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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01. 의자 인간

  • 등록일2019.11.06
  • 조회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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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밤에 일하는 하라구치 스즈카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침대에서 배웅하고 시간 정도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곤 한다. 그러다가 엉금엉금 방바닥을 기어 욕실로 가서 아침 샤워를 하고, 자기 전에 텀블러 가득 만들어 그린 스무디를 비우고서야 비로소 제정신을 차린다.
 
아침 집안일을 시작했는데 이미 오후가 돼버렸을 때가 많고 집안일이라고 해봤자 세탁기와 건조기, 로봇 청소기 스위치만 누를 뿐이다. 그리고 일을 마쳤다는 알람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서재의 소파에 누워 무릎 위에 얹은 노트북 컴퓨터만 만지작거린다.
 
하라구치 스즈카는 세간에 고바야시 모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거짓말투성이 학교』, 『너는 스즈키, 나는 야마다』 시리즈 인기 작품을 여성 작가다.
그러나 문패에 필명을 적은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웃 주민들 눈에는 그저 팔자 좋은 부잣집 사모님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스즈카는 주로 집에 딸린 서재에서 일했다.
 
다만 소설 필은 보통 해가 지고 나서 시작하므로 잠에서 시간에는 업무 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SNS 확인한다. 전에는 SNS 메시지가 들어올 때마다 확인하고 댓글을 달거나 공유도 했다. 그러나 SNS 서비스를 서너 개씩이나 이용하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해서 알림을 꺼놓고 아침과 , 번만 확인하는 규칙을 세웠다.
 
그날 아침도 스즈카는 서재 소파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이메일과 SNS 한다지만, 그녀는 직업상 물리적인 키보드가 익숙해서 노트 쪽이 훨씬 편했다. SNS 링크된 어느 쇼핑몰 사이트를 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스즈카는 스마트폰이 아닌 컬러 피처폰을 쓴다. 전화가 아닌 문자 메일* 도착했다는 착신음이었다.
SNS 활발히 하고서부터는 거의 SNS로만 연락을 주고받아서 핸드폰 문자는 거의 오지 않을 터였다.
 
활약이 점점 대단해지네, 후후.
 
문자에는 그렇게만 적혀 있었다. 제목도 없고, 보낸 사람 이름도 없다.
메일 주소도 처음 보는 주소였다. 스팸 메일 등이 주로 쓰는 무료 이메일 주소다.
그러나 짤막한 메시지를 힐끗 순간, 스즈카의 머릿속에는 곧장 어떤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동시에 동안의 불쾌한 기억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바람에 밤이 돼서도 좀처럼 일에 집중할 없었다.
 
 
 
 
다음 오전, SNS 확인하는데 같은 메일 주소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거짓말투성이 학교』 누계 700 돌파? 하하하하! 역시 캐릭터를 만든 덕분인 ?
 
오싹한 한기가 스즈카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가 보낸 문자가 분명하다.
여름철 먹구름처럼 피어오른 불안감 때문에 도무지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사흘째 되는 , 불안은 공포로 바뀌었다.
 
무시하냐? 남이 축하해주는데 뭐야, 태도는? 역시 밑바닥 인생들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건가?
 
의류 건조기의 작업 종료 알람이 울려도 세탁실에 없었다. 스즈카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댄 핸드폰으로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시간 정도 반복하다가 간신히 짧은 답장을 보냈다.
와타나베 아키히로 씨인가요?
 
그러자 1분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새삼스럽게 물어? 아니면 시치미 떼는 건가?
 
스즈카는 이번에는 즉시 답장을 했다.
와타나베 아키히로 맞죠?
지금 나랑 장난해? 놀리는 거야?
등록되지 않은 메일 주소여서 누구신지 모르겠어요.
착신을 거부해서 예전 주소를 쓰게 사람이 누군데?
 
당시 기억이 바로 떠올라 스즈카는 몸이 굳었다. 그러나 상대는 가차 없는 말만 던졌다.
무슨 불리한 소리만 나오면 입을 다무네.
 
 
스즈카는 과호흡이 전조를 견디면서 가까스로 답장했다.
약속을 잊으셨나요?
약속?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 그래. 약속했지. 그래서 5 동안 눈앞에서 사라져줬잖아. 연하장을 보내거나 무더위에도 지내냐는 안부 인사도 하고.
5년이라는 기한을 정한 적은 없어요.
그래. 없었지. 그러니 반년으로 충분했는데 일부러 5년이나 얌전히 있었어. 배의 성의를 발휘했다는 뜻이야.
기한이 없다는 당연히 무기한이라는 아닌가요?
말도 되는 소리 한다. 사람을 죽여도 5년이면 밖에 나올 있어. 그것도 일반 상식이야. 그런데 죽이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사람한테 무기징역? 너무한 아니야?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니, 거짓말 마세요.
그래. 손가락 닿았지. 발가락까지 합치면 스무 . 함께 살았을 때는 말이야. 그런데 네가 나간 뒤로는 손끝 하나 댔잖아. 닿고 싶어도 네가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으니. 각서 같은 것도 대리인을 통해서 받고.
직접 만나지 않았어도 당신의 존재 때문에 항상 압박감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요.
어이구, 마음의 상처라. 그거참 편리한 표현이네.
돌리지 마세요.
원래 남녀 사이 일은 당사자들 말고 아무도 모른다고들 하지. 나도 너한테 속아서 속으로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알아? 너만 피해자인 척하지 말라고. 그리고 애초에 같은 남자를 고른 사람이 누군데? 그래, 처음에는 네가 일방적으로 졸졸 쫓아다녔잖아. 그래 놓고서는 상처받았다고? 백 번 양보해 내가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해도 그런 남자를 고른 눈에는 문제가 없냐?
 
 
스즈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상반신을 숙였다.
호흡에 맞춰 목에서 쉭쉭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파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콜록거리며 작업용 책상까지 기어가서 서랍 속에서 가까스로 흡입약을 찾았다.
 
그날 , 스즈카는 남편과 외식 약속이 잡혀 있었지만 천식 발작 때문에 결국 취소하고 말았다.
상대는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도 배려해줄 자가 아니었다.
 
 
 
다음 , 스즈카가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와 소파에 앉아 쉬는데 핸드폰 착신 알림이 왔다.
소리는 무음으로 해뒀지만 깜빡거리는 빛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탓에 결국 핸드폰을 확인해볼 수밖에 없었다.
 
 
불리해지면 다무는 예전이랑 똑같네.
스즈카는 문자 내용을 힐끗 보고 다시 핸드폰을 닫았다.
그러나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핸드폰을 열어 엄지를 키패드 위로 가져가고 말았다.
더는 연락하지 마세요.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질문에 대답이나 . 나만 나쁜 놈이야? 너한테 잘못은 없어?
저한테도 부족한 부분은 있었겠죠.
교묘히도 피해 가네. 역시 작가 선생님다워, 하하.
이제 그만 문자하세요. 상태가 좋아서 쉬고 싶어요. 부탁해요.
그래. 어제저녁에 ‘춘하추동’에도 갔지? 그곳은 후까지 예약이 있지 않나? 애써 예약했는데 아쉽겠어. 쾌유를 빌어.
 
대번에 온몸에서 핏기가 가시는 같았다.
스즈카는 기도가 좁아지는 전조를 느끼고 황급히 흡입약을 찾았다.
다행히 발작에는 이르지 않아 흡입약 대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춘하추동에 가려 했던 어떻게 아는 거죠?
항상 1 안에 답장이 왔는데 이번에는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화장실 앞에 우두커니 있다가 물을 끓이고 홍차를 우리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다시 문자를 보내볼까 싶어 핸드폰을 여닫는데 그런 그녀의 초조한 심경을 조롱하듯 또다시 전자음이 울렸다.
 
문자 그만 보내라며?
 
스즈카는 작성 중이던 문자에 내용을 덧붙여 보냈다.
질문에 대답하세요. 어젯밤 제가 거기 가기로 어떻게 아는 거죠?
사랑의 .
진지하게 답해주세요.
아니, 정말이야. 사랑에 빠지면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니까.
지금 나랑 장난해?
,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그래도 존댓말 때문에 짜증 났는데.
 
스즈카는 거리를 두려 일부러 차갑게 대했지만, 마침내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고 말았다.
 
사실대로 말해. 춘하추동에 거란 어떻게 알았어?
알고 싶어?
빨리 알려줘. 기분 나쁘니까.
알려줄래. 기분 나쁘다고 하니까.
설마 우리 집에 몰래 들어온 거야?
내가 몰래 들어가고 싶어도 집은 사설 보안 시스템이 아주 철저하지 않나요? 상류층 사모님?
사설 보안을 쓰는 어떻게 알았어?
이봐, 이봐. 그건 초등학생도 알겠다. 현관문과 차고 셔터에 경비 회사 스티커가 붙어 있잖아.
통화를 도청했어?
요즘 나오는 디지털 통신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해.
집에 도청기를 설치한 아니야?
진정해. 보안이 엄중한 집에 내가 어떻게 들어가겠어?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
스즈카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방법 같은 뭐가 대수야? 중요한 지금도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나한테는 중요해.
외출한 뒤를 밟다가 친구한테 춘하추동을 예약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엿들었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날 때였을까.
스즈카가 기억을 되짚는 동안 또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고, 커피숍 자리를 맡으려 올려 토트백을 뒤져 일정이 적힌 수첩을 꺼내 봤을 수도.
대체 어떻게 알아냈냐고!
아니면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었을지도.
컴퓨터 바이러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낼 있다는 뜻이야. 주머니 사정만 괜찮으면 탐정에게 의뢰하는 방법도 있고.
설명은 됐고 얼른 사실대로 말해.
너도 없는 여자야. 얼마든지 알아낼 있다는 ,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잖아. 중요한 향한 마음이라고 아까도 말했지?
그만해. 우리는 이미 끝났어.
맺은 관계는 영원한 .
장난치지 . 우리는 헤어졌어. 관계는 끝났다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금, 한때 장벽이 있었다는 역사까지 소멸했다고 말하려는 아니겠지?
궤변은 듣고 싶지 않아. 소중히 여긴다면 내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아 . 이제 그만 놓아달라고. 약속했잖아. 각서도 썼고.
계약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건가?
이상 괴롭히면 그럴 수밖에 없어.
그럼 고소하든가.
괜히 하는 소리 아니야.
서두를 없을 텐데.
그럼 괴롭히지 .
고소하면 오히려 네가 곤란해질 거라고 말하는 거야.
 
스즈카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고소한다는 모든 일이 밝혀져도 괜찮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변변한 지위와 명예, 재산과 직업은 물론 가족까지 없는 나는 빨간 하나 긋고 세상을 적으로 돌려도 별로 상관없어. 반면 너는 지켜야 것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아? 아무리 네가 피해자라고 주장해도 고바야시 모네의 평판은 추락할걸. 그럼 남편도 일하기 어려워질 거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솔하게 굴지 말고 신중히 행동하라고 충고하는 거야. 이게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하는 말이고♡
 
 
스즈카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남편 집에 돌아올 시간인데도 몸을 일으킬 힘이 없어서, 남편에게 천식 때문에 힘드니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라는 자를 보냈다. 거짓말은 아닌데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에 연락하기가 배로 힘들었다.
 
 
 
D의 <!HS>살인사건<!HE>  실로 무서운 것은 [소설]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 한스미디어
2019.10.25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우타노 쇼고가 일본 미스터리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의 걸작을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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