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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공부] 5.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는 것

  • 등록일2019.01.07
  •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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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아이가 미끄럼틀을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을 때가 있다. 양보하는 마음이 생기기가 아이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일 수 있으니 기다려줘야 하므로 성급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꺾었다. 아이에게 세상의 중심은 오직 자기 자신일 테니까. 하지만 사탕을 친구와 나눠 먹기 싫어서 혼자만 먹겠다고 욕심부리며 울어대는 걸 보니 인내로 다잡았던 마음이 또 흔들린다. 보통 아이들이 대부분 그런다고는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양보도 하고 다른 아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면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들을 내 아이에게 잘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진다.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염려했다. 친구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니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주변 지인이나 선생님도 아이가 친구를 때리고 장난감을 뺏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속상해하고 아플 거라는 의식을 하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가 나아질 때까지 참고 기다려라
 
친구를 때리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아이에게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먼저이지만 내가 얘기하는 동안 아이는 차분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 손을 휘두르면서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했기에 어느 육아 프로그램에서처럼 손발을 제압하는 훈육을 했지만 내 아이에게는 역효과였다.
그래서 부모 뜻대로 아이를 통제하기를 포기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면서 아이가 잘못해도 화내지 않고 말로만 타이르는 방법도 써봤다. 팔랑귀 엄마라 어떻게 해야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하니 다른 또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내 불안을 덮어주셨다. 아이들이 처음 단체 생활을 하면서 기관에서 지낼 때 으레 겪는 성장 과정이라고.
우려했던 문제 행동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 지 불과 3개월 만에 많이 개선되어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그렇게 서서히 나아진 아이는 2학기가 되자 선생님과 엄마들의 눈에도 띌 만큼 변했다. 엄마의 말보다 선생님의 말이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개구쟁이라 장난을 많이 친다. 그러나 이제 아이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낸다고 칭찬도 받는다. 유치원이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 때 친구가 자신을 때리더라도 방어하기만 할 뿐 공격적인 행동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친구야, 그러면 안 돼. 미안하다고 해.
유치원 선생님이 말해주신 문어체 그대로 따라 하긴 하지만, 그 말이 반사적으로 나온다는 건 아이가 많이 변화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방학이 지나서는 규칙도 부쩍 잘 지켜서 기뻤다. 불과 한 달 전 만 해도 걱정이 컸는데 이제 누가 밀거나 때리더라도 말로 해결하려 시도한다.
 
유치원에서 즐겁게 놀다 오라고 응원하라
 
유치원에 가고 나서 처음 2주 동안 아이는 아침에 깨자마자 걱정으로 낑낑거렸다. 집에 있고 싶다며 울면서 옷을 입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보면, 이렇게 싫어하는데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맞나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아이가 통원 버스를 타고 20분 내내 훌쩍거렸다고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데 할머니와 내가 언어를 바꾸면서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걸 즐거워했다.
“절대 친구를 때리거나 괴롭히면 안 돼.
이런 당부만 하다가 하루는 바꿔봤다.
“오늘도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다 와.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지내.
당부보다는 유치원에서 즐겁게 놀다가 집에 돌아오라는 말들로 아침을 맞이하니 아이의 불안도 사라졌다.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아이를 기다려주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만 그런 다짐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런 나 자신에게 다시 주문을 외우듯이 아이의 좋은 점을 바라보려고 일부러 칭찬을 내뱉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칭찬해주면 아이가 반대로 대꾸했다.
“우리 아가 대단해.
“하나도 안 대단한데.
장난을 치는 것이긴 하지만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칭찬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좋은 부모 아카데미’ 선생님은 독이 되는 칭찬과 약이 되는 칭찬이 있단 걸 알려주셨다. 결과와 평가 중심의 칭찬(“완벽해.” “100점이야.” “최고야!)이나 아이의 능력과 지능을 언급하는 칭찬(“똑똑해.” “천재인데!” “머리가 좋아.), 사소한 일에도 남발하는 칭찬(“잘하는데!” “멋지다.” “대단해.)은 독이 되는 칭찬으로 금물이다. 약이 되는 칭찬은 아이가 뭔가를 해내는 과정과 거기에 들인 노력에 눈길을 준다. 가령 아이가 유치원에서 뭔가를 만들어 가져오면 “예쁘다.”고만 하지 말고, “처음으로 만들었구나. 가위질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애써서 잘 만들었네.” 하고 결과물보다는 아이가 만든 과정과 노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감동이나 감탄을 표현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는 말을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해 듣고는 심란했는데, 이번 주에는 친구도 때리지 않고, 질서를 잘 지키며, 훌륭하게 생활했다고 했다. 친구들 앞에서 칭찬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친구들한테도 오늘 아이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했지만 오늘은 진짜 착해졌다고 말해줬어요. 친구들 하고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애정 표현을 정말 잘해요.
 
말썽쟁이 아이가 그동안 친구들을 얼마나 괴롭혔으면 착해졌다 는 말이 나올까 죄송하기도 했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주말에 아이를 많이 혼냈다고 고백하니, 선생님은 혼을 내기 보다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칭찬받을 만한지 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칭찬 효과가 큰 것 같아요. 그냥 멋졌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들어서 칭찬해주면 아이는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말해주세요. ‘오늘 몸으로 말고, 말로 많이 하려고 노력 하고, 밥 먹을 때도 손 무릎 하고 기다려줬지. 그래서 선생님도 다른 친구들도 행복하고 기분 좋았대. 오늘 네 기분은 어땠어’라고 물어 봐주세요.
 
선생님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칭찬해주니 친구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고 편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잘 했는지 세심하게 칭찬해줘야겠다. 왜 친구를 때렸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것은 화를 내는 것이지 훈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 장난감을 가지고 싶을 때는 몸으로 뺏는 게 아니야. ‘친구야, 네 장난감이 멋져 보여서 나도 가지고 놀고 싶어.’ 하고 얘기하자.
이런 문제는 비단 내 아이뿐만 아니라 유치원 학기 초의 남자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느 날에는 아이가 친구에게 “방구 뿡! 방구 뿡!” 노래를 계속 불렀다고 한다. 장난이었지만 그 노래를 듣는 친구는 기분 나쁘다고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가 멈추지 않자 쓰레기통을 던졌다. 그 쓰레기통에 맞아서 아이는 이마를 다치고 말았다. 어른들도 비하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서 욱하는데 아이들은 자제력이 훨씬 부족하므로 격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나의 ‘첫’사랑이자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을 믿고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유치원에 간다는 것은 처음으로 엄마 품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그것도 엄마 없이 오로지 혼자 겪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아이가 얼마나 두려울지 안다. 엄마가 옆에 없더라도 사라진 게 아니라고 아이에게 계속 말해줘야 한다.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하겠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가 짠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겠지.
아이의 문제 행동이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지 여전히 매번 좌절하곤 한다. 그래도 아이가 잘못도 하지만 칭찬받을 일도 많이 한다고 유치원 선생님이 알려주신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선생님의 별것 아닌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힘이 되었다.
 
누군가의 작은 응원이 별것 아닌 듯해도 아주 큰 힘이 된다.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도 응원이 필요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응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이 자신일 것이다. 엄마는 하루하루 아이와 같이 응원으로 쑥쑥 자라고 있다.
나도 ‘엄마’라는 역할을 처음 맡았고, 아이도 ‘첫’ 세상에 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벌써 지치면 안 된다고 불안을 달래며 힘을 내본다.
“우리 서로를 응원하자! 힘내자, 아가야!
 
 
아이 <!HS>마음<!HE> 공부 [가정/육아]  아이 마음 공부
우리 | 문예춘추사
2019.01.15

아이 마음 공부

아이 마음 공부
오마이뉴스 인기 연재 '초보 엄마의 육아 일기' 단행본 출간. 문제투성이 엄마가 우울해하는 대신 펜을 들고 아이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와 엄마가 상처 받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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