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영역

현재 칼럼 모아보기 전체목록보기

[훔쳐보는 여자] 09.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는 것도

  • 등록일2019.08.05
  • 조회 403
트위터 페이스북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지난주에 캡처해둔 사진들을 훑어본다.
그 중 그레이스가 거품기에 묻은 으깬 감자를 핥아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터치한다.
사진 아래에는 “저녁 시간! 뒤에 있는 나의 귀여운 보조 요리사들과 함께!”라고 적혀 있다.
세바스찬과 로즈는 뒤에서 참을성 있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레이스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으면서 살살 녹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대프니를 올려다보고 있다.
딸이 웃는 모습에 가슴이 쿵쿵댄다.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그레이스가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 그리고 내가 꿈꿔왔던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즐기고 있는 그레이스를 지켜보는 것이다.
이게 전부다.
나는 그레이스에게 돌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우리 아가에게로 돌아갈 길을.
엄마라면 그래야 한다.
 
뉴욕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온라인 디렉터리에서 대프니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넘실대는 희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온몸에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바뀐 기분을 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이를 악물고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내일은 대포폰과 선불카드를 사고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오면 발신자번호 표시제한으로 대프니에게 전화할 것이다. 대프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만 흐르는 것보다는 뒷배경으로 아이들 소리라도 들렸으면 좋겠다.
 
마르니가 벤에게 가라고 손짓한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옮겨 앉는다.
마르니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곁들여 마시던 값비싼 레드 와인을 손에 살짝 비틀거리며 동네 북쪽에 자리한 식민지풍 주택으로 느릿느릿 올라간다.
벤은 마르니가 열쇠를 찾아 손을 더듬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차를 돌린다.
 

 
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부모님은 마르니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을 사주었다.
추측컨대 그의 부모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딸의 작은 야심을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을 아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동네에 집을 사준 같다.
그의 부모님이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벤은 누구를 떠맡을 만한 사람이 아니거늘.
 
벤은 아무 생각이 없다.
부모의 의도를 알게 되더라도 절대로 불평할 사람도 아니다.
지난 2 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벤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남자라는 것이다.
잘하면 부모님한테 차를 받을 있는데도 그는 알아채지 못한다. 최신 아이 가젯iGadget 모델이나 세련된 옷을 손에 넣을 있는데도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의 잘난 수입이 순진한 그의 마음이 원하는 무엇이든 안겨줄 있는데도 말이다.
벤은 자기만의 세계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괜찮아? 오늘 저녁 내내 말이 없었잖아. 벤이 마르니의 진입로를 빠져나오며 손을 슬며시 잡는다.
나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럼, 괜찮고말고. 벤이 갑자기 핸들을 내리친다.
소리에 놀라 심장이 떨어질 뻔한다.
“뭐야?
“지금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알아? 마르니한테 선물 주는 깜빡했어.
 
이런 젠장.
 
“혹시 자기가 내일 갖다 있을까? 벤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묻는다.
정말 이상은 싫다. “물론이지. 내일 대포폰 사고 나서 바로 가야겠네.
벤이 고맙다는 듯이 손을 쥔다.
  
 
동네 반대편에서 그레이스 맥멀런은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음식으로 가득 배를 통통 두드리며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매일 그렇게 하듯이 나는 눈을 감고 그레이스에게 사랑을 보낸다.
 
“자기 정말 괜찮아? 벤의 물음에 눈이 번쩍 뜨인다.
반대편 차의 헤드라이트가 눈에 강렬한 빛을 쏘아댄다.
“뭐가?
“자기, 저녁 내내 너무 조용했어. 대화하길 거부하는 사람 같았어. 지난 동안도 그랬고.
벤이 빨간 신호에 차를 멈추고 쪽을 바라본다.
 
“일 그만둔 후로 자긴 매일매일 동굴 속에 갇혀 지내는 같아. 어떻게 해야 밖으로 불러낼 있을지 모르겠어. 전과 달리 말도 별로 없고, 멍한 채로 돌아다니고, 자꾸 깜빡깜빡하고. 전엔 까먹은 적이 없었는데…… 요새 우울해? 어디 가서 상담 받아볼래?
이게 벤의 생각이라면 글쎄, 모르겠다. 그렇다. 오늘 저녁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지난 동안 우리 사이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벤, 걱정할 하나도 없어.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얕은 숨을 내쉬고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댄다.
갑자기 뒤에서 빵빵대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파란불을 확인한다.
벤이 손에 포개었던 손을 핸들로 가져간다.
핸들 위에 2시를 가리키는 시계 침처럼 손을 올리고 액셀을 밟는다.
 
 
 
“내 느낌에 자기는 이상 이전의 오텀이 아닌 같아.
그가 입술을 깨물어 가늘게 만든다.
 
 

 
“아침에는 자기랑 함께 눈을 뜨는데, 퇴근하고 오면 다른 사람이 있는 같아. 단위로 기분이 바뀌니까 말이야. 좋았다가 나빴다가.
나는 목을 가다듬고 재빨리 그에게 다가앉아 탄탄한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매일 일이 없다는 정말 별로야.
내가 입을 연다.
벤의 걱정을 풀어줄 만한 단어를 찾으면서.
 
“아직 적응 중인 같아. 어렸을 뭐가 되고 싶었는지 한번 맞혀볼래?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슬쩍 웃는다.
“뭐가 되고 싶었는데?
 
대프니 맥멀런.
하지만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지.
 
 
“잘 모르겠어. 나는 한쪽 어깨를 으쓱대며 똑바로 앉는다.
“앞으로 간호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병원에서 일하는 좋았거든. 애들을 좋아하니까.
“가르치는 일은 어때?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
 
기가 막힌 설명이나 그런 기대하는 60개의 눈앞에 있다니!
그건 재앙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자신을 그대로 보여줘야 텐데?
그것도 매일매일, 허구한 .
 
교사로 일한 첫해가 끝날 때쯤엔 정신적인 피로 때문에 죽음에 이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대로 사는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이따위 생각을 하며 사는 것도.
 
누군가의 뒤에 숨어서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는 것도.
 
 
“좋아,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 벤이 왼쪽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무릎을 부드럽게 감싼다.
“자기가 집에 있는 나도 좋긴 하지만. 특히 주말엔.
나도 그렇다. 토요일에 일하는 정말 싫다.
“자기도 그동안 끔찍했겠다. 벤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가 퇴근하고 와서 통조림 수프나 시리 얼로 저녁을 때우던 때를 떠올린다.
요리할 알면서 그렇게 먹는 이상했다.
지금은 거의 내가 저녁을 차려주는데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따라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벤은 엄청나게 칭찬해 준다.
아무래도 그는 1950년대 남자들처럼 퇴근 집에서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을 좋아하는 같다.
그가 명쾌하게 인정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는 자기가 꿈꾸던 여자인 내가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간호복 차림으로 피로에 싸인 발을 질질 끌며 퇴근하는 대신, 매일 오후 5 30분이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자신의 품으로 달려드는 은근히 좋아한다.
 
벤은 지금 나를 독차지하고 있다.
최대한 많이.
 
훔쳐보는 <!HS>여자<!HE> [소설]  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 한스미디어
2019.06.24
 

훔쳐보는 여자

훔쳐보는 여자
자신의 딸을 입양한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딸의 행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 드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 퍼가기 인쇄 트위터 페이스북

칼럼 모아보기

최신기사 보기

전체목록보기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댓글등록

현재 0 / 4000 bytes (최대 한글 2000자, 영문 4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