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영역

현재 칼럼 모아보기 전체목록보기

[퍼펙트 데이즈] 5. 오늘의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등록일2019.09.05
  • 조회 92
트위터 페이스북
 

 

 
 
클리리시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번째 신호음이 흐르고 그녀가 응답했다.
테우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심호흡을 다시 걸었다.
이번 응답은 빨랐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클라리시와 통화할 있을까요?
테우는 상파울루 말씨를 흉내 내어 말했다.
 
“제가 클라리시인데요.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클라리시. 브라질 국립 지리통계연구소입니다. 당신 이름이 우리 시스템 목록에 있어서요. 성이 어떻게 되죠?
“마냐이스.
“고마워요. 나이는요?
“스물네 살이에요.
 
그녀가 자신보다 살이나 많다는 사실에 테우는 흠칫 놀랐다.
“기록을 수정하는 동안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때 부스 앞을 지나던 버스가 주차장에서 불쑥 튀어나온 차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테우는 황급히 송화구를 막아 쥐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대학생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대학에 다니는 맞죠?
“네. 그녀의 목소리에서 조바심이 묻어났다.
“어느 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하고 있죠?
RJSU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주립 대학이죠?
RJSU 그거 말고 뭐겠어요?
“첫 강의는 시에 시작하죠?
“아침 7.
“강의 프로그램이 만족스럽나요?
“그 지옥 같은 과정을 솔직히 얘기했다간 아마 고소당할걸요.
“지금 학년이죠?
“이봐요, 생일이랑 우리 엄마 결혼 성이랑 팬티 색깔까지 물어볼 거예요?
테우의 손이 찌릿찌릿 저렸다.
“물론 아닙니다. 이게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학년입니까?
3학년요.
“설문조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라리시는 대꾸 없이 전화를 끊었다.
 
 
테우는 전화를 끊고 방금 뽑아낸 소중한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일요일 하루는 계속 이어졌다.
테우는 일요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별로 피곤하지 않아서 남은 시간은 인터넷으로 클라리시에 대한 정보를 찾는 써버렸다.
 
 
클라리시는 미술사 대학 입시에서 당당히 일등을 차지했다.
어느 학과라도 가뿐히 들어갈 있는 성적이었고, 다른 입학시험에서도 수석을 차지했다.
어느 점성학 관련 블로그에 그녀가 남겨놓은 글도 찾아 꼼꼼히 읽어봤다.
SNS에서 ‘클라리시 마냐이스’를 검색하니 흉측하게 생긴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테우가 만난 클라리시가 아니었다.
 
잠자리에 들기 , 아침 이른 시간으로 알람을 맞춰두었다.
아침 7시까지 그녀의 학교에 생각이었다.
검은색 벡트라 아벨라르가家의 화려했던 과거 유물이었다.
그들이 코파카바나의 펜트하우스에 살았던 시절의.
가세가 크게 기운 후에도 파트리시아는 끝내 차를 포기하지 않았다.
 
 
테우는 6 30분에 대학교에 도착했다.
미술사 학부는 조용했다. 그는 재킷 후드를 뒤집어썼다.
봄이지만 적막한 복도는 찬바람이 스며들어 서늘했다.
 
3학년 학생들은 어디서 찾을 있죠?
청소부에게 묻자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테우는 로비 의자에 앉아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챙겨온 뒤렌마트 책을 펼쳐 들었지만 초조한 마음에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었지만 줄도 이해되지 않았다.
 
예쁘장한 여학생들이 속속 지나쳐 갔다.
이국적인 머리 모양, 하얀 피부, 손마다 들려 있는 노트북 컴퓨터.
하지만 어디서도 클라리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9. 테우는 학부 사무실을 찾았다.
책상을 지키고 있던 신경질적인 여직원은 학기가 끝났으니 휴가를 떠나지 않았겠느냐며 자기는 모른다고 딱딱거렸다. 그는 다시 로비로 와서 클라리시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계단의 난간을 붙잡았다.
시야가 흐릿해져 코앞의 계단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갔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나을까?
만약 클라리시가 나에게 호감을 느꼈다면 이렇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까?
그녀는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 같으니.
 
그의 패배는 퉁방울눈을 가진 여학생에 의해 확인되었다.
3학년은 학기가 이미 끝났어요. 4학년이고요. 지난 학기에 3학년 애들이랑 강의 개를 같이 들었죠. 4학년도 학기가 끝났는데 점수를 확인하러 거예요. 클라리시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요.
 
테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고맙다고 한마디 했다.
 
 
 
클라리시를 모른다고? 황당하군.
어떻게 다들 주변의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지?
 
 
 
그는 학교 언덕길을 터덕터덕 걸어 내려갔다.
주차장을 반쯤 남겨둔 지점에서 클라리시를 발견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걸어오고 있었다.
테우는 뛰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의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솟았다.
클라리시는 친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늘에서는 잿빛 구름과 태양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클라리시는 금세 사무실을 나왔고, 친구의 말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테우는 클라리시를 웃게 만든 친구가 부러웠다.
친구가 어떤 농담을 던졌는지 궁금했다.
게르트루드와 그녀의 침묵에 익숙한 테우는 이제 클라리시의 스타일에 적응해야 했다.
 
 
퍼펙트 <!HS>데이즈<!HE> [소설]  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 한스미디어
2019.08.07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데이즈
사랑에 빠진 사이코 패스, 트렁크 속 스녀와 여행을 떠나다! 브라질의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퍼팩트'한 로맨스릴러.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칼럼 모아보기

최신기사 보기

전체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