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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아미타불, 모두 제가 자초한 결과입니다

  • 등록일2019.11.07
  •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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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올해 휴가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작년 국경절에는 팔달령에 갔었는데, 그때 나는 감기를 앓던 중이었다. 저우 실장이 나를 보고 정상까지 못 갈 거라고 내기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주 식은 죽 먹기로 끝까지 올라갔고, 저우 실장은 내기에서 졌다. 정확히 말하면 날아갔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인파에 떠밀려 올라가는 바람에 출발할 때부터 끝까지 발이 땅에 거의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국경절 역시 교외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오전에는 태극권을 하고, 점심에는 장기를 두고, 저녁에는 광장춤을 추면서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공원에 눌러 앉아 있었다. 그렇게 소소하게 5일이 흘렀다.
6일째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태극권을 하려고 준비 후 막 집을 나서는데 저우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하오 선생, 뭐해?
“태극권 하러 가는 중이야.
“가지 말고, 나랑 나가자. 즉흥 여행 한번 떠나자고.
“어디로?
“모르겠어. 자동차 여행을 할 건데 목적지 없이 그냥 가보는 거야.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엄청 붐빌걸.
“괜찮아. 도시만 벗어나면 샛길 따라서 산 쪽 외진 곳으로 가려고. 청산녹수, 좋잖아.
 
저우 실장의 여행 계획은 매번 그랬다. 보기에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어떤 순서도, 계획도 없는 것이다. 재작년 노동절 날에는 우리 동료 여섯을 데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산으로 갔었는데, 저녁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산에서 내려가보았지만 묵을 곳도 찾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외양간에서 하룻밤을 틀어박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저우 실장에게 떠밀려 다시 집으로 들어가 대충 짐을 챙겼다. 저우 실장은 광저우 혼다 차에 나를 태우고 둘만의 여행길에 나섰다.
한때 군수 업체의 운송팀에서 해방군 차량을 몰았던 사람답게 운전 실력이 꽤 괜찮았지만, 아침 8시에 출발한 우리는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겨우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하루 종일을 차만 타고 이제야 도시 밖으로 나왔네. 너무 막힌다. 그냥 돌아가자.
 
저우 실장은 사뭇 침착한 얼굴이었다.
 
“돌아가자니? 다들 이제 도시로 돌아가는 길이라서 돌아가는 게 더 막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11시가 되어서야 저우 실장은 차량 행렬에서 빠져나와 마을의 오솔길로 들어섰다. 차가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일단 묵을 곳을 찾아 쉰 뒤에 내일 아침 다시 출발하자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길에 작은 여관이 없는지 살피던 중이었다. 칠흑 같은 길목에서 누군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저우 실장이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스님이었다. 입가에 점이 하나 있고, 회색 가사를 걸친 차림에 오른쪽 어깨에는 자루를 메고 왼손으로 염주를 굴리고 있었는데 선하고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스님, 타시겠어요?
 
저우 실장의 물음에 스님은 아무 대답 없이 차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여 차머리를 확인하더니 돌아와 우리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소승은 일제차를 타지 않습니다. 시주님들 조심히 가십시오.
 
,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스님이다. 나는 스님에게 말했다.
 
“날도 어둡고 바람도 불어서 더 이상 차도 없을 거예요. 저희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이 차는 광저우혼다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합작한 거예요.
 
스님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차 뒤로 가서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시주님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차에 올라타더니 창문을 열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저우 실장은 좋다고 대답하며 앞의 창문은 살짝 열고 뒷자리 창문은 추울까 봐 그대로 두었다.
 
“멋지세요. 출가하시는 분들은 참 애국자시죠.
 
스님은 어깨에 메고 있던 자루를 내려놓더니 염주를 굴리며 대답했다.
 
“불교에는 국경이 없지만, 스님은 국경이 있으니까요.
“역시 직업의식이 멋지십니다. , . 그러고 보니 법명도 아직 안 여쭤봤네요.
“소승의 법명은 위안통圆统입니다.
“위안통? 택배 회사 말씀이세요?
“위안통, 산하를 일통한다 할 때의 그 ‘통’이지요.
“역시 당에 충성하고 국가를 사랑하는 분이시군요. 법호에까지 이런 메시지를 담으시다니.
“아미타불! 물론이지요.
 
저우 실장이 운전대를 돌리며 물었다.
 
“위안통 스님,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절로 돌아갑니다. 곧장 직진하다가 첫 번째 길목에서 좌회전하셔서 쭉 가시면 보입니다.
 
저우 실장은 스님이 일러준 대로 차를 몰았다. 가는 내내 수다는 계속되었다. 저우 실장이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오랫동안 일을 했더니 정말 힘드네요. 이러다 어느 날 쓰러지는 건 아닌지 진짜 걱정입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스님은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우 실장은 그 뜻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걸음을 멈추고 바깥세상을 봐라, 그런 뜻인가요?
 
스님은 갑자기 땀투성이가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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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병원 하오선생 | 작가정신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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