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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6. 그녀를 알고 싶은 만큼 그녀에게 발견되고도 싶었다

  • 등록일2019.09.10
  •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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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은 언덕길을 걸어 내려갔다. 클라리시는 황록색 카디건에 울긋불긋한 줄무늬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그녀는 지하철역에 다다를 때까지 멘톨 담배를 피워댔다. 사람은 승차권을 이미 갖고 있었다.
테우는 부랴부랴 승차권을 구입하고 그들이 있는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는 사람과 같은 객차의 다른 문으로 탑승했다.
역마다 많은 승객들이 타고 내렸지만 클라리시는 주변 상황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친구만 쳐다보며 연신 미소를 흘렸다.
 

 
 
테우는 사진들이 보고 싶었다. 매정하게 지워버린 것들도 오직 자신만을 위해 간직하고 싶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나무 뒤에 숨어 눈으로 클라리시를 몰래 촬영했다.
그렇게 촬영한 이미지들은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친구는 사과를 하나씩 꺼내 먹었다.
테우는 그들을 미행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게다가 점심조차 먹지 못했다. 마침내 클라리시는 친구를 떠나보내고 멘톨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른 그녀가 모퉁이 너머 교차로를 건너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그녀의 자그마한 체구는 금세 인파 속에 파묻혔다.
짧은 골목으로 들어선 그녀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높은 돌벽에 에워싸인 집의 현관문을 열었다.
테우는 기다렸다가 집의 주소를 적어뒀다.
 

 
 
택시를 잡아타고 자신의 차를 세워둔 대학교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건성으로 입을 맞추고 곧장 욕실로 갔다.
샤워와 면도를 말끔히 하고 나와 향수를 뿌리고 옷장에서 신중히 고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넓은 어깨에 맞는 초록색 폴로셔츠.
 
“옷차림에 신경 썼구나. 어디 가니?
연속극을 보고 있던 파트리시아가 광고 시간을 틈타 아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엎드린 삼손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여자 만나러 가요. 가져갈게요.
다행히 이번에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거라는 굳이 거짓말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지금껏 여자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었다. 혼자서 청승맞게 유럽 영화를 보는 유일한 낙이었다.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보나 마나 터무니없는 상상에 사로잡힐 것이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억측까지 할지도 모른다. 동성애자들은 섹스에만 집착하는 음란한 부류다.
테우는 게이로 사느니 차라리 은둔자로 낙인찍히는 낫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진실을 털어놓을 있게 됐다.
이상 파트리시아에게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자신에게도 물론이고.
 
그는 클라리시와 영화관 뒷줄에 앉아 노닥거리고 싶었다.
바비큐 파티에서 그녀는 기습적으로 그의 입술을 훔쳤다.
그것으로 끝이어야 하지?
테우는 도둑맞은 엉큼한 키스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
그는 침략자가 아니라 침략당한 피해자였다.
 
 
 
 
그녀를 알고 싶은 만큼 그녀에게 발견되고도 싶었다.
그는 클라리시를 사랑한다.
 
 
 
 
그것은 이상 부정할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그도 사랑을 받아야 때였다.
테우는 당장 클라리시를 만나볼 없다는 현실에 짜증이 났다.
 
그는 벌써 시간째 차에 틀어박혀 켜진 그녀의 침실 창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끔 커튼 뒤로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앞에 세워진 빨간 코르사가 경적을 울렸다.
잠시 고혹적인 검은색 드레스 차림의 클라리시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그녀를 맞았다.
남자는 이십 후반에서 삼십 초반으로 보였다.
커다란 직사각형 안경과 검은색 정장 때문에 다소 늙어 보였다.
클라리시는 남자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 차에 올랐다.
 
그들은 라파 지구에 도착했다.
커다란 배낭을 들고 차에서 내린 남자가 클라리시의 손을 잡고 세실리아 메이렐레스 콘서트홀로 들어갔다.
정문에 붙은 포스터에 오늘 밤의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었다.
“영Young 브라질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 —청춘 콘서트.
드보르자크의 9 교향곡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퍼펙트 <!HS>데이즈<!HE> [소설]  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 한스미디어
2019.08.07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
사랑에 빠진 사이코 패스, 트렁크 속 스녀와 여행을 떠나다! 브라질의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퍼팩트'한 로맨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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