았어. 이제 집필해야 하니까 연락 그만해.
그러나 신발장에서 신발을 고르고 있는데 문자가 와서 확인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뻐하기만 하면 곤란해. 최근 작품의 완성도가 부족한 너무 눈에 띄거든.
 
스즈카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다음 문자를 보고 외출을 단념했다.
 
특히 캐릭터인 니지노 가나타와 하스누마 후카미는 이상할 정도로 매력이 없어. 오히려 조연인 다이라 히토시를 사천왕에 준하는 위치로 올리는 나을걸. 그리고 나이토우 나이토의 말투가 1 때와 180 달라진 바람에 캐릭터가 완전히 망가졌어. 원래는 입체적이고 중층적인 스토리 구성이 매력이었는데 어느새 캐릭터에만 의지하는 작품이 돼버렸고.
하긴 그런 작품 스타일 변경도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 캐릭터 조형을 조금 신경 써야 하는 아닌가?
그리고 요새 새로 쓰는 시리즈 『기억의 , 파스칼』에도 같은 문제가 있더군.
이건 전부터 숙제 같은 거였지? 원래 문장이 뛰어난 편이었어. 프로로서 경험을 쌓아 실력이 늘었고. 그런데 플롯과 캐릭터 설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네게 그쪽 방면 소질이 없다는 거야. 소질이 없으면 제아무리 노력해도 꽃을 피울 없지. 냉혹하지만 그게 엄연한 현실이야.
이런 작품을 계속 써내면 팬들이 떨어져 나갈 뻔해. 판매 부수가 안정된 지금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한다고. 여기서 일단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겠어? 다시 말해, 나와 콤비를 이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 말이야.
 

 
후쿠이시 스즈카는 자오에 있는 스키장에서 와타나베 아키히로와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하룻밤 상대였고 정도 인상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쿄로 돌아온 , 당시 일행끼리 다시 의기투합해 가진 술자리에서 “그때는 그저 친구에게 맞춰주려 스키장에 거고 실은 주로 집에서만 지낸다”라는 그의 말을 듣고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호감을 느꼈고, 이후 교제로 발전했다.
 
집에서만 지내는 가난한 학생 커플의 데이트는 주로 배달 피자를 먹으며 게임을 하거나 빌려 비디오를 보는 전부였다. 아키히로는 상상력이 풍부한 남자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감상을 주고받을 방금 영화의 에피소드를 즉흥으로 새롭게 창작해서 스즈카에게 들려줬다. 스즈카가 재미있어하면 캐릭터와 스토리를 더욱 확장해 다음 아침까지 계속 이야기를 들려준 적도 있었다. 스즈카는 그에게 만화나 소설을 써서 발표하면 좋을 같다고 제안했다.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대로 하룻밤 이야기만으로 끝내는 이아몬드 원석을 그냥 돌멩이처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득해도 아키히로는 자신은 그림과 글에 소질이 없다며 스즈카의 말을 도통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즈카는 직접 펜을 들었다. 아키히로가 창작한 이야기는 세세한 설정까지 전부 갖춰져 있어서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좋은 문장으로 조합하고 치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품을 장르소설 출판사 신인상에 응모하니 3차를 거친 예비 심사를 통과해 어엿한 출판권을 획득했다. 수상작 『사랑의 예감이라니』는 우수작에 상금이 없어서 화제에 오르지 않았지만, 번째로 『거짓말쟁이 학교』가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지자 ‘고바야시 모네’는 일약 스타 작가가 됐다.
 
 
바로 작품의 애니메이션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하라구치 기요시를 만났다.
하라구치는 일본의 문화 콘텐츠를 외국에 수출하는 민간사업자를 지원하는 관청의 간부급 공무원이었다. 그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라서 그런지 말솜씨가 실로 능란해 회의를 마치고서 스즈카는 어느덧 그와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당시 아키히로는 대학 졸업 들어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틈만 나면 회사 생활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놨고, 잠자리에서는 자신의 울분을 풀기 위해 난폭하게 굴어 스즈카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그때 스즈카의 눈앞에 나타난 청년은 런던 테일러사社에 만든 정장을 입고 멋들어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데다, 갑자기 식사하러 때도 반드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고위 공무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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