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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갑질 고객] 3. 세상에서 가장 젠틀한 갑질 고객

  • 등록일2019.01.03
  • 조회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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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카페 알바 공고를 보고 찾아갔는데 그가 말한 곳에는 카페가 없었다. 카페 비스무리한 것도 없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 보고 반대쪽으로도 내려가 봤지만 ‘빅카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에이씨, 욕을 내뱉으며 나무 그늘 밑에 있는데 바로 옆에 주차돼 있는 트럭의 클랙슨이 울렸다. 그냥 트럭이 아니라 커피 트럭이었다. 트럭 화물칸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김의경 학생?
 
그제야 같았다. 트럭이 바로 내가 찾아 헤맨 빅카페인 것이다. 트럭 조수석 유리에 ‘빅카페’라고 매직으로 휘갈겨 있었다.
“왜 이리 늦었어?
“빅카페라면서요?
“반어법이야.
보자마자 반말이라니. 수염은 덥수룩했지만 나보다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휴학생이었고 나이는 20 후반으로 나보다 많지도 않았다. 그는 학비 때문에 대학을 휴학하고 트럭 카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름에는 대학 정문에서 커피를 파는데 벌이가 쏠쏠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장사가 되어서 복학하지 않고 반년 생각이라고 했다.
 
“근데 거기서 어떻게 둘이서 일해요? 좁아 보이는데.
그가 안쪽으로 바짝 붙어 앉으며 말했다.
“들어와 . 충분해.
작은 트럭 안에는 없는 빼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수많은 유리병을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시럽의 이름과 위치를 외우고,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나자 뿌듯했다. 특히나 사장이 개발한 꿀을 넣은 아이스티는 맛이 일품이었다. 사장은 먹고 싶은 있으면 손님 없을 마음껏 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일하는 동안 아이스티를 마셨다. 커피는 향을 맡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하루 종일 트럭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커피 향에 질식할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했는데 그럼 금세 커피향이 그리워져 안으로 들어가 앉곤 했다. 커피란 묘한 음료인 같다. 맛에 반하기 전에 향기에 반하는 음료가 커피다. 사장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커피를 내려 향이 번지게 했는데 사람들은 향기에 취해 트럭으로 몰려들었다.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학교에서 키우는 개가 옆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트럭 밑에 들어와 쉬곤 했다. 물을 주면 금세 그릇이 바닥을 드러내도록 먹어치웠는데 나는 몰래 학교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떠왔다.
하지만 곳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하는 힘든 일이었다. 사장은 자릿세를 요구하는 사람이 오면 트럭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자릿세를 내더라도 고정된 곳에서 하는 낫지 않아요?
내가 이런 질문을 때마다 그는 죽으면 죽었지 깡패놈들 배를 불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뭐 깡패라기보다 관리인 정도로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는 길길이 날뛰며 훈계를 했다.
“넌 어떻게 나이도 어린 것이 생각하는 것이 모양이야? 깡패가 양복 입는다고 버릇 주는 알아?
“단골이 생길라치면 옮겨 가니까 그렇죠.
 
나는 그가 깡패라고 말하는 사람을 떠올려 봤다. 말쑥한 양복차림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눈웃음, 섬세한 콧날, 나긋나긋한 서울 말씨. 사람이 정말 깡패일까? 게다가 그는 정확한 돈을 내고 커피를 사먹었다. 깡패인지 고객인지 없었다. 지금으로 치차면 그는 최악의 갑질 고객인 셈이었는데 그렇게 말하기에 그는 너무나 젠틀했다.
“생김새와 말투로만 보면 오히려 사장님이 깡패 ......
“시끄러! 요즘은 깡패가 고학력화 돼서 그래. 그놈이 경영학 전공한 건달이란다.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사장은 한동안 정이 들었던 장소에 작별을 고하더니 트럭을 움직여 인근 공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금세 누군가 다가와 여기에서 장사를 하면 된다고 했다. 사장은 이번에는 아예 다른 동네로 갔다. 골목 골목을 도는데 낯이 익었다. 분명히 처음 동네인데 기시감이 드는 걸까. 트럭으로 다가와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비슷해 보였다.
우리는 또다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동네 주민이 신고를 모양이었다. 한참 후에야 사장은 고등학교 앞에 차를 세웠다. 경비는 우리를 힐끔 쳐다볼 트럭을 옮기라고 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고등학생들은 우리를 쳐다볼 커피를 사진 않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시간 동안 겨우 잔의 커피를 팔았다.
 
사장은 짐을 챙기더니 가자고 했다. 우리는 한참을 달렸다. 어디 다른 장소를 찾는 알았는데 그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지금 어디 가요?
그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디 가서 커피나 하고 가자.
나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커피가 트럭에 가득인데 무슨 커피를 먹으러 가요? 으휴, 짜증나.
나이 차가 나다 보니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이라기보다는 사장과 까칠한 여동생 같았다. 그는 아무 없이 차를 몰았다. 나는 혹시 그가 오늘 시급을 적게 주려고 이러나 싶어 이렇게 못을 박았다.
“어쨌든 저는 지금 근무 중인 거예요.
말에 대꾸가 없는 보니 그는 생각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림 조정화
 
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트럭 안에 남아 있는 커피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눈앞에 동화 성처럼 멋진 카페가 등장했다. 나는 사장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이 높아서 정말 성에 들어온 착각이 들었다. 사장과 아는 사이인지 주인이 사장을 반겼다.
사장이 방금 로스팅한 향긋하고도 구수한 커피를 모금 마신 말했다.
“나도 가끔은 이렇게 남이 주는 커피 마시고 싶어.
그러고 보니 나는 트럭에서 일하는 동안 그에게 번도 커피를 타준 적이 없었다. 순간 그의 덥수룩한 수염이, 충혈된 눈이, 주름처럼 보이는 보조개가 어쩐지 모두 표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사실이지만 그는 또래에 비해 얼굴에 미세한 주름이 많이 번져 있었다.
“그럼 , 내일부터 손님 없을 제가 잔씩 드릴게요. 탄다고 손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특별히 지금 시간은 근무 시간으로 드리겠습니다.
 
사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는 커피 잔을 입술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분위기 있는 커피 마시는 남자에서 다시 수다쟁이 오빠로 돌아가 하던 소리를 반복했다.
“이 커피가 인생의 은인이야. 커피로 우리 엄마 병원비 내고 동생들 학비 내고.......
나는 하던 소리로 그의 입을 막았다.
“신문배달이나 공사장 막노동 그런 것보다 훨씬 낭만적으로 들리네요. 상투적인 스토리인데 신선하게 느껴지거든요.
 
|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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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서 일할 때 등단하고, 콜센터 이야기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의경 작가는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17살부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어느 누구보다 갑질 고객을 많이 만나본 그녀가 들려주는 ‘내가 만난 갑질 고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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