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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8. 지금 당장 그녀의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 등록일2019.09.17
  •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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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시는 혼자서 걸을 없는 상태였다.
테우가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자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머리는 산발이었고, 드레스도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테우는 그녀를 거실 소파에 눕혀놓았다.
넓은 거실에는 나무 식탁을 비롯한 온갖 가구가 있었고, 법률 서적이 빽빽이 꽂힌 책장과 대형 TV 보였다.
 
“주방은 어느 쪽이죠?
클라리시는 소파에 깔린 모포를 몸에 두르고 누워 눈을 감았다.
 
“누구시죠? 여기서 하는 거예요?
키에 날씬한 체구의 부인이 거실로 들어서며 물었다.
진홍색 가운을 걸친 그녀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묻어났다.
 
“전 그냥 클라리시를 도와주려고…… 상태가 좋거든요.
부인이 소파에 앉아 클라리시의 이마에 손을 얹고 열이 있는지 확인했다.
“진탕 취했군요. 대체 딸에게 무슨 짓을 거죠?
“아무 짓도 했어요. 저는 술도 못하는걸요. 지나다가 우연히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발견한 거예요. 주방은 어디 있죠?
“주방은 왜요?
“뭔가 단것을 먹여야 해서요.
 
클라리시의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녀가 딸의 볼을 톡톡 두드렸지만 클라리시는 반응이 없었다.
 
“상태가 심각하네요. 알코올성 혼수인 같아요.
“포도당을 섭취하면 나아질 거예요.
“혹시…… 의사예요?
“의대생입니다.
“이름이 뭐죠?
“테우.
“난 엘레나라고 해요. 아이 엄마예요. 이제 됐으니 가봐요. 내가 챙길 테니.
엘레나가 클라리시의 팔을 잡고 부축해 일으켰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고마워요.
“저는 클라리시를 알아요.
엘레나가 걸음을 멈추고 테우를 돌아봤다.
“오, 얘랑 친구예요?
“저희는……. 테우는 적절한 표현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제 남자친구예요, 엄마. 클라리시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테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자친구? 엘레나가 물었다.
“새로 사귄 친구예요. 내일 , 테우. 오늘 고마웠어.
클라리시가 말했다.
테우는 클라리시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엘레나와 클라리시는 복도로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테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자친구예요, 엄마…….
 
그게 무슨 뜻이지? 클라리시는 혼자 두면 사람이었다.
술을 과하게 마시고,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엽기 행각이 아니라면 거리에서 친구와 벌인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
내가 지켜봤다는 클라리시도 알고 있을까?
 
테우는 그녀의 친구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음을 깨달았다.
친구는 클라리시가 무력한 상태에 빠져 있는 틈을 입술을 훔치고 실컷 조몰락거렸다.
테우는 절대 꿈도 일이었다.
그는 분별 있는 방법으로 클라리시를 쟁취하고 싶었다. 작은 제스처들로.
오직 자신만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있다는 조금씩 일깨워주고 싶었다.
내일 , 테우…….
테우는 휴대폰 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가 응답했을 전화는 이미 끊기고 후였다.
생소한 발신자 번호.
테우는 다시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렸다.
 
오후 2.
그는 여전히 황홀한 기분에 젖어 있었다. 침실의 색조도 평소와 달리 아름답게 느껴졌다.
거실 테이블에는 어머니가 남겨놓은 메모가 있었다. 늦은 귀가의 이유를 묻는 질문, 마를리와 함께 파케타에 다녀오겠다는 통보, 그리고 배가 고프면 냉장고에서 리코타 라자냐를 꺼내 먹으라는 당부.
테우는 배가 고프지도, 목이 마르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그저 클라리시가 빨리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녀를 보게 걱정은 없었다.
분명히 그녀가 자기 입으로 내일 보자고 했으니.
 

 
 
문득 선물을 챙겨가는 예의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눈에 들어온 서점으로 들어갔다.
완벽한 권이 진열돼 있었다.
멋들어지게 장정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단편소설집. 500쪽에 달하는 양장본이다.
계산을 하고 포장을 부탁했다. 화려한 색채의 포장지, 귀여운 나비매듭, 그리고 카드.
 
 
 
그는 당당히 초인종을 눌렀다.
향수가 제대로 뿌려졌는지 확인하고 촉촉한 머리도 매만졌다. 깜짝 선물은 뒤에 감춰놓았다.
클라리시가 문을 열고 나왔다. 살랑거리는 나이트가운 차림의 그녀는 매혹적이었다.
“안녕, 테우. 들어와. 그녀는 테우를 보고 불쾌해하지 않았다.
 
거실 바닥에 옷들이 널려 있었다.
작은 탁자에는 바퀴 달린 분홍색 쌤소나이트 여행 가방 개가 활짝 열린 놓여 있었다.
클라리시는 테우가 앉을 있도록 소파에 놓인 속옷을 치워줬다.
 
“좀 어때?
“괜찮아. 어젯밤엔 고마웠어.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에서 꺼낸 옷을 여유롭게 개키며 가방으로 옮겨 담았다.
“요 근처 지나다가 인사나 할까 해서 들렀어.
“잘 왔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거든.
“고맙긴 . 상태가 나아졌다니 다행이야.
“아직도 머리가 아프긴 .
“곧 나아질 거야.
 
 
 
클라리시가 몸을 숙여 코트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무릎에 둘러진 붕대가 테우의 시선에 들어왔다.
“어디 가려고?
“오늘 떠나. 시나리오를 마저 쓰려고. 노트북만 챙겨갈 거야. 기왕 시작한 끝을 봐야지.
“어디로 가는데?
“테레조폴리스. 정신수양과 자기성찰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 곳이야. 리우에선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너무 허비하면서 살잖아.
“언제 돌아올 건데?
“나도 몰라. 아마 오래 있을 거야. 아빠가 출장을 가신 후로 엄마는 나만 붙잡고 하루 종일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어.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말이야. 며칠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방법밖에 없어. 마침 방학이니 부담도 없고. 있다 오지 않을까 싶어.
“크리스마스는?
“그때까지 돌아올 있을지 모르겠네.
“오늘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했는데.
“짐이 꾸려지는 대로 떠나려고 했어. 저녁은 나중에 돌아와서 같이 먹자.
 
자칫하면 클라리시를 영영 놓쳐버릴 수도 있을 같았다.
 
“네 시나리오 읽어보려면 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
“내 시나리오? 그녀가 미소 지었다. “정말 읽어보고 싶어?
“당연하지.
 
그녀는 잠깐 기다리라고 복도로 사라졌다.
테우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수선한 거실 풍경이 그의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그는 클라리시의 방을 구경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그녀의 인생에 대한 모든 알고 싶었다. 3개월은 너무 길다.
 
“아직 끝난 아니야. 지난 며칠간 줄도 썼어. 하지만 대충 스토리를 파악할 정도는 .
클라리시가 스테이플러로 묶어놓은 종이 다발을 건넸다.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테우가 소리 내어 제목을 읽었다.
“내가 떠올린 제목 중에선 그게 제일 낫더라고. 기본 콘셉트는 앞장에 있어. 하지만 시놉시스는 써야 . 스토리에 구멍이 생겨서 걱정이야.
“그래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들려줄 있어?
클라리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모습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로드 무비 같은 거라고 얘기했었지? 아만다, 프리실라, 카로우라는 친구가 있어. 아만다는 얼마 남자친구랑 헤어졌고, 나머지 둘은 지금껏 싱글로 살았어. 친구는 테레조폴리스로 여행을 떠나. 내가 지금 가려는 호텔로. 드워프레이크팜 호텔. 난방을 샬레, 퐁뒤, 그리고 페달보트를 있는 호수가 있는 . 신호가 잡히지 않아 휴대폰은 수도 없어. 정말 끝내주는 곳이지.
 
“정말 끝내줄 같은데! 계속해봐.
 
“세 사람은 호텔에서 외국인을 만나게 . 프랑스 남자. 그와 함께 섬으로 떠나는데 그들이 들르는 곳마다 온갖 모험이 기다리고 있어. 로맨틱한 순간도 있고, 비극적인 일도 벌어져. 아무튼 그런 내용이니까 한번 읽어봐.
 
“재밌겠는데.
 
“부디 그랬으면 좋겠어. 솔직한 의견이나 제안은 언제든 환영이야. 하지만 너무 심한 비판은 삼가 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읽어보고 나서 소감을 들려줄게. 그가 말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전화번호 알려줄 있어?
 
클라리시가 짐을 꾸리다 말고 돌아서서 작은 탁자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미 알고 있잖아.
“몰라.
“토요일에 알아내지 않았어?
“알고 있다면 하러 묻겠어?
테우는 퉁명스러움이 묻어나지 않게 조심히 말했다.
 
“일요일에 나한테 전화했었잖아. 국립 지리통계연구소.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아름다운 멘트들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퍼펙트 <!HS>데이즈<!HE> [소설]  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 한스미디어
2019.08.07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
사랑에 빠진 사이코 패스, 트렁크 속 스녀와 여행을 떠나다! 브라질의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퍼팩트'한 로맨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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